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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일제고사 폐지 vs 한국은 라면 먹이며 '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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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일제고사 폐지 vs 한국은 라면 먹이며 '야자'"

일제고사로 전국 학교 '초토화'…"이건 교육이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예요. 매일 10시까지 야자 해요."
"학업 성취도 시험 대비 위해서예요. 다음 주가 시험이예요. 한 달 전쯤부터 하고 있어요."
"시험 끝나도 1주일에 세 번씩 (야자)한대요."
"졸린데 공부하는 게 제일 싫어요."


실제 상황이다.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이 최근 강원도 한 초등학교 학생을 만나 촬영한 동영상 인터뷰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는 13~14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치러진다.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 자료를 제시한다는 등의 목적과 달리 전국 각지에서 시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파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파행 사례를 종합해 발표했다. 이들은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 학부모, 시민과 함께 시험을 보는 이틀간 체험 학습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참가 인원은 12일 현재 전국에서 약 600여 명이다.

▲ 12일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 사례를 종합해 발표했다. ⓒ프레시안

0교시, 강제 보충, 야자, 모의고사는 초등학교에서도 '일상화'

이들이 발표한 파행 사례는 다양하다. 충남 A, B초등학교와 충북의 C초등학교에서는 오전 8시부터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남 D, E초등학교와 충남 F초등학교는 점심시간을 20분 가량 축소해 보충수업을 하거나 문제집 풀이를 하고 있다.

또 충남 G초등학교와 H중학교, 부산 I중학교와 경북 J중학교에서는 방과 후 강제 보충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충북의 한 초등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저녁 8시까지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해 야간 보충 수업을 실시하면서 학교에서 간식으로 컵라면을 주기도 한다. 경북의 초등학교는 학력 부진 학교 지원 예산으로 6학년 전체 문제집을 구입해 0교시에 문제풀이 수업을 실시했다.

충남도교육연구정보원은 지난 달 16일 공문을 통해 초 6학년, 중 3학년, 고 1학년을 대상으로 각 학교별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는 일제고사 대비를 위해 학예회를 취소했으며, 계발 활동의 학예회 연습 시간을 교과 보충 시간으로 사용했다.

또 대전교육청은 중간고사 일정을 학업 성취도 평가 이후로 바꾸라고 지시했으며, 중간고사에 학업 성취도 평가의 변형 문제를 출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이 지난달 15일 일선 교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한다. 제자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학력 향상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 마지막 질주가 승부를 결정한다. 남은 기간 동안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마무리에 진력해주길 바란다"라고 적혀있다. (☞일제고사로 인한 교육 파행 사례 보기)

▲ 이미 시중에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 대비하는 다양한 문제집이 출시되고 있다. ⓒ프레시안

"관료 경쟁 속 교육 파행…교육이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시험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교육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비교육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다양한 학습과 예체능 교육대신 시험 과목인 국영수사과 중심의 반복적인 문제풀이만을 되풀이 하고 있으며 중간고사까지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험 성적을 공개해 학교를 서열화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학교 관리자들이 우왕좌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 올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유형무형으로 학교 평가, 승진 인사에 영향을 준다하니 관료화된 체제하에서 이런 일들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로지 점수, 성적만 남고 모든 교육적 가치들은 무한 성적 경쟁에서 질식사하기 일보 직전인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시들어 가고 있다"며 "학부모로서 교사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그저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우선 마련하길 바란다"며 "학교 성적 공개 또한 전면 재검토하고, 학부모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의 원상 복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 평등교육학부모회 대표는 "일본은 며칠 전 일제고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며 "세계적으로 아이들을 이렇게 시험으로 몰아가는 나라는 이제 한국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법률로 정한 교육 과정이 일제고사로 인해 파행 운영되는 것을 곧 법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며 교육 당국을 제소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들은 일제고사 당일 각 지역별로 다양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기도 남양주 일대로 생태 체험 학습을 떠나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대학로 일대에서 강연, 영화 상영, 뮤지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외에도 경기도 고양, 수원을 비롯해 강원, 경남 거제, 진주, 사천, 전남, 전북, 울산, 광주, 충북 등 각 지역에서 생태 캠프, 문화 답사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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