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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정치' 내세운 노 대통령이 바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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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정치' 내세운 노 대통령이 바빠진 이유

[분석] '대화정치'는 '지방선거 후'를 염두에 둔 다중 포석?

거침없다. '대화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오자마자 이해찬 전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노 대통령은 이전과 달리 과단성을 보였다.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만찬,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 초청 만찬, 경제 5단체장 초청 오찬 등 노 대통령은 주말도 없이 '대화정치'에 매진하고 있다.

임기 4년차, 무엇이 노 대통령을 이토록 바쁘게 만들까?

***'조급증'에 걸린 대통령, 경제계 등 보수층 끌어안기 본격화?**

"대통령이 '조급증'에 걸린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고 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이렇게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사전에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한미 FTA를 향후 1년간 협상을 통해 체결하겠다고 서두르는 것이 임기 내 뚜렷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숙정',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처럼 노무현 대통령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여러 차례 발언하는 등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훗날 역사에 어떤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는 대통령이라면 누구든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새 시대를 열어가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 막내 노릇을 할 것 같다"며 "조선 왕조에서 태종이 세종 치세의 기반을 닦았듯이 나도 구시대 막차로 다음 정권은 더욱 잘하게 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미래구상'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조선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에 심취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조선시대 500년을 지배한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은 정도전"이라며 "당장 권력의 승패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와 이념 이런 것들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한 것이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게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한국의 제도와 문화를 개혁(?)해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외부 쇼크'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지난 27일 CBS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한미 FTA에 대해 "1997년 직후에 우리나라의 금융 및 산업 구조조정이 급속하게 일어난 것처럼 외부쇼크에 의해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에서 합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게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쇼크 요법을 쓸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다"며 "외부 쇼크에 의한 개혁은 가장 고통스럽고 후유증이 오래 간다"고 한미 FTA의 졸속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미래 한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야당과 재계, 언론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노 대통령이 '대화정치'에 시동을 건 첫 번째 이유다.

노 대통령은 각계각층과 대화, 소통하겠다고 하지만 최근 집중적으로 대화하는 대상은 과거에 대립각을 세우던 보수 세력이다. 특히 '경제계 끌어안기'가 두드러진다.

노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한상의 초청으로 주요 기업 CEO 35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가진 데 이어 오는 4월 1일 경제5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부부동반 오찬 모임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지난 아프리카 순방길에서도 이례적으로 경제4단체장을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하도록 했다. 순방 기간 중인 지난 8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의 80회 생일을 맞아 경제4단체장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언론과의 관계 개선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절제되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품격 있게 언론을 대하자"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염두에 둔 포석?**

노 대통령의 '대화정치'의 또 다른 중요한 대상은 여야 정치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만찬간담회를 가졌다. 다음 주에도 여야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등 여야 의원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이전에도 노 대통령은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자주 가져 '식사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의 식탁에 초대되는 이는 여당 의원들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대화정치'를 표방한 이후 야당 의원들도 '식사정치'의 대상에 포함됐다.

노 대통령의 '식탁'이 야당 의원들에게도 개방된 것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당장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특히 '실세 총리'인 이해찬 전 총리에 비해 한명숙 총리 체제는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또 한편으로 노 대통령이 의원들과 접촉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은 '지방선거 이후'도 내다본 것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의원들을 다양하게 만나 의견을 나누면서 이해찬 전 총리의 갑작스런 낙마로 흐트러진 향후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화정치'는 지방선거 후 본격화될 정계개편을 노 대통령 입장에서 준비하는 좋은 구실이다.

노 대통령 앞엔 양극화 해소, 한미 FTA 등 스스로 제시한 정책적 과제 외에도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개헌, 차기 대권구도 등 맞막뜨려야 할지도 모르는 정치적 과제가 쌓여 있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라며 과거 지지계층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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