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식 서열과 다른 북한의 진짜 실세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식 서열과 다른 북한의 진짜 실세는?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영상으로 드러나는 장성택의 위상 상승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주요 인물로 장성택과 김경희, 최룡해를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와 고모로 든든한 후견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장성택과 김경희, 그리고 김정은 시대 들어 위상이 급상승한 최룡해는 김 씨 왕조의 3대 세습 체제가 자리를 잡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세 사람 가운데 장성택의 위상이 어느 정도이냐를 놓고 다소 이견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공식적인 직위와 상관없이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의 최고 실세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장성택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룡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최룡해는 장성택의 사람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최룡해가 장성택보다 더 힘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식적인 서열로 보자면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총정치국장을 맡고 있는 최룡해가 정치국 위원이자 당 행정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보다 상위에 있지만, 공식서열로만 북한의 권력관계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공식서열이 높다고 해서 북한의 권력실세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과의 거리가 권력의 크기

필자는 여기서 새로운 방법으로 북한의 권력관계를 읽어보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공식적인 당의 지위나 호명 순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의전적 움직임으로 권력관계를 읽어보려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위계질서가 있는 한 조직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어떤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안내원을 제외하고는 1인자를 가장 가까이서 수행하는 사람은 대개 그 조직의 핵심실세이다. 이동과정에서 사람들의 순서가 다소 뒤바뀔 수는 있지만, 대체로 보면 핵심실세가 1인자의 주변에 항상 머물게 된다.

또, 1인자 주변의 선두대열 내에서는 권력이 낮은 사람이 권력이 높은 사람보다 앞서 걷는 일이 거의 없다. 과장이나 부장이 국장보다 앞서 걸으며 1인자를 수행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인자와의 거리는 조직 내에서 그 사람의 권력의 크기를 반영한다.

장성택과 최룡해의 위상은?

필자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장성택의 위상 변화를 분석해보았다. 주요한 비교대상은 최룡해로 설정했다. 최룡해가 김정은 시대에 급부상한 실세인 만큼, 최룡해와의 비교를 통해 장성택의 위상이 더욱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총정치국장으로 부상한 시점이 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 때인 만큼, 이 시기 이후 김정은 제1비서의 현지지도에 장성택과 최룡해가 함께 수행한 행사를 분석했다. 북한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공개한 행사가 분석대상일 수 밖에 없는데, 기념사진 촬영이나 음악회 관람, 공식 당 행사 같이 공식 의전서열이 중시되는 행사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공식의전이 중시되는 행사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직위에 따라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필자가 살펴 본 행사는 <표 1>에 제시된 것과 같이 11개의 행사이다.

< 표1> 김정은 제1비서 현장지도 장소와 서열 비교

이상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 제1비서가 5월 24일 개선청년공원 유희장을 시찰할 때까지만 해도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장성택 행정부장보다 김정은 제1비서의 가까운 자리를 지켰을 뿐 아니라 이동시에도 장성택의 앞자리에 위치했다. 장성택이 최룡해의 앞쪽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 4월 29일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군 군사과학기술전람회를 관람했을 때의 모습. 최룡해 총정치국장(빨간색원)은 김정은 제1비서 앞에서 얘기를 듣고 있는 반면, 장성택 당 행정부장(파란색원)은 뒤쪽에 서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또, 이 무렵의 영상을 보면 김정은 제1비서의 지근거리를 지키는 인물은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숙청 전의 리영호 총참모장이었고, 장성택은 수행인물들로부터 그리 주목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장성택이 숨은 실세였다면 주변인물들이 장성택에게 하는 예우가 은연중에 드러났을 것인 만큼, 이 시기 장성택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런데, 8월 31일 해맞이 식당 시찰에서부터 중요한 변화가 포착된다. 장성택이 최룡해보다 앞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의 상황을 동영상으로 편집한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를 보면, 장성택은 김정은 제1비서의 옆자리를 지키며 대열을 선도하고 있고, 최룡해는 장성택의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관찰된다. 5월말부터 김정은은 사회문화경제시설에 대한 시찰을 늘리며 장성택과 현지지도를 많이 다녔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장성택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8월 31일 김정은 제1비서가 해맞이 식당을 시찰했을 때의 모습. 장성택(빨간색원)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와 있는 반면, 최룡해(파란색원)는 문 밖에 서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성택과 최룡해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아니다. <표 1>에서 보듯 해맞이 식당과 같은날 시찰이 이뤄진 인민군 전자도서관 시찰에서는 최룡해가 여전히 장성택보다 앞서 있고, 이날 이후 11월 7일 4.25 국방체육단 경기 관람시까지 이러한 모습은 간헐적으로 관찰된다.

그렇다면, 장성택과 최룡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8월 31일부터 11월 7일까지의 상황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표 1>에서 제시된 이 시기 5건의 행사를 분석해보면, 군 관련 행사에는 최룡해가 앞서고 다른 행사에서는 장성택이 앞서는 특징이 발견된다. (평양민속공원 시찰(9/7)의 경우 인민군 부대가 공원건설을 담당했고, 이날 시찰이 공원건설에 참가한 인민군 부대를 격려하는 성격도 있었던 만큼 군 관련 행사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방문하는 장소의 성격에 따라 두 사람이 역할을 달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 11월 19일 김정은 제1비서가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했을 때의 모습. 장성택(빨간색원)은 김정은 제1비서와 앞쪽에 나와 있는 반면, 최룡해(파란색원)는 다른 간부들과 함께 뒤쪽에 서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11월 19일 김정은 제1비서의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은 장성택의 상승된 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김정은 제1비서가 방문한 곳이 군부대임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은 김정은의 옆자리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최룡해는 김정은과 장성택보다 한 걸음 뒤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날의 사진은 공식적인 서열과는 관계없이 누가 북한의 핵심실세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성택, 점차적으로 위상 높여온 듯

이상의 관찰에서 드러나는 것은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 초기부터 막강한 막후실세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고위층 탈북자들이나 북측 인사들을 많이 접해 본 정부 관료들이 장성택의 능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보여지는 장성택의 위상은 5월까지만 해도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장성택을 높게 평가하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장성택이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성택은 올 여름을 거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실질적인 2인자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8월 이후 군 관련 행사에서 여전히 최룡해가 장성택보다 앞선 자리에 서는 것은 총정치국장이라는 직위를 예우한 장성택의 배려일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인 직위나 호명 순서는 북한 당국의 필요에 따라 변형될 수 있지만, 권력자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은 북한 당국의 의도에 따라 변형되기 어렵다. 권력자나 주변 사람들이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자에 대한 예우를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1년이 가기 전에 실질적인 2인자의 자리에 올라 선 장성택. 그가 김정은 제1비서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가느냐가 향후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