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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라고 쓰고 '쥐'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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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라고 쓰고 '쥐'라고 읽는다

[프덕프덕] 대한민국 '국격 상승'의 기회, 대세는 '쥐(G)'

대세는 'G'다.

쥐(G)20 행사장에 '쥐' 잡는 물건이 등장했다. 쥐덫이다. 봉은사 뒷산에서 내려오는 쥐를 잡기 위해 회의장인 코엑스 주변에 쥐덫 80개를 설치했단다. 여기 10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보자.

"코엑스에는 주변 음식점이나 봉은사 뒷산에서 쥐가 숨어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코엑스 둘레 요소요소마다 80여 개의 쥐덫을 배치하는 등 이달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첨단 방역 기계를 동원한 방제작업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봉은사 못 잡아서 안달이 났던 쥐(G)20 정부가, 이번엔 봉은사 뒷산의 쥐라도 때려잡겠단 심정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쥐덫이 '첨단 방역 기계'인진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쥐의 침투력은 위대하다. 이중 삼중으로 쳐놓은 2m 높이의 '쥐20 산성'까지 뚫고 행사장으로 간다. ID카드가 없는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그 곳으로.

▲ 대한민국 '국격' 상승의 기회, 대세는 '쥐(G)'다. ⓒ대한민국자식연합

'쥐 그림'은 시작에 불과했다.

'쥐(G)20 정부'라 불리는 이 정부는 쥐를 못 잡아서 X줄이 탔나보다. 6.25전쟁에 이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문자 그대로만 보자면 그렇다는 거다.) 한 대학강사의 '낙서', 혹은 '그라피티 아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달 31일, 한 대학강사가 길거리에 총 열세 마리의 쥐를 그렸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한다는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 위였다.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낙서가 아니라 예술"이라며 떠들썩했지만, 검·경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급기야 그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트위터

그러나 예술가는 당당했다. "G가 쥐와 같아서 쥐를 그린 것뿐이다. 이 정도의 유머도 용납하지 못하느냐." 그렇게 그는 웃자고 벌인 일에 죽자고 덤볐던 이들에게 그래도 웃어보자며 어퍼컷을 날렸다.

기자는 'G가 쥐와 같아서 쥐를 그린 것 뿐'이라는 그의 진정성을 믿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문학을 전공했기에 전통민중예술에서 나오는 언어유희 정신에 익숙하고 개그를 좋아한다. G에서 자연스레 '쥐'를 떠올렸을 뿐이다. 물론 내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즉 특정인에 대한 연상에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러나 설령 그런 연상을 했다 해도 그건 배경에 불과하다."

그림은 여기 또 있다.

옹벽이 바뀌었다. 무려 각국 정상들이 지나가는 영동대로변의 옹벽이시다. G20 정상회의를 맞아 꽃도 심고 똥차도 치우고 노숙자도 밀어내고 이주노동자도 쓸어가듯 옹벽도 새 단장을 했다.

키워드는 '전통'이다. 칙칙한 회색 콘크리트였던 경기고등학교의 옹벽이 '전통 돌담'으로 탈바꿈했다. 하물며 영부인께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시는 마당에, 돌담도 '전통'이다.

문제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기와 돌담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 돌담 디자인도 주민 및 공무원 등 200여 명의 설문조사와 디자인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최종 선정됐다고 한다. 디자인서울 정신이란 이런 것이다.

기자는 기원한다. 각국 정상들의 시력이 진짜 돌담과 가짜 돌담을 구별할 정도로 좋지 않기를. 그래서 자랑찬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통령의 소망처럼 높아지기를.

▲ 놀라지 말자. '진짜'가 아니라 '그림'이다. ⓒ연합뉴스

쥐덫의 추억

생각해보니, '쥐덫'이 유행하던 시기가 한 번 더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많은 이들이 쥐덫을 들고 다녔다. 물론 '진짜' 쥐덫은 아니다. 그 때도 그림이었다. 때로는 광화문 한복판에, 촛불소녀들의 티셔츠에, 심지어는 마우스패드에도 쥐덫이 등장했다.

마우스패드를 제작해 판매한 <딴지일보> 측에 양해를 구하며 그 그림을 소개한다. (기자도 하나 갖고 있다.)

ⓒ딴지일보

2008년의 쥐덫과 2010년의 쥐덫. 여기서 '그 분'을 생각하니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 분 역시 공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

철 지난 유행가를 바친다.

ⓒ박해성
어찌됐든, 봉은사 뒷산에서 숨어들어오는 쥐를 잡기 위해 80여 개의 쥐덫을 설치했다는 정부의 '첨단 방역 기계를 동원한 방제 작업'을 비웃지 말자.

'쥐'는 잡아야 한다. 4대강 바닥에 로봇물고기를 풀어놓듯 정상들이 쓰는 물에 금붕어를 넣어 수질을 검사하는 최첨단 녹색국가 대한민국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에 쥐가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청계천에 출몰하는 쥐는 못 잡고 엄한 봉은사의 쥐만 때려잡는 게 살짝 배 아프더라도, 부디 그 분의 넓은 이마처럼 너그러이 이해하자. '국격'이 걸린 일이다. 기분 나쁘더라도 찌푸리진 말고, 외국인을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헬로우'하며 웃어주면 그만이다.

기자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이제는 철 지난 유행가를 쥐(G)20 정부 앞에 바친다.

"너무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GIRL
쥐쥐쥐쥐~베이베베이베 쥐쥐쥐쥐~베이베베이베 "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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