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달리 없다. 심상정 전 대표의 고뇌와 처지를 조금이라도 완화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유시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심상정 전 대표의 사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심상정 전 대표가 다칠 뿐만 아니라 유시민 후보 또한 다친다. '또한' 다치는 게 아니라 '더욱' 다친다. 이치가 그렇다.
▲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홈페이지 |
유시민 후보는 줄곧 주장했다.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과정에서부터 자신이 단일후보가 돼야 할 첫째 이유로 '표의 확장력'을 꼽았다. 자신이 단일후보로 나서면 젊은층 등의 표심을 자극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진표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로 꼭짓점을 찍었던 그의 지지율은 이후 한 풀 죽었고 급기야 그는 동교동을 찾아가 호남 표심의 지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심상정 전 대표의 후보직 사퇴는 유시민 후보에게도 양면적이다. 약임과 동시에 독이다. 심상정 전 대표의 사퇴를 영양제 삼아 김문수 후보를 이기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유시민 후보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다. "87년 이후 처음으로 범민주개혁진영이 국민의 뜻으로 단결했다"는 그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반MB 정서와 노무현 추모 정서를 등에 업은 것은 물론 "87년 이후 처음으로 범민주개혁진영의" 단일후보라는 지위까지 얻고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그의 정치적 자산은 파산 직전으로 내몰린다. 그 어느 정치인보다 지명도와 인기도가 높다는 그의 정치적 자산이 결국은 거품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시민 후보가 얻은 상징적인 지위 만큼이나 결과 또한 상징적일 수 있다.
유시민 개인으로 그치지 않는다. 심상정 전 대표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야권 전체로 확장된다. 그가 무릎 꿇으면 '반MB연대'의 실효성과 파괴력이 검증대에 오른다. 더불어 진보신당 내의 논란은 격화되고 국민참여당의 기세는 꺾이며 민주당의 혼조는 심화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야권의 재구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야권 전체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질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심상정은 '나비'다. 그의 날갯짓이 되어 야권 전체에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는 '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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