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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치적 위해 벌써 20명 사망…죽음의 死대강"

산재 사망률 3.7배 높아…"MB 속도전이 부른 참사"

올해만 12명이, 공사 시작 이후 20명이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 잇따른 노동자의 죽음으로 '死대강'이라고까지 불리는 정부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최근 4일새 노동자 4명이 잇따라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한 '속도전' 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보 건설 및 준설 등 주요 공정을 모두 끝내기로 한 상황에서, 상습적인 초과노동과 야간작업이 이 같은 인재를 불렀다는 것이다.

▲ 정부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최근 4일새 노동자 4명이 잇따라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한 '속도전' 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만 12명이, 공사 시작 이후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우혜

지난 18일 오후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금강 6공구 현장에서 굴착기 기사 김모(51) 씨가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이로써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래 공사 현장에서 숨진 건설 노동자는 모두 20명으로 늘었다.

이틀 전인 16일엔 낙동강 32공구 낙단보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지붕이 무너져 숨졌다. 이 공사현장의 노동 시간은 하루 1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하루 앞선 15일엔 낙동강 18공구에서 육상 준설을 진행하던 굴착기 기사가 물에 빠져 숨졌다. 단 4일 동안 4명이 연달아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낙동강 18공구는 일주일새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속출해 '마(魔)의 18공구'로 불려왔다.

ⓒ경실련

죽음 부르는 '속도전'…4대강 사업장 사망률, 평균보다 3.7배 높아

현장 노동자들은 이 같은 사고가 서둘러 공기를 맞추기 위한 '속도전' 공사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장은 올해 내 공사를 끝내기 위해 죽음을 부르는 과속·과적·과로가 만연하고 있다"며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니라 정부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1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대강 사업장의 사망률은 전체 건설산업의 사망률보다 3.7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당 안홍준 의원 역시 "4대강 사업장 154곳 중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전 사업장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작업 중"이라며 "특히 사고가 난 낙동강 32공구의 경우 오전 7시부터 밤 12시간까지 17시간을 연속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의원이 공개한 '4대강 사업장 작업 시간 현황' 자료를 보면,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작업을 하는 공구는 단 한 곳에 불과했고, 12시간 이상 일하는 곳이 31곳으로 전체의 20%를 웃돌았다.

ⓒ안홍준의원실

목숨 담보로 한 '죽음의 레이스'…과적·과속 심각

이 같은 장시간 근로는 불법 하도급 거래의 일종인 일명 '땅뛰기'가 4대강 전 사업장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땅뛰기란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건설자재 운반 횟수와 운반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으로, 이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은 과속·과적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회사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덤프트럭의 과적·과속을 강요하고,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면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아침에도 안동 사업장에서 과적 차량의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대체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불법 하도급 거래로 인한 '죽음의 레이스'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이 입수한 낙동강 한 공구의 덤프트럭 계근표(차량의 적재량을 표시한 기록)를 보면, 도로교통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총중량 40톤을 초과한 상태로 차량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결국 과적으로 인해 전복 사고가 났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원청 건설사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이런 불법을 대놓고 강요하고, 이를 단속해야할 공무원들조차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이를 방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 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죽음의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한꺼번에 더 많은 골재를 퍼내기 위한 장비의 불법 개조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4대강 작업장에선 붐(boom)의 길이가 유난히 길고 버켓(bucket)의 용량을 확대한 굴착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더 빠른 공정을 위해 굴착기를 임의로 개조했기 때문"이라며 "또 준설 작업을 할 땐 원칙적으로 준설선을 사용해 해상 준설을 해야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붐의 길이를 임의로 늘려 육상 준설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낙동강 18공구에선 이런 방식으로 육상 준설을 하던 건설노동자가 굴착기가 쓰러지면서 물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 더 많은 골재를 단시간에 퍼내기 위해 불법 개조한 굴착기. ⓒ건설노조

정부, 올해 안 완공 목표…안전 사고는 '나몰라라'?

국토해양부는 올해 장마철 이전인 6월 말까지 16개 보 건설과 준설 공사를 마무리 하기 위해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공정률은 지난 14일 현재 보 건설이 88.3%, 준설이 86.6%이며 사업 전체 공정률은 68.5%에 이른다.

▲ 한 건설노동자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런 '속도전' 공사로 인한 사고가 속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자 2명이 숨진 지난 16일 "4대강 사업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모두 수긍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 역시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4대강 사망 사고는 대부분 본인 실수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건설노조와 경실련은 "대통령의 치적 하나 때문에 노동자들이 줄줄이 목숨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내 일류 대학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총장의 사임을 주장하던 여야 정치인들도 4대강의 간접 살인을 놓고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 단체는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속도전 공사를 부추기는 불법적인 하도급 거래 때문"이라며 "원청업체가 산재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직접시공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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