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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들 규탄대회 "公敵·公惡 이병순부터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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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들 규탄대회 "公敵·公惡 이병순부터 집으로"

90년 KBS의 기억…"긴 싸움 준비해야 할 듯"

1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1층 로비. '민주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에 200여 명의 KBS PD들이 모여 앉았다. 15일 밤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와 김현석 대변인 등에게 파면 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한 서로의 '분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 18일 밤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 등에 대한 파면 조치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KBS PD들. ⓒ프레시안

양승동 PD "맥 못 추는 KBS, 이번 기회에 반전을"

동료의 표현에 따르면 "PD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는 가장 센 징계인 파면을 당한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양승동 PD가 입을 뗐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정을 찾는데 2~3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무리한 수를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반전'을 기대했다. "이번 결정이 2월 국회에서 방송법과 공영방송법이 통과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인 것 같습니다. 현재 KBS 뉴스가 죽고, 프로그램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을 이번 기회에 반전시켰으면 합니다."

이어 동료, 선후배 PD들이 마이크를 잡고 결기를 다졌다. 청주에서 올라온 심웅섭 PD는 "87년에 입사한 이후 찍혔다고 오지에 발령내고 줄 잘섰다고 국장으로 승진시키는 이런 인사는 처음 봤다"며 "KBS가 하루아침에 땅 끝으로 들어가느냐"고 한탄했다.

심 PD는 "프로그램에 칼질을 하고 사측이 마음에 안 드는 인사발령을 할 때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건은 도저히 아니다"면서 "파면은 양아치들이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이다. 동료가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진 것에 분노해야 하고 이 분노의 힘을 역사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PD는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파면을 각오하고 몸을 던져 200명, 300명이 파면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해 동의와 격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민주광장'이라 불리는 KBS 본관 1층 로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동료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KBS PD들. ⓒ프레시안

"미친개 쿨한 척 피하다 물려. 때려 잡아야"

이태경 PD는 "악법저지, 방송장악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이 우리에게 동료 파면 파면이라는 구체적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공영방송 사수 투쟁을 하다 잘린 이들을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창회 PD는 "미친개는 때려잡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때리기보다 더럽다 피하고 모른 체하다 물렸다"면서 "미친개가 달려 들 때는 짱돌을 들고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쿨한 척 한다면 PD가 아니라 그냥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우리가 이렇게 모여 싸우면 사측에서는 '징계수위를 낮춰줄까'라고 회유하겠지만, 단순히 양승동 PD 복귀가 아니라 미친 사람들을 쫓아낼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후배급인 유지윤 PD는 마이크를 잡고 울먹이더니 "우리는 계속 지는 싸움만 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한 번 쯤은 이겨보고 싶다"고 말한 뒤 "8월(정연주 사장 퇴진 갈등) 이후 잘 하는게 구호를 외치는 것 밖에 없다"며 구호를 선창했다.

"공적(公敵)·공악(公惡) 이병순 당신부터 집에가라." KBS의 방송 지표인 '공정(公廷)·공익(公益)'을 패러디한 구호다.
▲ ⓒ프레시안

"90년 4월 '낙하산 반대' 제작 거부 기억…긴 싸움 준비"

선배급에서는 KBS 공채 10기인 최훈근 PD가 후배들 앞에서 '1990년 봄 민주광장'을 언급한 점이 의미심장했다. 당시 KBS 노조는 새로 부임한 서기원 사장에 대해 '관제 사장'이라고 규정하며 '낙하산 반대' 투쟁을 전개하며 40여 일간 방송제작 거부 파업 투쟁을 벌였었다.

최 PD는 "19년 전과 비슷한 일이 다시 민주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최 PD는 "당시 어떤 선배는 '이제 머리에서 플러그를 뽑아야겠다'며 묵언투쟁하며 집회에 참가했고, 감옥에 갔다 온 선배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파업에 참가했다"며 "여러분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최 PD는 "'쪽수'가 중요하다. 굳게 뭉쳐 나가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프레시안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PD들의 규탄 발언이 끝난 뒤 이들은 본관 계단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규탄대회를 마무리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19일 낮 PD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규탄대회 사회를 본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금요일 저녁 한국PD연합회 전국대회가 있었는데, 양승동 PD의 파면 소식을 듣고 단합대회가 결의대회로 바뀌었다"며 "KBS 문제가 전국대회의 주요 의제가 됐고 모든 PD들이 같이 싸우겠다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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