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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태광그룹 전 회장 모자 다시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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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태광그룹 전 회장 모자 다시 실형 선고

서울고법 판결…보석 및 구속 집행 정지 상태 유지하고 벌금만 줄어

1400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전 상무(이 전 회장 어머니)가 항소심에서 다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3부는 20일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10억 원, 이 전 상무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1심과 비교하면, 징역 형량에는 변화가 없고 2심에서 벌금만 각각 10억 원씩 깎였다.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범행이 장기간 반복됐고 피해액이 200억 원을 넘으며, 직원들을 동원해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등 범행 수법이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한 "범행 동기가 개인적 치부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 강화에 있을 뿐"이며 "범행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피고인들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 모자는 법정구속은 피했다. 이 전 회장은 보석 상태가 유지됐고, 이 전 상무는 2013년 2월까지 구속 집행 정지 처분이 연장됐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두 사람의 건강이 좋지 않고 고령이며, 혐의 사실에 대해 검찰과 다툼이 계속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 모자는 지난해 1월 회계 부정, 임금 허위 지급 등을 통해 530여 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 헐값 매도 등으로 그룹에 97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올해 2월 21일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모자에게 실형(이 전 회장은 징역 4년 6개월, 이 전 상무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 받아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묵인하고 조장하면서 범죄로 인한 수익을 향유했다"고 밝혔다. 또한 어머니인 이 전 상무가 범행을 주도했고 이 전 회장은 그보다는 가담 정도가 낮지만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제기된 혐의 중 횡령 208억 원, 배임 3억 원 등만 인정했다.

그 후 항소심이 진행됐고, 검찰은 11월 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회장에게는 징역 7년에 벌금 70억 원, 이 전 상무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기업 회장과 모친이 조직적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다시 실형을 선고해 이들을 구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변호인 측은 이 전 회장이 간암을 앓고 있어 미국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실형은 극형과 다름없는 만큼 이 전 회장의 목숨만은 구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전 회장 모자는 지난해에 구속 기속된 후 지속적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해왔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이 전 회장은 구속 집행이 정지된 후 거듭 그 기간이 연장됐고 올해 6월 보증금 10억 원을 내는 조건으로 보석이 허가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간암 수술을 받았다. 이 전 상무도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 모자는 앰뷸런스로 이동해 휠체어를 타고 환자복 차림으로 나란히 법정에 입장하기도 했다. 2심 판결이 있던 20일에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석과 구속 집행 정지로 인해, 이 전 회장 모자가 실제로 수감 생활을 한 기간은 각각 70일 미만이다.

"그들은 정리해고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 모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2심 선고를 앞둔 18일, 이 전 회장 모자가 "흑자가 나는 회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횡령과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불법을 저질렀지만, 법원은 건강을 이유로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 연장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2009년에 개정한 양형 기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그 기준에 따르면 (…) 형량은 7년에서 11년 사이에서 정해져야 함이 마땅한데도 1심은 징역 4년 6개월로 오히려 감경해줬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가 이뤄진 직후인 20일 오후에는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이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은 "이 전 회장 일가의 범죄 혐의는 죄질이 좋지 않고 대량 피해자가 있었"으며 "특히 이 전 회장은 2004년 5월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처벌 이후에도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동종 누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인 이형철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2심 결과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재벌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해주지 않은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이 전 회장 일가를 구속 수감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전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인 해고자들에게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그 해고자들은 몇 년째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적자를 단 한 번도 내지 않았음에도 2005년 정리해고를 단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없는데도 정리해고를 했으며, 특히 회사가 눈엣가시인 노동조합 간부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노조를 와해시켰다는 비판이다. (관련 기사 : 흥국생명식 마구잡이 정리해고,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재계 순위 40-50위권(매출 약 12조 원)인 태광그룹은 재판이 진행 중인 총수 일가의 비리와 부당한 정리해고 논란 외에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을 100퍼센트 소유한 회사들(에스티임, 메르뱅, 바인하임)에 2011년부터 그룹 계열사들이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태광그룹 3개 상장사(흥국화재해상보험, 태광산업, 대한화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K, 한화와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의 비리가 경영 실적 악화를 부른 셈이다.

이에 더해 얼마 전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이재훈 씨(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의 둘째 딸)가 상속 재산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전 회장 측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씨는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및 이후 공판 과정에서 차명주식, 무기명 채권 등 추가 상속재산이 드러났다"며 동생인 이 전 회장을 상대로 78억여 원 및 일부 주식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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