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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부동산, 입으로 분다고 식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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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부동산, 입으로 분다고 식을까?"

[기자의 눈] 1년전 '경고'가 현실로…'정책 실패'부터 인정하라

"지금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펄펄 끓는 주전자 속의 물을 식히겠다고 뚜껑을 열고 후후 부는 것과 똑같다."

과거 국정에 참여했던 한 야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는 물을 식히려면 불을 끄면 간단하다. 그러나 불을 끌 생각은 없으니 입으로 불어 물을 식히는 시늉이나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은 주택담보대출(LTV) 규제,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보면 이 비유가 매우 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까지도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 집권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완화책을 내놓았던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양도세 완화, 투기지역 해제, 재건축 관련규제 완화 등 노무현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다 풀어버렸다. 이 정책들은 집권 초기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잡는데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가 뼈아픈 반성을 하며 내놓은 것들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만이 아니었다. 부동산 거품이 폭발해 일어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경제를 무너지는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본격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이기 바빴다. 그러다가 불과 1년 만에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겠다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투기 불붙인 게 누군데…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 완화 3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다시 부동산 규제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시기가 더 앞당겨 질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한 보고서에서 밝힌 전망이다. 김 교수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에 대해 '경고'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 현상은 이전에 끼인 거품이 자연스럽게 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경제위기를 맞아 부동산 거품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사실상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권장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프레시안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있었다. 더구나 한국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주택담보대출(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정책을 도입해 미국 등에 비해 부동산 거품 파열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올 4월까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계속 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왜곡된 부동산 세제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유동성을 늘리고 금리를 낮췄다. 800조 원이 넘는 단기 부동자금, 2%라는 사상 최저의 금리는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강남 등 2006년 고점 회복…한은 총재 "집값 더 오르는 건 문제"

결국 대다수 전문가들의 경고했던 일이 일어났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 강동, 여의도, 목동, 경기도 과천, 판교 등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은 이미 아파트값이 최고조에 올랐던 2006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떴다방' 등 부동산 투기 과열 조짐을 엿볼 수 있는 각종 불법도 다시 등장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9일 "집값이 여기서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주택담보대출(LTV)을 60%에서 50%로 낮추고,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겠다면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실물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부동산만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2007년 11월 2000을 넘었던 주가도 많이 회복했다고는 하나 아직 1400대에 불과하다. 주식시장과 비교해봐도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비정상적이다. 게다가 전 세계 부동산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봐도 현재 우리의 부동산시장은 이상하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품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증명됐듯이 거품은 터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공포탄'에 불과한 대출규제…"니들이 시장을 알아?"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등을 꼼꼼히 따져볼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엄포'에 불과하다.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권은 투기지역이라 이전부터 LTV 비율이 50%였다. 또 은행들의 LTV 비율은 평균 47%로, 이미 50% 이하다. 따라서 LTV를 50%로 낮춘 것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전세 임대소득 과세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세 임대소득 과세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정책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형평성'이다. 종부세, 양도세 등을 풀어주고 이제와서 전세 임대소득을 매기겠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전세 임대소득세의 최종 종착지가 누구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임대소득세가 부과되면 집주인들이 이를 전세자들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시장이 이런 정도의 규제로 진정될 것이냐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 침체에 빠졌던 지난해 부동산 투기 위험을 경고했던 이들은 "아니다"고 다시 경고한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게 부동산시장이 아니라는 것. 한번 방향이 틀어지면 정부가 각종 정책을 동원해도 잘 안 잡히는 게 부동산 시장이라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집권 초 부동산 투기 조짐을 잡지 못한 실수가 집권 말까지 이어져 2007년에나 아파트값이 진정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이태경 토지정의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통제하기 위해선 정책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백약이 무효인 게 부동산시장이라는 것.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진정성과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 전환과 함께 그에 따른 정책들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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