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프랑스의 호반도시 에비앙에서 열린G8 정상회담이 대규모 반(反)세계화 시위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고 합니다. 근자에 들어서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면 예외없이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이들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러한 시위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에비앙 G8 정상회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진: 로고>
A) G8(선진7개국+러시아)은 어제 대량살상무기와 테러확산이 국제안보에 현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천명하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국가로 지목한 북한과 이란에 핵 개발계획 포기와 국제 핵안전 규범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폐막했습니다.
G8 정상들은 또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 유럽.일본의 경기후퇴조짐 등 전세계적인 침체 기조가 조만간 해소돼 세계경제가 곧 회복세에 접어들것이라는 낙관론을 성명에 담기도 했구요.
G8 정상들은 이어 만성적인 물부족, 에이즈 퇴치, 장기 내전지역 평화정착, 지진참사 구조 지원 등 지구촌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한 뒤 에이즈 치료제의 값싼 지원과 식수.식량 확대 공급 등 개도국 지원방안을 담은 '행동계획'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1일의 격렬했던 시위에 이어 2일에도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져 회담에 참가한 정상들과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반 세계화 시위대는 2일에도 에비앙에 면하고 있는 레만호와 주변도시인 프랑스의 안마스와 스위스의 제네바, 로잔느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였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은 이날 레만호에서 보트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사진: 시위대 연행>
4척의 보트에 탄 그린피스 대원 12명은 "G8이 여러분의 미래를 팔아먹고 있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끌려갔다고 스위스의 그린피스 대변인이 전했는데요.
지난 1일 정상회담 회담 개막일엔 프랑스의 안마스와 스위스 제네바와 로잔느 등에서 무려 10만명의 시위대(경찰 추산은 5만명)가 '노(No)자본주의' '이라크 점령 중단'등의 구호를 외치며 에비앙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와 교량들을 점거해, 강제해산에 나선 경찰의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에 맞서 불붙은 타이어와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로잔느에서는 다리에 걸린 현수막에 매달려 시위를 벌이던 35세 영국남자가 경찰이 줄을 자르는 바람에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무력 충돌로 이날 각 도시의 상점과 호텔, 주유소, 관공서 등은 파괴되고 약탈당하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특히 '블랙 블록(Black Block)'으로 알려진 극렬 무정부주의 단체 회원들이 로잔느와 제네바에서 검은 복면을 쓴 채 호텔 창문을 부수고 상점을 약탈해 시민들에게 물건을 나눠주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Q) 당초 프랑스 정부가 회담지로 에비앙을 선택한 데에는 에비앙으로 향하는 연결도로가 몇개 되지 않고 협소해 효과적인 봉쇄가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하던데요.
A) 상주 인구 7천명으로 프랑스 군과 경찰의 삼엄한 경계와 외곽 봉쇄로 에 G8정상회담 대표단 5천명외에 일체의 외부인 통행이 철저히 통제된 에비앙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특히 스위스 경찰까지 총2만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에비앙 주변을 철통 경계했습니다. 에비앙은 알프스산과 레만호(湖)로 둘러싸여 길목만 막으면 반세계화 시위대들의 진입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G8반대 시위대는 에비앙 대신 인근 도시에 집결해 인근의 안마스와 스위스 제네바 등을 반G8 활동무대로 삼아 에비앙으로 가는 도로와 다리 등을 점거한 채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Q) 대형 회담에 맞춰 벌어진 시위대의 주장은 무엇입니까?
A) 시위대 성격은 큰 묶음으로 보면 반자본주의를 기조로 한 반세계화 세력입니다.
세계각처에서 온 이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로 야기되는 빈부 격차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빈국의 부채탕감과 소득의 재분배 요구, 인권 유린 및 성차별에 대한 해소 촉구, 노동권 강화 등이 주요 요구 사항입니다.
한편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이들 또한 큰 맥락에서 반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선진국 주도의 자본주의가 개발도상국, 또는 빈국의 환경 나아가 지구촌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면서 이들을 규탄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입니다.
다음으로 이번 정상회담관련 시위에서도 두드러진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에이즈 등 심각한 질병에 대한 선진국들의 적극적 조치에 대한 요구입니다. 예컨대 파이저 등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에이즈 치료제 특허권을 갖고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바람에 아프리카지역의 많은 환자들이 약을 써보지도 못한 채 숨져가는 것에 대해 약값을 지원해주던지 카피약 통용을 허락하던지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근자들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제 이론적 단계를 넘어선 느낌입니다.
시위도 시위지만 남미쪽의 좌파정권 도미노가 그렇고, 흥미롭게도 켄 리빙스턴 현 런던시장은 지난2001년 "자본주의가 전쟁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장에 당선됐을 정도입니다.
G8국가들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고집하는 한 지구에 진정한 행복은 도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죠.
<사진: 부시>
Q) 반자본주의와 연계해서 세계화란 화두가 인류 공통의 과제이자 골칫거리로 등장한지도 꽤 된 것 같은 데 세계화란 게 도대체 뭐길래 이처럼 쟁점이 되고 있는지요?
A) 세계화의 의미는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닌 지구촌, 즉 국경 없는 사회로 되며 국가간에 물자 및 인력과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함으로써 발생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합니다.
세계화의 배경은 대체로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가 교통·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소통의 시간적 단축입니다. 교통 수단의 발달로 소통의 시간과 거리가 단축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기술 혁신으로 지식·정보 처리와 전달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정보 통신망의 발달로 지구촌 공동체 실현이 가능하게 된 것도 소통의 시간적 단축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개방화의 일반화와 세계무역기구의 등장 등으로 대표되는 소통의 공간적 통합을 들 수 있습니다.
80년대말의 동유럽 및 러시아 사회주의의 몰락과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으로 대표되는 교역활성화 및 상품,용역, 금융의 초국경적 이동 확대는 국가간 경계를 거의 무너트렸습니다.
그 대신 앞에 열거한 국제기구(주로 경제 및 교역관련)와 다국적기업, 그리고 미국을 우두머리로 한 자본주의 열강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존재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Q) 결국 세계화의 주역이라 할 G8 국가들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반세계화주의자들의 주장이군요. 그런데 기실은 G8회담 주최인 G8국가들 스스로도 이 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A) 사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들의 연례 정상회담인 G8회담은 싱크탱크와 대학의 자본주의 지지자들로부터도 같은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잔치로 G8국가 주도로 지구를 운영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것인데요.
제프리 가튼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장은 '에비앙에서의 쓸모없는 사치'라는 제목의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현재와 같은 과도한 G8 연습운동은 이제 내버릴 때가 됐다면서 유럽연합(EU)이 15개 회원국들을 대표하고 순번제 회원국 지위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경제대국들에도 부여하고 조직을 훨씬 효율적으로 축소할 것 등을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하죠. 정말로 중요한 것은 G8국가들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 특히 빈국까지도 보듬고 환경문제 등 지구적 현안을 아우르는 큰 틀 속에서 논의하겠다는 기저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G8정상회담에 맞춰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크에서 5월31일 '빈국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안 G8'을 모토로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말리에서 열린 빈국정상회담에는 서부 아프리카, 유럽, 아이티 등지에서 400여명의 농부, 학생, 사회운동가 등이 참석했는데요. 아프리카가 당면한 외채 문제가 이번 회의의 중심 의제가 되었는데 결국 그 공은 G8국가들에게 던져지는 것입니다.
Q) 지구촌 어디든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반세계화 시위가 전개되는 것이 요즘 일반화된 현상인데요. 반세계화 시위의 효시랄까, 지구촌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방아쇠 역할을 한 시위로 이른바 시애틀 시위를 꼽는 것 같던데요.
A)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는 1999년12월 미국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정상 및 각료회담에 즈음해 벌어진 시위를 효시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밀레니엄 라운드'와 관련한 회의가 개막되기 하루전 4만여명의 반세계화시위대가 극렬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시애틀 일대엔 통행금지가 발동되고 회담은 열어보지도 못한 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각료들은 혼비백산해서 서둘러 돌아갔습니다.
반세계화 시위대의 위력이 전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된 이 사건을 계기로 반세계화 세력을 지칭하는 이른바 '시애틀 맨(Seattle men)'이란 호칭도 생겼지요.
그후 굵직굵직한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어김없이 이어졌는데요. 주요 시위일지를 보면 ▷2000년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2000년2월 태국 방콕의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회의 ▷2000년4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2000년6월 스위스 UN사회개발회의 ▷2000년9월 체코 프라하의 IMF-IBRD 회동 ▷2000년10월 서울 ASEM 총회 ▷2000년12월 프랑스 니스의 EU정상회담 ▷2001년1월 스위스 취리히 WEF와 포르투 알레그레의 WSF ▷2001년4월 캐나다 퀘벡 아메리카 정상회담 ▷2001년6월 스웨덴 예테보리 EU-미 정상회담 ▷2001년8월 이탈리아 제노바 G-8 정상회담 ▷2002년 1월 뉴욕 WEF 포르투 알레그레 WSF ▷2002년 3월15∼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럽연합(EU) 정상회담 ▷2002년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 G8정상회담 ▷2003년 1월 다보스 WEF 포르투 알레그레 WSF 등이 있습니다.
Q) 시위와 관련해서 몇가지 관심을 끈 사례도 있겠죠.
A) 2001년 6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은행 연례 개발 경제회의가 세계은행이 반세계화 시위대의 가두시위를 우려해 취소된 적이 있었구요.
2001년8월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G8정상회담이 개최될 때에는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선상회담까지 기획했었습니다.
지난해 6월의 G8회담은 2001년8월 제노바 회담때 시위대에 대한 이탈리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바람에 겁이 난 G8지도자들의 결의로 캐나다의 로키산맥 안에 있는 산간휴양도시 카나나스키스에서 회담이 열리기도 했구요.
한편 요즘엔 반세계화주의자들이 따로 회의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작년 11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동안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고대도시 피렌체에서 반세계화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환경주의자 들이 모여서 대규모 시위,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열었습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2001년부터 매년 1월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과 이에 대응한 세계사회포럼은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양대 세력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나름으로의 절충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양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노동자당 당수시절 제창해 만든 세계사회포럼은 지구적 현안문제를 제3세계 제3세력들이 힘을 모아, 부자들의 사교클럽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세계경제포럼의 독주를 막겠다고 닻을 올렸는데, 룰라가 세계경제포럼에 가서 연설을 할 정도가 되었으니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입니다.
특히 요즘엔 반세계화 세력들이 정보통신 등 세계화의 산물을 이용해 시위와 반대 집회를 효과적이고도 파급이 크게 하곤 하는데요.
반세계화 세력이 세계화의 이기를 이용하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대립과 격돌은 앞으로도 지구적 현안을 놓고 불가피한 양상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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