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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는 진보 진영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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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는 진보 진영의 '한숨'

용산참사ㆍ고 박종태ㆍ쌍용차 등 모든 사회현안 수면 아래로

한숨은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심정 또한 다르지 않다. "한국사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한 일에 대한 충격"(한국노총) 때문이기도 했고, "정치 개혁과 오랜 시간 한국 사회를 짓눌러왔던 권위주의 타파에 큰 역할을 한"(참여연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진영은 또 한 번 한숨을 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애도의 눈물과 한숨에 이은 두 번째 한숨의 이유는 고뇌의 표현이다. 우리 정치사 뿐 아니라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기 힘든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로 모든 진보 진영의 의제는 당분간 수면 위로 올라오기 힘들 전망이다.

한 달이 다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화물연대 박종태 지회장이 죽음으로 호소했던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깊은 고뇌 끝에 떠난 노 전 대통령으로 진보진영의 고뇌도 깊어지고 있다.

'노무현과 각 세웠던' 진보진영도 그저 '애도' 외엔 할 말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시민·사회 단체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충격을 감출 수 없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시민·사회 단체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충격을 감출 수 없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검찰의 과잉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봉하마을,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 온라인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추모의 물결과 결이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법 등 굵직 굵직한 정책을 놓고 사사 건건 정면충돌했던 진보진영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그가 남긴 수많은 '개혁'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 아래, 그의 죽음은 새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민주 개혁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대한 평가의 목소리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남긴 "안타까움도 많았다"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말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또 다른 진보단체 활동가도 "지금은 그런 평가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상중 아니냐"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신자유주의 정권'이라 규정하며 수차례 총파업 등으로 '대정부 투쟁'을 벌였던 민주노총도 그저 "노 전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만 했다.

▲오히려 진보진영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보다,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 올 '후폭풍'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당장 모든 의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연합뉴스

노무현을 보내면서 쌍용차도, 박종태도 이렇게 그저 보내야 하나

오히려 진보진영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보다,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 올 '후폭풍'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당장 모든 의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2600명 정리해고에 맞서 지난 22일부터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숙식을 해결하는 '옥쇄 파업'에 들어간 쌍용차노조의 벼랑 끝 총파업은 시작하자마자 관심에서 멀어졌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문제를 자신의 목숨을 던져 가며 호소한 고 박종태 씨의 죽음도 '죽창이냐 죽봉이냐'는 논란만 가득했던 채로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씨의 장례는 그의 죽음 한 달이 다 되도록 치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16일 대한통운 대전지사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이어 민주노총은 23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열고 다시 한 번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를 이슈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 속에 한 시간 여 약식 집회로 간단히 치러졌다. 물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솔직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격에 이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뚫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생존권을 요구하러 올랐던 망루에서 5명이 죽어 내려왔지만, 100일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충격'을 금세 잊고 일상으로 돌아갔고 진보진영 홀로 외로이 싸워왔다.

노무현 추도 분위기 속 MB는 또 한 번 '밀어붙이기'?

특히 일각에서는 "모두의 눈과 귀가 한 쪽으로 쏠려 있는 틈을 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조용히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의료 민영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등 현안을 한번에 해치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라는 점이 유일한 '제어장치'다. "이명박이 노무현을 죽였다"는 거친 목소리가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 분노가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난 뒤, 다시 처음부터 현 정부의 정책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진보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앞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솔직히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지, 오히려 무기력해 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래 저래, 진보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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