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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꼭두각시 퇴진' 20년전 구호 다시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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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꼭두각시 퇴진' 20년전 구호 다시 외치고 싶다"

경찰 '취재보호조' 등장…각국 평화단체, 盧정부 비판

"오늘 불법행위를 한 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니라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로 논란이 됐던 '3.17 이라크 침략 4년 규탄 국제반전공동행동' 집회 및 행진이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1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네거리까지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청계(광교) 사거리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국민행동이 집회 및 행진에 대한 신고를 내자 "도심 주요도로이기 때문에 교통에 방해된다"며 금지를 통보했었다. 이에 국민행동은 "지난 4년간 반전행동은 같은 시기에 똑같은 코스로 행진했다"고 반박하며 지난 13일 재차 같은 내용의 집회 신고서를 냈다. 그러자 경찰은 "행진시 인도를 이용하고 광화문이 아닌 청계광장으로 행진하라"며 '조건부 통고'를 했다.

'취재보호조', 방패는 후진배치…"너무 속보이네"

최근 서울 종로 등지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취재기자 및 시위대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던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는 '취재보호조'를 구성하고 방패를 든 병력을 후진배치 하는 등 여론을 의식한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인도 행진'을 요구했던 경찰은 50여 대의 경찰버스를 동원해 서울역 광장과 맞닿은 차도를 한 차선만 남긴 채 철저히 봉쇄했다. 또 2000여 명의 경찰 병력과 수십 대의 차량을 서울역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도로에 배치시켰다.
▲ 서울역 버스정류장을 막아선 경찰차량. 버스정류소에는 경찰지휘차량이 올라와 있다. ⓒ프레시안

집회를 마친 뒤 서울역 앞 도로를 횡단해 행진하려는 참가자들은 버스를 이용해 막아선 경찰과 30여분 간 대치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행진을 시작했다.

사회진보연대의 정영섭 활동가는 "오늘 행진은 뚫린 게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의 당연한 권리였다"고 "경찰의 행태는 실제로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어제 보낸 제한통보에서 '규모를 300명으로 제한하고 인도로 간다면 행진을 하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토요일 오후 도심에서 인도로, 그것도 제한된 인원으로만 행진하라는 경찰의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생각이 한심할 뿐"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경찰은 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집회 참가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주체"라며 "자의적인 판단으로 같은 내용의 집회 및 행진을 하라마라 하는 것은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불법주차로 교통방해 한 건 경찰 아니었나?
▲ ⓒ프레시안

우여곡절 끝에 서울역-회현동-명동을 거쳐 광교까지 진출한 시위대는 이곳에서 광화문 네거리로의 이동을 막는 경찰과 다시 한번 대치했다. 경찰은 "제한통보를 한 대로 청계광장(동아일보사와 서울 파이낸스센터 사이)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막아섰고 시위대는 "집회 신고에 써낸대로 종각을 거쳐 광화문으로 이동하겠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의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경찰은 30분씩이나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서서 보행자들의이동을 방해하는가 하면 인도에 차량을 주차시키면서까지 바리케이트를 치기도 했다"며 "오늘 법을 위반한 것도, 차량 흐름을 방해한 것도 모두 경찰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진행했던 3월 반전행동은 서울역-광화문이라는 같은 코스를 이용해 행진을 해 왔고 그때와 비교해 이번 행진을 막을만한 중대한 사정 변화가 없는 점 △경찰의 보완통보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던 점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통해 집회신고를 했고, 참가자들에겐 도로를 이용해 갈 권리가 있는 점 등을 들며 경찰의 행진코스 변경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30여 분간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는 결국 멈춰선 자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진 뒤 자진해산했다.

6월까지 세운다던 철군 계획, 아직도 '계획 없음'이라니

이날 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민주노동당 이영순 국회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이라크 철군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 국방부는 늦어도 올해 6월까지 철군계획을 세울 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며 "그러나 최근 다시 질의서를 보냈더니 국방부는 '아직 계획이 없다'는 짧은 답만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는 이렇게 어물쩡 파병을 장기화시킬 계획인가"라고 물은 뒤 "소중한 국민들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철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이 나라의 국익을 추구하는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다"며 "20년 전에 외치던 '미국의 꼭두각시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지금 다시 외치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이날 결의문에서 △미국 부시 정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종식하고 이란 공격 계획을 중단할 것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을 즉각 철수시킬 것 △노무현 정부는 레바논 파병을 즉각 철회할 것 △노무현 정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적 권리 억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반전행동은 오는 20일로 4주년을 맞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는 의미로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됐다. 3월 20일까지 워싱턴, 로스엔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1000개가 넘는 반전평화 행동들이 열리며 브라질, 우루과이, 멕시코, 콜롬비아 등 남미 지역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스페인,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시위와 행진이 벌어진다.

이날 서울역 집회에서는 미국, 영국 등 해외 평화단체들의 연대메시지가 낭독됐다. 다음은 그 중 일부.

△조지 갤러웨이 의원('리스펙트', 런던 시 베스널 그린 앤 보우)

"형제 자매, 그리고 동지 여러분, 와살람 알레쿰 - 여러분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동지들의 반전 시위를 금지하려 했다는 소식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부시와 블레어는 남의 아들들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제물로 보내 피를 쏟게 만들면서 그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에 있는 그들의 친구는 여러분의 집회를 불허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했던 것입니다.
▲ 서울역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 ⓒ프레시안

저는 한국 대통령과 영국 주재 한국 대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러한 방침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저는 집회 불허 방침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의 평판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습니다. 그 민주주의라는 것도 사실 근래에 얻어진 것이고, 그 내용도 보잘것 없긴 하지만 어쨌든 한국의 노동자들과 빈민들이 커다란 희생을 치르며 쟁취한 민주주의입니다.

저는 한국 대통령과 대사에게 약속합니다. 만약 오늘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지도자에게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영국인들의 항의 목소리는 성난 함성으로 바뀔 것입니다.

여러분은 런던과 워싱턴 같은 제국의 심장부에서부터 동아시아, 바그다드, 카라카스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제국주의/반신자유주의 투쟁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위대한 운동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 운동의 한 부분이 공격 당했을 때 전체 운동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도 오늘 여러분과 함께 행진할 것입니다. 서울에서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최근 몇 주 사이에 런던에서는 10만 명이, 미국에서는 50만 명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쟁광들에 맞선 동쪽으로부터의 강력한 일격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미국 대사관으로 향하는 여러분의 평화롭고 긍지에 넘치는 행진이 큰 성공을 거두길 기원합니다."

△미국 평화정의연합(United for Peace and Justice) 버지니아 로디노 국제연대위원
▲ 서울역 집회에 등장한 반전행동 티셔츠 ⓒ프레시안

이라크 개전 4 주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여러분은 실로 전지구적인 규모의 행동에 함께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오늘 세계 인류는 다시 한 번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쳤습니다. 집회와 행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승리한 남한 반전 운동에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동맹이 전쟁의 명분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내세우는 동안 동맹국 정부들이 자국민의 시민적 권리를 탄압하는 것은 끔찍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국에 걸쳐 1000개 이상의 반전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워싱턴 DC의 대규모 행진도 포함돼 있습니다. 백악관 앞에서는 800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체포를 불사하고 전쟁에 항의할 계획입니다.

미국인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대다수는 즉각적인 점령 종식을 원합니다.

미국 최대의 반전 연합체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 군인회"와 신디 시핸이 창립한 "평화를 원하는 골드스타 군인 가족회"를 비롯한 1200여 개 단체를 포괄하는 평화정의연합은 한국 반전 운동과 한 마음으로 고 윤장호 하사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그의 죽음은 파병이라는 범죄가 부른 비극입니다. 미군 병사들도 이 불법적인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3000명이 사망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미국 전역에서 점령 종식과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며 오늘 여러분과 함께 행진하는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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