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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권리 인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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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권리 인정돼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05] 세계 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 이익섭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세계 장애인들의 축제인 제7회 세계장애인 한국대회가 오늘부터 나흘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킨텍스에서 열립니다. 장애인 인권문제 등을 논의하는 이번 대회는 국제 장애인 행사로는 최대 규모로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체결된 이후 처음 열리는 대회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큰데요.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이익섭 교수는 "장애인 복지는 더 이상 서비스 차원이 아닌 인권향상 차원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연세대 이익섭 교수를 초대해 세계장애인 대회의 의미와.. 장애인들의 인권 문제, 그리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세계 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 이익섭 교수입니다. 이익섭 교수는 1952년 서울 출생으로 79년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했고 88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복지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3년부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사회복지대학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10살 때 시각을 잃은 시각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복지개발원장을 비롯해 한국장애인단체 총 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계장애인연맹 동북아지역회의 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큰 대회 준비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제7회 세계장애인대회가 열리는데요, 이 대회가 장애인들의 대회로는 가장 큰 행사라고 들었습니다.

이익섭 : 네. 우선 이 대회는 전 세계 160개 회원국을 갖고 있기 때문에요. 지구촌에 여러 단체가 있긴 하지만 최고의 기관으로서 가장 큰 대회를 유치하고 있는 세계대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1981년에 첫 대회를 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대회를 하게 된 계기랄까요? 좀 설명해 주시죠.

▲ ⓒ프레시안

이익섭 :
장애인 문제는 많은 분들이 생각할 때마다 어려움과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돌봐지고 이런 경우가 많았지요. 1980년에, 1981년이 유엔이 정한 장애인의 해였거든요. 그걸 준비하면서 전문가들이 캐나다 위니펙에 다 모였습니다. 모여서 이거 어떡할까 얘기할 때 장애인 당사자들이, 내년이 우리를 위한 해인데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가 다 돌보고 있는데... 이걸 나름대로 당사자의 목소릴 내자는 취지에서, 당사자 자신들이 만든 단체로서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가지고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 처음 발족한 게 1981년도에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 모든 종류, 유형의 장애인들이 모여서 출범한, 그런 나름대로의 의미와 우여곡절이 있는 모임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장애인들이 사회의 보살핌을 수동적으로 받기보다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보겠다는 취지...

이익섭 : 그렇습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 스스로의 자립과 주장을 통해서 하겠다는 나름대로 강한, 건강한 취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인규 : 모든 종류의 장애인 자료를 보니까 전 세계의 장애인들이 6억5천만 명이라고 하더라구요.

이익섭 : 그렇습니다. 보통 우리가 10% 이상을 장애출현으로 보거든요. 10명 중 한 명 꼴,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장애다. 사실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가까이 또는 좀 멀리에 장애인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아무래도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다 보니 많이 관찰은 안 됩니다만,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우리 주변에 지나가면서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박인규 : 장애인들도 많고 사실은 비장애인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이익섭 : 그렇죠. 그런 말 많이 하죠. 장애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 다만 오늘의 장애인과 내일의 장애인이 있을 뿐이지... 뭐 장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냐, 이런 얘기를 하면 사실 숙연해지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박인규 : 이번 제7회 장애인한국대회에는 몇 나라에서 몇 분이 참석하십니까?

이익섭 : 지금 약 한 90개국에서 900여 명 정도의 해외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국내에서도 참여하시겠죠?

이익섭 : 물론이죠. 국내에서는 약 1500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전국에서, 멀리는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또 각 곳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정말 어려운 중에 있는 많은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 2500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참여하시는 대회인데 언론보도를 보니까 숙소라든가 편의시설 마련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익섭 : 저희가 참 조심해야 될 부분이 있는데, 저희는 국내에 살다 보니 눈에 보이는 건축물이나 이런 것들의 접근성 얘기하지 않습니까? 계단이 많다 이런 얘길 하는데, 사실은 해외에서 온 많은 장애인들이 조용히 한국의 호텔 내에 준비 안 된 모습을 경험하고 조용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실은.

박인규 : 참석하시려다가 그냥 가시는 분이...

이익섭 : 가신 분도 계시고. 사실 지금 와서 제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게 1급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분들이 나와서 프론트에서 호텔 좀 옮겨 달라. 화장실은 들어갈 순 있지만 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휠체어가 회전할 수가 없습니다. 목욕실로 들어가지를 못해요. 화장실도 장애인들을 위해서 바깥으로 열리거나 좀 더 넓거나 이래야 되는데, 일본의 호텔 가보면 조그만 호텔 같지만 그런 것들이 전부 내부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는 사실. 우리는 겉으로 굉장히 훌륭한 호텔 같지만 사실 그동안도 많은 외국 장애인들이 와서... 우리는 몰랐죠. 묵묵히, 아 여기는 안 되겠구나라고 하고 돌아간 장애인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가 정말 깜짝 놀랄 일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세계장애인대회를 준비하시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걸 또 한 번 절감하셨겠네요.

이익섭 :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우리가 겉으로 떠들고 많이 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선진국이 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박인규 : 뭐,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그런 걸 알게 됐기 때문에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익섭 : 그렇죠. 바로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 세계대회가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의 일환이다, 생각해서. 또 버스 문제도 많고 지하철, 대중교통수단이죠,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이런 나름대로의 소동을 통해서 경험하고 아, 이렇구나 하는 생각. 사실 호텔도 이렇게 많은 장애인을 생각 못해봤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호텔만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입장인데, 어쨌든 이런 기회가, 말씀하신 바대로... 한국이 또 잘 한다면 잘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면을 많이 기대하고 많은 주변의 참관해 주신 장애를 안 갖고 계신, 보통 비장애인들이라고 하죠. 정상인들, 일반인들이 많이 격려해 주시고 고치자, 변화하자 이런 격려분위기를 많이 해주시면 저희는 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인과 관련된 약점이 드러났다는 것만 해도 소득이라고 생각되고요. 이익섭 교수님께서는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이신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시면, 대개 대회를 하면 이번 대회의 주제라든가, 이번 대회는 어디에 중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 ⓒ프레시안

이익섭 :
저희는 그동안 장애인 문제는 온정주의적이고. 아무래도 자선이나, 안타까움이나 따뜻함을 통해서 했던 게 사실이거든요. 이제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전제를 생각해 보면 이건 사실 장애인만을 위한다고 보기는 좀 어렵고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으로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이것은 인권 차원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 대전제고. 그래서 작년에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 유엔에서 만든 인권협약을 기본 골격으로 해서 저희가 우리의, 즉 장애인의 권리를 말하는 거죠. 또 우리의 협약, 그렇지만 모든 인류를 위하여,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장애인만을 위한 대회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내일의 장애인과 다음 세대에 누가 될지 모르는 장애인을 위해서, 우리 모든 사회가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것은 정말 누가 되든지간에 동등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정말 멋있고 아름답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말 중요한 것이다... 라는 것이 저희 대회의 깊은 주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사회가 베풀어 주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말하자면 장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자.

이익섭 :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몇 천 년을 살아봐야 이걸 알게 될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그럼요. 그런 걸 보면, 자, 누가 될지 모르는 이 사회의 장애 문제,,. 이게 무슨 저 사람만을 위한 거다, 이렇게 생각해서야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거죠. 우리 함께, 장애 문제는 우리 모든 인류를 위하여... 라는 이런 주제에 동참하자라는 것이 우리 주젭니다.

박인규 : 오는 8일이 대회 마지막 날인데 이번 대회의 가치와 비전을 담은 서울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어떤 내용이 담깁니까?

이익섭 : 장애는 그동안 사회에 묻히고 또 많은 사람들의 자선 속에 덮여져 있다고 한다면 이제는 장애 문제는 세계 인류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도전이다. 하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장애는 피해서 되는 게 아니고, 잘 끌어안고 이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인류가 반성할 수 있도록 장애는 우리 인류에게 준 정말 크나큰 도전이고 선물이다... 라고 하는 점을 서울선언문을 통해서 사실은 만천하게 천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난주인가요? 이번 프로그램에서 이양희 교수님이라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모셨는데 그 분 말씀 들어 보니까, 유엔의 인권협약이 많은데 그 중에 끝에서 두 번째가 아동인권협약이고, 마지막이 장애인권리협약. 작년 12월에 생겼다더라고요. 이익섭 교수님께서도 장애인권리협약 체결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장애인권리협약이 왜 필요하며 그 내용은 어떤 건지 좀 소개해 주시죠.

이익섭 : 필요에 앞서서, 뭐 이미 유엔이 장애인은 전 세계에서 가난한 자 중 가장 가난한 집단이다. 이렇게 천명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어렵다는 건 상식일 것 같고요. 자, 아동이 어렵다고 하면 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은 어떨까요? 여성의 권리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은 어떨까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인종차별을 금지하는데 유색인종이 장애를 갖고 있는 유색인종이면 어떨까요? 사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떤 집단보다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사실은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가장 나중일까요? 저는 이게 정말 의문이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사람부터... 사실 병원에 응급실이 있습니다. 생명이 위독한 사람부터 해야 될까요? 감기환자부터 해야 될까요? 인권의 문제라고 한다면 인권의 가장 침해와 박탈현상이 많은 가장 어려운 자부터 했어야 되는데 저는 유엔에게 오히려 질문하고 싶습니다. 너무 늦었다. 이것은 그렇지만, 저는 안타깝지만 오히려 이렇게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아마 인류의 인권의 완성을 위해서는 피해 가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던, 또 마지막 완성을 위해서, 마침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 21세기 정말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한 번 다시 인권이라는 것의 완성을 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저는 받아들이고. 처음 된 자가 됐어야 될 것이 가장 나중 된 막내가 됐다는 것은 딜레마기도 하지만 인류에게 많은 반성의 기회를 더욱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장애인권리협약이 체결됐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보자는 기본적인 틀을 깔았다고 보여지는데, 가장 핵심이랄까 골자는 어떤 겁니까?

이익섭 : 우선 차별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고요. 또 장벽 좀 없애라. 누가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데 좀 누구나 잘 살 수 있게끔 하자라는 거여서, 그게 핵심으로 보면 예를 들어 자립생활 같은 것.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사람들을 함부로 강제로 시설에 넣거나, 또 어떤 유형의 삶을 강조하거나, 교육적으로 강제 분리교육을 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고 정말 나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일반 학교 다니고 싶습니다, 할 때에는 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는 시설에 가기 싫어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어요... 라는 것은 이것은 정부와 사회가 모든 노력을 다해서 그 한 사람의 삶을 보장해야 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 거다. 또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하는데, 지하철의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게 무슨 서비스냐. 이건 누구나 당연한 거다. 그래서 사실 50개 조항으로 이뤄진 권리협약의 내용을 보면 참 놀랍습니다. 일반적인 겁니다.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권리. 가족을 형성하고 출산할 수 있는 권리. 장애여성에 대해서 보다 좀 정부와 사회에서 노력해야 될 의무. 뭐 이게 대단한 겁니까? 또 접근권, 그래서 물리적 환경이나 건축, 정보, 이런 것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상식이죠.

박인규 : 저희들은 장애인 하면 잘 보살펴만 준다고 생각했는데 권리협약 얘기를 들어보니까 보살핌만으로 아니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장애인 권리협약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만 이게 조약이 발효가 되고 해야 실효가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비준했나요?

▲ ⓒ프레시안

이익섭 :
참 부끄럽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비준에 대한 준비가 좀 늦어 있고요.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우리의 열정을 다해서 빨리 비준해야 되고. 그리고 비준국가가 20개국이 되면 발효하게 되는 거거든요. 발효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솔선수범해서 국내의 장애 차별을 금지하고 장벽을 없애는데 솔선수범해야 되겠지만, 나아가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에 대해서 관심도 갖고, 국제협력을 통해서 우리가 좀 더 노력하는 명실 공히 선진국이 돼야 하지 않나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웬만하면,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데 장애인 문제에서도 10위권의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익섭 교수님도 어렸을 때는 비장애인이셨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요? 시력을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상당히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이익섭 : 그렇죠. 저도 이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저 나이에 참 갑자기 눈이 안 보이면 어떨까 하는 부모의 마음이 떠오르곤 하는데, 그렇죠. 망나니 같이 자라던 개구쟁이가 눈이 안 보이니까, 뭐 한 두세 달은 정말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말을 해서 누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에서 이건 도저히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불가능한 상태로 갑자기 진입하고. 그것이 볼 수 없는... 사실 그게 간단한 장애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로 바뀔 때 어린 마음에 갖고 있었던 어려움은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도 한 번 나오신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지체가 부자유스러우시죠. 그 분도 대학 가시는 데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정말 대학 가시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익섭 : 글쎄요. 뭐 우선 책이 없으니까요. 지금은 디지털데이터 하면 거의 점자나 음성으로 전환이 되거든요. 그때는 전부 점자로 일일이 찍어서 만들었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영어 교과서 , 혹은 참고서 하나 구하기가. 경쟁하는 아이들은 책방에 가서 사면 되는데, 그것도 한두 가지 삽니까? 영어 참고서 한 두세 가지, 화학 참고서 두세 가지. 다양하게 보고 문제집도 사고. 저는 단 한 권도 점자로 돼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런 걸 녹음해서 들으면서. 그런 것들이... 그리고 저는 시험 볼 때, 지금 생각하면 불러줘서 했거든요. 예를 들면 다음을 듣고 해석하십시오. 교수님들이 영어로 쫙 읽어줘요. 지금도 아마 그렇게 읽어주고 해석하라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에 그걸 그냥 해석하라고 하니, 그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시각장애인 대학 들어가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박인규 : 어떻습니까, 이 교수님이 대학 가실 때하고 지금 장애인들의 고등교육. 조건이랄까요? 많이 나아졌습니까?

이익섭 : 그렇죠. 여건상으로는 많이 나아졌고 경쟁의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향상됐죠. 그런 점에선 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익섭 교수님이 한 언론과 한 인터뷰를 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하기보다는 무지하다.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익섭 : 한국 사회는 일단 분리교육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같이 동료로 장애인을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미국만 하더라도 모든 장애인이 통합교육, 한 반에서 그냥 배웁니다. 옆에는 가끔 시각장애인이 있기도 하고 때론 정신지체장애인이 있기도 하고. 우린 워낙 경쟁사회다 보니 똑똑한 아이를 사귀라는 게 부모들의 지상명령이고, 어디 바보 같은 아이를 사귀고 있냐, 이런 게 뒤에선 다 얘기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장애친구를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다. 무지하죠. 그래서 마음은 굴뚝같아도 사실 길 건너가는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줘야 되지? 청각장애인이 헤매고 계신데 어떻게 해야 될까? 감히 내가 가서 뭘 하면 실례가 안 될까? 아는 게 없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렸을 때부터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의견이시네요?

이익섭 : 그럼요. 절대적입니다. 이건 함께 삶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는 거지... 저희 집에 식구들이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가 시각장애인이니까 뭘 어떻게 도와줘야지 하면서 살지 않습니다. 같이 TV보면서 옆에 계신 분이 앞을 못 보시는 분이니까 도와줘야지, 하고 저희 집사람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살다 보면 부딪히기도 하고 알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되는데, 이걸 무슨 장애인 문제다 해서 특별히 특강을 들어서 안다는 것은 너무 대상화시키고 '그들'로 만드는. 우리가 '그들'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으로. 그런 점은 사실 삶을 통해서 학교에서 어려서부터, 독일에선 많이 연구가 나와 있는데 유치원에서 같이 장애아동과 지낸 아이들이 훨씬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이 강하다, 이런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박인규 : 이익섭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애인정책은 통합교육이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익섭 : 저는 사회변화의 뿌리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그런 생각과 함께, 작년인가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생업이라 할 수 있는 안마를 일반인에게도 허용하겠다고 해서 굉장히 큰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통합교육을 떠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와서, 우리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 혹시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라든가...

이익섭 : 참 저도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안마라는 것이 지금 현실이, 시각장애인은 그거라도 해라, 하고 정부가 사실은... 다른 거 다 안 되는, 막아 놓고 그거 하나 문을 열어 놓고 거기 매달려서 사실은 생존하고 있는 입장인데, 그걸 갑자기 다른 일반인도 공유한다고 해서 문을 막다시피 하니까 갈 데가 없지 않습니까. 사실은 사회가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많은 가능성을 준비해 놓고... 이렇게 막다른 길로 사람을 몰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건 정당하지가 않습니다. 이건 아무리 위헌이라고 얘기해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짜 굶어 죽습니다. 이렇게 해놓고 정책을 위헌에 따라서 우리가 움직인다. 모든 사람에게 개방해야 된다. 말은 좋죠. 그러나 현실은 다시 한 번 내모는 현실, 이건 정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또 사회가 책임지고 다른 문을 많이 열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죠.

박인규 : 지난 30여 년간 장애인들의 인권향상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오셨습니다만 아직도 미진한 게 많이 있을 것 같고요. 이번 자리를 빌어서 특히 우리 사회라든가, 이른바 비장애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익섭 : 장애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특히 한국인들의 정은 깊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국인들은, 제가 미국에서도 한 8년 살았지만 훨씬 깊고 장애인에 대한 정이 많습니다. 다만 이것이 열려 보지 않았고 경험해 보지 않은, 이거 하나로. 그래서 사실은 많은 분들이 어떻게 도와야 될지를 잘 몰라서 못 돕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돼서 말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걸 조금만 열어봅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는 비전이고, 사실 조금만 열린 그 문을 통해서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그리고 깊은 정이 샘솟듯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저는 확신하고, 우리나라에 비전이 있다. 이 점도 우리나라도 보여주고, 또 주변 나라, 또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도 우리가 나누고 좀 힘을 주는 그런 것이 됐으면 좋겠고.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한 번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장애인의 어려움을 제대로 알기만 하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말씀해 주셨고요. 어쨌든 이번 제 7회 세계장애인대회 잘 치르시고, 또 세계 장애인들의 인권향상에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익섭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제7회 세계장애인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이익섭 교수를 초대해 세계장애인 대회의 의미와..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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