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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언론, 아동 권리에 너무나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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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언론, 아동 권리에 너무나 무관심"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30] UN 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국내에서 아동폭력이나 학교폭력 등 아동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아동의 지위향상과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유엔 아동권리 위원회 위원장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당선됐습니다. 바로 이양희 성대 교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특히 유엔 인권 협약과 관련된 위원회에서 한국인이 위원장에 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국제사회에서 한층 높아진 한국인의 위상을 실감하게 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현재 전 세계 아동들의 인권 현황과 지원책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UN 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위원장입니다. 이양희 위원장은 1956년 서울 출생으로 79년 미국 조지타운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87년 미주리대학교에서 특수아동조기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1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 아동권리학회 창설 멤버로 한국 아동학대예방협회와 한국 행동요법학회 이사, 자폐학회 부회장, 장애아동 인권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UN 아동권리위원회 위원과 부의장을 거쳐 지난 5월 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박인규 : 늦었지만 축하드리고요. 전 세계 아동들의 인권을 책임진다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어깨가 좀 무거우시겠습니다.

이양희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지금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본부가 어디 있죠?

이양희 : 스위스 제네바에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위원장 하시면 거기에 계속 계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양희 : 1년에 석 달에서 넉 달 정도는 거기 체류하고 그 외에는 출장을 전 세계적으로 많이 나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1년에 아마 3분의 2는 국내에 상주하지 못하고 외국에 많이 나가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교수 일도 하시고 위원장 일도 하시고 바쁘시겠네요.
작년에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유엔사무총장 되시고, 갈수록 우리나라 분들이 그런 비중있는 국제기구에 많이 나가는 걸 봐서는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양희 : 그럼요. 많이 높아졌죠. 반기문 총장이 선출됨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완전히 국제사회에서 여봐란 듯이 큰소리 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외형상으로 우리가 뒷받침을 못하는 것이 상당히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죠.

박인규 : 이양희 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5월에 선거전도 치르셨다던데, 치열했습니까?

이양희 : 치열했습니다. 3시간 동안 거쳐서 선거를 거치고 끝에 가서 투표하는 과정이 상당히 저로선 많은 걸 배우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선거는 엄청나게 치열하고... 그렇게 편한 선거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이양희 위원장께서는 아동문제에 대해서 전공도 하셨고 연구도 해오셨는데 스스로도 난민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 ⓒ프레시안

이양희 :
예. 저희 아버지께서 군사정권의 어떠한 결과로서 해외, 미국에서 망명을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버님이 소석 이철승 선생이시죠?

이양희 :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 61년도에 군사쿠데타가 나고 나서 이철승 선생도 바로 미국으로 가신 건가요?

이양희 : 그렇죠. 일본에서 군사 쿠데타를 맞이하시면서 곧바로 미국으로 망명하시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일가족이 전부

이양희 : 저희들은 1년 후에 아버지와 합류하게 됐죠. 케네디 정부가 저희들을 많이 후원하고 도와서 저희들이 가족이 다 아버지하고 합류할 수 있도록 가능했습니다.

박인규 : 이양희 위원장은 그 당시 예닐곱 살...

이양희 : 네. 제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필라델피아에서... 다운타운 필라델피아라면 누구다 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죠. 아주 빈민가에 가까운 데서 우리가 살면서 빈민가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망명 정치인의 따님으로 미국서 공부하신 건데, 그런 것들 때문에 겪은 개인적인 어려움 같은 게 있었습니까?

이양희 : 굉장히 많았죠. 그때는 서양사회가 난민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저희들은 또 정치망명생활을 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흔히 70년대 월남 보트피플 이런 식의 지위는 아니었고요. 그런데 저는 상당히 그 당시 60년대 초에도 미국 사회가 굉장히 개방적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잘 받아들였고 저 같은 학생을 참 잘 받아들였고 어떻게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박인규 : 여섯 살 일곱 살부터 미국에 사셨으면 다시 한국 들어와서 활동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미국문화와 한국문화의 차이 때문에, 한국에 오셔서 교수 활동을 하셨는데, 그래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까지 되셨습니다만.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이양희 : 쉽게 말씀드리면요, 인권협약이라는 것이 유엔 산하에 7개가 있습니다. 거기의 7번째 협약인데요, 그 인권협약을 국가들이 비준하게 되는데 비준을 한 국가들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기구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동권리협약이 가장 범세계적인 비준 상태를 자랑하고 있는 협약입니다. 193개국이 비준해서 어느 인권협약보다 가장 많은 비준을 하고 있죠. 미국과 소말리아만 비준을 안 한 상태구요.

박인규 : 미국은 왜 안 했습니까?

이양희 : 미국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비준은 안 했지만 선택의정서는 비준해서 아주 우스운 선례를 남기고 있는데요, 국내법과 인권협약이 충돌이 많이 될 경우에는 참 하기가 힘들죠.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사형... 미성년자한테 사형선고라는 법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내에는 사형선고가 가능하고, 미성년자들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박인규 : 저는 약간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인권협약 하면 1948년도에 나온 것만 아는데 7개가 있군요. 아동권리협약은 언제 체결된 겁니까?

이양희 : 89년도에 체결됐습니다. 그래서 90년부터 효력을 발휘했죠.

박인규 : 아동의 권리를 보호해야겠다는 취지라는 느낌이 드는데, 보통 아동 하면 초등학생.. 이렇게 생각하는데 보통 어디까지가 아동입니까?

이양희 : 유엔에서 정의하는 아동이라 함은 18세 미만의 모든 이들을 아동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미성년자면 다 아동이군요. 왜 그게 필요할까요? 보통 인권협약이 아니고 아동권리협약이 왜 필요합니까?

이양희 : 가장 취약집단이라고 하면 흔히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또는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얘기하죠. 소수자죠. 그래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있고 인종차별도 있고요. 또 가장 최근에 체결된, 우리보다 더 젊은 협약은 이주노동자협약인데, 그런 많은 인권협약들이 아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유엔에서 얘기하는 A규약, B규약 이렇게 얘기하죠. 시민적, 정치적 권리,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이렇게 A규약, B규약으로 나눠져 있는데 아동권리협약은 포괄적인 협약이라고 해서요, 시민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다 포함되고 포괄되고 거기에 덧붙여서 특별보호조치들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박인규 : 미성년자 인권과 관련된 문제들이 굉장히 다양하겠습니다만, 지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파악하는 문제 중에서 가장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양희 :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빈곤이죠. 빈곤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세계 아동인구가 22억이라고 하는데 19억이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자라나고 있구요. 10억의 아동인구가 빈곤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문제가 빈곤에서 야기됩니다. 아동에 대한 폭력, 아동에게 행해지는 폭력,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아동에게 행해지는 폭력, 이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요. 또 이제는 무력분쟁 사태들도 많이 심각한 문제고요.

박인규 : 동남아 같은 데 보면 10살도 안 된 친구들이 예를 들어 나이키 축구공을 만든다. 그런 것들도 말하자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다뤄야 될 문제인가요?

이양희 : 그렇습니다. 아동권리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하고 같이 협력하에 미성년자들을 노동현장에서 빼내야 되는 의무를 우리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정하는 것은 최소연령, 노동에 대한 또는 취업에 대한 연령이 개발도상국은 15세로, 선진국은 16세로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빈곤이라는 게 말이죠. 물론 그런 일을 시키면 안 되겠지만 빈곤이라는 게 인권 문제만 가지고는, 그 나라 사회가 경제가 발전이 되고 그래야 되는데 그런 문제까지 하시려면 굉장히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양희 : 그렇습니다. 저희가 국내법도 망라하고 국내예산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느냐도 보고. 또 하나는 국내의 뭐랄까요 부패상황까지 봅니다. 아주 빈곤국가들은 해외원조가 우선적이죠. 그 해외원조가 들어갔을 때 그 나라의 부패상황이 어떠냐를 보고, 또 예산분배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 특히 사회서비스에 대한 예산, 교육에 대한 예산, 거기에서 저희들은 좀 더 아동에 대한 예산이 어떻게 분배되고 있고 그 예산분배에 대한 영향평가도 어떻게 실시하고 있느냐 이런 것을 우리가 총감독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 같은 걸 보면 말이죠. 아프리카에 내전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의 10살 남짓 된 친구들이 소년병이라고 총 들고 다니던데 그런 문제들도 해결이 가능합니까?

▲ ⓒ프레시안

이양희 :
그런 문제를 저희가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소년병이, 일단 우리가 아동권리협약의 선택의정서, 무력분쟁에 대한 선택의정서가 있습니다. 거기 비준을 한 국가들은 18세 이하의 아동들을 징집해선 안 되는 걸로 돼 있고요. 또 그것보다 그 이상의 법은 로마의정서에 따라서 다시 말해서 국제 ICC에 따르면 15세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동권리협약에서 이걸 18세로 늘렸죠.

박인규 : 아동권리위원장 맡으신 지가 3개월 넘어가시는데 임기가 얼마나 됩니까?

이양희 : 2년입니다.

박인규 : 지금 위원장으로서 내가 이 일만은 해 놔야겠다, 추진하고 계시는 게 있습니까?

이양희 : 그렇습니다. 이제 18년이 된 협약기구라서 아직까지는 기준설정을 하는 데에 국내법이 어떻게 조화롭게 이뤄지느냐,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우리가 신경썼다 하면, 이번에는 제 임기에서는 좀 더 이행을 어떻게 잘 하고 있느냐, 이런 것을 중점화할 것이고. 그리고 좀 더 참여적인, 모든 국내 또는 국제사회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중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인규 : 아동의 참여라면 미성년자들이 인권보호를 위해 스스로도 뭔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오랫동안 아동문제를 해오셨고 국내에서도 이미 20년 가까이 활동하셨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동, 미성년자들의 인권상황이 세계 전체적인 수준과 비교해서 만족할 만합니까?

이양희 : 상당히 우리가 만족하고 많이 다른 나라들보다 좋은 상황인 것도 있지만, 또 반면에 그렇지 못한 상황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역할은 나라들을 비교하거나 순위를 매길 수가 없습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문화적인 것도 다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아까 말씀드렸던 아동의 목소리, 아동의 의견 존중, 아동의 지위가 아직도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박인규 : 애들이 뭘 안다고...

이양희 :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나 교육에 대한 열이 높다 보니까 아동이 정말 자기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 또 문화적인 생활, 이런 것들을 많이 침해당하고 박탈되고 있다고 봐야 되겠죠. 더불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동에 대한, 아동에게 행해지는 폭력, 또는 아동이 아동에게 스스로 행하는 폭력, 이런 문제들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박인규 : 아동들의 목소리를 좀 참여시킬 수 있는, 미성년자들... 그런 측면 관련해서 예를 들면 중고등학교의 학교 운영에서 학생들이 학교 운영의 한 주체로 참여한다든가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이양희 : 그렇습니다. 그걸 우리가 권장합니다. 국가심의를 할 때에, 한국 심의할 때, 2차 보고서 심의를 할 때도 이런 부분들이 지적됐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선출되느냐, 그렇게 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늘 아동은 미래의 지도자다, 꿈나무다 하는데 현재 사회에서 아동의 지위와 위치가 없다면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가 없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어서, 다른 나라 같은 경우 아동, 미성년자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까?

이양희 :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또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이런 데서는 상당히 많이 있고요. 예를 들자면 징계위원회 같은 데도 아동들이 참여하고 아동 스스로가 학교의 규칙과 규범을 정하는 데 참여하다 보니 좀 더 규칙을 지키는 데에 더 적극적으로 아동들이 참여하더라구요.

박인규 : 아동폭력도 말씀하셨습니다만 학교에서의 체벌, 사랑의 매라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어떻습니까? 체벌에 대해서는 아동권리위원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이양희 : 체벌 금지하게 돼 있습니다. 절대 안 됩니다. 체벌이라는 것이 여러 개 세팅에서 금지가 되게 돼 있습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노동현장, 그리고 사법 또는 기숙시설에서는 체벌이 금지되게 돼 있습니다. 체벌이라고 하면 가장 인간한테 곤욕적인 대우지 않습니까.

박인규 : 2003년인가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학교체벌금지를 비롯해서 타인종의 아이들이라든가 한부모가정 아이들에 대한 체벌금지 이런 걸 입법화를 하라고 권고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고. 또 한국인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이 됐으니까, 차제에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아동과 관련된 법체제 중에서 이것만은 고쳐야겠다고 보시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이양희 : 일단 우리가 체벌금지는 학교에서 해야 될 것이구요.

박인규 : 아직 우리는 그게 법으로 안 돼 있죠?

이양희 : 아주 미묘합니다. 체벌은 금지됐다지만 학교 현장에 들어가 보면 그 안에 교장 재량이나 또는 등등등, 아주 법적으로 완벽하게 체벌금지가 돼 있지는 않습니다. 가정에서도 체벌금지가 이뤄져야겠지요.

박인규 : 집에서도... 집에서는 사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건 교육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 부모님들의 생각인데

이양희 : 그렇죠. 그런데 인간이 인간을 때린다는 것은 그게 과연 다른 인간에 대한 존중과 존엄성을 인정하는 거냐. 그 질문을 한 번 하고 싶어요. 아동도 역시 권리의 주체자고 인간의 존엄성을 우리가 상당히 보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이양희 교수님이 유엔아동권리위원장으로서 전 세계 아동들의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도 하셔야겠습니다만 우리나라 미성년자들을 위해서도 하실 일이 많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양희 :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자리를 빌어서 부탁드리고 당부하고 싶은 일이, 아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스컴이 인색합니다. 너무나도 인색해요. 아동의 권리, 아동의 인권, 어떤 큰 상황이나 센세이셔널한 사건이 벌어져야지만 되지 그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인색해요. 그래서 우리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권고사항이 나온 것도 역시 우리나라 매스컴에서는 크게 다뤄지지가 않고, 내년에 우리가 두 개의 선택의정서... 무력분쟁, 성매매, 포르노그라피, 성착취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심의하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굉장히 심각한 부분인데, 아마 내년에도 우리나라 매스컴에서는 별로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지 않을까. 엊그제 매스컴을 보니까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한국이 다민족인종이라는 것을 위헌이다, 철폐해라 이런 것을 권고했다고 아주 9시뉴스에 탁 나왔는데요, 우리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권고사항을 하는 내용들도 좀 9시 저녁뉴스에 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그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약간 속이 뜨끔한데, 아직도 저희들은 애들은 좀 어른들의 지도를 받아야만 되는 존재다... 이런 생각들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아주 강한 것 같습니다. 저도 좀 반성을 많이 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제도 좀 더 짚어보죠. 아까 아동폭력, 학교체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학교폭력 문제도, 말하자면 미성년자들 상호간에... 굉장히 심각하거든요. 왜 그런 것 같습니까?

이양희 : 그것은 아마도 원인이 너무나 우선적인 것은 우리가 교육에 대한... 너무나 과열되다 보니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자기네들이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기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장들이 없었다는 거구요. 또 우리나라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몇 시부터 학교 시작하고 어느 학원 다니고 뭐 하고 뭐 해야 되는데 오로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거 하나에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박인규 : 누군가에 대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양희 : 그렇죠. 그거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의 정체성과 자기의 개인적인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느끼고 성장했어야 되는데 그럴 기회가 없으니까 그래도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나는 공부기계야?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야... 라고 향하는 것이, 제가 보는 견해는 그렇습니다.

박인규 : 자신의 자율성이나 주도성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게 폭력 밖에 없다는 건 슬픈 일인데.

이양희 : 그런데 또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폭력의 대상자로서... 수시로 받고 있지 않습니까. 학교에서 언어폭력, 심지어 신체적인 폭력, 체벌 등등. 또 지역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러다 보니까 이것이 일종의 사회학습이론으로 보면 모방을 하는 거죠. 도저히 자기가 행동에 대해서 행동레퍼토리에 폭력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박인규 : 우리 사회 일반에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는 폭력문화 같은 것들이 전수되고 있다. 이 학교폭력 문제가 하루 이틀에 풀릴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말하자면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양희 :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체벌금지. 모든 폭력으로부터. 어른부터 폭력은 삼가고요. 그 다음에 아이들이 충분히 자기네들이 성장하는, 호르몬의 변화의 성장시기에 충분히 방출할 수 있고 욕구충족을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여가시간과,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장과 시간, 공간들이 마련이 되고요. 그 다음 제일 중요한 건 인권교육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미성년자도, 어린 것이 뭘 알아? 이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다.

이양희 : 그렇죠. 그리고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우리가 초등학교, 유치원에서부터라도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인권, 하면 마치 체제를 뒤엎는 것처럼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인권이라는 건 내가 갖고 있는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고, 내가 정말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의 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크게 기성사회가 위협받지 않고 인권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내 인권이 있다는 것과, 남의 인권도 있고 존중한다는 걸 어릴 때부터 우리가 교육시켜야만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중에 최근에 유엔에서 한국에 대해서 단일민족국가라는 이미지를 버려라. 실제로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를 포함해서 외국인 100만 명이 들어와 있고 농촌에는 코시안이라고 해서... 심지어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은 앞으로 몇십 년 지나면 코시안들이 2등 국민이 되는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이런 혼혈아에 대한 차별과 편견 이런 문제들 심각한 거 아닙니까?

이양희 :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거든요. 그런데 마치 우리는 얘네들은 제 3의 국가의 아이들처럼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것도 말하자면 '너도 하나의 인격체다'라는, 그런 우리 사회 전반의,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권에 대한 문화랄까요? 그게 성숙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까 또 말씀하신 중에서 우리나라 언론이 특히 미성년자들의 인권에 대해서 굉장히 무관심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부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이양희 : 정부에 대해서도 굉장히 할 말이 많은데요...

박인규 : 한 가지만 해 주시죠

이양희 : 딱 한 가지.. 아동이 투표권이 없다 보니까 아동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일단 정부는 어떤 행정부가 또는 자기가 담당부서의 장이, 내가 했을 때 뭐 하나 성과, 전시효과 하나 딱 하고 넘어가는 거지 지속성이 없습니다. 모든 계획은 오랜 계획하에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풀어나가야 되는데 아, 내 임기 동안 나 이거 해. 그리고 그 다음 사람 들어오면 싹 그게 없어집니다. 연속성이 없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유엔아동권리위원장으로서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간단하게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양희 :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세계 아동의 인권, 지위를 향상하는 데에 큰 중점을 두겠고요. 그 다음에 좀 더 우리나라가 성숙해서 이제 정말 우리가 인권의 선진국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박인규 : 말씀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물론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신 것도 반가운 일이고. 전 세계의 미성년자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역할을 하시다 보면 우리나라 미성년자의 인권도 많이 올라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두 가지 모든 부분에서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양희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현재 전 세계 아동들의 인권 현황과 지원책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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