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높은 신분들이 에너지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높은 신분들이 에너지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29]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세계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지닌 2004년 라미쉬빌리 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 기자간담회에서 제기한 지적인데요, 30여 년간 경제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최초의 카스피해 보고서를 쓴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계경제의 지도를 바꿀 에너지의 보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시장개척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를 초대해.. 숨막히는 에너지 전쟁 속에서 우리가 시급히 마련해야 할 국가적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의 에너지전략에 대한 말씀에 들어가기 앞서서 어제 중앙아시아 말씀을 하시면서 에너지자원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잘 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동에 있는 두바이라는 나라, 최근에 노무현 대통령도 갔다 오셔서 감탄하셨는데, 두바이가 어떻게 보면 오일머니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돼 있는 것 같아요. 두바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봐야 됩니까?

이장규 : 글쎄요. 그건 좀 달리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오일머니를 잘 쓰는 게 아니고, 사실은 아랍 에미리트에서 생산되는 오일을 한국도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만, 거기서 생산되는 석유의 90% 이상이 두바이가 아니고 아부다비입니다. 오히려 아부다비로부터 두바이는 초창기에 상당한 원조를 받았습니다. 아랍 에미리트라는 나라가 여러 도시, 부족국가들이 합친 건데... 그런데 셰이크 무하마드라는 왕자가 아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석유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오일머니들을 두바이에 와서 쓰게 만드느냐. 그래서 오일머니를 자기들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오히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해서 주변의 오일머니를 끌어들인 거죠.

박인규 : 두바이에서 판 게 아니라 주변의 오일머니를 쓰도록 만들었다.

▲ ⓒ프레시안

이장규 :
그렇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오일머니만 들어온 게 아니고 스위스금고에 있던 각국의 비밀자금, 비자금 이런 것들까지도 오게 된 거죠. 그래서 독일 부자들이 맡겨 놓은 돈, 러시아 마피아들이 맡긴 돈, 미국 부자들이 맡겨 놓은 돈, 심지어는 알카에다 자금까지도 두바이에 몰려온다는 거죠.

박인규 : 두바이가 석유가 그렇게 안 난다는데, 언론보도를 보면 석유가격을 얘기하면서 서부텍사스 중질유, 북해산 브랜트유, 하면서 두바이유가 유가의 기준인 것처럼 얘기해요.

이장규 : 거기서 거래가 되니까요.

박인규 : 자체에서 석유는 없지만 유통이나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군요,

이장규 : 말하자면 허브죠. 경제 허브, 금융허브고.

박인규 :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말이죠. 두바이의 번영이 거품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이장규 : 두바이에 가보시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엄청나게.. 이게 도대체 인간의 상상으로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경탄하게 되고. 또 한편으론 너무 심하다. 정말 그야 말로

박인규 :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이장규 : 그렇죠. 버블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저도 상당 부분은 버블기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쨌든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그런 작은 부족국가가 저렇게까지 만든 걸 보면 우리도 참 느끼는 게,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주변 지역의 오일머니를 두바이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오일머니를 둘러싸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꽤 들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진출 정도가 어느 정도입니까?

이장규 : 우리나라들이 최근 들어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저는 그 점에 대해서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사도 그렇고,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으로 중동지역의 중심을 어디다 두느냐 하면 카이로에 뒀어요. 신문사도 카이로에 있고. 그러나 그건 잘못된 거죠. 그 지역에 중동국가들의 경제활동의 중심지는 더 이상 카이로가 아니고 이미 두바이로 옮겨 왔어요. 그래서 두바이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서는 역시 기업들이 제일 빠른 것 같습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본부장급 인사를 하고, 또 조직도 자체를 두바이가 센터가 돼서 다시 재편하는 형편에 와 있는 거 아닌가.

박인규 : 우리나라가 두바이에 진출해서 거기 몰려든 오일머니를 둘러싸고 경쟁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봐서 가장 유망한 부분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이장규 : 아까 허브란 말을 말씀드렸는데, 금융이 됐든 제조업 수출이 됐든 소위 물류의 센터로서 두바이를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물론 두바이에서 아까 말씀드린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커버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 물동량의 흐름을 보면 각 국가별로 관할권을 나누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 보면 중앙아시아 관할권이 모스크바에서 합니다. 두바이가 아니고. 그래서 상당히 애매모호한 점이 많아요. 중앙아시아를 두바이에서 커버하느냐 모스크바에서 커버하느냐.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두바이가 지금 속도로 커지면, 또 모스크바는 아직까지도 사회주의국가적인 여러 가지 폐습이 많기 때문에 보다 훨씬 자유로운 교육이 보장되고 있고 또 물류의 효율이 더 높아지고 있는 두바이가 모스크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중앙아시아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관찰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도 전통적인 미국시장 이런 곳보다는 중앙아시아, 중동시장에 대해 새로운 연구를 많이 해야겠군요.

이장규 : 그렇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화제를 바꿔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관해서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데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규모로 한 11위, 12위인데 에너지 수입규모는 7위인가 된다고 해요. 그리고 단위 생산량당 에너지 효율이 일본에 비하면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얘기도 있고. 우리가 석유 한 방울 안 나면서 에너지정책에 관해서는 너무 등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장규 : 우리나라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불감증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제가 이번에 더 절실하게 느낀 것은, 중앙아시아나 중동지역이라고 해서 다 석유가 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루지야에 갔을 때 느낀 건데... 그 전에는 조지아라고 불렀죠. 흑해와 카스피해 바로 중간에 있는 작은 나라인데 인구는 한 8백만 되고, 스탈린의 고향이고. 셰바르드나제라는 유명한 외상이 거기서 10년 동안 대통령 하다가 젊은 사람들한테 쫓겨난 나라죠. 그 나라는 석유가 나지 않습니다. 송유관만 통과할 뿐이지. 그리고 주변이 다 석유가 나는 나랍니다. 밑에 아제르바이잔도 나고. 카자흐스탄도 나고. 그러나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에너지 절약하는 정책을 보면 아무리 가난한 나라지만 정말 한국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거기도 동력자원부가 있는데, 거기서 하는 일이 뭐냐 물어봤더니 절반 이상이 석유에너지 절약형 여러 가지 행동강령이라든지 산업을 육성한다든지 하는데, 어디서 벤치마킹하느냐, 독일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었어요.

박인규 : 귀중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

이장규 : 예. 주변이 모두 산유국가들인데도 불구하고 그 작은 나라가 에너지 절약을 하고 있고 또 어떻게 하면 석유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느냐.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에너지 효율을 가늠하는 지표로 보나 뭐로 보나 참 문제가 많죠.

박인규 : 불감증, 어떻게 보면

이장규 : 불감증이란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어떤 분들은 1973년도에 1차 석유파동이 나고 나서 그 당시 박정희 정부에서 동력자원부를 만들었는데 그게 불과 10년도 안 돼서 없어졌다. 말하자면 우리 같은 나라에서는 에너지나 자원확보를 위한 국가적인 중앙정책이 필요한데 그게 없어진 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장규 : 글쎄요. 꼭 저는 부처가 있어야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에너지 확보가 더 적극적으로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지금 산업자원부라고 해서 상공부와 동자부가 합쳐져서 됐지만 조직의 크기 문제보다도 정부에 계신 분들이나 정치 하시는 국회의원 분들이 에너지 문제의 본질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힘있는 분들이 그 부분을 모르고 계시는 거 아니냐.

이장규 : 그렇죠. 높으신 분들은 의무적으로 좀 에너지 절약이나 에너지 생산이라든지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강제로 부여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인규 : 우선 이번에 '카스피해 에너지전쟁' 책을 보면 국가적으로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중국의 사례에 대해 상당히 많이 주목하시는 것 같은데, 중국이 굉장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이장규 : 물론입니다. 중국의 경우는, 전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카스피해로 연결하는 송유관을 직접 건설했고 카스피해까지만이 아니라 나이지리아까지 포함한 아프리카까지 자원 확보에 열심히 열을 올리고 있고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직접 날아가서 자원외교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자원이 꼭 석유만은 아니잖아요. 지금 브라질 같은 경우가 세계에서 콩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나란데 우리가 중국에서 식량을 많이 수입하지만 중국도 식량부족국가입니다. 14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식량을 수입해야 되는데 브라질에서 사들이는 콩의 연간 수입액이 10억 달러입니다.

10억 달러치의 콩을 쌓아 놨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엄청난 곡물을 지구의 반 바퀴 돌아서 쓰고 수입해서 중국이 있다는 거죠. 에너지확보 문제는 석유 문제뿐만 아니고 식량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 번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닌가.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데 대한 투자를 해야지 계속 지금처럼 제조업 위주로 해서는 제조업이 제대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끌어나가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우선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동력자원부 같은 걸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나 관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미국 같은 나라를 봐도 국가에너지계획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에너지를 수급할 것이냐,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어떻게 에너지 효율을 높일 것이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그런 에너지에 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있습니까?

이장규 : 제가 오히려 사회자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에너지뿐만이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큰 계획을 세우고 그걸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가는 움직임이 이 정부 안에 있습니까? 저는 오히려 그걸 묻고 싶어요.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박인규 : 2030계획이라고 사회복지계획은 기억이 납니다만

이장규 : 그런데 그건 결국 돈을 쓰는 계획이고 돈을 버는 계획을 생각해 보자는 거죠. 우리가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일거리를 후대들을 위해서 창출해나가는 실질적 마스터플랜이 과연 얼마나 있고, 그야 말로 세계화 시대에서 국경 없는 경제시대에서 우리가 과연 얼마나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저는 정말 걱정이 됩니다.

박인규 : 단순히 에너지뿐 아니라 큰 틀에서의 우리나라 경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이장규 : 저 혼자라도 좀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리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취지로 브라질, 인도, 카스피해도 갔던 거죠.

박인규 : 정부는 그렇다 치고 좀 전에 에너지확보, 개발과 관련해서 기업도 책임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에너지 개발이나 확보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예를 들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배울 게 뭐가 있는 건지..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이장규 :
저는 기업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걸핏하면 헝그리정신을 강조하는데 그건 배고픈 사람한테나 적용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도 헝그리정신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불렀기 때문에. 그건 한 20년 전 일본 기업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아주 그대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인도나 브라질 같은 신흥국가의 경우 우리가 일본을 제치고 굉장히 마케팅에 성공했습니다. 그건 잘 한 측면도 있지만 배가 불러진 일본이 오지에 해당되는 인도나 브라질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그 반사이익을 우리가 본 게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기업도 20년 전의 일본처럼 이제는 오지에 가라고 하면 안 갑니다. 오지에 발령을 내면 사표를 냅니다. 그건 CEO에서부터 밑에 이르기까지 다 그렇습니다. 제가 취재하면서 느낀 겁니다만 예를 들어 그루지야 같은 나라,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나라를 취재하면서 느낀 게 우리 기업이 없어요. 왜 없는가. 뭘 고생하러 그런 데 갑니까? 이스탄불에서도 돈 벌 게 많은데, 이런 것들이 참 우리가 당면한 아주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저희는 사실 말씀을 에너지대책으로 시작했는데 이장규 국장의 문제의식은 정부고 기업이고 우리나라 경제의 나아갈 큰 방향을 잃은 게 아니냐, 근본적인 우려가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이장규 : 그렇죠. 그런데 에너지 문제라는 게, 저도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구요 경제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쭉 취재해 왔습니다만, 에너지가 한 부분이고 실제로 에너지가 됐든 운동화 수출이 됐든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우선 일거리 먹거리를 확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해외진출을 하는 건데, 그러나 우리 역량이 리스크 없는 곳에 가서 계속 그렇게 편하게 비즈니스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고 진출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 중 하나가 에너지가 물론 되겠죠.

박인규 : 저희가 에너지 문제로 말씀을 시작했습니다만 이장규 국장께서는 30년간 기자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질문해 보고 싶은데요, 지금 많은 분들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우리 경제의 먹거리는 뭐냐. 지금은 휴대폰이나 반도체, 자동차, 조선으로 먹고 사는데 계속 갈 수 있느냐. 일부에선 샌드위치론이라고 해서 일본한테 밀리고 중국한데 치받히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동안 쭉 경제현장을 쭉 보시면서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위상이랄까 단계가 좀 안심할 만한 건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제대로 나가고 있는 건지..

이장규 :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상당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온 경제기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자꾸 비관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어요. 우리 경제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데 저는 단적인 예로 우리 경제의 현 위상을 평가할 때 가장 유효한 하나의 예로서, 5년 전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 그리고 5년 후의 중국을 생각해 보자. 그런 얘길 합니다. 5년 전의 중국이 지금 이 정도 될 거라고 생각 못했죠. 많은 사람들이. 또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이게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아마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 거라고 봅니다. 중국 사람도 마찬가질 겁니다. 5년 후의 중국은 어떻겠는가. 예를 들어 5년 후에 서울 시내 백화점에 중국 물건이 얼마나 들어와 있을 것인가. 샌드위치 경제론만 해도 저는 어제오늘 우리가 샌드위치가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90년대 초반에 심각한 샌드위치로서 우리가 불황을 겪었던 일이 있습니다. 88올림픽 이후에. 그때 샌드위치는 중국과 동남아 사이에서 낑겨서 우리가 국제경쟁력이 굉장히 약해졌던 일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일본의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자본력, 노련한 매니지먼트 노하우. 그리고 동남아의 풍부한 자원, 싼 인건비,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이 합쳐져서 동남아에서 메이드 인 동남아이면서 사실상 일본 제품... 이것이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나가서 잘 팔리고 따라서 한국상품이 안 팔렸던 거죠. 그때만 해도 중국은 문제가 안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젠 중국과 다른 세력들, 일본도 그렇고 이 사이에 우리가 낑겨 있는데 이걸 헤쳐나갈 수 있는 해결책이나 돌파구가 보이는가.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참 걱정이 앞서고. 국가전략도 그런 차원에서 세워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교육정책이건 FTA정책이건 여러 가지 아주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우리가 안고 있는데 논란 없는 문제가 어딨겠습니까. 그러나 어디에 주안점을 둬서 풀어나가야 되냐. 그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 국장이 보시기에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장규 : 저는,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개방 이외엔 살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고 싶은 게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입니다. 사실 중앙아시아, 하면 중심지가 타슈켄트였습니다. 카디노프가 이끌어온 우즈베키스탄이 옛날부터 실크로드의 중심지였고 타슈켄트가 거기를 다 지배했었고, 그 위에 있는 카자흐스탄에 비해서 한 20년 정도 앞서가는 나라였습니다. 지금은 거꾸로 20년 앞서갑니다 카자흐스탄이. 그럼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40년이에요. 그 40년 차이가 어디서 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관심 가지고 분석한 결론은 나자르바예프라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카리모프라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리더십을 앞선 거죠. 한 나라는 개방정책을 썼고 다른 한 나라는 폐쇄정책을 썼기 때문에 거꾸로 20년 앞서던 나라가 20년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참 그 나라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해야 될 점이 많지 않나.

박인규 : 지도력이 중요하고 또 개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에 노무현 대통령이 본인의 치적으로 내세우기도 하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하시는 입장이시겠네요?

이장규 :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FTA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박인규 : 앞으로 정치의 리더십이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입돼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으시다는 말씀을 들었구요.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서 아까 말씀하신 중에 에너지 불감증을 말씀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된다. 그것과 함께 지금이라도 우리가 에너지를 확보하고 에너지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 꼭 이것만은 해야겠다. 그런 것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몇 가지 제안해 주시죠.

이장규 : 정부든 기업이든 제조업이 중요합니다. 특히 신규 취업인구를 흡수해야 되고 이런 면에서는 제조업만큼 취업흡수능력이 뛰어난 산업이 없거든요. 그러나 제조업만으로 살 수 없다는 건 이미 토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국이 계속 제조업을 앞서나가고 있고 끌려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건데 그렇다면 우리가 살길은 뭐냐, 결국 광의의 서비스업이라고 다들 얘기하는데. 그럼 광의의 서비스업에 대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그런 면에서는 우리의 기업들도 상사기능을 정부도 기업도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얘기합니다만 그 10년 동안 그들은 많은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미국사람들 보기에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일본식의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상사기능입니다. 종합상사. 상사들이 다 망했다가 새로운 시대환경에 맞는, 새로운 세계전략에 맞는 상사기능으로 전환시킨 거죠. 그래서 미츠비시 같은 대표적인 무역상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금은 작년 경우만 해도 3천억 엔, 4천억 엔, 우리 돈으로 하면 3조, 4조원에 해당하는 이익을 내고 있단 말이죠. 그 이익을 낸 이유는 상사기능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세계시장에 좀 더 효과적으로 활착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한 결과죠. 또 공교롭게도 그 내용을 뒤집어 보면 그 사람들이 꾸준히 해왔던 자원투자 이런 것들이 지금 결실을 맺어서 자본수입으로 회수되면서 그런 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박인규 : 상사기능이라는 건 어느 한 분야만 특화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틀을 보면서 종합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는 의미입니까?

이장규 : 그렇습니다. 지금 은행만 해도 예금 받아서 대출하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잖아요. 앞으로 점점 은행도 투자를 해야 되고 여러 가지 다양화 추세에 있습니다만 기업도 저는 그런 식으로 변신을 안 하면 세계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나가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지 않으면 물건 만들어서 파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후대에 먹거리 일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얘기죠.

박인규 : 저희가 사실 이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는데 이장규 국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부든 기업이든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매달리기보다는 뭔가 전체적인 판을 보고 세계를 보고 또 우리 역량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외국 취재를 많이 하셔서 우리 경제계나 정부에서도 세계를 많이 볼 수 있도록 좋은 책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장규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오늘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직접 취재해 책을 펴낸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함께 숨막히는 에너지 전쟁 속에서 우리가 시급히 마련해야 될 국가적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