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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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혹독한 겨울, 살기 위해 용서를 배우다!
[2013 올해의 책]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프레시안 books'는 개편 작업을 준비하며 예년보다 1주 일찍 송년호를 꾸렸습니다. 이번 송년호(170호)에서는 '프레시안 books'의 기자, 기획위원, 연재 필자 열두 명이 각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이야기합니다. 판매 순위나 화제성보다는 책과의 만남의 밀도, 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를 중심으로 꼽은 '올해의 책'과 함께 2013년을 기억하고자 합니
김이경 소설가·독서 칼럼니스트
잊지 못할 첫사랑을 '다시' 만날 타이밍, 지금은 아냐!
[마녀의 '도서관에서 쓰는 편지'·마지막] 내 첫사랑에게
꿈을 꾸었어요. 당신 꿈. 무언가를 하느라 분주한 와중에도 내게 미소 짓는 꿈. 그 다정함에 나도 모르게 벙싯거리다 깨고 말았어요. 다시 눈을 감았지만 한 번 깬 꿈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마음이 늦가을 숲길을 걸을 때처럼 아련해지더군요.당신을 꿈에 보기는 퍽 오랜만이에요. 하나 왜 이런 꿈을 꿨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어요. 꿈의 첫째 기능은 소망 충
외로워 사람 만나면 절망을 느낀다…"대체 어떻게 살지?"
[마녀의 '도서관 편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에게
지금 내 앞에는 당신의 사진이 있어요. 커다란 가면을 들고 은밀하게 미소 짓는 얼굴, 허공을 응시하는 반짝이는 눈, 담배꽁초를 든 매니큐어 칠한 손, 흑백사진 속 당신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 그런데도, 이상하지요? 내 어머니보다 더 늙은 당신이 친한 선배처럼 느껴져요. 이제는 투정도 의지도 할 수 없게 된 늙은 어머니가 아니라 기대어 울면 가만히 내
공장 간 친구, CEO 된 친구… '가난'을 생각하다
[마녀의 '도서관 편지'] 그 시절 그 친구들에게
조은,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펴냄)캐서린 부, 안나와디의 아이들(강수정 옮김, 반비 펴냄)오스카 루이스, 산체스네 아이들(박현수 옮김, 이매진 펴냄)얘들아, 안녕!오랜만이야.나이가 들면 추억이 현실보다 생생해진다더니 어린 시절의 몇 장면들, 그리고 그 장면 속의 너희들 모습이 갈수록 또렷하구나. 여름이면 으레 물난리가 나던 1970년대 서강에서
잊고 살았던 그 남자, 다시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네!
[마녀의 '도서관 편지'] 시인 신동엽에게
부여에 다녀왔어요. 당신의 고향, 당신이 태어나고 묻힌 곳. 그리고 제겐, 아주 가끔 슬며시 들춰보고 한참을 아득해지는 옛날 일기장 같은 곳.몰락한 왕국의 도읍을 걷는 일은 늘 특별한 감회를 불러오지만 제겐 부여가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 그곳을 찾은 것은 열아홉 그해 봄. 막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 사학도 시절 선배들을 따라가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정림사지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 담담할 수 있을까
[마녀의 '도서관 편지'] 내 좋은 남자친구 김경남 님에게
벌써 한 달이 되어가네요.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단 연락을 받고 놀란 것이. 사실 여든아홉 연세에 입원을 하는 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89년간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던 분이 응급실을 찾고 입원까지 하셨다니 놀랄 밖에요. 담대해지자고 마음을 다지며 병원으로 가서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아버지는 집에서보다 작고 늙어 보였습니다. 말씀도
삐걱대는 내 몸, 아파서 '다행'이다!
[마녀의 '도서관 편지'] <거부당한 몸>의 수전에게
수전 웬델에게편지를 쓰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수전이라고 불러도 괜찮은지요? 일면식도 없는 손윗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제가 사는 나라에선 아주 무례한 짓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책을 읽은 지금, 수전 웬델 씨나 웬델 교수님 같은 호칭은 내키지가 않습니다. 글에서 느낀 당신의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간직하고 싶어서도 저는 당신을 수전이
이 끔찍한 삶을, 다시 한번 살라니?!
[마녀의 '도서관 편지'] 5년 전 숙제 내 주신 이광희 씨에게
이광희 씨에게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편지를 쓰려니까 걱정이 앞섭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니 이광희 씨는 다 잊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8년 12월 23일 제게 숙제를 내준 것을. 그때 저는 인터넷에 서평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독일 작가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세상을 등지고 사랑을 할 때(한희진 옮김, 이레 펴냄, 2005)라는 소설집에서 제가 인용한 글
층간소음 고통으로 '전쟁'을 생각하다!
[마녀의 '도서관 편지'] 위층의 1209호에게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윌리엄 듀이커 호치민 평전유인선의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최병욱의 베트남 근현대사아침상을 치우는데 위에서 우당탕탕 달리는 소리가 납니다. 드디어 아이가 일어났구나, 설거지하는 손이 빨라집니다. 건강한 아이는 달리고 저는 정신없이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봄꽃 흐드러진 공원을 지나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집값 오를 리 없는 변두리 동네
아내 구타를 고백한 그 남자, 왜 날 사로잡았나
[마녀의 '도서관 편지'] 시인 김수영에게
김수영에게편지를 쓴다며 당신의 이름을 적고 스스로 놀랍니다. 열일고여덟 무렵 처음 당신의 시를 읽고 지금까지 죽 당신은 제게 경의의 대상이었으니 소박한 팬레터조차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왔지요.그런 제가 새삼 편지를 쓰겠다고 나선 것은, 마감의 공포에 쫓긴 탓이기도 하고 죽은 당신보다 더 먹은 뻔뻔한 나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이 불러일으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