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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형제간 다툼 시작?…금호석화 대주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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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형제간 다툼 시작?…금호석화 대주주 변화

일각서 '3세 경영' 대비한 그룹분할 가능성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재매각 이후 다시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삼구 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 상당량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형제간 지분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생, 금호석화 지분 지속 매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창업주 박인천 씨의 사남 박찬구 회장은 지난달 22일과 29일, 지난 6일과 8일 네 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수해 보유지분을 134만 주(지분율 4.73%)에서 233만 주(9.18%)까지 늘렸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또한 아버지와 함께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 총 229만 주(9.02%)를 획득하게 됐다. 부자의 합계 보유지분율은 약 18%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형제(박삼구, 박찬구)가 똑같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던 금호석유화학은 단 18일 만에 박찬구 회장 일가가 단독 최대주주인 회사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산업 집행임원 역시 같은 기간 119만 주(4.71%)이던 지분을 164만 주(5.78%)까지 늘렸으나 박삼구 회장의 지분은 여전히 134만 주(5.30%)로 변함 없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반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같은 기간 매각했다.

형제간 지분 다툼 전조?

"사실상 '형제계승'이라는 그룹의 암묵적 원칙이 깨진 것"이라는 말들이 만만치 않다. 형제간 지분다툼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주 이래로 형제 계승이 이어져 온 특이한 곳이다. 창업주 박인천 씨 이후 1남 박성용, 2남 박정구 씨에 이어 현재 그룹 회장인 3남 박삼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형제들은 모두 65세가 되는 해 경영권을 동생에게 넘겼다. 정상적이라면 박삼구 회장이 65세가 되는 내년이면 4남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자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게 된다. 박찬구 회장이 지분구조를 뒤흔들 이유가 없다.

재벌그룹 지배구조를 연구한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대량' 사들였다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계열분리까지 감안한 조치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이 단순히 그룹 경영권을 거머쥔다는 차원을 넘어 아들에게 물려줄 그룹을 남기기 위해 그룹 전체를 쪼개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가설이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룹이 사실상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등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회장 일가-금호산업-대우건설-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물류계열 축과 박찬구 회장 일가-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 및 석유화학 계열사로 이어지는 석유화학 계열사의 한 축으로 양분돼 있다. 박찬구 회장이 이번 지분 변동으로 석유화학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실히 함에 따라 형제간 불명확했던 지배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됐다.

다만 주로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나돌던 대우건설 매각 리스크 회피용 움직임이라는 평가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박찬구 회장의 움직임을 두고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매각에 따르는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 박찬구 회장의 지분 정리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손실 문제는 이미 오래된 재료"라며 "대우건설 재매각이 확정된 지금에 와서 뒤늦게 지분을 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악영향은 관련주에 다 반영된 상태"라고 했다. 실제 9일 현재 금호산업 주가는 한달 내내 내리 하락해 1만4300원에 불과하다. 지난달 3일 시가 대비 하락률이 38.8%에 달한다.

그룹 지주사 재편 속도 댕겨지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 체제에 중대한 변화가 오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룹 분할의 중요성이 어떤 식으로든 지속 부각될 경우 이유야 어찌됐든 3세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복잡한 그룹 내 지분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두 곳에서 일단 2개의 지주사가 떨어져 나온 후 지주사 합병을 통해 형제 간 얽힌 지분관계를 먼저 정리한 다음, 그룹을 분할하는 구도가 지금으로서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석화가 동시에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별로 보유지분이 지나치게 얽힌 탓에 '분할을 위해' 한번은 지주사 합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단 그룹 측은 이번 지분 변동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지배구조 변화 관측은 지나친 비약이고 근거가 전혀 없다.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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