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PD가 방송 이용해 주가조작

LG증권 직원도 가세, 투자가들 "어찌 이럴 수가"

지난해부터 증권가 정보지 등에 소문으로 떠돌던 매일경제TV(MBN) 증권관련 담당PD의 주가조작 가담설이 경찰 수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매일경제TV 증권방송은 작전세력의 독무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매경TV의 장모 PD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권정보를 소개한 안모 애널리스트 등 사이버 증권애널리스트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 사이 매경TV에서 증시 개장시간인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방송된 '고수들의 투자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미리 사놓은 주식을 투자가치가 있는 종목으로 추천한 뒤 시청자들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곧장 되파는 수법으로 약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입건된 사이버 애널리스트 안모씨(31)는 '추풍령'이라는 필명으로 증권전문웹사이트 '솔론' 'echat'(이챗) 사이트에서 '매일 1%' 동호회를 운영하는 시샵이며, 조모씨와 김모씨는 '인베스트파크' 주식투자 동호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오모씨는 국내 굴지 재벌이 운영하는 LG투자증권의 개포지점 투자상담사로 지난해 말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 연출자인 장모씨 및 LG증권사 지점 투자상담사 오모 등은 67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시세차익을 노린 범죄에 가담했고, 이들 각자의 무분별한 추천과 매도로 피해를 입은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장모 PD와 일부 애널리스트들 5명은 미래에셋증권사에 소위 '독수리 오형제'라는 공동계좌를 개설해 조작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사이버애널리스트의 종목추천행위가 '허위사실 유포행외, 위계를 쓰는 행위'로 처벌받는 첫사례이며, 프런트 러닝(Front Running) 기법에 의한 일종의 사기행위와 다름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허위조작 추천**

경찰이 적발한 이들의 주가조작 사례는 다종다양하다. 특히 46개 종목을 허위사실로 추천한 뒤 차액을 거두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이 밝힌 허위사실 추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구은행에 대해 '무디스가 방문하였다'고 거짓 추천

-하이트론에 대해 '순이익 1백50% 증가한 것을 1백50억원 증가했다'고 허위 추천

-동양텔레콤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순이익의 선점성이 부각된다'고 추천

-안국약품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주당 순이익 1만원이 넘아가는 주식이 될 수 있다'고 추천

-소프트맥스에 대해 순이익 12억원이 감소했음에도 '순이익 17억원, 10%의 향상을 보이는 종목이다'고 추천

-한국코아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절대 저평가된 기업이다'라고 추천

-해성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셋팅해서 노력하겠다'는 식으로 작전주라고 풍설 유포

-영창악기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회사가 외국계 쪽으로 넘아간다, 회사의 가치가 완벽하게 업그레이드됐다'고 추천

-케이아이씨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5천4백원대까지 홀딩가능하다'고 추천

-한틀시스템에 대해 '한국컴퓨터에 납품하여 제작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거짓추천

***매일경제TV 시청자들의 잇따른 항의**

이같은 범죄는 추천내용을 보고 주식거래를 하다가 큰 피해를 본 시청자들의 잇따른 문제 제기로, 경찰이 은밀히 내사에 나서 수사한 결과 적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9월 사이에는 손해본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매경TV 게시판에 쇄도했다.

ID가 leeking인 시청자는 "이놈의 방송에서만 나오면 거기가 꼭지(고가)니... 내 종목 잘 가더니 방송만 타면 내리니(2002.8.2)"라고 썼고, 시청자 안티는 "결론적으로 합법적으로 사기 치고 있다. 종목 추천하고 자신들의 펀드 팔아치우는 파렴치범들이다(2002.7.17)"라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시청자 000도 "매번 검토해봤지만 관련 매집 후 물량청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음(2002.7.22)"이라고 썼다. 시청자 shin1220은 "오전부터 챗 방 유료외훤 관리하는 고수가, 오후 방송에까지 나와 종목 추천하면 그 종목 누가 사나, 모르는 왕초보 하수나 살까!(2002.9.17)"라며 경고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매일경제TV는 지난해말 사전예고도 없이 슬그머니 프로그램을 없앴으나 경찰 수사로 범죄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매경,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에 전전긍긍**

매경TV는 지난해 총리서리에 임명됐다가 국회 청문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매일경제는 지난해부터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 왔다. 지난해초에는 코스닥기업의 대표적 비리로 알려진 '패스21'사건에 소속기자들이 대거 연루돼 물의를 빚었고, 지난해 말에는 편집국 간부가 은행 등 광고주들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내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해 사주인 장대환씨의 총리인준 청문회때는 사주를 보호하기 위한 과잉보도로 언론계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매경은 이번 사건이 회사의 이미지에 또다시 타격을 주는 동시에, 매경TV를 보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은 소액투자가들의 집단적 대표소송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은 현재 문제를 일으킨 장모 PD로부터 지난해말 자진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술한 정부대책도 큰 문제**

증권전문가들은 국내최대 경제지의 자회사가 연루된 이번 사건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같은 허위조작 사례가 매경TV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총체적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증권사와 투신사 등의 애널리스트는 증권거래법에 따라 주식매매가 금지돼 있으나, 방송에서 활동중인 출연진이나,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 이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해 왔다.

현재도 인터넷 증권정보사이트를 이용한 주가조작이 급증하고 있는 데도 이에 대한 감독.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이버주식분석가는 증권방송, 전문가 게시판 등을 이용, 주가분석 및 종목추천 등을 하면서 허위매수 주문, 고가매수 주문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주가 조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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