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류 후보자가 주중대사로 있던 2009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술과 선물을 구입하는 데 10만5000달러(약 1억1600만 원)을 집행했다"며 "공관 행사 비용이 25만 달러인데, 이중 절반 이상을 술과 선물에 쓴 것"이라고 밝혔다.
▲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뉴시스 |
최 의원은 "전임 대사는 (술과 선물을 사는 데) 1만5000달러를 지출했는데, 류 후보자가 취임하는 동안 10배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집행내역을 보니 집행 대상 중 외국인은 8.5%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의미 있는 중국 인사가 없다"며 "(대중 외교를 위해) 중국인에게 전달 한 것이 아니라 선물 대부분을내국인 대상의 행사에 사용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류 후보자는 "지금 지출 내역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해서 답변하겠다"고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는 우리 국경일 행사로, 그 때 초청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교민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중국 주요 인사들과의 외교 활동이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가 대사로 있던 중 방문한 중국의 성(省)·시(市)가 24개"라며 "성·시를 방문하면 반드시 서기나 성장 만나는데, 이분들은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들"이라고 밝혔다. 또 "외교 활동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부장이나 부부장들은 만나자고 해서 못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이어 자동차도 3번 압류…"불찰 인정한다"
이밖에도 류 후보자는 자신의 재산세와 과태료 체납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불찰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류 후보자가 아파트에 이어 자동차도 3번 압류 당했다고 밝혔다. 주·정차 및 속도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를 체납해 3회에 걸쳐 본인 소유의 차량을 압류 당했고, 이중 두 번째 압류는 2007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4년에 걸쳐 이어졌다는 것. 특히 류 후보자는 장관 후보 지명을 받은 직후인 지난 6일 과태료를 완납해 압류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류 후보자가) 장관 후보 지명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과태료를 완납해 압류를 풀었는데, 후보 지명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다"며 "공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으로서의 준법의식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박선영 "장남 특혜 채용, '과메기 군단' 실세 개입"
반면 류 후보자는 장남의 삼성 계열사 '특혜 채용' 의혹에 관해 "정상적인 취업이었다"며 특혜성을 전면 부인했다.
류 후보자는 "아들이 미국 USC대학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친구의 추천으로 경력 사원으로 정상적으로 채용됐다"며 "아들의 취업 문제는 전혀 제가 개입한 바도 없고 아들이 당당하게 입사를 해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선영 의원은 "채용 당시 삼성에스원의 경영지원팀 실장을 하셨던 분이 이 정권의 실세와 매우 가까운 분"이라며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일명 '과메기 군단'으로, 정계에서 류 후보자가 실세라면 재계에선 이 분이 실세다. 그 분이 (장남을) 인터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듭 특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어 "당시엔 박사과정 수료자가 아닌 박사학위 소유자를 뽑았고, 경력이 없는데도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화학공학과를 전공한 장남이 회계를 담당한 것도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질타했고, 이에 류 후보자는 "처음 입사했을 때 기획 관련 업무를 했는데 나중에 (부서를)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류 후보자의 장남을 채용한 삼성에스원 역시 즉각 해명 자료를 내놓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에스원 측은 "2009년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왔으며,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류 씨는 학력에 결격 사유가 없다"며 "(류 씨는) 소정의 채용 프로세스(process)를 모두 거쳤으며 면접에는 4명의 임원이 참가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뻣뻣한 정권 실세, 무성의 답변에 '혼쭐'…"쓰는 척 하세요" 긴급 쪽지도
이밖에도 류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의에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류 후보자는 "주중대사로 일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해 달라"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질의에 "외교관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 양해해 달라"고 답변해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샀다.
그는 또 대북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후보자로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양해해 달라"는 말을 되풀이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이윤성 의원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 당시 세계 각국이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는데 (류 후보자가 대사로 있던) 중국만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며 "후보자의 답변을 기대했는데 강연만 들었다"고 비꼬았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도 "'외교관은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어디에 있는가. 성의있게 답변해 달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아예 류 후보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구 의원은 "후보는 의원 개개인에게 답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에게 답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외교관이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강의할 때나 쓰는 말이지 여기서 할 말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류 후보자는 "제가 무엇을 잘 했다고 자랑할 처지에 있지 않다는 뜻의 말이었다"며 " 제가 말투가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해 불편하게 느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류 후보자의 이 같은 태도를 의식한 듯, 성의있는 태도를 주문하는 측근의 쪽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중의 소리> 카메라에 포착된 이 쪽지엔 "몸을 전체적으로 앞으로 좀 숙이세요. 뒤로 젖히지 마세요. 손에 펜을 계속 들고 계세요. 적지 않더라도 쓰는 척 하세요"라는 통일부 관계자의 당부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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