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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 '5세 훈이', 이제 '사춘기'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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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 '5세 훈이', 이제 '사춘기' 인가요?

[기자의 눈]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행보가 안쓰러운 이유

"서울시장으로서의 할 행동은 아닌 것 같군요. 마치 동네에서나 있을 법한 싸움, 갈등이지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큰 도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행할 갈등 혹은 싸움은 아닙니다. 이런 소모적인 싸움을 할 바엔 차라리, 능력 부족을 통감하고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어떨지 묻고 싶네요. 이런 분이 차기 대권? 참 웃음이 나오네요."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간 간부들을 상대로 한 시정설명회 기사를 본 독자가 기자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관련기사 : 오세훈 "합리적인 내가 인터넷에서 난도질 당하고 있다" ) 합리적 보수라고 자신을 밝힌 독자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 간 싸움이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오 시장의 행보가 영 탐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요새 오세훈 시장의 행보가 이상하다고 할만큼 뜬금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 때부터 강금실 전 장관에 맞서 내세웠던 온화한 이미지나 절차를 존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투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연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착각…본 모습이 나왔을 뿐

오 시장은 이미 자신이 쓸 수 있는 강경 카드를 거의 다 꺼냈다. 시의회를 통과한 2011년 예산안 중 증액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한편 대법원 제소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서울시와의 대화, 타협은 모두 거부한 셈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무상급식 반대로 인해 자신의 지지층이 떠나고 있다는 자기 분석은 꽤 타당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반대 진영의 폄하 논리로 내 이미지가 훼손돼서"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지층을 떠나게 하는 것은 '반대 진영의 폄하 논리'가 아니라 대화와 합리적 해결을 거부하는 오세훈 시장의 '태도' 자체에 있다.

만약 오 시장의 주장대로 정말 "'철학적인' 복지 체계를 가진 서울시의 복지 가치를 위해서"라면 이제까지의 무상급식 논란에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었을까? 그간 서울시,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이 무상급식 문제를 논의해온 서울교육행정협의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시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했다. 애초에 이 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논의할 생각이 없어보인다는 비판이었다.

▲ 오세훈 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오 시장이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 놓은 채 접근한다면 무상급식은 더이상 '서울시의 복지'나 '철학'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 놓았다는 것 자체로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정치'의 문제로, 진영 대결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어쩌면 오 시장은 한명숙 후보에게 막판까지 쫓겼던 지난 6.2 지방선거의 트라우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상급식' 논란 이전에 오세훈 시장이 '합리적 보수' 였는지도 동의하기 어렵다. 가령 지난 9월 논란이 됐던 서울시 광장 조례안 문제에서도 오 시장은 지금과 꼭 같은 태도를 취했다. 오 시장은 의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재의결하자 개정안 공포를 거부하고는 서울시의회 의장이 직권 상정하자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오 시장이 스스로 말하는 '합리적 보수'였던 때는 아마도 재임 하기 전 서울시장 1기 때가 아닌가 추측한다. 그때와 지금의 그가 달라진 것은 그의 복지 철학도, 반대진영의 폄하가 더 거세어진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그가 상대해야 하는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다수를 점했다는 사실 뿐이다.

다시 말해 그 이전까지는 한나라당이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점하면서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서해뱃길'와 같은 개발 사업을 마음대로 하면서도 갈등 없이 '합리적 보수'임을 가장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울시의회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견제'하고 있다.

이는 오 시장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오 시장은 '대화'나 '타협' 보다는 '맞장'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 오세훈의 스타일이자 본 모습인 셈이다. '합리적 보수' 였던 오 시장이 '무상급식' 이슈에서 본래 이미지가 왜곡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그의 정치는 '소통 불가'의 모습인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세요' 오세훈 시장

물론 이런 오 시장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행보가 그의 대권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차별화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무상급식 논란 이후 오 시장의 지지도는 소폭 상승했다. 신년 들어 각종 언론에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최저 4%에서 대체적으로 7%대의 지지율을 받고 2위로 올랐다.

만약 오 시장도 기존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포기하고 '강경 보수'로서 정치 이력을 쌓아가겠다는 계산이라면 비판은 받을지언정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시정연설에서 보인 오세훈 시장의 모습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소신'에 따른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간 쌓아왔던 온화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도 아깝고 서울시장으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는 강점이었던 자신의 중도적 지지층이 떠나는 것도 안타까워하는 미련이 보였달까.

그래서 감히 조언을 하자면, 오세훈 시장에게 '현실을 인정하라'라고 충고하고 싶다. 서울시장 1기 동안 스스로는 '합리적 보수'로서 시정을 운영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서울 시민들은 냉정했고 6.2 지방선거에서는 한명숙 후보에게 턱 밑까지 쫓겼을 뿐 아니라 서울시의회는 야당이 다수를 점했다. 서울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시민들이 '견제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오 시장에게는 '귀 기울여 들으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현재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체 중에서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오세훈 시장 뿐이다. 그래서 '합리적 보수'였던 그가 어느새 '강경 보수', '수구 꼴통 보수'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인터넷 등에서는 '5세 훈이'라는 놀림감이 되는 것이다.

'합리적 보수' 정치인이란 '보수'의 가치를 좇으면서도 유권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할 수 있는 정치인일 것이다. 만약 무상급식 '전쟁'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생각이라면 '합리적 보수'라는 레퍼토리는 그만 접어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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