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대변인'으로 전락한 매일경제

궤변으로 점철된 해명광고, 한나라당 '인준로비'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의 대변인은 총리실이 아닌 매일경제신문인가?"

장대환 지명자 검증작업을 진행중인 시민단체나 언론들이 최근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총리실, "매일경제신문 쪽에 문의하기 바란다"**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장대환 지명자가 근무중인 총리실에 탈세, 부동산투기, 불법대출 등 27가지 의혹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면서 21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총리실측이 보내온 회신서는 참여연대측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매일경제신문 쪽에 문의하기 바란다."

이 회신을 접한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장대환 지명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매일경제신문과 연관된 게 많다 할지라도 매일경제에게 문의하라는 총리실 회신은 어이가 없었다"고 소감을 토로했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27가지 의혹 가운데 매일경제와 연관된 것도 상당수 있기는 하나, 매일경제와 상관없는 부동산 투기의혹 및 8학군 위장전입 의혹, 탈세 혐의 등 장대환 지명자 개인의 의혹도 대단히 많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이 모든 의혹을 매일경제쪽에 물어보라고 하는 총리실이나, 이런 총리실 결정을 모를 리 없는 장대환 지명자의 대응은 도통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었다.

장대환 지명자와 총리실에 의해 매일경제신문이 그동안 표방해온 '공익언론'이 아닌 일개 '족벌언론'으로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매일경제, "확인조차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23일자 매일경제 지면은 그러나 이같은 위상격하가 결코 장대환 지명자등의 책임만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날 매경은 1면 상단 박스기사와 4면과 5면 전면기사 형식을 빌어 장 지명자의 의혹을 상세히 해명하고 나섰다. 특히 4면과 5면의 경우 광고까지 싣지 않으며 양면을 트는 파격적 형식으로 지면을 할애했다.

매경 기사는 장 지명자에 대한 검증을 하는 집단들에 대한 '적개감'으로 철철 넘쳤다.

1면 박스기사의 제목은 "장총리서리 인사청문회 앞두고 '음해성 인신공격' 선 넘었다"였다. 이 기사의 부제는 "뉴욕대 박사학위 취득등 확실한 사실" "확인조차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매일경제 명예도 부당하게 침해받아"였다.

이 기사의 도입부는 더욱 압권(?)이었다.

"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정도를 넘어선 비방과 모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총리지명자인 장대환 전 매일경제신문 사장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 선을 넘어서 매일경제의 명예를 부당하게 실추시키는 사례가 범람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그동안 청문회에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밝혀질 것을 기대하며 자제해 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을 지배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일경제 명예와 권익을 지키기 위해 그릇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자 한다."

이어 4면과 5면에 걸쳐서는 엔화차관 대출, 박사학위 취득, 38억원 대출, 제2건국위 참여, 비상경제대책위 참여, 비전코리아펀드 등 6가지 항목에 걸쳐 해명문과 함께 도표,사진들까지 실었다.

***매일경제, '장대환 지명자는 모범적 경영인' 주장**

매일경제가 이날 해명작업에서 가장 주력한 대목은 장대환 지명자부부의 38억9천만원 대출 의혹이었다. 하지만 여러 해명 가운데 '장대환 지명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매일경제의 족벌경영'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도 다름아닌 이 해명이었다.

해명에 따르면, 장대환 지명자는 매경인터넷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5억5천만원(2000년 1월31일), 매일경제TV 증자용 11억2천만원(2000년 4월18일), (주)매경인쇄 출자용 4천만원(2001년 5월14일)과 6억8천만원(2001년 6월13일) 등 총 23억9천만원을 (주)매일경제에서 각각 빌린 바 있다. 2000년과 2001년에 이뤄진 이 차입과정은 (주)매경 이사회 의결을 거친 임원대여금 형식이었다.

그러다가 2002년 3월7일 장대환 지명자는 매일경제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서 23억9천만원을 빌려 임원대여금 전액을 상환했다. 매경이 밝힌 상환이유는 "매일경제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공인회계사 권고를 받아들여" "일부 기업에서 악용되고 있는 임원대여금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임원대여금 상환과정에 장대환 지명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매일경제TV등 매일경제 계열사 주식을 매일경제에 담보로 내놓았고, 매일경제는 이 담보를 바탕으로 회사 정기예금(잔액 24억원)을 다시 우리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매경은 이같은 과정을 밝히며 "회계투명성 높이려 은행대출로 회삿돈 갚아"라는 제목을 대서특필하며 마치 장대환 지명자가 '모범적 경영인'인양 선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매일경제가 이처럼 공들여 작성한 해명문 자체가 장대환 지명자의 탈법경영, 족벌경영의 진상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대환, 매경주식 1주도 없으면서 불법으로 회사돈 빌려 계열사 주식 확보**

장대환 지명자는 매일경제 창업주의 사위이자 매일경제의 사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매일경제 주식이 단 1주도 없다. 창업주인 정진기씨가 사망한 뒤 고인의 주식이 장대환 지명자의 장모와 부인에게만 상속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돌아온 몫은 매일경제 계열사의 지분매입권뿐이었다.

매일경제의 해명대로 장대환 지명자는 2000년과 2001년에 매일경제 계열사 지분을 23억9천만원어치 사들였다. 이때 그는 자신의 돈 대신에 매일경제 회삿돈을 빌어 이들 주식을 사들였다. 매일경제가 해명문에서 주장한 "일부 기업에서 악용되고 있는 임원대여금" 방식 그대로였다.

이같은 임원대여금 방식은 당연히 2002년 회계감사 과정에 매일경제가 해명문에서 밝혔듯 "매일경제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대여금 해소가) 필요하다는 공인회계사 권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대우그룹 부도후 20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문제되면서 회계감사법이 엄격해진 결과다.

매일경제가 표현을 공인회계사의 '권고'라고 미화했을뿐, 사실은 즉각 개선하라는 '지적' 사항이었다. 장대환 지명자는 이에 서둘러 은행돈을 빌려 회사로부터 불법으로 빌린 임원대여금을 갚기에 이르른 것이다.

요컨대 장대환 지명자는 매일경제가 주장하는 모범적 경영인과는 거리가 먼 경영인이었던 셈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

22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매일경제 편집국장, 정치부장 등 편집국 고위간부들은 장대환 지명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 이규택 원내총무, 김영일 사무총장 등을 방문해 '인준 로비'를 벌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의 서글픈 24시다.

어떤이는 말한다. "밥 벌어 먹고 살자면 할 수 없는 일 아니냐?"

맞는 얘기다. 족벌신문사에서 오너에게 찍히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경제처럼 편집국 전체간부 가운데 창업주 지역출신이 70%에 달할 정도로 오너의 인사 전횡이 극심한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그동안 한국경제계에 대해 주장해온 게 무엇인가. 봉건적 족벌경영을 타파하고 능력있는 두뇌가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업그레이드 코리아'가 아니었나.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식인가.

과연 앞으로 매일경제가 무엇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매일경제인들에게 묻고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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