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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시동…2012년까지 14조원 '삽질'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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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시동…2012년까지 14조원 '삽질' 허비

사실상 '1단계 운하 사업'…"'삽질' 아니라 '머리'에 투자해야" 반발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 포기를 선언했던 한반도 대운하가 다시 추진된다. 국토해양부는 15일 "녹색 뉴딜 사업의 하나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름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재탕이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2012년까지 14조 원 들여 '치수 사업'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개최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결정에 따라서 하천 공간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 사업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홍수·가뭄 피해가 빈발하는 것을 막는 사전 예방 성격의 투자"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이어서 "침체된 실물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하천 정비와 같은 투자를 확대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며 "또 하천을 이용한 다양한 레저, 문화 공간을 개발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목·건설 사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약 14조원을 들여 △노후 제방 보강·토사 퇴적 구간 정비(하도 정비) △중·소규모 댐·홍수 조절지, 하천변 저류지·저수지 재개발 △자전거길 설치·친환경보 설치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09년 상반기부터 시작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1~12년에 완료된다.

▲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류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강행할 태세다. 이 대통령은 15일 운하 사업과 다를 게 없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까지 14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화백)

전문가 한목소리 "한반도 대운하 1단계 사업일 뿐"

국토해양부는 거듭해서 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한반도 대운하와는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이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대강 하천 정비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곧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운하 사업은 수로, 운하용수, 갑문, (운하 주변) 환경 정비 등으로 구성된다"며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사업 내용이 한반도 대운하와 대부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하도 정비·제방 보강은 수로, 댐·저수지 건설은 운하용수 등과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다.

우석훈 박사(경제학)도 공감을 표시했다. 우 박사는 "이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1단계 사업임이 분명하다"며 "우선 이번 사업에 포함된 준설 사업, 강폭 확대, 제방 사업을 한 후 강을 연결하는 사업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 박사는 "자전거 도로는 이재오 전 의원이 제시했던 대운하 사업의 중심 사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예산 세부 내역 살펴보면 '운하 사업용' 대부분

총 14조 원의 예산을 보면 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한반도 대운하의 재탕이라는 사실은 더 또렷해진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예산을 검토한 우석훈 박사는 "14조 원 중에서 2조6000억 원을 하도 정비에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운하 사업이 아니라면 하도 정비는 할 필요가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우석훈 박사는 "제방 보강 1조7000억 원도 운하가 아니라면 당장 필요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3조4000억 원을 들여 농업용 저수지를 만든다는 항목도 왜 농림수산식품부 사업이 여기에 들어갔는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전거 도로 1168억 원은 원래 운하 사업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국토해양부가 이참에 숙원 사업을 처리하려고 댐 건설을 집어넣은 정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댐·홍수 조절지 5곳을 건설하는 데 3조2000억 원이 들어간다는 데, 각각의 댐은 개별적으로 타당성 검토를 통해서 추진되어야 하는데, 국토해양부가 이 기회에 댐 건설까지 한꺼번에 하겠다고 예산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삽질 경제' 말고 '머리'에 투자하라"

홍성태 교수는 "2006년 국토해양부의 보고서를 보면 4대강을 포함한 국가 하천 가운데 정비가 필요한 구간의 정비를 마친 곳의 비율이 97.3%에 달한다"며 "주요 하천의 정비 사업은 거의 마무리된 만큼 새롭게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같은 치수 사업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서 "이번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여론을 잠시 비켜가기 위한 고육책이자 운하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진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하천을 정비해서 운하 건설을 토대를 닦아 놓으면 운하 사업비를 낮출 수 있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삽질 경제'에 희망은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진정 경제를 살리려면 '삽질 경제'에 의존할 게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출발점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크게 축소하고, 그 돈을 '반값 등록금 공약'의 실현에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훈 박사도 "지역에 긴급한 재정 사업이 필요하다는 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그게 반드시 이런 형태여야 하는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지역 복지, 지식 산업 등을 활성화하는 데 이 돈을 사용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우 박사도 "14조 원을 5개 권역으로 나눠서 문화 인프라를 지원한다면 훨씬 더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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