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는 이러한 극도의 경쟁 속에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졌다. 시험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취직 준비를 해야 할 텐데 막막하다. 임용 준비한다고 토익 한 번 본 적 없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교사만 바라봤는데 진로를 어디로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교사만 바라봤던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 역시 진로 결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통사회 과목은 전국에서 '0'명…준비생들 '분노'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17일 201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모집 정원을 발표한 이후로 교사 임용을 준비해온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차 임용 시험은 다음달 23일, 모집 인원 발표는 시험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시기에 났다. (☞ 관련기사 : "중등교사 임용 20% 줄여…사범대 학생들 다 학원 강사로?")
▲ 2009년 11월 8일 서울지역 중등교사 임용시험 현장. 2010년에는 10월 23일 임용고시가 실시되는데, 시험 한 달을 앞두고 채용 정원이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사회과 교사 준비생들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북소년사회과 카페'에서는 '공사 헌법소원·국가배상추진위원회'를 조직해 24일 모임도 가졌다. 이 모임의 위원장을 맡은 준비생 차모 씨는 "작년까지 지리로 임용준비 해 오다 올해 공통사회로 전향했다"며 "원통하고 분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토로했다. 2년 넘게 공부를 해오고 있다는 다른 준비생도 "이번 정원 발표를 보고 멍했다"며 "그 전에는 공부만 열심히 했는데 이번 발표 후 공부가 잡힐 리 없다. 술이나 마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전 예고제 도입해야" vs 교과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해의 경우 모집 정원이 작년에 비해 2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데다 각 교육청별로 아예 뽑지 않는 과목이 속출하면서 문제가 커졌지만 이러한 문제는 불확실성이 큰 임용고시의 특성상 언제든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목별로 나뉘어 있어 채용 인원이 적고 변동 폭이 큰 임용 고시가 1차 시험 한두 달 전에 모집 정원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요즘 유행어로 거의 '복불복'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준비생들은 정부가 임용정원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뽑는 인원을 서너 달 정도만 미리 알 수 있다면 복수 전공한 과목이 있으니 대안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준비생은 "엄청 정확하게 하는 것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뽑는다 안 뽑는다'는 대략의 범위를 알 수 있게끔 해줘야 대처 방안을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다른 준비생은 "정부에서 추산을 해서 뽑는다고 해도 합격하고도 발령 못 받는 이들이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정종철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기획과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년퇴직은 예측가능하나 명예퇴직은 이른 시간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수요 파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예산과도 연계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8,9월에나 정확한 수요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험을 미루는 방안에 대해 "익년도 2,3월에 1차 임용시험을 보는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8월 명예 퇴직자는 수당 파악을 위해서 3,4월에 가수요분을 파악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요즘은 명예퇴직을 대부분 수용하기 때문에 가수요분과 실인원이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년이든 명예퇴직이든 자연 감소분을 다 예상이 가능한만큼 충분히 미리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 과목 멸종 위기
한편 전반적으로 채용 정원이 줄어든 가운데 특히 영어, 수학을 제외한 여타 과목, 특히 사회과 교사 인원의 감소가 큰 것을 두고 '2009년 개정 교육과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각 학교 자율에 따라 각 수업시수를 20% 선에서 증감 운영할 수 있게 한 이 정책이 사실상 국영수 중심의 입시 수업을 강화시키고 있고 그에 따라 교사 수요가 바뀌었다는 것.
교총과 전교조 모두 "국영수 과목 편중, 입시과목 외 교과교육의 위축, 교원 수급 불안 등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 현직 교사는 "지리과를 맡고 있는데 다른 과도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으로 몇 년 뒤에 국어 영어로 돌릴 판"이라며 "학교운영자들도 영수를 중심으로 하려고 해서 사회과를 별로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용 정원은 줄이면서 사범대는 늘이고?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교원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교과부는 이번 중등 교원 채용 정원을 대폭 줄인 이유를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로 들면서도 2008년에는 강남대·충남대 등 5개 대학의 사범대 신설을 허용했다. 인천대도 올해 사범대학을 신설하고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그밖에 일반 학과에서의 교직이수, 교육대학원을 통한 교직 이수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교사로 채용하는 숫자는 줄이면서도 교직 희망자 숫자만 늘이고 있는 것. 각 대학에서는 학생 모집이 잘 되는 사범대나 교직 과정을 계속 신설하고 있으나 교원 정원은 3년째 동결된 상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채용 수준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 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다. 우리나라 교원의 주당 수업 시수는 초등 25.5시간, 중학교 19.7시간, 고등 17.5시간 등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OECD 수준에 비춰봐도 교원 1인당 학생수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초 24.1명, 중 20.2명, 고 16.5명으로, OECD 국가 평균 초 16.4명, 중 13.7명, 고 13.5명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행정안전부에 책임을 돌렸다. 정종철 과장은 "교과부 입장은 OECD 국제기준 평균치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교원 수를 4000명 정도로 늘리도록 요청했다"며 "그러나 행안부에서는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4,5년 후면 자연스럽게 OECD 수준으로 맞춰질 것이라며 반대 논리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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