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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왜 '뜨거운 감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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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왜 '뜨거운 감자'가 됐나

[이정전 칼럼] 과밀의 폐해 VS 집적의 이익

10·28 재보선이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세종시 문제로 오락가락했던 여권의 태도가 한나라당 패배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추진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하였고 충청도 출신인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이번 야당의 완승으로 정부가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가 세종시 문제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종시 건설계획은 애당초부터 극심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논쟁을 둘러싼 깊은 갈등의 골이 제대로 봉합되지도 않은 채 추진되었다. 이 결과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그 갈등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 건설을 극력 반대하였던 핵심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 포진되어 있다. 세종시 건설계획을 둘러싼 논쟁에서 핵심쟁점은 지역간 균형발전 문제와 국가 경쟁력 문제였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6.3%가 집중되어 있고, 국가 공공기관의 84.3%, 30대 대기업 본사의 88.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대출의 62.2%, 예금액의 67.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 지역불균형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여기에서 수도권이란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지역을 말한다. 국내총생산(GDP)의 47%가 수도권에서 창출되며, 우리나라 총 금융예금 중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8.7%이다. 국토해양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연차보고서」는 수도권 집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정(政), 산(産), 학(學)의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할만 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약 90%에 가까운 지역은 땅만 넓었지 내용상으로는 그야말로 빈껍데기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수도권 집중으로 대변되는 지역간 불균형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그간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고질병인 사회적 갈등과 불신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어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지역간 불균형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드디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명분아래 참여정부는 수도이전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극약처방을 내린 주된 이유는 수도권집중 억제를 위하여 갖가지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수도이전 시도는 위헌판결로 좌절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약간 바꾸어 소위 신행정수도를 추진할 정도로 참여정부는 지역불균형 완화에 온갖 공을 들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에서는 전국토가 골고루 잘 이용되는 것이 여러 모로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우리나라 국토이용 상태는 그런 고른 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지역에서는 토지가 지나치게 고밀도로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땅이 없어서 쩔쩔매는 반면 농촌이나 지방에서는 빈 땅과 빈집이 여기 저기 널려 있을 정도로 토지가 과소(過疎)하게 이용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기현상이 토지이용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지역불균형 문제의 한 단면이다.

극심한 수도권 및 대도시에로의 과잉집중과 관련해서 경제학적으로 주목되는 문제는 혼잡 및 과밀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다. 어느 지역이든 공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인구 및 경제활동을 수용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한계를 초과해서 인구 및 경제활동이 특정 공간에 몰리면 결국 혼잡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도로에 적은 수의 자동차가 진입하면 소통이 원활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수의 자동차가 몰려들면 극심한 정체로 모두가 꼼짝없이 고통을 당한다. 결국, 한계를 넘어서 도로에 진입한 모든 자동차는 서로에게 정체의 피해를 끼친다. 이렇게 각 개인들이 당하는 피해를 전부 합치면 무척 큰 규모의 사회적 손실이 된다. 2005년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총 23조7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수도권에서만 12조8500억 원으로 전체의 55.4%에 달한다고 한다.

비단 도로뿐만 아니라 공원, 녹지, 박물관, 도서관, 학교 등 각종 공익시설에도 수용한계가 있고 이것을 초과하면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주말이면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공원과 녹지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수도권의 1인당 녹지면적은 베를린이나 런던의 1/4에도 못 미치고 뉴욕이나 파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다들 자연을 즐기기 위해 교외로 나가고 산행에 나서 보지만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어 즐거움이 반감한다. 모처럼 산과 강을 찾아가도 환경오염으로 찌들어 있고 구석구석에 쓰레기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어 기분 잡치기 일쑤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동차, 건물이 밀집하다보니 온통 먼지투성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 대기 중 비산먼지의 농도는 뉴욕권이나 파리권에 비해서 3배 이상 높고 도쿄권이나 런던권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다.

수도권에 너무나 많은 인구와 경제활동이 몰리다보니 자연히 한강의 자정능력을 초과해서 너무 많은 오염물질을 한강에 마구 버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수질개선에 정부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수질오염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질개선을 위한 정부의 투자비 그리고 수질악화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이 모두가 사회적 손실이다. 2500만에 가까운 엄청난 인구가 날로 썩어가는 팔당 상수원 하나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이다. 대기오염 문제도 과밀로 인한 문제다. 자동차는 교통 혼잡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지나치게 많은 자동차가 몰리다보니 자연의 자정능력을 초과해서 너무나 많은 배기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도권과 대도시의 대기오염이 수많은 시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만일 수도권과 대도시에 인구와 경제활동이 그렇게 심하게 집중되지 않고 전국의 국토가 고르게 이용되었다면, 혼잡 및 과밀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훨씬 더 적어졌을 것이다. 수도권의 혼잡 및 과밀이 정 걱정되면 혼잡요금이나 과밀부담금 등을 부과하면 그만이 아니냐고 경제학자들이나 신자유주의자들은 늘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것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그저 형식적으로만 있을 뿐이다.

사실, 수도권집중 및 과밀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대체로 보면 수도권집중 억제를 위해서 역대 정부는 경제적 수단보다는 직접 규제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하였다. 예를 들면, 수도권에 과도한 공장집중을 억제하기 위해서 1994년부터 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을 신·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규제를 공장총량규제라고 한다. 대학에 관해서는 신설 및 이전에 대한 입지규제와 입학정원을 총량적으로 규제하는 총량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신설하거나 입학정원을 늘리려면 중앙정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다른 형태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연기군 등 충청도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0.28 재보선 결과도 이런 민심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뉴시스

그러나 수도권집중 및 과밀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반대하는 목소리는 대체로 경제논리에 의거하고 있다.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주된 이유는 거기에 일자리와 재미거리가 많고 살기 편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수도권의 비대화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규모의 경제이고 다른 하나는 집적의 이익이다.

규모의 경제란 간단하게 말해서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단가가 저렴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량생산 상품의 경우, 올망졸망한 공장들을 여러 개 여기 저기 분산시키기보다는 이것을 한 곳에 모아서 큰 공장을 만드는 것이 이익이다. 즉,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서 각각 지역별로 수요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이들을 한 곳에 집중시켜서 큰 공장을 건설하고 대량으로 생산한 다음 각 지역의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런 규모의 경제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대기업들이 몰리게 되는 한 가지 이유다.

집적의 이익이란 공간적으로 가깝게 모임으로 인해서 얻는 이익을 말하는데, 이를 집적의 경제(agglomeration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간적으로 가깝게 모이면 생산비를 절감하는 이익도 발생하고 고객을 많이 유치하는 이익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서울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의류제조·판매업 지역, 서울 을지로의 공구상 지역이나 대구의 섬유산업 지역에서 보듯이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노동자의 고용도 쉬워지고 업자들 사이의 잦은 접촉으로 정보나 아이디어 교환도 용이해져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비슷한 업종의 상점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으면 고객들이 먼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발품을 많이 팔게 된다. 그러므로 서울의 용산전자상가나 동대문의 의류상가에서 보듯이 비슷한 업종의 상점들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고객들이 발품을 덜고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가를 찾는 고객의 수도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난다. 그러면 각 상점 당 방문 고객수도 더 많아진다.

비슷한 업종의 업체들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도 여러 가지 이익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도시의 중심부에 가보면 으레 기업의 본사,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 법률·회계업무 서비스업체, 사무용품 공급상, 인쇄업 등 공생의 관계에 있는 다양한 업종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집적의 이익 때문이다.

과밀과 혼잡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된다는 것은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으로 수도권과 대도시의 생산성이 그 만큼 무척 높기 때문이다. 이 말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입지하면 기업의 경쟁력도 그 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수도권과 대도시의 비대화는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경제의 높은 경쟁력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대도시의 비대화를 억지로 막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짓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과 기업가들이 수도권집중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반대하였고 수도이전이나 신행정수도안에 극력 반대하였다.

경제학적으로는 볼 때, 수도권 및 대도시의 과잉 비대화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지역불균형 현상은 과밀과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더 크냐 아니면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이 더 크냐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한 쪽에서는 과밀과 혼잡의 사회적 손실이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이 아직도 그런 사회적 손실을 압도할 만큼 크다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할 만한 실증적 근거가 아직까지는 그리 확고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지역불균형 문제를 이렇게 경제학적으로만 생각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강력하다.

다만, 한 가지 큰 아쉬움은 지역간 불균형 문제나 수도이전의 문제가 정치권으로 넘어가기 전에 전문가들이 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했더라면 하는 점이다. 만일,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서 좀 더 많은 자료를 축적하고 좀 더 치밀한 연구를 수행한 다음 중지를 모아 객관적 증거에 입각해서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를 짚어 보았더라면, 아마도 세종시 문제가 이렇게 골치 아픈 정치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학계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사회적 문제가 정치권으로 넘어가다보니 전문가들마저도 정치권의 찬반논쟁에 휘말려 들어갔고 그러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견해들이 난무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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