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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한미 FTA, 손해 안본다"... 총리 문제는 "아직 방향도 못 정해"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넷 국민과 대화'에서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를 임기 4년차 과제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 "양극화 해소와 FTA는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 날개"라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는 쇼크 요법, 열심히 하면 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제일 황당한 게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냐고 질문하는 것"이라며 "다른 한쪽에서는 좌파 정부라고 질문하는데,좌우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것을 하자는 것이다. 서로 모순된 것은 조화시키는 게 정치가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이며, 이는 나쁘지 않다"며 "획일적인 이론적 틀 안에 현실을 집어 넣으려고 하지 말고 뭐든지 현실을 해결하려는 열쇠로 써먹을 수 있으면 써먹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일본이나 중국보다 단 1%라도 유리한 위치를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가 궁극적으로는 법률, 교육, 의료, 금융 등 서비스 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른이 되면 집에서 내 보내야 한다. 국내 서비스 산업에 자극을 주기 위한 쇼크 요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 불쾌감이 많이 개입돼 있는 듯"**

노 대통령은 "그러다가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가자.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난 한국 국민들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이 결정을 내렸다"며 "미국의 압력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손해 보는 장사 안 한다. 하다가도 손해볼 것 같으면 합의 안 한다. 감당할 수준으로 한다"며 "농업 부문 등 취약 부문은 반드시 대책 세워 살려 나가겠다"고 불안감을 해소하려 애썼다.

또 노 대통령은 영화배우 이준기 씨가 스크린쿼터 축소 정책에 대해 질문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영화가 시장에서 40~50% 이상의 점유율을 지켜낼 자신이 없냐"고 되묻는 등 거꾸로 영화계의 반발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영화인들의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투쟁에 대해 "실제로 자신이 없다기 보다 미국의 압력을 받아 굴복한 게 아니냐는 불쾌감이 반대 운동에 많이 개입돼 있는 것 같다"고 개인적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 환수할 것"**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현행 재건축 제도를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당정협의가 진행 중이라 3월말에 발표될 계획인데 이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대해 노 대통령은 "8.31 정책의 결과에 대해 자신한다"며 "8.31 대책 우습게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용이 부실할 때는 저항에 무너지지만 내용이 완벽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항이 꺾이게 돼 있다"며 "8.31 대책으로 매년 부동산이 12% 이상 오르지 않으면 소득이 하나도 발생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면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다 환수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다시 경제위기 같은 것을 맞는 일이 없도록 책임지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언론이 8.31 대책의 위력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 안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서든지 무력화하려는 것 같다"며 언론 보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비정규직, 단기간에 숫자 못 줄여"**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된 세금 증가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 부분은 아직 저도 확실하게 답을 할 수가 없다"며 "세금 더 내자는 말은 아니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세금 얘기가 나오니까 바로 나오는 게 '월급쟁이가 봉이냐'며 자영업자와 형평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근로소득세의 90%를 상위 소득자 20%가 낸다"며 "나머지는 별로 손해볼 것 없다고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지금 제일 심각한 게 비정규직 문제인데 참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표했다. 그는 "솔직히 단기간에 숫자가 갑자기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되는 걸 될 것처럼 얘기해서 헷갈리게 할 일이 아니다"고 민주노동당 등 현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역공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비정규직법의 성과에는 기업 문화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며 "정규직 해고가 어려운 만큼 비정규직이 늘어난다. 이런 여러가지가 얽혀 있어서 제도로서 강제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작아도 너무 작은 정부"**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의 '작은 정부'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회 복지 서비스가 얼마나 빈약한 데 이를 큰 정부라고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또 GDP 대비 재정규모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이게 무슨 큰 정부냐. 왜 남의 나라 책 자꾸 베껴 작아도 너무 작은 정부에서 우리도 작은 정부 하자고 하냐"며 "공부 새로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해찬 전 총리의 후임 총리 인선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아직도 마음을 못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 문제를 소신만 갖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떤 방향인지도 결정 못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 배기찬 비서관이 쓴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본질적 구조를 잘 분석한 책"이라고 국민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청와대 브리핑> 등을 통해서도 이 책을 2차례 권한 바 있다.

이날 네이트, 다음, 야후, 엠파스, 파란 등 5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된 '인터넷 국민과 대화'는 당초 오후 1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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