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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4대강 과징금 부과한 기업에 'A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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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4대강 과징금 부과한 기업에 'A등급'

'공정 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 등급 우수 기업' 선정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 김동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2년도 공정 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CP) 등급 평가' 결과가 논란이다.

CP(Compliance Program)는 기업이 공정 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CP를 도입한 기업은 536개다. 공정위는 CP를 도입한 기업 중 신청한 곳에 한해 CP 운영 성과를 평가해 등급을 결정한다.

이번 등급 평가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9개, 포스코 계열사 8개, 대림 계열사 4개, 풀무원·삼성 계열사 각 3개 등 39개 기업이 신청했다. 공정위는 이 중 27개 기업에 A등급 이상(AA 4, A 23)을 부여했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과징금 감경(A등급은 10퍼센트 이내, AA등급은 15퍼센트 이내), 직권조사 면제(A등급은 1년, AA등급은 1년 6개월), 공표 명령 감경(공표 크기 및 매체 수 하향 조정) 혜택을 누린다.

'공정 거래 우수 기업' 27곳에 불공정 거래 기업 다수 포함

그런데 이번에 A등급 이상을 받은 27개 기업에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당했던 기업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사업 관련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고도, 이번에 A등급을 받았다. 9월 10일, 공정위는 4대강 사업 관련 담합을 한 8개 건설사에 1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규정대로라면 과징금이 1115억 원보다 많아야 했으나, 공정위는 건설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1115억 원으로 줄여줬다. 삼성물산도 이 8개 건설사 중 하나로, 당시 삼성물산의 과징금은 103억 원이었다. 정리하면,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위가 반년도 안 돼 삼성물산에 '공정 기업'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삼성토탈은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담합으로 처벌을 받고도, 이번에 A등급을 받았다. 삼성토탈은 임직원이 중요 서류를 가지고 달아나는 등 가격 담합 관련 조사를 방해해 과태료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A등급을 받은 현대모비스도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공정위로부터 22억95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급 업체의 납품 단가를 최고 19퍼센트까지 일방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가 적발됐다. 현대모비스의 이러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는 '공정 거래와 동반 성장 협약' 기간 중에도 지속됐다.

이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지탄을 받은 기업들도 A등급 이상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포스코강판은 컬러강판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CU(옛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각종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공정위에 고발된 상태다(관련 기사 : 참여연대, 공정위에 세븐일레븐 고발…CU 이어 2번째). BGF리테일도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역시 A등급을 받은 이노션은 일감 몰아주기 폐해를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 총수 일가 3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이노션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광고를 만드는 곳으로, 2010년 매출액의 거의 절반이 현대차그룹과 한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신세계도 A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신세계는 공정위가 지난 8월 '중소 납품업체에 판촉 행사비, 판촉 행사비, 물류비 등을 전가했다'고 발표한 11개 대형 유통업체 중 한 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기업에 면죄부도 모자라 상까지 주나"

이처럼 담합, 불공정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처벌 혹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들이 '공정 기업'으로 선정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불공정 대기업에 면죄부도 모자라 상까지 주고 있다"며 공정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공정위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공정 거래 우수 기업'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해당 기업에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징금 감면 등의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삼성물산은 4대강 건설 담합이 적발됐을 때도 기본 과징금의 44퍼센트를 감면받았고 삼성토탈도 건별로 58-72퍼센트의 감면 혜택을 받은 바 있다"며 "이런 기업에 추가로 과징금 감면 인센티브를 비롯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 국민 상식에 합당한가"라고 공정위에 따졌다.

또한 경실련은 선정 방식과 평가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서 '경영진의 자율 준수 의지 선언' 등 7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각각의 가중치 및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최종 평가 등급만 발표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공정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방침이다.

"CP 제도, 과징금 부과에 대비한 대기업들의 보험"

CP 제도의 문제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당시 공정위에 대한 국감에서 "CP 제도가 과징금 부과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을 기업에 제공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과징금 감경 등의 혜택을 노리고 CP 제도를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2009년부터 컬러강판 담합 혐의로 조사받아 공정위 제재가 임박한 포스코강판과 현대하이스코가 2010년 CP 등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기업들이 서둘러 CP 등급을 올리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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