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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감옥이 곧 서재였다
최근에 설훈 전 의원이 들려준 김대중 대통령의 이야기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어느 날, 동교동에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하 서재로 따라오게' 그러십디다. 따라 내려갔더니 책상에 노란 스카치테이프를 잘게 잘라 수백 장의 스티커로 만들어놓으셨더군요. 대통령께서 '내가 지정하는 책에다가 하나하나 스티커를 붙이게' 이러십디다. 궁금증을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우리는 조선의 저력을 모른다
친일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는 황당한 사람들이 정부의 요직에 진출하고 있다.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여했던 정신과의사 프란츠 파농은 식민지민은 심리적 소외를 경험한다고 한다. 정복자의 문화체계에 의해 열등한 자로 규정되는 '지적 소외'를 경험한 식민지민은 외부의 타자없이는 자신의 자아상을 정립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스스로를 텅빈 결핍
김창훈 칼럼니스트
성공한 사람들의 30가지 향기! '매력'도 만들 수 있다
잘 보이려 애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아우라가 넘쳐나는 사람이 있다.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도 있고,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도 있다. 외모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잘생긴 얼굴도 몇 번 만나다 보면 싫증이 나기도 하고, 자타공인 못생긴 외모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들끓는 이도 있으니까. 누구나 인생이란 여행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
조철 북칼럼니스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
초등학교 1학년 때, 항상 깨끗이 다려진 가제손수건 두 개를 가지고 등교했다. 하나는 코를 풀거나 할 때 사용하는 내 것이었고 하나는 내 옆자리 친구의 것이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던 내 짝꿍은 침을 자주 흘렸는데 엄마는 내가 그 친구에게 친절하길 바랐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짝꿍을 무서워 했고, 침을 흘린다며 엄마에게 흉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박정연 기자
자유주의는 개과천선할 수 있을까?
존 듀이, 얼마나 유명한 철학자인가? 그럼에도 필자는 이전에 듀이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필자를 이 책으로 이끈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현실화되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동북아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경제위기는 복지예산에 대한 대폭적인 감축과 사회적 통제의 분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수천 조가 몰린 부동산 경제가 얼어붙는다면 생
당신은 지금, '읽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읽어야 한다. 내 삶의 대부분은 독서다." 올리버 색스의 말이다. 물론 그에게 미칠 순 없다. 하지만 나 또한 읽어야 한다. 내 삶의 일부분 또한 독서다. 조지 로버트 기싱이 말했다. "읽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항상 공포였다." 노안이 되어가는 지금, 어두침침한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없거나, 의약품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만날 때면 나 또한 이런 류
무용수가 된 장애인 변호사 "춤추는 민주주의와 온전한 평등"
""미국 장애인 학자가 이런 표현을 썼어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세상이 나의 댄스 플로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다. 이 세상은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죠."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동권 보장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들, 바쁜 출근길이라 짜증을 내며 욕하는 시민들, 이런 즉자적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전홍기혜 기자
'헌법의 순간'과 마주치다
"한나 아렌트의 정치 사상으로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의 고백이 특별하다. 사실 나도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공감하기에 그대로 인용한다. "저는 지금까지 남한에서만 치러진 총선거로 뽑힌 제헌의원들을 무시했습니다. 남북 영구 분단을 초래할 선거가 시행된 것이 안타깝고 못마땅했습니다. 하물며 그들이 만든 제헌헌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트럼프보다 더 나쁜 윤석열,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
""한국은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10%가 안 되는 OECD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재생에너지 등 기후 대응 쪽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약간 진전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 비슷하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여러 후진적인 정책을 취했습니다. 사실 현재 한국의
생산자본주의는 가고 '강탈'자본주의가 온다
"서울대학교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가 사라졌다. 자본주의를 열심히 실천하는 일본조차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학회인 경제이론학회의 회원이 약 1000명에 이른다. 주류경제학 학회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일본 경제기적 시기의 고위관료들은 도쿄대학에서 우노 고조(宇野弘藏)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즉 정치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데이비드 하비
'불평등이 줄며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신화'다
"세계불평등연구소의 2021년 <세계불 평등 보고서>를 보면, 상위 10% 인구가 전 세계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하위 50% 인구의 소득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지금의 세계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선의와 자선을 보태는 방식으로 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제이슨 히켈 바르셀로나자치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의 &l
최용락 기자
"띵동, 집 앞에 '택배하는 마음'이 배송 완료됐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이명박(MB)식 화법은 최악의 대화 유형으로 꼽힌다. 어쭙잖은 경험을 내세워 으스대거나 상대를 억누르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식 화법에서 "아는데"를 빼고 "내가 해봤다"만 남겨둔다면 이것은 훌륭한 말하기 방식이 될 수 있다. "내가 해봤다"는 경험담이 주는 울림을 처음 느낀 게 스물둘 셋의 대학 시절이었다.
서어리 기자
'불안'의 순기능 이용하기
"불안은 삶의 일부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90퍼센트 정도가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느끼며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뇌는 구석기 시대와 비교해서 생물학적 진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반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포드가 있다.
저주체, 아래에서 더 아래를 향하는 목소리
""여기서부터는 조잡하고 혼란스러운 사고 실천이 뒤따름."(15) 이 책을 펼치는 이들은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경고 문구를 보게 된다. 저주체에 대한 깔끔한 개념 정리와 이론적 이해를 바라는 독자들에게 다짜고짜 경고부터 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스스로 '즉흥 철학'을 실천하는 두 저자의 공동 창작물이기도 하다(8). 이 책은 '저주체'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
전솔비 시각문화연구자
인간은 '내일'을 창조해냈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처럼 서로 만나면 인사한다. 침팬지는 '안녕hello'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 포옹을 하거나 뽀뽀도 한다. 그러나 제인 구달이 지적한 것처럼 이들이 '잘 가goodbye'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인간은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길이 내일 다시 교차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작별
한반도 민중은 마침내 비참의 공동체가 되었다
"한국은 빛과 어둠이 동시에 강한 사회다. 수준 높은 문화상품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지만 그 상품의 내용은 어두움 투성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었던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셋 모두가 빈부격차, 폭력과 뒤틀린 욕망이 투영된 사회를 묘사한 것이다. 한국의 성공의 이면에는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한국 사회를 직조해낸 빛과 어둠의 기원을 찾아나선
K-컬쳐의 민낯? 평생 8시간 일하고 한달 100만원 벌어도 괜찮은가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북한은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담화를 발표하곤 했다. 즐거운 주말을 계획하며 슬슬 일을 놓으려고 할 때쯤 날아오는 북한 발 야근에 금요일 저녁을 날리며 "어쩌다 기자를 해서, 어쩌다 북한을 담당하게 되어 이러고 있는 거지" 라고 한탄하곤 했다. 기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주위 많은 사람들이 본인 일을 이야기할 때 "내가 어쩌다
이재호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
"국가가 외교 정책을 실행할 때, 특히 대전략 및 위기 대응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는 과연 합리적일까? "이것은 궁극적으로 실증적인 문제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유사 과학을 (구분하기란) 훨씬 어렵다. (…)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사회과학의 증거는 늘 역사적 증거이고, 역사는 워낙 복잡해서 그 교
"어떡하죠? 아무래도 면접관이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면접관이 모두 정상적일 수 없다. 우리가 사회에서 또라이를 만나듯 면접장에서도 그럴 수 있다." 책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시드니 지음·시공사 펴냄·296쪽)의 저자는 자신의 면접관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지원자들과 자신처럼 처음으로 면접에 투입돼 당황하는 실무자급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신입 사원 채용 뿐 아니라
김효진 기자
철학자 지젝, '폭력'을 말하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텔레그램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사상자나 가자에서 살해된 희생자들의 사진이 여과없이 올라오고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인류가 다시 전쟁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느낀다. 어느 심리학자는 한국 사회를 '학대사회'라고 진단한다. 타인에게 가해지는 지속적인 폭력을 학대라고 지칭할 때 폭력사회가 더 정확한 말일 수도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