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0일 15시 56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원전 수출에 환히 웃는 대통령의 '핏빛' 사진 한 장
[프레시안 books]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전쟁교본>
전쟁교본(배수아 옮김, 워크품프레스 펴냄)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만든 제2차 세계 대전 사진첩이다. 그는 당시 신문과 잡지에서 나름의 안목으로 보도 사진들을 뽑아내고, 사진의 주석으로 자신이 '사진시((Fotoepigramm)'라고 부른 4행시를 달았다. 이는 진실을 재구성 하는 작업이었다."속임수를 강요하고 사람들을 혼돈에 휩싸이게 하는 시대라면, 사색하
오수연 소설가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의 살인 도구를 내려놓으라!
[프레시안 books] 베르타 폰 주트너의 <무기를 내려놓으라!>
보통 사람은 살인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 정상적인 인물이 자기를 방어하려다가 사람을 해쳤을지라도 경악하고, 상대방이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흔들어 본다.그런데 살인이 숭고한 의무가 되는 단 하나의 경우가 있다. 전쟁이다. 또 전쟁은 하려고 해서 하지 않는다. '터진다.' 전쟁이라는 운명에 휘말린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군대가 되어 전쟁터에 나가 적을 궤멸시키고
무엇인가 문 닫고 가버렸다
[창비주간논평]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랑하던 여인이 짐을 가지러 왔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애원해보기 위해. 여인이 먼저 말했다. 새 애인이 기다리고 있어서 자기는 급하다고. 남자는 한마디도 못했고, 여인이 짐을 챙기며 코앞에서 오락가락하는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
땅에 대한 감각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10ㆍ끝>
검문소가 생기면 사람들이 갈 길 못갈 뿐더러, 땅이 죽어버린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검문소를 피해 돌아가거나 숨어 다니지 못하도록 검문소 양쪽으로 기다란 철조망을 세우고, 시야를 가리는 나무와 덤불을 싹 밀어버린다. 땅은 먼지 풀풀 날리는 황무지가 된다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바보, 바보들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9> 버텨요, 버텨!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나는 점심 무렵부터 잇따른 약속마다 이별주 한 잔씩 하다보니 파티 전부터 취해 있었고, 파티에서는 한국인의 음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티 끝나고도 진정한 술꾼들과 마지막으로 한 잔 할 약속이
영원에 대한 상상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8> 착한 사마리아인
사마리아인 '이브라힘'을 만났다. 희귀하게도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서 발급한 두 개의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먼저 그의 얼굴이 신기했다. 그는 피부가 희고 눈이 파랬다. 내가 어렸을 적 교회 주일학교에 다녀 '선한 사마리아
세계 최고의 요리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7>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다. 우리가 '곰'이라 별명 지은 튼튼한 청년 '아메르'가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전통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와 나는 시장에서 만났는데, 그는 이미 장을 보아 양손에 잔뜩 들고 있었다. "거기 커다란 냄비가 있을까?" 한국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눈이 쌓여 있는 한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4>
퇴근길에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들른 친구가 가스난로에 가스가 없는 걸 보더니, 당장 가스를 주문하라고 했다. 이미 저녁이었다. 다음날 주문하겠다고 하자 그가 말했다. "오늘 밤에 눈이 올지도 모르잖아." 우리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며칠 먹을 빵과 치즈, 홈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그 아랍어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3>
모든 것은 아랍에서 시작되었다. 현악기, 관악기, 알파벳, 화학, 정제주, 향수, 커피, 천문학, 점성술....... 나는 팔레스타인 전통 의상 사진첩을 보고 우리 한복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말을 팔레스타인 친구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 말 들으면 이들이 한복도 아
그녀는 왔다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1> 은총의 비
정말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그냥 걸어 다녔다. 뛰지도 않았다. 방금 거리로 나온 사람은 머리카락에 빗방울이 이슬로 얹히고, 좀더 걸은 사람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으며, 오래 걸은 사람은 등짝이 번들거리고 바지자락이 아래로부터 진하게 물들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www.palbridge.org)’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