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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사찰 벽화' 조사ㆍ정리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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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앞으론 '사찰 벽화' 조사ㆍ정리할 계획"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24] '한국의 佛畵' 3000여점 집대성한 범하스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우리가 흔히 절에서 볼 수 있는 불화에는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다양한 관심과 흔적이 녹아있는데요. 지난 20년간 전국의 사찰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3천여 점의 불화를 촬영하고 기록해 한국의 불화 도판집 40권을 완간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불교중앙박물관 관장, 범하스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유산전문가 범하스님을 초대해 국내 불화를 조사해 집대성한 과정과 우리 불화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불교중앙박물관장 범하스님입니다. 범하스님은 1947년 경주 출생으로 1960년 통도산에 입산해 승려의 길을 걷게 됐고 1973년 통도사 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현재 한국박물관협회 이사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통도사성보박물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불교중앙박물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오늘이 불기 2551년 석가탄신일입니다. 불교에서는 가장 경사스런 날인데, 불자의 한 분으로서 한 말씀 해주시죠.

범하스님 : 부처님 오신날을 우리 모든 국민들, 불자들과 함께 축하드리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올해 부처님 오신날은 범하스님한테는 아주 특별하신 것 같아요. 한국의 불화 도판집 40권을 20년 동안 고생하셔서 최근에 완간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범하스님 : 한 마디로 대단히 감격스럽고 기쁩니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하게 된 건 바로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하고, 전국에 계시는 모든 스님들과 신도님들의 도움으로 인해서 완간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니까 범하스님께서 지난 20년간 140개 이상의 사찰과, 거기서 3천 점 이상의 불화를 다 촬영해서 40권의 불화집을 내셨다는데...
우선 불화.. 불교의 그림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불화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범하스님 : 불화라는 건 구체적으로 불교회화를 줄여서 얘기합니다. 일단 부처님의 예불의 대상으로서 모시는 신앙적인 그림을 불화라고 얘기하는데, 이 불화에는 부처님의 모든 사상과 여러 가지 교리적인 문제가 전부 들어있는 것이 불화라고 할 수 있겠죠.

박인규 : 절에 가보면 부처님 상 뒤에도 그림이 있고 옆으로도... 탱화라고 합니까? 불화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던데 설명을 좀 해주시죠.

범하스님 : 뒤에 모셔진 탱화들을 후불탱화라고 하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에 모셔지는 탱화들이 신앙의 종류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명칭이 있습니다만 괘불탱화, 보살탱화, 칠성탱화, 산신탱화, 또 스님들의 영정까지 전부 포함해서 법당마다 모시는 탱화 종류가 각기 다르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탱화는 어떤 뜻입니까?

범하스님 : 탱화는 우리나라 말은 아니고 티벳어에서 따온 '탕카'라는 데서 우리 발음으로 옮긴 겁니다. 뜻은 특별한 게 아니고 걸개그림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 뒷벽면에 걸어 놓고 예불 드리는그림이라고 해서 탱화라고 얘기합니다.

박인규 : 우선 궁금한 건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 절에 있는 모든 불화들을 모아 보자는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어떤 겁니까?

범하스님 :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만, 통도사 박물관이 87년도에 개관되면서 통도사의 대표적인 유물이 불화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로 불화 전문박물관으로 개관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됐는데, 부산에 계시는 인간문화재 석정 스님께서 평소에 그림을 그리고 불화를 조성하는 분이지만 전국 사찰에 소장돼 있는 불화들을 한 데 묶어서 다음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자료집을 묶어야겠다는 게 평소 소원이셨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저를 부르셔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씀히시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생각이 있느냐. 이런 제의를 받고 난 뒤에 시작된 겁니다.

박인규 : 87년도에 통도사에 박물관이 생겼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성보박물관입니까?
성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범하스님 : 그렇습니다. 성보라는 건 예불의 대상인 모든 부처님이나 불화나 거기 관계되는 모든 것들을 통합해서 불교적 신앙의 대상을 성보라고 얘기합니다.

박인규 : 한자로는 어떻게 씁니까?

범하스님 : 한자로는 '성인 성'자 '보배 보'자... 성스러운 보배라고 해서 예불의 대상을 성보라고 불교에서만 그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어떤 TV프로그램에서 통도사의 불화가 유명하다는 말씀을 들었고 불화가 굉장히 크더라구요. 통도사 탱화가 왜 유명한 겁니까?

범하스님 : 통도사에는 불보사찰답게 옛날부터 많은 좋은 불화들이 조성돼서 보관되면서... 또 별 변화가 없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탱화들이 그대로 다 소장이 가장 잘 돼 있는 사찰이 통도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그 연대가 굉장히 옛날로도 올라가는 모양이죠?

▲ ⓒ프레시안

범하스님 :
조선시대의 대부분 불화들이지만 연대는 조선 중기에서 후기 쪽으로 해서 많이 소장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불화가 야외의식 때 사용하는 괘불이라는 그림을 가지고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석정스님은 연세도 많으시지만 탱화나 단청 이런 데서 인간문화재라고 말씀을 들었는데
어떤 분이십니까?

범하스님 : 석정스님은, 금강산 신계사에서... 현재 올해 팔순이십니다. 금강산에서 태어나셔서 어릴 때부터 금강산 화가의 신동으로서 이름을 떨칠 만큼 뻘뻘 길 때부터 불단에 올라가서 그림을 그리던 분이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그 당시 인간문화재이신 일숙스님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우시면서 1990년대에 우리나라 불화 계통의 인간문화재로 지정돼서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계십니다.

박인규 : 석정스님 당신께서는 우리나라 불화에 일가견을 가지신 분이십니다만, 그분께서 범하스님한테 우리나라 절의 모든 불화를 모아 보자고 한 건 범하스님의 안목도 상당히 인정한 거네요?

범하스님 : 직책이 박물관장이다 보니까 일단 인정하시고 일을 맡기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87년부터 시작해서 20년인데 그동안 3천 점 이상의 불화를 다 촬영해서 40권의 불화집에 담아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땠습니까?

범하스님 : 굉장히 어려웠죠. 한 군데 모아진 탱화들을 몇천 점 촬영하고 조사한다면 쉬웠겠지만, 사실은 전국... 서울지역부터 제주도까지 모든 전국 사찰에 소장돼 있는 탱화들을 조사하고 촬영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다닌 절은 몇 개나 되십니까?

범하스님 : 다 다닌 걸로 하면 한 천여 개 사찰이 되는데 실제 선택돼서 수록된 사찰은 한 4백여 군데 되고. 그 다음 불화 조사된 것도 책에 수록된 건 2백여 점 되지만 실제 조사된 건 6천여 점 정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40권의 불화집에 수록되지 않은 것도 언젠가는 책으로 나올 수 있겠네요?

범하스님 : 그렇죠. 지금은 보유편을 발간하게 되면, 거기에서 좀 후대 것이라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건 다 실어야겠죠.

박인규 : 하시면서 특별하게 어려우신 점은 없었습니까?

범하스님 : 왜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굉장히 많았죠.

박인규 : 대표적으로 생각나시는 게 있다면 한 가지만 소개해 보시죠.

범하스님 :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면, 촬영을 하는데 그냥 법당에 둔 상태로는 촬영해봐야 앞에 가리는 것도 많고 불상도 가리고 하니, 일단 바깥으로 내다 모셔서 촬영해야 되는데 그런 것을 스님들로부터 이해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고.

박인규 : 귀중한 것인데 어떻게 내가냐..

범하스님 : 예불의 대상에 손을 대고 사진을 찍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굉장히 그런 것이 어려웠고, 그 다음에 어렵다고 한다면, 이것을 조사하고 발간하는데 가장 문제되는 것이 예산이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조계종 종단이 상당히 돈이 풍부하신 걸로 종단 쪽에서는 지원이 없었습니까?

범하스님 : 이거 아니라도 여타 불사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까지는 지원할 만한 재정이 돌아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지난 20년간 이 불화집 제작에 어느 정도 예산이 들어갔고 어떻게 충당하신 겁니꺄?

범하스님 : 조사비나 발간비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사용된 것이 한 50억원 되고, 간접적으로 쓰여진 금액이 20에서 70억원 정도 쓰였습니다.

박인규 : 그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신 겁니까?

범하스님 : 그래서 사실은 처음에 석정스님께서 일을 맡기실 때 현재 대상그룹의 임창욱 명예회장께서 일정 부분 지원이 있었고 그 돈으로 시작했고. 그 다음에 석정스님께서 평생 모아 놓으신 작품전을 서울 세종문화회관 또 부산에서 두 군데서 전시를 해서 한 1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그 다음에는 재단법인 보덕학회라는 데서 후원을 좀 받았고, 또 그 다음에는 우리 불자들의 책을 신청하는, 그런 미리 모금을 해서 일부 충당했고. 그 외에도 차차 저희들이 연권이 활성화돼 가면서 용역사업을 통한 수익금이 좀 생기면 그런 돈을 보태서 했습니다만 지금도 부채 같은 것이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박인규 : 범하스님도 작업하시는 과정에서 상당히 건강을 해치셔서 수술을 몇 차례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범하스님 : 원래 건강이 별로 안 좋지만 심장 계통이 안 좋아서 여섯 번 정도 수술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지금 괜찮으십니꺄?

범하스님 : 지금도 투병 중입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이렇게 나온 40권의 불화집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보급돼서 보는 것도 중요한데, 이렇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많이 팔렸습니까?

범하스님 : 워낙 전문서적이 되다 보니 생각보다는 책을 보고자 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기관이나 전공자들이 책을 구입한다 해봐야 극소수에 해당되는 거고. 지금 한 천여 질 이상이 그대로 보관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각 절에서 사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범하스님 : 그래서 앞으로 완간을 했으니까 보급을 적극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불화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을 위한 책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보급판이랄까 그런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범하스님 : 저희들이 조사하고 도록을 발간한 것은 전문가들을 위한, 앞으로 학술적인 자료제공을 해야 되고. 그 다음 두 번째는 탱화가 없어졌을 때 다시 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사했습니다만, 지금은 1차 기초자료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지금 40권은. 앞으로는 모든 일반인들의 불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단행본을 금년 하반기부터 연차적으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박인규 :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20년 동안 천여 개 이상의 사찰을 다니면서 6천 점 가량의 불화를 보셨으니까 나름대로 우리나라 불화의 특징이랄까 이런 것에 대해 일가견이 생기셨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불화의 특징 같은 건 어떤 게 있습니까?

범하스님 : 실제 우리나라 불화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건 고려불화인데요, 이건 세계적인 불화입니다. 고려시대 불화는 참 단조로우면서 굉장히 귀족적인 그림으로 인해서 보통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원불로서 모셔둔 그림인데 비해서, 실제 조선시대 불화는 굉장히 크기에 비해서 크기도 크거니와 등장인물도 고려불화에 비해서는 굉장히 많은 불보살들이 등장하고 있고 색깔 자체도 굉장히 강한 톤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불화의 특징이라면 지금 세계적으로 밥당에 모셔 놓고 예물의 대상으로 삼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다른 나라는 법당에 안 모셔져 있습니까?

범하스님 : 불화가 석굴이라든지 여러 군데 있긴 있지만 지금 우리같이 법당에 모셔놓고 예불의 대상으로 삼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많이 다니셨기 때문에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다녀보니까 상당히 대단한 작품이라고 발굴된 것도 있나요?

범하스님 : 20년 동안 발굴돼서 지정된 테마들도 굉장히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안성 칠장사라는 절에 가면 괘불이 두 점 있습니다. 한 점은 국보로 돼 있고 한 점은 보물로 돼 있는, 작은 사찰이면서, 거기가 아마 임꺽정이 활동하던 사찰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런 탱화 종류도 괘불이 두 점이나 있을 정도로. 그 외 불화들도 많지만 특히 그 중에서 국보로 지정된 괘불탱화는 특이하게도 5여래가 등장하면서, 관음보살이라든지 지장보살 이렇게 해서 특이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런 것이 그냥 사찰에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고 왕실의 발언으로 만들어진 탱화였기 때문에 굉장히 우수한 탱화였다. 그렇게 해서 국보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그렇습니다.

박인규 : 칠장사의 괘불 같은 경우는 범하스님이 다니면서 발굴해서 국보가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거군요?

범하스님 : 발굴이라기보다는 알려져 있긴 했지만 저희들이 조사를 하면서 그런 가치를 인정받아서 문화재도 되고 그런 상황이죠.

박인규 : 일반인들이 절에 가면 꼭 불교를 믿지 않더라도 대웅전에 가서 절도 해보는데 뒤에 불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불화를 보려면 어떻게 보는 게 맞는 건지 스님한테 설명을 들을 수 있나요?

범하스님 : 물론 스님들이 설명은 다 할 수 있습니다만, 체계적으로보다도.. 법당 성질에 따라서 이 법당은 어떤 부처님 위주로 모셔진 탱화들이다. 이 탱화는 어느 시대 어떤 분들이 그린 탱화다, 이런 정도의 설명은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탱화에는 가운데 부처님도 계시고 옆에 보살도 있고 사천왕도 있는데, 그걸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스님들에게 질문하면 등장한 인물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탱화의구도에 대한 것들을 다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불교미술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해서 국내의 불화 중에서 여기는 꼭 가볼 만한 데다. 그렇게 추천해 주실 만한 데가 몇 군데 있습니까?

범하스님 : 제가 맡고 있는 통도사박물관이라고 해서 소개가 아니고, 실제 부처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의 그림을 여덟폭으로 그려서 팔상도라고 하거든요. 부처님 오신날.. 탄생에서부터 열반할 때까지의 그림인데,. 우리나라 팔상도가 옛날에는 많았겠지만 현재는 남아있는 데가 네 군데밖에 되지 않습니다. 통도사, 예천 용문사, 순천 송광사, 하동 상계사... 이렇게 네 군데 남아있는 팔상탱화 중에서도 통도사 팔상탱화는 조선시대 유명한 3대 화승 중 한 명인 유성화원이 그린 그림으로서..

박인규 : 화승이라면 그림 그리는 스님.

범하스님 : 그림 그리는 스님을 화승이라고도 하고 금어라고도 하고 화원이라고도 하는데, 3대 화승 중 한 분인 유성화원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어느 탱화보다도 통도사 가서 팔상탱화를 꼭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통도사 가서 팔상탱화를 보면 말하자면 부처님의 일생도 다 볼 수 있고

범하스님 : 그렇죠. 한 자리에서 부처님 태어나실 때부터 열반하실 때까지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볼 수 있죠.

박인규 : 사찰에 있는 문화유적들이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데, 작년에는 산불이 나서 낙산사가 타기도 하고... 그리고 불화 같은 경우도 각 절에서 보존이 약간 미흡하지 않느냐는 걱정들을 하시는데 어떻습니까 다녀 보시니까...

범하스님 : 그래서 저희들이 실제 1차적으로 한국의 불화를 조사해서 묶게 된 것도 불화의 재질의 특성상 삼베나 모시, 종이로 돼 있어서 상당히 보존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법당에 습기도 있고 좀도 슬 수 있고 화재로 탈 수도 있기 때문에 자료를 묶어서 다음에 없어졌을 때 복원할 수 있는 차원에서 조사했습니다만, 실제 각 사찰에 가면 그런 보존상태가 굉장히 열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정된 문화재는 국가로부터 지정도 받고 관리감독도 받지만 비지정 불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사찰 혼자만 보존하기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나라 각 절에 있는 불화들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 보급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겠네요. 혹시 그런 계획 같은 게 있으신가요?

범하스님 : 그래서 각 사찰마다 박물관이 한 35개 정도 건립이 돼서 개관된 것도 있고 아직 준비중인 곳도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절에 부설로 돼 있는...

범하스님 : 네. 성보박물관 같은. 그렇게 해서 한 것은 실제로 사찰 자체가 노천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굳이 박물관으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보존에 한계가 있는 유물들은 더 이상 법당에 예불의 대상으로 모시기보다는 박물관에 보관해서 보존, 관리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걸 하기 위해서 실제 박물관을 많이 짓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지금도 여러 사찰에서 보존이 어려운 유물들은 박물관으로 이관해서 보관해 주는 것이 지금 박물관의 과제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각 사찰마다 자체 박물관을 지어서 보존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장하시는 거군요?

범하스님 : 그렇다고 해서 한 점 두 점 두고 박물관을 다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저희들은 25개의 교구본사가 있습니다. 그 교구본사별로 박물관을 건립해서 거기 소속된 작은 절들은 본사에 위탁해서 보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게 해서 지금 박물관이 만들어진 사찰이 35개. 지금 어쨌든 국내 불화를 40권의 불화집으로 책을 내셨어요. 앞으로 계속 불화와 관련해서 말씀하신 보존 문제나 대중을 위한 책 발간 외에 하시고 싶은 계획 같은 게 있으십니까?

범하스님 : 지금은 제가 불화를 조사했기 때문에 불화 중에 한 가지 분야가 벽화들입니다. 벽화라는 것은 목조건물의 벽을 장식하는 모든 불화들이 있는데, 실제 목조건물의 벽화들도 사실은 건물을 보수할 때 훼손된다든지 오래되면 흙이기 때문에 떨어진다든지 그래서, 사찰벽화도 불화 못지 않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들인데 거기에 대한 자료도 지금까지 학계나 종단이나 정부에서 아직 완전히 조사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서 지금은 전국 벽화조사를 5개년 계획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불화집에 벽화는 들어가지 않았군요.

범하스님 : 그렇습니다. 2010년 정도 되면 전국의 국보, 보물로 지정된 모든 건축에 대한 벽화들이 또 자료집을 역어낼 계획인데 그것도 한 20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5년간 20권이면 거기도 적어도 1500점 이상이 수록된다는 거네요.

범하스님 : 점 수보다는 사실은 건물에 남아있는.. 사실 건물들이 많긴 하지만 남아있는 벽화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남아있는 벽화들 중심으로 자료집을 묶으려고 합니다.

박인규 : 벽화자료집 제작에도 범하스님이 직접 참여하십니까?

범하스님 : 지금 하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건강을 조심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도 드려볼까 합니다. 약력을 보니까 13살 나이에 스님이 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범하스님 :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그때 당시에는 나이도 어리고 하니까 불교에 대한 심오한 진리라든지 이런 걸 알았다기보다는, 사실은 우리 석가집안으로부터 전부 건강이 좋지 않고 저 개인적으로도 단명이라는, 명이 짧다는 차원에서 출가했습니다만 지금도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입장입니다.

박인규 : 심장수술을 여섯 번이나 하셨는데,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약력을 보니까 조계종 총무부장, 총무국장 하셨죠? 살림을 하는 건데 어떻게 박물관 쪽 불교유산을 관리하고 조사하는 일을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범하스님 : 그때는 박물관장을 맡기 전에 통도사 관리도 해봤고, 또 그로 인해서 종단의 부름을 받아 관리도 해보고 하다가 결국 박물관장을 맡으면서 내가 그래도 한평생 걸고 해볼 만한 일은 이런 쪽이다. 그렇게 해서 하다 보니 오늘날의 제가 됐습니다.

박인규 : 그게 87년에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하시면서 그 길로 들어서신 거군요.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조계종에서 만든 거죠? 개관이 지난 3월인가요?

범하스님 : 3월 26일에 개관했습니다.

박인규 : 보니까,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각 25개 조계종 본사에서도 박물관을 만들어라, 이런 것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도 불교유산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는 데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댜.

범하스님 : 그렇죠. 지금 지역에 있는 박물관들은 지역 나름대로 특징이 있겠지만 그래도 수도권의 불교를 대표하는 박물관을 건립해서 수도권에서 모든 전국에 있는 박물관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중앙박물관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생긴 게 87년인데 조계종 중앙박물관이 생긴 게 2007년이라면 사실은 좀 늦었습니다.

범하스님 : 늦은 감이 있죠.

박인규 :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을 맡으셨는데 앞으로 중앙박물관을... 최근에 기획전시회도 하셨죠? 어떻게 끌어가실 생각이신지...

범하스님 : 그래서 실제 박물관이라는 데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불교박물관은 특수박물관이라서 혹시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지 않겠나 생각합니다만. 특히나 통도사도 그렇지만 불교중앙박물관도 일단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으로 해야겠고. 또 불교유물이 실제 우리 불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국민들의 중요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일반인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박물관을 중심으로 해서 전통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회교육도 좀 하고 싶은 생각이고요. 또 서울 같은 데는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니까 그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거나 불교문화를 많이 보여주고 홍보할 수 있는 장소로 박물관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불교신자나 불교문화재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재를 볼 수 있는. 전 약간 걱정되는 건 각 사찰마다 35개 박물관이 생겼고, 사실 우리나라 유산이라는 게 거의 절반 이상이 불교 관련 유산인데

범하스님 : 절반도 더 되죠.

박인규 : 그렇죠. 그렇다면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이런 데 많이 가 있거든요. 그럼 불교중앙박물관을 채울 수 있는 유물들이 남아있는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범하스님 : 유물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전국 문화재를 다 소장해야 되는 건 아니고,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순회전을 한다든지 자료교환, 정보교환을 통해서, 특별전을 열 때마다 그 사찰 박물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획을 해서 계속 전시한다면 꼭 소장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런 느낌이 드는데요. 각 사찰이 갖고 있는 박물관, 그리고 국내의 큰 박물관은 별도로, 적어도 불교중앙박물관에 가면 이 유물만은 볼 수 있다. 나름대로 특징 있는 유물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계십니까?

범하스님 : 지금 조선시대 아주 초기의 목조불상에서부터 사경에서부터 또 부처님 일대기를 경판으로 만들어 놓은 석시원류라든지, 이런 대표적 유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여러 가지 유물이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었는데 조계종에서는 원래 불국사 것이니까 반환해 달라고 해서 상당히 말썽이 있었는데 잘 해결됐습니까?

범하스님 : 당연히 해결이 잘 됐죠.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우리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이관해서

박인규 : 유홍준 문화재청장 말씀을 들어보니까 무구정광다라니경인가요? 그건 좀 보존에 문제가 있어서 박물관 측에서 갖고 있다가 돌려주겠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범하스님 : 지금 보존처리가 됐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제한전시를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과 불교중앙박물관이 협의해서 일주일간 전시를 하면서, 또 앞으로 보존처리에 관계되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서 처리하도록. 그렇게 하고. 지금은 이미 불교중앙박물관에 와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전시회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주시죠.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으니까.

범하스님 : 무구정광다라니경이라는 것은 우리 불교경전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인쇄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이기 때문에 이건 우리나라, 또 불교계만의 국보가 아니고 세계적인 국보기 때문에 우리 종단에서도 보존에 대한 정성을 들여야겠고 우리 국가에서도 그렇게 해서 보존돼 왔는데, 무구정광다라니경을 비롯해서 사리함, 금동내함이라든지 은제외함이라든지 금동제외함 등등 해서 거기서 나온 유물들 29점을 지금 전시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불교에 관련된 불화로부터 시작해서 불교 관련된 모든 문화유산들을 정리하고 보존하고 전시하는 큰 책임을 맡게 되셨어요. 앞으로 불교중앙박물관장으로서 불교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은데,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 말씀을 좀 해주시죠.

범하스님 :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불교중앙박물관이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종단의 대표박물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사찰박물관과 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박물관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라든지 또 관리하는 방법이라든지 이런 것이 전부 체계적인 교육이 돼서, 불교 중앙박물관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주지스님들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겠고요. 그 외에 서로 자료교환을 하면서 전시도 준비해야겠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보문화재를 관리하는 정책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단에 많은 정책이 있지만 불교문화재에 대한 정책을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서 전국 사찰에 시달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게... 1700년 동안 내려온 불교 관련 유산, 문화재들을 다 정리하는 게 어려운 일일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불화로부터 시작해서 그 일을 맡게 되셔서 상당히 어깨가 무거우실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범하스님 : 그래서 이것은 실제 우리 불교종단만의 일이 아니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거기에 대해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일이 시발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불교 중앙박물관이 앞서서 나가야겠죠.

박인규 : 앞으로 벽화도 있고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건강도 조심해 가면서 우리나라 불교문화재들을 체계있게 보존하고 정리하는 일에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범하스님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제 2551회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중앙박물관장이신 범하스님을 초대해 국내 불화를 집대성한 과정과 우리 불교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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