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모들은 아이들 스트레스를 몰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모들은 아이들 스트레스를 몰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02]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 체격조건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체력이나 정신력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고 걱정하는 분들 많은데요. 실제로 2006년 보건복지부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검사한 결과 우리 학생들의 4분의 1 가량이 정서와 행동에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최근에는 아동 관련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학부모와 어린이들의 불안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한 부모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원장입니다. 손석한 원장은 1968년 서울 출생으로 9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99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2005년 연세의대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정신과와 성심병원 소아정신과를 거쳐 2000년부터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를 맡고 있고 영등포 종합사회복지관과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자문의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육아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등 자녀교육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어린이날인데, 사실 좀 즐거운 얘기를 해야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그래서 모시게 됐습니다. 요즘 안양 초등학생 사건도 있고 최근에는 대구에서 굉장히 엽기적인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도 나고 해서, 우리 어린이들이 상당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요. 실제로 병원을 하시면서 어린이들의 정신건강 때문에 상담을 오는 사례가 많습니까?

▲ ⓒ프레시안

손석한 :
그렇습니다. 제가 죽 소아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말씀하신 대로 안양초등학생 유괴사건이라든지 최근 일련의 어른들의 범죄에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았습니까? 그럼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굉장히 많이 걱정을 하는데 물론 조심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부 불안성향이 높은 아이들 내지 부모들에게서는 그런 사건, 불안사건이 오히려 아이의 발병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한테 상담하러 온 한 아이는 안양 사건 이후에 밖에 나가기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어떤 아저씨들만 봐도 무섭다고 하고 지레 겁을 먹은 겁니다. 그런 일이 마치 나한테 일어나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병원을 찾은 일도 있고. 요새 가장 최근에 있었건 대구 성 사건은 아이들끼리의 문제잖아요. 그런 것도 점차 늘고 있는 게 뭐냐면 아이들끼리 성 관련 사건 내지는 폭행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점차 개인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집단화되고 흉폭화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박인규 : 그야 말로 만연되고 있다

손석한 : 저는 그 점에 있어서는 언론이나 방송, 매스컴의 책임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런 여러 가지 폭력적인 장면이나 성적인 장면을 너무 아이들이 일찍부터 접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좀 둔감화됩니다. 그런 장면을 보면 피하고 놀라고 이래야 되는데 처음엔 놀라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심지어는 이번 대구 사건에서도 나왔듯이 모방하고자 하는 심리까지 이어지니까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그런 자극적이고 문제적인 상황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제가 서두에 소개하면서,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4분의 1 정도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원장님 계신 병원에 찾아오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유형이 여러 가지일 거 아닙니까, 어떤 유형이 제일 많습니까?

손석한 :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해서 나온 4분의 1 정도는 그야 말로 정신건강상의 문제이겠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 또 일부가 정신건강상의 장애, 질병이 생겨서 저희와 같은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크게 그것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거든요. 첫 번째가 행동장애, 두 번째가 정서장애, 세 번째가 발달장애입니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행동장애로 50%, 절반가량 차지한다고 보는데, 행동장애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영어로 ADHD라고 최근에 많이 알려졌는데요 아이들이 굉장히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또래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충동적인 질병입니다.

박인규 :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되는 건가요?

손석한 : 그런 행동장애 중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으면서 또 한 가지는 공격적인 행동은 품행장애나 반항장애가 행동장애 범주에 들어가거든요. 그런 것들이 절반 정도로 제일 많고요. 두 번째가 정서장애인데, 정서장애는 대개 소아기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말합니다. 아니 애들이 무슨 우울증이 있어, 어른들은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거든요. 이런 우울이나 불안, 즉 감정상에 장애가 생겼을 때의 정서장애가 한 30% 차지한다고 보고 있고요. 나머지 20%는 그야 말로 발달장애입니다. 이것은 발달이 더딘 거죠. 지능이 좀 처지거나 언어발달이 뒤처지거나 혹은 전반적으로 발달이 뒤처져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이른바 자폐증으로도 많이 알려졌죠. 정신지체, 자폐증, 언어발달장애 등 각종 발달장애가 한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과거에 비해서 발달장애는 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행동장애와 정서장애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선천적인 문제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적 스트레스, 또래관계문제라든지 학습스트레스, 부모와의 관계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발달장애가 주로 선천적인 것에 의한 거라면 행동장애나 정서장애는 후천적인 것인데 후천적인 부분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아이들을 둘러싼 가정이나 사회환경이 점점 더 안 좋은 조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저희 또래만 하더라도 하도 어렵게 자라서, 아니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 주는데 애들이 무슨 스트레스고 말하자면 정신건강에 위험이 있냐, 이런 생각을 할 텐데요. 손석한 원장이 쓰신 책을 보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많이 받습니까?

손석한 : 제가 이번에 스트레스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감지하지 못해요. 박인규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상상을 안 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다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엄마 나 힘들어, 나 스트레스 받으니까 이렇게 해줘,라고 말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행동이나 신체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아이가 전보다 난폭해지거나 전보다 주의집중이 떨어진다든지, 전보다 짜증이 많아진다든지, 혹은 학교를 안 가려고 한다든지,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든지. 혹은 전보다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든지 하여튼 뭔가의 변화가 스트레스의 징후거든요. 그런데 엄마나 아빠는 그런 걸 발견했을 때 아이가 왜 그런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살펴보기보다는 왜 그런 식의 행동을 하냐고 한 번 더 나무라는 경우가 많아요. 네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런 식으로 나태하고 문제행동을 일으키냐, 그러니까 아이들은 정말 스트레스에서 그친 게 부모의 그릇된 반응 때문에 오히려 정신질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거고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것도 충분히 우리가 많이 얘기하고 있는 게 대개 요즘 엄마들이 임신을 하면서 일하는 여성도 많고 부부간 고부간 시댁과 갈등이 있는 분이 많아요. 이런 건 만성적인 스트레스인데 이런 걸 어머니들이 받다 보면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막 신경쓰느라고 혈액과 영양분의 대부분이 산모의 두뇌로 간다는 거죠. 사실은 뱃속에 있는 태아에 충분하게 산소와 혈액의 영양분이 공급돼야 되는데 골치를 막 썩이다 보니 부모님한테 다 가다 보니 아이의 뇌발달이 좀 미숙해지는 게 아니냐, 미세하게 뇌손상이 있는 게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우리들 삶의 조건이 예전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기 쉽게 돼 있긴 하군요.
부모님들 입장에선 자식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일단 야단치고 고치려고 할 거 아닙니까. 지금 손원장님 말씀은 그러기보다는 원인이 뭔지,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게 뭔지 알아보라는 말씀이신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손석한 : 저는 그것을 볼 때 많은 부분 관계와의 문제라고 봅니다. 크게는 관계하고 과제인데요, 최근에 학습량이 점점 많아지고 점점 해야 될 게 많아지니까 사람들이 학습부담에 대한 스트레스를 먼저 떠올리는데 저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건 관계의 문젭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다면 아이가 학습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학습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충분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거든요. 그게 아니라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예속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든지 혹은 밀어붙이거나 너무 사사건건 간섭한다든지. 이런 부모와의 관계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고. 역시 또래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최근에는 친구들과 놀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요. 특히 외동아이도 많아지고 해서 그런지. 그리고 부족한 대신 오히려 일찍 노출됩니다. 한 서너 살만 되어도 어린이집 이런 데 보내지 않습니까? 그럼 거기서 아무래도 아직은 혼자 놀 시기인데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다 보니 잘 못 어울리는 애들이 생기고. 그럼 그게 또 스트레스가 돼서 도와주지 못하고 나무라는 결과가 생기니까 또래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마지막으로 선생님과의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아이들은 전보다 선생님한테 칭찬이나 인정을 못 받는다든지 혹은 야단을 맞았을 경우의 반응이 점점 민감해지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어렸을 땐 어른들한테 혼나고 자라는 걸 아주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 아이들은 조금만 혼나도 굉장히 크게 큰 상처로 받아들여요.

박인규 : 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부모 자식 간의 관계, 또래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 역시 부모 자식 관계인데, 이게 보면 요즘 대개 한자녀 가족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애지중지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어떻게 보면 과잉보호, 과잉관심인데 그런 것들도 안 좋은 거 아닙니까?

손석한 : 그렇습니다. 외동아이의 장점이라면 부모의 풍부한 관심과 사랑을 받기 때문에 지적인 자극 측면에선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만 대인관계를 맺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합니다. 따라서 외동아이를 아주 시간을 빡빡하게 해서 각종 학습이나 과제, 과외 이런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동네 친구들이나, 그것이 부족하다면 사촌들과 자주 어울려서 놀게 해야 되는데 부모님들이 그 부분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고요. 또 한 가지 아이가 외동아이다 보니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너무 과도하게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박인규 : 스스로 해야 되는데 과잉관심을 갖다 보니 부모가 다 대신해주는.

손석한 : 근시안적으로 볼 때는 당장은 아이가 스트레스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이 아이가 커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이 되어서 대인과의 갈등관계가 닥쳤을 때 아이가 이것을 어쩔 줄 몰라하고 부모님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박인규 : 최근에 책을 내셨어요. 부모와 아이 마음 간격 1밀리미터. 1밀리미터에 상당히 큰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의미입니까?

손석한 : 그건 굉장히 작은 수치 아닙니까? 부모와 아이 사이엔 간격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간격을 강조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우리 아이와 나는 간격이 너무 멀고 떨어진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1밀리라는 건, 간격은 분명 존재하지만 작은 간격이다. 이것은 두 가지 함축적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아이와 나는 별개의 존재다. 1밀리 떨어져 있는 것도 분명히 떨어져 있는 거니까.

박인규 : 심하게 얘기하면 남이다.

손석한 :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남이라는 건 이 아이도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남이라는 태도거든요. 그러나 그 간격이 1밀리라는 것은 아주 적다. 너무 밀접한 관계기 때문에 남이긴 하지만 떨어져 있긴 하지만 아주 좁다. 대신에 부모님이 아이의 어떤 간격 1밀리미터를 소홀히 하다 보면 그것이 1미터가 될 수도 있고 100미터가될 수도 있고 1킬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밀리미터라는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박인규 : 10년 가까이 소아정신과 상당을 하셨으니까 여러 가지 사례를 보셨을 텐데, 책을 보면 아이들이 어디 조금 다쳐서 피가 나거나 그런 데는 굉장히 관심을 쏟으면서도 마음의 상처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 ⓒ프레시안

손석한 :
실제로 저는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가 진료한 상황에서 사례에서 그런 구체적인 경우는 사실 없었습니다만 최근에 몇 년 전에 그런 끔직한 사건이 있었죠.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사건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의 기사를 쭉 읽다 보니까 이 사람이 어렸을 때 분명히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이 돼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은 굉장히 오히려 내성적이고 착해 보이고 외톨이처럼 공부는 잘 하고. 이러다 보니 부모님들은 아무 문제 없이 그냥 공부만 계속 시키면서 키워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 해결되지 않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결국 정신적 질병으로 발전하고 나중에 결국 인격장애로까지 발전해서 반사회적인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되거든요. 사실은 제가 경험했던 경우에서는 조승희씨처럼 그렇게 심한 경우는 없지만 제가 어렸을 때 진료한 아이가 한참 지나서 성인기가 돼서 나타난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 갭이 굉장히 깁니다. 한 10년이나? 그래서 저는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10년 뒤에 왔는데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새로운 형태의 불안장애가 생겨서. 그런데 보면 어렸을 때 치료를 충분히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것이 연관성이 분명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애들이 다쳐서 피가 나면 아프니까 바로 병원 가서 고칩니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특히 당사자도 내가 마음이 어디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표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이상한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애가 어디 마음에 장애나 상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징후 같은 게 있을 거 아닙니까. 말하자면 애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마음에 안 든다. 보통의 부모들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야단치거나 고치려고 하는데 이게 말하자면 마음의 장애가 나타난 증거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징후는 어떤 게 있고.

손석한 : 가장 중요한 건 변화입니다. 안 하던 행동을 한다. 하던 행동을 안 할 수도 있고 뭔가 변화가 생겨야 되는데 제가 한 가지 기억나는 사례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인데 이 아이가 전에는 안 그러다가 갑자기 최근 한 석달 동안 엄마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꼬치꼬치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굉장히 좋은 얘기에요. 자기가 얼마나 친구들한테 인기가 있고 선생님도 오늘은 너 같은 애는 교직생활 10년에서 처음 본다라는 말을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해요. 처음엔 엄마가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해서 막 들어주고 칭찬을 했는데 이게 한 달쯤 지나다 보니 좀 이상해요. 어떻게 이 학교는 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친구들도 선생님도 얘를 너무 떠받드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하다 느꼈는데 그냥 넘어갔어요. 그런데 석달쯤 지나다 보니 선생님과의 전화통화에서 그게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얘는 엄마한테 자기의 3개월 동안의 학교생활을 거짓말로 보고한 겁니다. 하나의 공상의 세계에 빠진 거거든요. 바로 거기에, 왜 그랬을까... 이 아이는 엄마한테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5학년인 언니는 굉장히 얌전하고 모범적이고 착한 아이고. 그런데 이 아이는 엄마가 예뻐하긴 했지만 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엄마가 언니와 비교해서 야단을 많이 쳤어요. 그래서 이 아이는 상상 속의 모습을 엄마한테 보여준 겁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병적인 거짓말, 공상허언증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발전했고. 또 이 아이는 특이한 게 상상친구를 만들어냈어요. 자기 모습과는 다른 마치 언니와 닮은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내서 그 친구와 자기가 친해서 자기가 그 친구를 닮아간다는 식의 심각한 환상에 빠지게 된 거죠.

박인규 : 부모 입장에선 아이들의 좀 문제성 있는 행동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가 하여튼 전과 다른 행동, 좋은 행동이라도 전과 다르면 일단 관심을 기울여야겠군요. 쟤가 왜 그런가 하고.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건 왜 그렇습니까

손석한 : 우울증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상실, 중요한 사람이나 가치를 잃었을 때 생기는 걸로 보는데 아이들 뇌구조도 어른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길 수 있거든요. 다만 어른들의 우울증은 대개 슬픈 모습, 의욕 없는 모습, 처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본인도 슬프다 우울하다는 말을 하죠. 그런데 아이들은 별로 그렇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면우울증이라고 표현합니다.

MC박인규 :행동이나 말을 봐서는 모를 수 있겠군요.

손석한 : 그렇습니다. 가면을 쓴 모습인데 그 내면엔 우울증이 있다는 거죠. 이런 경우에도 부모님이 감지할 수 있는 게 아이가 갑자기 난폭해지고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역시 이것도 행동의 변화죠. 전엔 안 그러던 애가 부모님이 말만 하면 토를 달고 심지어 부모님한테 욕설을 하고 반항하고 대드는 모습, 또 친구들과 자주 싸웁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런 아이들은 가면우울증에 걸렸더라.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굉장히 공부를 잘 하고 모범적이었던 애가 있어요. 그런데 중학교 가서 보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옵니다. 그럼 부모님 생각엔 크게 한 번 야단을 쳐서 정신 바짝 차리게 해서 공부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아이는 너무너무 분하고 억울한 거예요. 자기가 공부를 안 한 게 아닌데,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니까 부모님이 심하게 야단을 쳤어요. 너 그럴 거면 집에서 아예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나갔어요. 그리고 아이가 집에 돌아왔더니, 여자애니까 더군다나 다시는 그런 일을 없게끔 한다고 아빠가 굉장히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아이를 때렸습니다. 이 아이는 결국 그 뒤로 8번이나 가출을 더 하고 학교를 그만 두게 된, 그런 상황에서 저희 병원을 찾아왔거든요. 그런데 부모님들이 얘기하는 거 보면 아이가 너무 막무가내 한 마디로 안 그러던 애가 나쁜 비행청소년으로 바뀐 거예요. 그런데 이 아이와 제가 면담하면서 얘기하다 보니 처음엔 자기가 기분이 나쁘다 우울하다 이런 말을 안 했는데 한참 얘기하다 보니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우울증이었는데 부모님한테는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난폭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모님이 깜짝 놀라요. 얘가 무슨 우울증이냐고.

박인규 : 우울증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치료해줄 수 있나요?

손석한 : 사실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리면 약물과 상담치료,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합니다. 인지치료는 아이가 부정적인 사고방식, 과거나 미래, 현재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든요. 그런 걸 보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끔 면담과정을 통해 개선시켜 주고요. 행동치료는 예를 들어 이 여학생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비행 쪽으로 가다 보니 늦은 귀가시간, 술 담배 그런 문제를 약속해서 하나하나씩 개선시켜나가는 치료를 해줘야 되고요. 이미 우울증이 발생했다면 자기 의지래도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항우울제 약물을 투여해서 감정상태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울증이라는 걸 알아내기만 해도 고치기는 쉽겠네요.

손석한 : 또 한 가지 재밌는 사례가 애도우울증이란 게 있습니다. 애도라는 게 슬퍼하는 거잖아요. 특이한 게 키우던 강아지를 잃었는데 우울증에 빠지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그깟 강아지를 왜 못 잊느냐고 막 슬퍼할 때 야단을 치세요.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세요.

박인규 : 공감을 해줘야 되는데

손석한 : 이 아이가 강아지를 잃고 슬퍼할 때 일주일 이주일이고 먀낭 울면서 슬퍼한다면 애도우울증까지 발전하지 않을 텐데 하루 이틀 우는 걸 못 견뎌하는 거죠. 이제 그만 해라. 그래서 오히려 우울증이 생기는겁니다.

박인규 : 오히려 감정을 발산하게 놔두면 되는 건데.

손석한 : 그래서 외국 서적에는 IT'S OK TO CRY. 슬플 땐 울러라. 그런 식으로 번역된 게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 아이들의 스트레스라면 뭐니뭐니 해도 공부 해라, 이걸 거 같은데 유치원 가기 전부터 영어도 배워야 되고 초등학교부터 학원을 몇 개씩 다녀야 되고. 또 부모 입장에서는 장래에 경쟁사회에 나가려면 공부 잘했으면 좋겠고. 참 딜레마 같아요. 부모 입장에서 애들 공부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기도 하고, 스트레스 안 주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손석한 :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적인 얘깁니다만 아이의 적성과 흥미도를 고려해서 아이가 공부를 비교적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됩니다. 그런데 아이의 어떤 흥미도와 적성을 무시한 채 부모님이 가르치고 싶은 게 있어요. 특히 이건 최근의 사회적 경향이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굉장히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밀어붙이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요. 첫 번째는 아이의 적성과 흥미도를 무시하는 접근방법. 또 하나는 아이의 뇌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이제 서너살 된 애한테 어려운 수학공식 풀라고 하고 외국어 빨리 가르친다고 단어를 쓰게 하고. 그런 건 아이의 두뇌발달 단계에서 아직 준비가 안 된 아이한테 무리한 자극을 주는 건 결국 뇌를 망가뜨리는 결과가 됩니다. 저는 자주 쓰는 표현이 6살 아이한테 팔에 근육을 키워야 되니까 쌀 한 가마니 들어봐. 그럼 근육이 파열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이 뇌에 과도하게 자극을 주면 오히려 뇌발달이 저해된다. 그리고 특히 언어적 영역은, 일시적으로 암기적인 과정에 의해서 능력이 좀 향상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건 일시적 현상이지 결국 다른 공간적 영역이나 수학적 영역의 뇌발달이 저해되는, 그래서 전체 뇌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뇌발달 단계를 떠나서라도 아이의 정서적 측면에서 볼 때 아이가 처음엔 곧잘 따라가더라도 점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못 따라가니까 안 하려고 해요. 놀려고 해요. 이때 엄마나 아빠가 게으름을 피운다고 아이를 야단치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망가지고 손상됩니다. 이것이 또 아이의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이게 계속 반복되면 아이들은 정신장애,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되는 경우가 만고 나중에 심하게는 인격적인 장애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많고. 저는 이런 경우도 봤어요.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건 영어라고 하면서, 학습혐오감 때문에 곧잘 하던 애가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까지 봤습니다.

박인규 : 어린이들의 자율성이나 자발성을 존중해줘야 된다는 말씀이신데. 요즘 어린이들은 인터넷, 게임 중독 굉장히 많잖아요. 이 부분은 억지로 말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건 또 하라고 해야 되는데 방법이 있을까요?

손석한 : 저는 참 안타까운 게 옛날 저희 자랄 때는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밖에 나가서 싸움도 하고 다니고 본드 흡입 같은 거, 음주 흡연이 많았는데 최근엔 그런 게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약물남용은 줄었어요. 본드흡입이나 술 이런 걸 줄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이 이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아이들이 온통 인터넷 중독입니다. 그 중에는 채팅중독도 있을 수 있고 게임중독, 좀 큰 애들은 검색중독, 다양한 형태의 중독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누구나 다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이 아이의 평상시 마음가짐입니다. 자기 마음이 평소에 평안하고 안정돼 있으면 인터넷을 하되 적당히 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른 대로 청소년기 우울증, 가면우울증이라든지 혹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이런 아이들은 평상시 늘 야단맞고 지적받고 또 자기가 현실의 삶에서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쉽게 도망갑니다. 그쪽 세계에선 자기가 너무나 왕이에요. 자부심이 높아지는 겁니다. 현실적 괴로움을 도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인터넷인데 인터넷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중독상태에 이르는 거거든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전문가가 개입했을 때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게임중독, 인터넷중독 상태를 부모와 아이 모두 인정하고 조금씩 행동을 완화시키는 스케줄을 짜야 됩니다. 계획을 짜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절대 서둘러선 안 되고요. 동시에 아이가 인터넷이 아닌 다른 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제일 좋은 건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각종 취미활동인데, 그것도 아이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해서, 무조건 제시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봐야 됩니다. 최근에 중학교 2학년 남자앤데 인터넷 게임중독이에요. 하루 5시간을 합니다. 어떤 때는 학교도 안 갑니다. 그런데 걔가 아빠가 골프를 좋아하셔서 아빠 따라 연습장 가서 골프를 한 번 쳐봤어요. 그랬더니 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는 그럼 골프를 배워서 나중에 체대 골프진학을 목표로 해보자, 그러다 보니 인터넷 중독이 자연스럽게 해독된 거죠. 이건 사실 굉장히 행운적인 케이습니다. 얘는 골프 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어떤 애들은 아무 것도 싫다는 애들이 있는데, 그런 애들은 결국 부모와 관계가 다시 또 좋아지면서 정말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박인규 : 인터넷중독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서적 장애의 한 징후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 전에 정서가 불안하지 않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또 다른 문제가 아까 서두에도 말씀이 나왔지만 최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성폭력. 초등학생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인데. 이걸 보면 요즘 아이들이 굉장히 좀, 너무 일찍 어른 닮아가고 너무 일찍 폭력에 노출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는 겁니까?

손석한 : 우선 지금 말씀하신 대로 탈감작화라고 하는데요. 처음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봤을 때 놀라거나 무서워하는데 나중에는 일상적인.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햄버거 먹으면서 즐기는 상황이 생기는 거고. 또 하나는 황폐화 됩니다. 도덕적인 발달에서 굉장히 아이들이 둔감해지는 거죠. 이건 결국 기성세대, 사회의 책임과도 관련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성적인 장면이나 성적인 상황에 노출이 심하다 보니 너무나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성폭행사건은 집단적인 큰 사건이라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제가 진료했던, 개인적인 상황인데 초등학교 6학년짜리 남자애가 2학년짜리 남자애를 항문성교를 해서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여자애 성폭행은 어른들한테 당하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요. 그런 아이들은 특히 성폭력, 가해자도 문제겠습니다만 특히 피해자들은 굉장히 후유증이 굉장히 오래 갑니다.

박인규 : 이미 사회환경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 선정적으로 돼 가기 때문에 사회 전체를 바꾸면 좋겠지만 그런 환경이라면 집안에서 그런 것에 대한 면역력이랄까 어떻게 키워줄 수 있습니까

손석한 : 집안에서 일찍부터 성교육을 시켜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유아나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그림책 형태를 띤 성교육 지침서가 많이 있습니다. 그걸 부모님이 직접 아이들한테 읽어주면서 역할극 식으로, 어떤 모르는 남자가 너한테 와서 성기를 꺼내 보이면 그러지 마세요! 라고 얘기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뛰어가서 알려라. 그리고 혹시 그런 일을 당했을 때도, 너를 도와주는 제가 본 어떤 책에선 수잔 아줌마가 있거든요. 그런 사람이 또 있으니까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고 얘기해 주는 게 필요하고요. 한 가지 또 바람이 있다면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되고, 교육, 예방뿐 아니라 일단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개 학교 당국의 속성이랄까요. 좀 쉬쉬하고 덮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기보다는 공론화해서 대처방안을 만들고, 치료적인, 학교에서 전담 상담사를 배치해서 혹시 예산적인 문제로 어렵다면 여러 학교 혹은 지역을 묶어서 한 분 정도 계셔서 그런 걸 관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 먹고 자고 공부시켜 주는 물질적으로 결핍했던 때가 오히려 행복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갈수록 부모노릇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는 우리 시대 영원한 화두이기 때문에 모든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이른바 조기교육이라고 해서 세 살 때부터 가르치고 하는데. 그동안 상담해오시면서 조기교육이라는 게 실제로 아이들의 학습성취에 도움이 됩니까?

손석한 : 제가 경험하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말씀드리건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조기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아이가 두뇌발달이 어느 정도 이르러서 자기가 거기 흥미를 보여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할 때 그것이 중요한 거지, 조기교육은 조금 남들보다 일시적으로 앞서는 거다. 그것도 잘 될 때에만. 그렇게 저는 보고요. 다만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라든지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 같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 사람들은 진짜 전체 인구 100만 명, 1000만명 당 나올까 말까 한 천재입니다.

박인규 : 조기교육이 효력을 발휘하는 건 아주 극소수

손석한:저는 천재를 위해서라며 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겠는데 보통의 아이들, 적당히 머리 좋은 아이들한테도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부모들 입장에선 공부도 잘 해야겠지만 사실 친구도 잘 사귀었으면 좋겠는데, 왕따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보면 본인이 사회성이 부족할 수도 있는 건데 참 갑갑할 것 같아요. 왕따를 피한달까? 어떻게 해야 잘 사귈 수 있는 건지

▲ ⓒ프레시안

손석한 :
제가 조금 전에 얘기한 조기교육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왕따와 조기교육이 무슨 상관이냐, 상관 있습니다. 왜냐면 조기교육이라는 게 아이들한테 일찍부터 많은 양의 학습, 선행학습을 시키는 게 조기교육입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두뇌발달은 학습, 인지, 언어, 감정, 행동, 사회성, 다양하게 이뤄져야 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다 보니 사회성이나 정서 영역은 발달할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친구 사귀는 데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왕따를 시키는 애들도 많지만 별로 왕따 당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는 당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즉, 아이들이 자기한테 조금만 친절하지 안게 대하거나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이 아이들은 굉장히 못 견뎌하고 심하면 피해의식으로까지 발전해서 자기는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 학교를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저를 찾아온 남자애가 있는데 자기가 매년 왕따를 당했다고 해요. 그 아이 면담을 하다 보니까 친구들이 장난치면서 툭툭 치거나 이름을 부르면서 약올리는 걸, 얘는 그 친구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시초라고 생각해서 내일 가면 분명 나를 때릴 거라고 생각해서 안 가는 겁니다. 그런대 내일 가면 아이가 맞지 않거든요. 그럼 내일 모레 때릴 거야, 이런 식입니다. 굉장히 아이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는 거죠.

박인규 : 어떤 부모인들 자기자식을 제대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여러 가지 몰라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바빠서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가 이거 하나는 꼭 명심하십시오. 그런 걸 마지막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손석한 :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이겠습니다만, 거기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한데 첫 번째롤는 아이를 좀 민감하게 잘 관찰하는 민감한 부모가 되어라. 두 번째는 아이를 지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웬만하면 어깨를 토닥여주고 다 들어주고. 세 번째는 아이에게 반응을 잘 보여야 됩니다. 아이가 뭔가 요구했을 때 무시하지 말고 반응을 잘 보여야 되고. 마지막 네 번째는 좀 일관적인 부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기분이 좋다고 잘 해주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아이한테 짜증내지 말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일관된 원칙이나 일관된 양육방식으로 대처하고 거기 사랑까지 결부된다면 아이와 부모는 가까워지고 아이 자신도 아주 훌륭하게 커나갈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박인규 : 자녀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반응을 제때 보이되 일관적인 태도를 가져라. 우리 부모들이 한 번 새겨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손석한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