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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야말로 세계화체제의 그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31] 신작 소설 '바라데기' 펴낸' 작가 황석영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삼포 가는 길',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 현실을 치열하게 탐구해온 작가, 황석영씨가 그동안 연재해온 소설 '바리데기'를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바리데기'는 우리 전통 설화양식을 바탕으로 한 한 소설인데요. 황석영씨는 이번 소설에서 전쟁과 국경, 인종과 종교, 이승과 저승,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해부하는 동시에, 분열되고 상처받은 인류에 대한 용서와 구원의 내용을 다뤘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작가 황석영씨를 초대해 그가 바라보는 현 세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소설 '바리데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작가 황석영씨입니다. 황석영 작가는 1943년 만주 장춘 출생으로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62년 고교 시절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66년부터 67년까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진보적 민족문화운동의 추진자로서 활약했고 이후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등을 발표했습니다. 만해문학상과 단재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9년 이래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10여개 언어로 '손님', '오래된 정원', '장길산' 등이 번역 출간됐습니다.

박인규 : 우선 귀국하신 것 축하드리고요, 또 신작 장편소설 출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황석영 : 예. 늘 내오던 책 출판해오던 일이라 뭐...

박인규 : 2004년도에 영국으로 나가신 후에 한동안 외국에 오래 계셨죠. 그동안 주로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황석영 : 사실은 2005년도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우리가 말하자면 주빈국으로... 베를린 쪽에서 제가 옛날에 망명시절에 몇 년 보냈기 때문에 문화인들을 많이 압니다. 베를린에 와 있어라 그랬는데 옛날에 가 있을 때 별로 재미가 없었고, 그땐 냉전시대였는데 자유로운 신분 외국에 체류를 해보자 해서 마침 런던대학 초청이 있어서 거기 응하고. 그 다음에는 작년이 한불수교 120주년에 우리가 도서전 주빈국이 다시 또 제청이 돼서 파리에서 그 행사를 소화하면서 있을까 했는데 그만 주빈국 행사는 취소됐어요.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보니 해외체류를 좀 길게 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바리데기'라는 신작 장편인데 이게 '심청, 연꽃의 길' 이후에 4년 만이라구요. 외국 나가신 게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나가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

황석영 : 그게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소재 자체가 이동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거기 때문에,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하나요? 그걸 중심으로 생각했던 거기 때문에 런던에 있을 동안 여러 가지 자료조사도 하고 유용한 기간이었어요. 다른 무엇보다 제가 처음에 나가 있으면서 가졌던 생각이 이 기간 동안 내가 한반도와 나 자신으로부터 좀 거리감을 갖자. 거리감을 두면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데, 하나는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분단돼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그게 하나로 보입니다. 한반도 전체가.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유용한 기간이었다고 저는 그렇게 봅니다.

박인규 : 제목이 '바리데기'인데, 바리공주라고도 하고.. 바리데기를 주인공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프레시안

황석영 :
'바리데기'설화는 그걸 총칭해서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황천무가라고 하는데, 황천무가가 한 47종류 있는데 바리데기가 여러 유형으로 전국에 걸쳐서 분포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몽골이나 시베리아 샤먼 근원설화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고. 멀리는 그리스 오르페우스라든가 또는 북구라파 쪽의 오딘 얘기라든가 이게 다 저승으로 가서 영혼을 구제한다든가 누굴 만나러 간다든가 이런 얘긴데 우리나라 '바리데기' 얘기는 어떤 분은 여기 담겨 있는 생각이 효다, 또는 페미니즘이라고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보는 측면도 있는데. 전체로 파악하기에는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자가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걸 건져줄 수 있다. 또 가장 수난을 크게 당한 자가 남의 수난을 건져준다. 말하자면 이것이 샤먼의 원래 꿈이고 자기 역할인데, 그 샤먼들이, 무당들이 바리를 샤먼의 원조로 이해하고 있는 것. 또는 이것을 모든 구세 과장마다 빠짐없이 집어넣고 있는 점으로 봐서는 구원의 사상이라든가 또는 해원... 원풀이를 하는 사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깃들여져서 오랫동안 내려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아 이 얘기를 현실과 연결을 지으면 아주 재밌는 관점이 나오겠다 생각한 거죠.

박인규 : 이야기의 줄거리가 탈북자 소녀가 중국을 거쳐 런던까지 밀항하고 거기서 파키스탄 출신 청년과 결혼했는데 그 청년의 동생이 반미테러활동을 하고 굉장히 스케일이 크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주말에 읽어봤습니다. 300쪽 가까운데, 제가 느낀 게 굉장히 술술 읽힌다. 지금까지 황석영씨가 쓰시던 전통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체 같은, 우리나라 옛날얘기 하는 풍이어서 양식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을 하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석영 : 박 선생님 문학평론 해야겠습니다. 정확하게 보셨는데요, 이게 신화를 원형으로 해서 현실과 접목시키는 작업들은 다른 나라 작가들도 많이 하고 있는 편입니다. 원래는 캐넌게이트라는 영국 출판사에서 프로젝트를 내서 저도 그 안에 넣고, 거기에 현재 생존해 있는 각 다른 나라 원로 대가들도 많이 참가해서 시작했던 건데, 그쪽에서 원하는 게 신화 그 자체를 좀 새롭게 써달라고 해서 저는 안 하겠다 빠졌고. 마르케스도 응했다가 그런 면에서 빠진 것 같아요. 오에 겐자부로 선배도 아마 그래서 빠진 것 같고. 그래서 빠지고 첫 번 배분된 게 캐나다 여류작가가 율리시즈 얘기를 그대로 써서 페넬로페... 기다리는 부인의 시각에서 바꿔서 쓰고 이런 걸 했는데, 저는 신화를 그냥 거기다 두고 하는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서사 이런 것들과 연결시키겠다, 이렇게 해서 이걸 쓰게 된 겁니다.

박인규 : 저는 사실 느낌을 보면서 한반도에서부터 중국, 유럽을 거쳐서 미국의 문제, 파키스탄, 이슬람 문제까지 해서, 야 이 정도 스케일이면 예전의 황석영 작가라면 다섯 권짜리 장편소설을 써도 될 텐데... 어떻게 보면 작은, 짧은 장편소설을 쓰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

황석영 : 사실 다섯 권 정도 쓰면 시간은 걸리지만 돈도 많이 생기고 장사에도 굉장히 도움이 될 텐데, 요새 세계적인 추세가 경장편이라고 우리는 말하는데, 1000매에 못 미치는, 1000매를 넘지 않는 정도, 오륙백 매에서 한 천 매 정도 과거에 이걸 중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문학이라는 장르 내부에서 지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저는 보거든요. 뭐나면 시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문학에서. 서점에 시집이 꽂혀 있는 나라는 아마 세계에서 우리나라 정도 될 거고, 시는 이미 마니아들의 세계로 갔죠. 그래서 동호인들이 모여서 저희들끼리 돌려 읽고 팜플렛 식으로 만들어서 한 백 권 만들어서 돌려보고.

박인규 : 문학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황석영 : 그렇죠. 왜냐하면 광고 카피라든가 짧은 이미지라든가 이런 게 홍수처럼 범람하니까 시의 짧은 메타포나 상징적인 이미지, 이런 것들이 살아남기가 굉장히 힘들죠. 그렇게 되고 소설은 소설대로 과거에 저도 대하소설을 쓰고 그랬습니다만 현대 생활에서, 가령 박 선생님 지금 생활이 분주하고 그런데 엎드려서 사실 10권 20권짜리 소설 읽을 수 있겠어요?

박인규 : 그렇긴 하네요.

황석영 : 요새 주말에 보면, 얘기가 길어지겠습니다만... 부부가 주말에 책 한 권씩 사서 어디 가서 아이들과 농구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그러다가, 금요일 그렇게 보내고 토요일 오전에... 오후 쯤에 겨우 아이들을 따로 놀게 하고 부부가 각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대개 하루 봐서 다음날 일요일 오후 되면 그걸 읽고 인생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고 부부가 토론하고 그러고 나서 돌아와서 다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패턴이거든요.

박인규 : 사실 부부끼리 토론은 안 했습니다만 대충 그런 시간대에 읽었습니다.

황석영 : 그렇죠. 그러니까, 그래서 저는 이걸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면 경장편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다시 다른 말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해서 제가 끄집어낸 말이 시적 서사라는 건데요. 시와 산문이 결합한 것. 그래서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얘기성, 또는 설화성이 현실과 같이 가면서도 스무스하게 읽히고. 또 말하자면 함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거나

박인규 : 시적 서사라는 말씀을 하시니까 저도 생각나는데, 읽으면서 굉장히 시적 표현이 많이 있더라구요. 줄을 치고 했는데, 그 중에 얼핏 기억나는 게 바리데기 할머니가 바리에게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똑같다. 모자라고 어리석고 불쌍하고, 그리고 가엾다. 거의 시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또 그것과 더불어서 소실이라는 게 픽션이긴 합니다만 현실의 반영이라고 많이 봤고, 바리라는 북한 처녀 나이를 보니까 83, 84년생이거든요. 저희 딸이 바로 그 나이에요. 야,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처녀들이 과연 그런 걸 알 것인가, 우리나라 처녀들은 유럽 배낭여행을 가든가 어학연수를 가거나 미국유학을 가는데 그 친구는 정말 고생을... 저는 일단 유럽에 나가서 한반도를 좀 떠나 보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이 작품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얘기도 하시고 싶은... 실제로 이번 작품을 쓰시면서 탈북자들이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취재를 많이 하신 걸로 압니다. 어떤가요?

▲ ⓒ프레시안

황석영 :
뒤에 후기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세계화 체제의 그늘이다. 북한 문제야말로 세계화 체제의 그늘인데, 잘 아시다시피 동구가 몰락하고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가 진행될 때에 거기 적응 못한 나라들이 많이... 사실 북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 또는 라틴아메리카 쪽의 많은 나라들이 그런 어려움에 빠지게 되죠.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자본주의 근대화가 꽤 진행돼서, 사실 우리가 눈길을 안 돌려서 그렇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아시아도 또 엄청납니다. 이주노동자들, 외국인 백만 명이라고 얘기하고. 더군다나 보면 같은 동병상련인데, 농촌은 피폐화 되면서 농촌에 남는 사람들이 노인네나 남고 여자들 젊은 사람 다 가버리고. 그러니까 나이든 농촌 남자들이 외국인 신부들 구해오는 것처럼, 이게 우리가 이 정도의 자본주의 근대화를 이뤄냈는데도 이 정도인데 서구는 굉장합니다. 거기다 동유럽 난민과 노동자들끼리 섞여서, 제가 겪은 서구 대도시... 파리라든가 런던, 또는 뉴욕이라든가 이런 데를 가보면 LA도 마찬가지고 엄청난 북새통 속에 있거든요. 이를테면 유럽 전체가 복지가 흔들리고, 중산층 생활이 불안해지고. 그러면서 과거에 말하자면 자기 사회를 같이 생각하고 더불어 살자 하던 게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면서 그걸 정치적으로 표현해서는 유럽 사회의 우경화 경향이라고 얘길 하죠.

박인규 : 외국에서 한 3년 이상 4년 가까이 계시다 보니 아무래도 한반도를 바라보시는 게 조금은 객관적 입장일 텐데, 한반도 남북 문제가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많은데 특히 남북 문제가 잘 안 풀리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고 계세요?

황석영 : 지금 이미 새로운 단계로 들어간 것 같은데요, 제가 국내 또는 남북 문제를 보면서 새로운 단계에 우리는 이미 접어들었다고 보거든요. 한 마디로 얘기하면 동아시아권 안에서 동아시아 전체를 놓고 북한 문제를 포괄해서 봐야 된다는 건 제가 한 10여 년 전부터 하던 얘기였는데 거기에 더 확신이 들고. 그리고 동아시아 문제를 포괄해서 북한 문제를 보면 그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집단 안보 문제, 평화 문제, 아시아끼리 예리하게 각이 서 있는 민족주의 문제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를 아주 한 번에 같이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쉽게 말하면 남북 문제가 앞으로 제대로 풀려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갖고 계신 거군요.

황석영 :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구요.

박인규 : 저는 황 선생님보다 약간은 비관적이라고 할까요? 왜냐면 우리나라 분들이 북한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그런 부분은 어떻게...

황석영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핵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일단 말하자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 그 다음 대 전제로 해놓고 있는 평화선언 내지는 평화체제, 정전체제...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간다는 건 기정사실로 보이는데 그렇게 밖에는 길이 없고. 평화체제로 간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상황의 변화가 올 것입니다.

박인규 : 그동안 황석영씨 작품이 많은 부분이 영어나 불어로 변역됐는데 '바리데기'도 여러 군데서 번역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황석영 : 예. 지금 제가 그동안 상대하던 출판 에이전트가 불란서 회사였는데요, 제가 작년부터 접촉해서 올해 영국 쪽으로 바꿨습니다. 미국에서 주로 책을 내는 출판사가 세븐스토리즈라고... 래디컬 자유주의 그런 출판사인데, 뉴요커들, 지식인들이 주로 보는 출판사죠. 촘스키라든가 하워드의 책이 주로 나오는 출판사니까. 그쪽에서 소개해 줘서 영어권 에이전트를 지금 제가 내년부터는 아마 정식 계약을... 지금 이행기라고 하나? 그러고 있는데, 그래서 그쪽에서는 바리데기를 이미 입도선매라고 하나요? 집필 중에 이미 사갔습니다. 판권을

박인규 : 번역을 하고 있는 중입니까?

황석영 : 이제부터 시작하겠지요.

박인규 : 기대가 되네요.
문학 얘기는 그쯤 하기로 하고, 저희 또래가 사실 70년대에는 황석영 작가가 쓰신 '객지'라든가 이런 걸 읽으면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꿈도 키웠고, 거의 그 당시에 문화적 아이콘이셨는데요. 작년, 재작년부터 많은 얘기가 나오지만 6월항쟁이 지나고 민주화가 됐는데 어떻게 삶은 더 팍팍해진 거 같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요. 70년데 황석영 작가가 꿈꿨던 민주화 이후의 사회와 지금 20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사회와... 봤을 때 그 당시의 기대와 많이 달라진,,. 어떻습니까 지금 보시면?

황석영 : 우선 역사라는 게 그렇죠. 시제가 내가 오래된 정원이라는 소설을 쓸 때 주제가 있었는데, 그 주제가 '사랑과 역사는 시제가 안 맞는다'.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바라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세상이 현실화되지 않습니까? 그건 삼국지 이래로 모든, 사람이 벌이는 짓이 다 그렇죠. 제가 얼마 전에 87체제의 종언이다, 이렇게 본 것은 지금 현재 국면을 체제 변환... 사회체제 변환의 국면을 맞은 건 우리뿐만 아니라 서구사회도 많이 그런 현상들이 있습니다. 불란서도 그렇고 특히 독일도 그렇고 서구사회가 많이 그런데, 이게 아마 이행기의 특징인 것 같은데,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여러 가지 가치들이나 이런 것이 현재 와서 실행하게 되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기면서 고쳐 나가고 수정하고 그런 단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제일 먼저는 우리가 분단돼 있는 상태에서 그 세계 체제를 끌고 나가는 세력이 펼치는 신자유주의적 기획이랄까요? 그런 데서 한 치도 벗어날 수가 없었고, 그 다음에 그 좋은 생각을 가지고 뭘 개혁하느니 뭐니 하는 쪽에서도 보면 거의 그걸 벗어날 능력이 거의 없었다고 보겠습니다. 그런데다가 제도적 민주화는 형식적으로는 갖춰져 있는데 그 전부터 사회 전반에 굳어져온 어떤 질서랄지 힘이랄지, 이런 것들은 그대로 있으면서 정말 시쳇말로 무늬만 민주화가 아닌가. 사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선진 어쩌고 하는 얘기들이 다 말하자면 정말 내용 그대로의 민주화를 한 번 해야 되지 않냐 이런 얘기인 것 같구요, 이런 데서 아마 경제 문제까지 다 걸려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한때는 저희들이 민주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라고 생각했고, 아직도 정치가 우리 사회를 구원하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요즘 대선을 보면서는 뭔가 내용이 없는 게 아니냐, 그런 말씀도 하시고. 요즘 대선을 둘러싼 정치판을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 ⓒ프레시안

황석영 :
역시 변환기에 서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엎어치고 뒤치고 그러면서 한두 번 정도 무슨 제도적인 걸 고치고 이런 기간을 가졌는데요, 이제 좀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같이 힘을 합해서 좀 말하자면 이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아마 다음 정권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데...

박인규 : 힘을 합친다는 건 말하자면 진보냐 보수냐라고 가른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황석영 : 큰 의미가 없다기보다도 그렇게 갈 수 있을 정도의 정치역량이 아직 우리에게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박인규 :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이번 가을이면 영구귀국이라고 해야 됩니까, 귀국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머무르실 데는 정하셨습니까?

황석영 : 모든 사람들이 귀국하면 서울에 사는데, 저는 어디 시골 한적한 데 들어가서 시간을 좀 절약하면서. 이제 나이도 들고, 그래서 다음 후반부 작업에 열심히 매달릴 작정입니다.

박인규 : 귀국은 언제쯤 하십니까?

황석영 : 10월 말에 들어올 예정이에요. 10월로 그냥 내려가서 칩거를 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어떤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지금 구상하신 것들 중에서 작품이 나온 게 얼마 안 된다. 앞으로 쓸 게 굉장히 많다고 하시던데 다음 작품은 혹시 어떤 걸 구상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황석영 : 아니 그건 사업비밀인데...

박인규 : 그래도 나오셨으니까

황석영 : 그러나, 지금 여태까지 해온 작업들이 있으니까 미루어 짐작해 보면 몇 가지 제가 발설한 것들은 있거든요. 그게 다 옛날식으로 보면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다섯 여섯 권은 써야 끝나는 것 같은, 그런 것들인데, 그런 프로젝트를 형식을 달리 하면서 서술방식도 바꾸고 이러면서 해나갈 겁니다. 제가 요새 늘 얘기하듯이 죽을 때까지 형식탐구를 해서, 누가 봐도, 이름을 가리고 봐도 이건 황아무개 것이다. 이렇게... 대개 그림 쪽들 보면 그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들어오니까 늘 형식적 탐구를 하면서 늙어가다가 죽죠.

박인규 :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한테 이런 말씀 드리기가 뭐합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문단에서 황작가님 별명이 황구라라고 한다는데 말씀이 훨씬 더 원숙해지신 것 같구요.

황석영 : 그건 아니고, 제가 황구라라는 별명을 가진 게 남들이 기분이 처지거나 울적하거나 그러면 그게 꼭 내 책임 같아서 기분을 업해 주느라고

박인규 : 쉽게 말해서 오락반장

황석영 : 박 선생님도 탈반 출신인데, 책 뒤에도 누구... 선배가 뭐라고 썼던데 책임광대라고 생각한다고. 그런 면 때문에 저보고 그런 별명을 붙인 것 같은데, 또 다른 면으론 '장길산'이 끝났을 때 독자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야 이거 읽어도 읽어도 수많은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거냐 이거 완전히 구라다.

박인규 : 오래간만에 라디오 나오셨으니까, 황석영 작가 팬도 많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한말씀 해주시죠.

황석영 :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을 텐데요, 이 분들은 옛날과는 달리 붙들고 갈 말하자면 관념이나 사상도 없고, 자기를 편하게 기다리는 미래도 확정된 것도 아니고 참 불안하죠. 그렇다고 이게 보면 점점 더 일거리 잡아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지고. 비정규직 하는 분들 이게 참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한쪽에서는 애매하게 고용의 유연성, 이렇게 표현하는데 이게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신자유주의 이래 세계적인 현상인데 그냥 그때그때 소비에 함몰되고 소비 그대로 삶 자체를 사는 것도 좋지만, 소설 파는 데엔 지장이 있겠지만 인문사회 책도 좀 보고 그래서, 세계가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편성되고 컨트롤 되고 나가는가 하는 걸 본 다음에 좀 자기에게도 보다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 같이 노력도 해보고, 이런 생각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박인규 : 저도 사실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굉장히 재밌고 쉽게 쓰면서도 세계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앞으로 그런 작품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황석영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소설 '바리데기'를 출간한 작가 황석영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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