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은 29일 '매일경제 장대환 사장은 편파 ㆍ 왜곡 보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공개 사과를 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매일경제가 "노동운동에 대한 저주와 증오에 찬 노조매도 기획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한국의 노조운동을 이끌어가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도덕불감증에 빠진 노동귀족으로, 또 무모한 투쟁노선으로 노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부도덕한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편파 ㆍ 왜곡 보도에 의해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획보도가 '매일경제 장대환 사장에 의해 준비된 것'이라며 "매일경제 사장 장대환은 더 이상 1천2백만 노동자와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추악한 '노조 죽이기 기획보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장대환 사장에 대해서 "지난 8월 국무총리 국회 인준 과정에서 증여세 포탈 의혹, 자녀 위장 전입, 특혜 대출 의혹 등 그 파렴치한 부도덕이 전 국민 앞에 확인된 인물"이고, "오랜 동안 재벌과 기업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노조를 매도해 온 것이 드러나며 전 국민 앞에 망신을 사고 물러난 인물"이라며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매일경제는 악의에 찬 노조매도 보도 중단하라'는 성명을 통해 '노조운동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노조운동을 매도한 데 대해 양대 노총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 앞에 정중히 공식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강훈중 홍보국장은"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안 좋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인데, 순기능적인 측면은 덮어두고 나쁜 것만 확대 보도한 편파적 보도"라고 말했다.
문제의 매일경제 기획보도 '한국! 노조공화국인가'는 26일자 첫 머리에, "한국 국가 이미지가 '노사관계 후진국'으로 고착될 위기에 처했다"라고 전제한 뒤, "노사관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2010년 3만 달러를 위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제시하고자한다."며 이 기획의 의도를 밝혔다.
26일자 기사에서 '금융노련 위원장 A씨는 해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으로부터 중형승용차에다 기사까지 제공 받고 있다', "2000년 기준 노조원 2백12명당 전임자 1명이 있을 정도로 일하지 않는 전임자가 판을 친다. 이들에게 임금은 물론이고 차량까지 제공해야 하는 기업들은 허리가 휜다" 등의 기사를 통해 '노조의 도덕불감증'을 비판했다.
27일자는 노조 조직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크게 4개 계파로 나뉜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갈등도 심각하다."며 '노-노 갈등'을 부각시켰고, 현재의 기업별 노조 체제가 유럽과 같은 산별 노조 체제로 변해야 하는데,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산별교섭으로 중소기업과 근로조건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일하는 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임금 ㆍ 단체협상 교섭권을 산별노조 간부에게 넘겨야 하므로 자신들 힘이 크게 줄어들 것을 염려해 산별 가입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산별 노조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를 대기업 노조와 노조 지도부의 이기심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주5일 근무제를 가장 먼저 주장했으면서도, 주5일 근무제를 논의하는 노사정 위원회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고 보도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민주노총은 '잘사는 노동자'만을 위한 이익단체"라며 민주노총의 현직 간부 C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28일자는 파업행태에 대한 분석이었다. "독일 IG메탈은 찬반투표에서 75% 이상 찬성이 나오지 않으면 파업을 할 수 없다"고 보도하며, 우리나라에 대해 "50%를 간신히 넘는 찬반투표 결과를 가지고 파업에 들어갔다가 조합원들은 모두 떠나고 노조 간부들만 남아 파업을 계속하는 우리나라 실정과 대비되는 대목"이라고 대조했다.
98년 GM과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을 비교하면서 GM에 대해서는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GM노조원들은 99년 협상과정에서 사측에서 △정리 해고 시 42주 동안 임금 95% 지급 △42주 후 재고용 의무화를 얻어내 사실상 고용보장을 약속 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현대차는 "상황이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 "현대차는 여전히 매년 파업을 하고 있고 GM은 한 번으로 파업을 끝냈다는 점이다" 등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결과를 낳게 한 두 회사의 파업과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적 노동자 연대에 대해서는 폭스바겐 직장평의회 지구장 클라우스 슈넥 씨의 "세계화 과정에서 지구촌이 어느 한 곳에 임금이 아주 낮고 노동자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회사는 당장 그쪽으로 공장을 옮길 것이고, 유럽노조가 한국 노동 상황을 주시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서다."는 말을 인용하여, 외국 노동계가 한국 노조를 돕는 이유를 '노동자끼리 연대하는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29일자는 이 기획보도가 노동계의 반발을 사게 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말을 빌려, 보도내용이 "노동조합의 비도덕적 내막의 단면과 노동운동의 불법성과 과격성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사실보도"라고 자화자찬하며 노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공기업은 노조공화국 전초기지인가. '주인 없는 회사'라는 공기업에서 노조는 말 그대로 주인 노릇을 했다"며 공기업 노조에 집중 포화를 날렸고, "노조문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사례는 허다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아시아의 역동적 허브-한국' 특별보고서는 한국이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하는 데 노동시장 경직성이 대표적인 장애요소라고 꼽았다"고 보도하며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의 노조문제인 것으로 보도했다.
노동의 비정규직화에 대해서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L씨는 조합원 중심인 노조가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비정규직 문제가 단지 노조의 무관심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매일경제의 보도에 대해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사실 보도인 부분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보도는 일반 독자의 오해를 살 수 있다. 한국은 '노조공화국'이 아니라 '재벌공화국'이다"고 지적한 후, "기사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더 많이 보기 때문에, 차라리 이러한 신문은 무시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한편, 언론전문지 '미디어 오늘'은 21일자에서 '재벌은 앞으로 누가 감시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 최근 일간지에서 재벌 비판이 사라졌음을 지적하면서 '사라진 재벌비판 보도'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분석을 통해 "경영기반이 약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작은 신문사일수록 광고주들에 대한 '눈치 보기'는 더 심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큰 신문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추세"라며, 언론들이 최근 재벌 비판의 필봉이 누그러진 것을 비판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및 민주노총의 성명서 전문
***매일경제 장대환 사장은 편파 ㆍ 왜곡 보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라!**
- 부도덕한 장대환의 노조 매도 편파 ㆍ 왜곡 보도를 규탄한다 -
매일경제가 26일부터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란 제목을 시작으로 연일 노동운동에 대한 저주와 증오에 찬 노조매도 기획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노조운동을 이끌어 가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도덕불감증에 빠진 노동귀족으로, 또 무모한 투쟁노선으로 노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부도덕한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편파 ㆍ 왜곡 보도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노동계의 최고 지도자가 감옥에 갇혀 있는 나라가 어떻게 노조공화국이란 말인가. 이 무슨 궤변이고 망발인가.
노동운동 진영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기 위해 온갖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찬 이 기획 보도는 매일경제의 발행인인 장대환의 지시 아래 수개월간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여론매체 종합 영향력 10위를 자랑하는 경제지인 매일경제, 그 매일경제의 오너인 장대환이 주도하는 무모한 편파 ㆍ 왜곡 보도는 그가 매일경제를 아예 노골적인 재벌의 선전지로 만들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전국의 1천2백만 노동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 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장대환은 지난 8월 국무총리 국회 인준 과정에서 증여세 포탈 의혹, 자녀 위장 전입. 특혜 대출 의혹 등 그 파렴치한 부도덕이 전 국민 앞에 확인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매일경제가 오랜 동안 재벌과 기업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노조를 매도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 앞에 망신을 사고 물러 난 인물이다. 그가 얼마나 후안무치한 인물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총리 인준이 부결된 바로 며칠 후 매일경제의 사장으로 즉각 복귀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도덕성과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인물이라면 최소한 몇 달은 자숙해야 옳았다. 매일경제가 이러고도 언론이라 할 수 있는가.
매일경제 사장 장대환은 더 이상 1천2백만 노동자와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추악한 '노조 죽이기 기획 보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공개 사과하라. 만일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장대환은 스스로 언론사의 발행인으로서 자격을 팽개친 인물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임을 전국의 1만8천여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2002. 11. 29
***매일경제는 악의에 찬 노조매도 보도를 중단하라**
1. 민주노총은 매일경제가 26일부터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란 제목으로 매일 내보내고 있는 악의에 찬 노조매도 보도를 중단하고 노조운동을 매도한 데 대해 양대 노총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 앞에 정중히 공식 사죄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체 노조운동을 도덕불감증에 빠진 노동귀족이자, 노조원도 설득 못하는 투쟁노선으로 노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매일경제 보도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1시 매일경제 본사 앞에서 강력한 규탄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노조운동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해당 노조와 연맹 총연맹 모두 낱낱이 찾아서 법 절차를 밟아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또 매일경제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조를 매도하고 노사대결을 부추기는 매일경제 구독 중단 문제를 개별기업 노사협의 안건으로 제출해 산업현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초 강조치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합니다.
2. 매일경제는 그 동안 경제단체 나팔수 노릇을 하면서 노조를 매도해왔습니다. 장대환 사장 국무총리 인준 실패는 바로 재벌 대변자 노릇을 해온 매일경제 보도 태도에 대한 사회의 우려 때문이라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닙니다. 이번 기획과 관련해 매일경제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장대환 사장이 국무총리 인준에 실패한 뒤 뭔가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준비한 것이니 기대해 달라' '비판을 하더라도 비판받는 사람이 고개 끄덕일 수 있는 보도를 내보내겠다. 사전에 기사를 보여줄 수 있으며 아무런 흠이 없는 공정한 비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재벌과 기업을 대변하며 노조를 매도해온 과거의 매일경제와는 다른 보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과거보다 더 심각한 노조매도 기사로 돌아왔고, 취재과정에서 나왔던 발언을 본뜻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왜곡하는가 하면, 사실의 단편을 조합해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제목들로 치장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민주노총 계보도라는 걸 보고는 실소를 참을 수 없습니다. 언론사의 취재윤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경제지라고 해서 도를 넘어선 천박한 노조매도기사로 도배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고 자본의 강경대응을 선동하는 매일경제와 같은 잘못된 언론보도야 말로 노사대결을 부추기고 노동현장을 대립과 혼란으로 몰아가는 주범 중 주범입니다. 민주노총은 재벌 앞잡이 노릇을 하는 매일경제의 천박한 노조매도 보도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0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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