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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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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은 없다

[정치 깊이읽기] 그의 지역주의론이 '깃발'이 못되는 까닭

'바보 노무현'은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노무현 후보에게 한 네티즌이 붙여준 별명이다. 낙선할 것을 뻔히 알면서 연거푸 도전하는 그의 바보스러움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게 훗날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노사모의 태동이었다.
  
  지역주의 극복은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임과 동시에 물적 기반인 '노무현 세력'이 존재하는 방식임을 보여주는 일화다. 노 대통령이 이 '지역주의'를 무기로 다시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지역주의 극복'. 명분상 흠잡을 데 없는 이 명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시 전가의 보도가 될까?
  
  '좌충우돌' 했던 지역주의 정치실험
  
  옛날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임기를 1년 남긴 노 대통령은 아무래도 '도전자'가 될 수 없다. 한 신문의 만평엔 연일 레임덕을 의미하는 오리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노 대통령이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으로 설득해도 사람들은 이를 권력자의 아집으로만 바라본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4년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 대통령의 실험이 그다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한 탓이 크다. 취임 첫 해인 지난 2003년 9월 지역주의 극복을 내건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합류했지만,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차지 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제안한 선거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여대야소 구도가 붕괴되자 지난 7월에는 우리당의 충분한 동의도 얻지 못한 채 "지역주의 극복은 내 필생의 과업"이라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이를 거절하자 선거구제 개편만 받아들여도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가 벌집 쑤셔놓은 듯 했다.
  
  그게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비난하는 것은 제2의 대연정"이라고 직격했다. 김 의장의 말은 마치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대연정이 지역주의 극복이냐'는 비아냥으로 들렸다. 노무현식 지역주의 극복이 오히려 극복 대상이라는 뜻이다.
  
  김 의장을 필두로 신당파들도 분기탱천했다. 호남권의 한 초선의원은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적 지역주의 세력과 손을 잡는 건 지역주의 극복이고, 호남의 민주개혁세력과 결합하는 것은 지역주의 회귀냐"고 반발했다.
  
  영남 지역주의를 위한 '싸움의 무기'
  
  노 대통령이 다시 끄집어낸 지역주의론은 진정성이 퇴색한 '정치 싸움의 무기'일 뿐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임종석 의원은 "과거 노 대통령이 주장했던 지역주의 극복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었지만, 지금 노 대통령의 주장에서 시대정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당파의 다수는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론이 영남 중심의 세력화, 나아가 영남권 신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규정하자, 당에서 곧바로 "청와대는 부산신당"이라는 반발이 튀어나온 건 그래서다.
  
  노 대통령 측에서 의심을 살만한 일을 여러 번 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 초에는 노사모 모임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향후 우리당은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세력 구축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친노계 의원들은 정계개편 논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공공연하게 "영남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얻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도 최근 차기 대선후보의 조건과 관련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론'에 대해 "일반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긍정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봉주 의원은 문재인 전 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을 복기하며 "이것이 바로 부산 지역주의이며 영남 지역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신당파의 항변은 '도로 민주당'으로 가는 자신들의 비참한 말로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좌충우돌했던 지난 4년간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실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자신을 깃발 삼아 꼼짝 말라는 식의 노 대통령의 협박도 이 시점에선 공허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노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때에도, 1995년 통합민주당 분당(새정치국민회의) 때에도 나는 지역당을 반대했다. 그리고 지역당 시대를 청산하기 위하여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지지했다"고 역설했다. 그랬던 과거를 사람들이 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노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으로 봐주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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