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협박 이메일 파문, 일파만파

<속보> 언론노조 '징계위 소집'요구, 노동.금융계도 대책논의

매일경제신문 편집국 간부가 광고주인 14개 은행 홍보실장들에게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지난 6일 오후 프레시안에 첫 보도된 이후 매일경제의 부도덕한 언론사 경영에 대한 네티즌과 언론계 및 노동.금융계의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김종현 부장 개인의 잘못 차원이상의 매경의 '오만'과 언론계의 고질적 외형확장주의가 낳은 결과로 인식하며, 차제에 강력한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봇물 터진 비판**

매일경제신문 홈페이지 여론광장 '매경발언대'에는 지난 6일 프레시안 보도 직후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본지 보도직후인 6일 ID landmark1104라는 한 네티즌은 "매경 자주 사봤는데...매경 Economy랑... 담부터 기사 믿을 수 있을지..."라며 본지 기사 전문을 게재한 항의 글이 올라왔다.

7일 새벽에는 일간지 기자 출신이라고 밝힌 ilhani라는 ID의 네티즌이 '금융부장 정신차려라'는 글을 통해 "변명하려 하지 마시고, 정신차리세요"라며 "전 선배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대오각성하시고, 심적인 변화가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충고했다.

ID insman92의 한 네티즌은 7일 '매경은 각성해야 합니다'는 글에서 "김종현 금융부장의 행위는 아직도 지금이 쌍팔년도인 줄 아는 무식한 행위이다. 도대체 X 팔리게 그게 무슨 짓인가?"라며 "후배 기자들이 보도 자료 제공 등에서 차별 받는다고 생각했다고? 그런 변명은 아마추어들한테나 통하지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안 통한다. 그런 차별 받으면 받은 기자가 병신이지 당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또 "아무리 매경 등 경제신문들이 '정론'보다는 경영계 편들기와 기사 장사하기로 살아남았다지만 어느 정도 '언론'의 체면은 세워줘야 하는거 아닌가? 광고 못 따왔으면 광고부 직원들을 닥달해야지 왜 데스크가 직접 홍보실장들을 협박하시나... 이거 원 요즘 세상 물정 그렇게 몰라서 어떻게 신문사 데스크를 하시나. 이번 사건은 장관 이상의 고위급이 협박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게 요즘 금융업계의 분위기인 것도 모르는 매경의 데스크가 편집하는 매경의 기사가 얼마나 신뢰성이 없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준 좋은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lolu라는 네티즌은 '조폭 언론 매경 반성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매경 금융부장이 또 사고쳤군. 올초엔 패스21 주식인가 먹고 구속되더니. 원래 그런 신문(과연 신문은 맞나)이라고 얘긴 들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군. 지금까지 나온 매경 기사들이 그런 배경에서 쓴 거라고 생각하면 혐오스럽다. 더이상 주저 말고, 매경은 끊어야지. 사보지도 말고. 매경 같은 신문은 정말 새시대를 위해 사라져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언론사의 후속보도**

각 언론들의 후속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7일자 사회2면에 '매일경제 간부 '차별말라' 전자편지 말썽'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경제일간지 <매일경제> 편집국 간부가 은행 등 금융기관 홍보담당자들에게 광고를 강요하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전자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은행 홍보담당자들의 사실확인 내용과 더불어 김종현 매경 금융부장의 "'합당한 대우'를 요구한 것도 기삿거리 제공에서 다른 매체와 차별대우 하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오해가 생긴 것 같아 다음날 곧바로 해명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해명을 실었다.

한겨레는 또 9일자 사설 '광고·판매·편집 총체적 신문위기'를 통해 "당사자는 '농담조의 편지'라고 해명했지만, 일간지 금융부장이 '필요할 때는 감언이설로 봐달라고 해놓고는 우리가 필요할 때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대가' 운운한 대목은 금융기관에겐 '협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문제의 심각성은 이 사건을 단순히 한 신문사 부장의 기자윤리 차원에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며 "광고주와 편집국의 '부적절한 관계'는 협박성 편지에서 드러났듯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고·판매·편집 두루 악순환을 이루고 있는 독과점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 여론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대선후보들에게도 "앞으로 있을 텔레비전합동토론에서 총체적 위기를 맞은 신문산업의 정상화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도 7일 프레시안 보도를 인용해 '"합당한 대우 안해주면 대가 치를 것" <매경>간부, 은행권에 협박성 메일'이란 기사에서 "<매일경제>신문의 편집국 고위간부가 시중은행 홍보실장들에게 협박성 광고 청탁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며 "특히 <매일경제>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 10여 차례에 걸쳐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게재하면서, 노동계로부터 '노조죽이기'라며 거센 반발을 사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C 중앙일간지 편집국 간부가 "'그것이 사실이냐'라며 되묻고 '최근 매경이 노조비판시리즈로 말이 많은 터에 그같은 이메일을 보냈다면, 이는 언론계로 볼 때 수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매경과 신문윤리위에 징계 요구**

언론계, 노동계 등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 '언론인 자정선언'을 선포한 후 언론계 자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는 9일 집행부회의를 거쳐 매일경제신문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관계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9일중 장대환 매경 사장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관련공문을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매경이 비판적 시각에서 연재해온 '노조 시리즈'때문에 규탄집회를 가졌던 노동계도 이번 사건을 묵과할 수 없다며 규탄 집회를 준비중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 협박 이메일 사건은 광고를 따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매경의 실체를 백일하에 드러낸 사건"이라며 "앞으로 규탄집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매경 오만'의 산물"**

협박을 당한 당사자인 금융계도 이번 매경의 협박 이메일 사건에 분개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기관장은 "홍보실장으로부터 5일 매경 김부장이 보내온 이메일을 보고 받고 크게 어이 없었다"며 "매경의 '오만'이 이번 사태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매경의 경우 올초 금융부장 등이 윤태식으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뇌물로 받은 사건이 터진 것을 시작으로 장대환 사장은 총리 인준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했고, 연말이 되자 협박성 이메일 사건이 터지는 등 '3재'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 해에 이처럼 많은 사건이 잇따라 처진다는 것은 조직 자체가 오만에 빠져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금융부처 고위관계자도 이 소식을 접한 뒤 "있을 수 없는 상식밖 사건이 터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 유력지를 흔히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라 부르는데, 언제부턴가 매경측에서 '조중동'이 아니라 '조중매(조선.중앙.매일경제)'라 부른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김부장의 이메일을 보니 '종합지 마이너'라는 표현이 나오던데 동아일보를 지칭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각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매경도 회사적 차원에서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김종현 부장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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