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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정규직이 당한 사고, 이제 20대 하청이"…만도 산재사망과 '위험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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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정규직이 당한 사고, 이제 20대 하청이"…만도 산재사망과 '위험의 외주화'

[인터뷰] 이현우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장

HL만도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9조 4548억 원, 영업이익 3570억 원을 기록한 회사다. 국내에 3곳, 해외에 6곳의 공장을 뒀다. 현대기아차 등에 핸들, 브레이크, 충격 완충장치 등을 직접 납품하는 완성차업체 1차 협력사다. 국내 직접고용 인원만 3800여 명에 달한다.

이 거대한 기업의 평택공장에서 지난 22일 한 청년이 기계에 끼어 숨졌다. 하청 노동자였던 재해자 김승모 씨는 13일 전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보낸 참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는 이 참극이 지난 10여년 간 사내에서 이어져 온 '위험의 외주화'의 결과라 단언한다. 지난 7일 경기 평택 만도지부 사무실에서 이현우 지부장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지난 6일 경기 평택 HL만도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우 전국금속노동조합 HL만도지부장. ⓒ프레시안(최용락)

10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달라진 것은 재해자의 고용형태

노조 측이 파악한 자세한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사고 당일 낮 김 씨는 MCT(머시닝센터)를 정비 중이었다. MCT는 금속 등 소재를 정밀가공하는 공작기계다. 김 씨가 정비하던 기계는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동작을 막는 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되지 않은, 2005년 생산된 구형 모델이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MCT 문을 열고 내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를 몰랐던 원청 관리자가 기계 가동을 지시했다. 이내 '쾅' 하는 충격음이 들렸다. 그리고 기계 안에 있던 김 씨가 협착 상태로 발견됐다.

회사가 영업이익 중 일부를 안전에 투자해 구형 설비에 '인터록'을 설치했거나, 하청 노동자인 김 씨의 작업사실을 원청 관리자가 알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고였다. 이 지부장은 심지어 이미 10년 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재해자의 고용형태였다.

"2016년에도 정규직원이 같은 모델의 MCT를 정비하다 머리가 설비에 끼이는 산재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큰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고, 복귀 후에도 후유증 때문에 하던 업무를 못해 보직을 전환했어요. 2024년 정년퇴직했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도 사고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셔요. 10년 전 정규직에게 일어난 중대재해가 비정규직에게 일어난 거죠."

이 지부장은 이런 변화가 필연이라고도 주장했다. 2012년 2200여 명에 달했던 생산직 정규직원은 지난해 1300여 명까지 줄었다. 그 빈 자리로 하청 고용이 파고 들었다. 인건비 절감이 이유였을 것이다. 하청 노동자인 고인의 지난 5월 급여명세서에 찍힌 기본급은 152만 원에 불과하다. 출장비, 식비 등 고정수당을 모두 합해도 세전 217만 원이다.

외주화는 안전관리에도 문제를 야기했다. 이 지부장은 물론 지부에서 만난 한 정비 노동자도 '정규직원과 달리 하청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업무 중 지시하는 것 자체가 불법파견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가 내부에서 정비 중이라는 사실을 원청 관리자가 알지 못했던 것을 우연적인 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기간 만도의 국내 매출은 2조원 대에서 3조원 대로 늘었다. 회사 규모가 1.5배 커져가는 동안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우가 악화되고, 일터는 점점 위험한 곳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지난달 22일 고 김승모 씨가 숨진 기계. ⓒ금속노조 HL만도지부

만도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 못한 이유

회사가 진행한 외주화를 노조가 막을 수는 없었을까. 그랬던 때가 있었다. 이 지부장은 "파견법이 개정되며 제조업 현장에 하청 고용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간 노조는 적정인력 확보가 담긴 단체협약에 근거해 공장 내 생산직의 외주화를 막아왔다"고 말했다.

균열이 나기 시작한 때는 2012년이었다. 그해 만도는 '노조 파괴 노무법인'으로 악명 높던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었다. 그해 7월 당시 금속노조 산하였던 만도지부가 파업을 하자 용역 투입과 함께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이후 사흘만에 친기업 성향 기업별 노조가 설립됐다. 곧 조합원 수가 역전돼 금속노조는 교섭권을 잃었다.

"금속노조가 다수일 때와 기업노조가 다수일 때의 차이는 현격했어요. 노사관계가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인원 충원 시 적유직을 뽑게 한 적정인력 유지 단체협약 조항을 지키라고 해도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었어요. 매출이 수조 원인 회사에 '1000만 원 이하' 벌금 같은 벌칙조항은 하나도 안 무서웠던 거죠. 10년 간 신규채용 한 번 안 했어요. 되려 3번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였습니다. 2012년 30대 후반이던 생산직원 평균 연령도 50대 중반이 됐습니다."

10여 년의 '암흑기'를 거쳐 지난 3월 만도 내 다수노조였던 기업별 노조는 금속노조로 복귀했다. 조직 전환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은 약 84%였다. 이후 조합 간부들의 대외활동도, 협상력도 늘었다. 지부에서 만난 한 가공 노동자는 '전에는 노조 조끼를 입고 다니는 게 창피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의 산재사망이 사회적 조명을 받은 배경에도 노조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유족에게 연락해 무엇이든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대응을 위임하며 고인의 아버지가 노조에 남긴 당부는 분명했다.

"아버지께서 공장을 잘 아는 분이십니다. 직접 기아차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하기도 하셨고요. 현장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으셨어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노조에 그런 말을 하셨어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누군가의 자식이 또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족한 인력을 외주로 메꾸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누가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HL만도 고 김승모 노동자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및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고 김승모 씨의 아버지가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험의 외주화' 끊어내려는 노조와 유족의 노력

유족의 뜻을 이어받아 만도지부는 근본적인 산재사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려 노력 중이다. 갈 길은 아직 멀다. 그간 노조가 튼튼하게 자리잡은 다른 사업장에선 중대재해 발생 시 노사 합동 조사 체계가 확립됐지만, 만도에는 그런 체계가 없다. 이번 사고도 인근을 지나던 노조 간부가 우연히 구급차를 발견해 인식했고, 초기 현장 보존에 노조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노조는 △자동화 설비 인터록·전원차단 표지 부착 여부에 대한 노사 공동 전수조사 △산업재해 트라우마 치료 및 심리 지원 규정 제정 △중대재해 비상연락 및 노사 합동조사 규정 제정 △외주작업 안전관리수칙 제정 △관리 업무 노동자 생산라인 투입 금지 △적정인력 확보를 위한 정규직 채용계획 수립 등을 요구 중이다.

이 중 적정인력 확보와 관리 업무 노동자 생산라인 투입 금지에 대한 이견으로 노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원하청 노동자가 섞여 일하며 망가진 공장 내 작업체계의 복원 및 생산직 노동자 작업 관리 역량 강화와 연관된 중요한 산재 예방 대책으로 판단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유족들도 김 씨의 발인을 미루고 장례식장을 지키며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만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낸 시작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이를 바로 잡을 가장 큰 책임은 외주화를 시작한 사측에 주어져 있다.

<프레시안>은 만도 사측에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노조 주장, 적정인력 확보 요구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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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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