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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좋은 책들을 직접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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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좋은 책들을 직접 만들고 싶어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03] '구라 삼국지' 펴낸 개그맨 전유성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다 읽어본 사람은 드물어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는 책, 바로 삼국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평역을 했고, 만화와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됐는데요, 이번에는 우리 시대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개그맨 전유성씨가 삼국지를 새로 썼습니다. 전유성씨 특유의 풍자와 아이디어가 가득한 새 삼국지는 중국 고대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처세술을 배울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개그맨 전유성씨를 초대해 그가 삼국지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또, 우리 시대 개그와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개그맨 전유성씨입니다! 전유성 씨는 서라벌 예술대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했고 1970년대 TV 쇼프로그램 <쇼쇼쇼>의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개그계에 입문했습니다. 이 후, 연극,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기획, 연출했고 우리 시대 대표적인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며 '개그맨'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을 비롯해 심야 극장, 심야 볼링장등의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습니다. 진보그룹 홍보이사를 역임했고 2002년부터 전주예원대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박인규 : 한동안 방송출연을 잘 안하셔서 뭘 하시나 했더니 드디어 일을 내셨군요.

전유성 : 써놓고 보니까 제가 한 게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이네요. 삼국지를 썼어요.

박인규 : 그런데 책 이름이 '구라삼국지'에요. 우리가 사실 구라를 푼다. 한 구라 한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일각에서는 또 일본말이니까 쓰지 말자, 그런 말도 있고. 구라라는 말을 붙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전유성 : 그런 얘기를 저도 많이 들었는데, 일본말에서 왔다.. 구로.. 검다는 말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또 서종법 교수님이 쓰신 책에는 구라파 전쟁을 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지면서도 자꾸만 이기는 것처럼 허풍을 막 쳤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말이 허풍이란 뜻의 구라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쓴 걸 읽은 적이 있는데. 저는 그냥 최근에 소설 쓰는 이외수씨가 새롭게 해석해 주셨어요. 제가 이 제목을 붙이겠다고 했더니, '입 구'자 '나팔 나'자 '입나발'이라고 하자. 그래서 입나발을, 윗사람이 입나발을 할 때 '입나발 잘 부십니다' 할 순 없으니까 그냥 '구라 잘 푸십니다.' 이렇게 가자.. 해서. 그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구라라는 말을 굳이 쓰신 데에는, 서문을 보면 구라라는 말 속에도 나름대로의 진실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유성 :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 중에 허풍, 거짓말, 잔소리, 잡담 등은 다 안 좋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저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잡담할 때 좋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듣게 되거든요. 그런 것들을 그냥 공중에 날리는 것보다 기록해 둬서 다른 사람들도 좀 읽어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하면서 메모를 많이 하죠. 그래서 잡담이나 허풍 이런 것에서도 의미있는 말들,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로 아이디어회의를 할 때 잡담하듯이 하라고 저는 사람들한테 권하거든요. 진지하게, 아이디어회의 하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내세요! 하는 것보다, 오늘 교통사고가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봤는데 교통사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편하게..... 누구 여기서 교통사고 내 본 사람 없어? 벌금 얼마 냈어? 이렇게 편하게 잡담하듯이 하는 데에서 아이디어들이 더 나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굳이 근엄할 필요는 없다. 영어에서는 릴렉스란 말을 많이 쓰는데 풀어 놓고 하는 데서 진실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해석하면 되겠군요. 책의 서문을 보니까 '혀를 자를 것인가.' 출판사 사장께서 한 번 쓰라고 권유해서 여러 번 사양하다가 술김에 하겠다고...

전유성 : 출판사 사장님과 제가 알게 된지는 사실 한 30년 정도 돼요. 우연히 신촌 술집에서 알게 돼서 얘기 끝에 연극 포스터를 하나 제작해 달라고, 스폰서를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출판사를 가봤더니 너무 작은 출판사에요. 그래서 안 해줘도 되다고 했더니 굉장히 자존심 상해 하면서 해주시더라구요. 그때 그 연극을 해서 흥행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제가 포스터값을 도로 드렸죠. 그랬더니 안 받으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벌었으니까 도로 드린다. 이러면서 우정을 쌓아 왔는데, 하다 보니까 제가 몇 권의 책을 내면서 그 출판사에서 한 번도 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 분이 어느 날 술에 취해서... 제가 인사동에서 가게를 하는데 '야! 나도 출판사 사장이야!' 하면서 돌멩이를 던지고 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자고 해서 제가 한 일 년 동안 안 한다고 했죠. 그리고 나중에는 한다고 술김에 대답해 놓고도 또 한 일 년 끌었어요. 그 방대한 책을 어떻게 쓸지 너무너무 감이 서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다시 또 술김에 하겠다고 하고 시작했는데 2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구요. 아직도... 3월 말이 3년째인데도 아직 다 쓰지 못했어요.

박인규 : 전 10권 중에서 이번에 나온 게 두 권이고, 탈고하신 건 아니고.

전유성 : 두 권 나왔고, 원고 넘어간 건 9권까지고, 10권은 5월 말쯤 나올 것 같아요

박인규 : 아직 조금 짐이 남으셨군요. 워낙 우리나라에서도 이문열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 장정일 삼국지, 심지어는 돌아가신 고우영씨의 만화삼국지... 그런 걸 저도 고등학교 때 많이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런 걸 보시면서 나름대로 평이랄까, 이번에 글을 쓰시는데 도움이 된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유성 : 제가 감히 그분들 것을 평할 순 없고 그냥 고우영 만화는 정말 재밌게 봤다고 생각하고. 그분들이 전부 다 문장력으로 승부를 보시는 분들이라서 제가 문장으로 그분들과 감히 대적할 수 없죠. 제가 잘 할 수 있는 건 아까 얘기했던 잡담들, 이야깃거리들, 주위에서 옛날에 했더니 재밌어 했던 얘기들을 복원시키기도 하면서 얘기했죠. 그래서, 그분들 것은 제가 평할 수가 없습니다. 게임이 안 되죠.

▲ ⓒ프레시안

박인규 :
그런데 제가 보니까 중간 중간에 새로운 시도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우선 굉장히 많은 일러스트라고 합니까? 사진, 포스터. 또 심리학자의 평도 있고. 왜 그런 형식을 취하셨는지..

전유성 : 저는 우선 몇 가지 생각을 했는데, 기존에 나와 있던 것과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하다 보면 형제간에 갈등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사회에서도 재산문제라든가 갈등들이 생깁니다. 그런 게 왜 생겨나는가를 나 나름대로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게 좀 조리있게 대답할 수가 없어요. 제 실력으로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조리있게 대답을 듣고 싶고 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싶어서 심리학자한테... 형제간에 돈 문제 때문에 갈등이 왜 그렇게 생기는가 하면 그분이 대답을 해주시고. 또 옛날에 아주 어려웠던 시절 만났던 친구들이 한 사람이 유명해졌을 때 나타나서 옛날식으로 부르면 기분 나빠하더라구요. 그건 왜 그런가. 또, 한 사람이 집권하게 되면 제도들을 막 바꾸는데, 정부에서 하는 제도야 잘 모르겠는데 제가 보면 방송국에서도 코미디 프로가 참 재밌었는데 PD가 바뀌면 전부 다 바꿔버리는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꾸는가. 그럼 심리학 하시는 분이 초두효과라는 거다 뭐다 해서 설명을 해주시니까. 그래서 이 사람들이 바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삼국지를 전유성씨의 시각뿐만 아니라 경험도 많이 수용해서 만든 셈이로군요.

전유성 : 거의 많이 들어갔죠. 주변에서 들은 얘기들을 끼워 맞추기도 하고. 예를 들어서 불 나는 장면이 나오면 아주 옛날 어렸을 때 피난가서 고생했던 얘기도 막 하기도 하고. 또 해외원정 가면 해외에 내가 언제 처음 나가 봤나. 또 해외에 나갈 때마다 참 미안한 사람이 한 분 계세요. 죄송하고. 저희 아버님이 해외를 한 번도 못 가보셨거든요. 동경 올림픽 때 일본 가셔서 꼭 동경 올림픽을 보시겠다고 하고 집을 나가셨는데 결국 부산에서 TV만 보고 오셨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못 가봤는데 나는 이렇게 많이 다니는구나... 미안한 마음이 생겨서 그런 얘기도 쓰기도 하고. 그렇게 제 주위의 얘기와 삼국지의 시대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좀 있으면 이렇게 갖다 썼죠. 그리고 실제로 삼국지를 읽다 보니 제가 겪었던 상황들이 많아요. 관계들이. 저도 배신도 해보고 그랬거든요. 거기 배신하는 얘기도 많이 나와서, 내 얘기로... 주위 사람들 얘기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죠.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삼국지와 전유성의 대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전유성 : 댓글달기라고 해야지요.

박인규 : 이번에 삼국지를 쓰시면서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중국도 굉장히 많이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유성 : 조금 오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삼국지의 유적지를 일부러 가진 않았어요. 삼국지라는 게 영웅이라고 하는 야심가들이 자신들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서 숱한 군졸들을 데리고 가서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 와서는 좀 달라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죠. 지금의 영웅이라는 건 제도를 하나 잘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잘 살게 해주는 게 현대의 영웅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중국의 서민들을 좀 많이 만나서... 옛날 그 모습들을 한 번 찾고 싶었어요. 주로 재래시장들을 많이 가서 보고. 아.. 이 사람은 뚱뚱하게 생긴 게 동탁의 한 132대손 같구나. 또 여포의, 혹은 장비의 후손 같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분들 사진도 좀 찍어서 책에 집어넣을 생각으로 많이 갔다 왔고. 또 실제로 제가 농담 삼아, 잘 가는 중국집 주인한데 삼국지 읽어봤어? 했더니 못 읽어봤어요.. 하더라구요. 아, 이게 사실이란 말인가 싶어서, 중국에서 젊은 사람들 만나서 삼국지 읽어봤는가 안 읽어봤는가. 그런 인터뷰를 많이 하고 왔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어떻습니까? 저희 자랄 때는 삼국지를 세 번 읽었다 다섯 번 읽었다, 그런 게 자랑이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어때요?

전유성 : 요즘은, 제가 만난 사람 중에는 거의 없었고, 대학교에 가니까 교수님들과 대학생들이 좀 읽었어요. 그 이유는, 삼국연의라는 한자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간자체로 배운, 약자로 한자를 배운 세대들은 참 보기가 힘든데 다행히 TV에서는 언제 어느 채널에서건 삼국지가 계속 나온다고 해요. 그걸로는 많이 봤다고 하더라구요.

박인규 : 요즘 사람들은 책보다는 만화 영화 등으로 삼국지를 접하는군요.

전유성 : 그런 것 같았어요.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는요.

박인규 : 이번 책을 보니까 작가 이외수씨가 이런 평을 했어요. '한 마디로 현대인의 생존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일종의 지침서다.' 동감하십니까?

전유성 : 과찬이죠. 요즘에.. 이게 1600년 1800년 전 얘기에서 뭘 배울 것인가.. 배울 거 많겠죠.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래서 제목도 제가 큰 제목으로 '교훈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다.'라고 붙였는데.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요즘에 좋은 실용서들이 많은데 그걸 굳이 삼국지에서 막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사실 들었어요. 그냥 이야기로 즐겁게 보고 가면 어떨까, 가볍게 가볍게. 그리고 좋은 얘기들은 요즘의 실용서에서 찾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가졌죠.

박인규 : 기본적으로 가벼운 걸 강조하시는 군요. 근엄할 필요 없다.
그렇지만 삼국지를 보면 인간형의 기본으로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덕장 유비, 의리를 지킨 관우, 조조는 간웅. 여러 가지 인간형이 나오는데 혹시 약간 단순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이런 여러 가지 인간형들을 보면서 전유성씨가 보시기에 이런 사람은 맘에 든다고 할지...,

전유성 : 관우라는 사람이 참 맘에 들었고, 조조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잠깐 나오다 죽어간 예형이란 사람이 있었어요. 역할을 하나 줬는데 북 두드리는 역할을 주니까 조조는 내가 큰 영웅인 줄 알았더니 못 알아보고 이런 북 치는 거나 시킨다..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죽어갔는데, 참 저도 그러고 싶은데 못하고 사니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 개인적으로 예형이라는 친구. 또 의리를 지켰던 관우.

박인규 : 예형을 말씀하신 건 우리시대의 금기에 대해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좀 있으신가보죠?

전유성 : 20대 때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 살고 있네요.

박인규 : 가볍게 읽으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래도 3년 반 이상 투자해서 글을 쓰실 때는 삼국지와 본인의 인연도 있으시고, 한 번 전유성이 삼국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 속의 뭔가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없으면 사실 쓰기가 쉽지 않거든요.

전유성 : 그렇죠. 어쨌든 제가 쓰겠다고 딱 결정을 짓는 순간에는,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삼국지 그 당시에도 그런 관계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또 있더라.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죠. 그래서 옛것에서 찾는 게 아니라 요즘 것에서 옛것을 찾아보는...

박인규 : 인간관계란 도대체 무엇이냐를 보고 싶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큰 대작... 사실 삼국지라는 건 모든 국민들이 좋아하는 주제기 때문에 전유성씨에게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전유성 : 정치적인 의도 전혀 없는데요. 처음 듣는 얘긴데, 그런 질문을 기자분들이 많이 하시더라구요. 정치적인 얘기를 썼느냐 안 썼느냐, 많이 하는데. 삼국지하고 지금 정치하시는 분들 비교하면 지금 분들이 훨씬 수가 높기 때문에 제가 감히 쓸 수가 없어요. 삼국지의 수준에서만 머물러야지요.

박인규 :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영웅호걸에 관한 이야기에요.

전유성 : 그렇죠. 영웅호걸에 관한 얘긴데 그것이 과연 현대에 와서도 그 영웅호걸이 유효한가 하는 생각은 한 번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아까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많은 백성들을 몰고 나가고, 그냥 죽음으로 몰아간 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건 좀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요즘도 그런 영웅이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사람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프레시안

전유성 :
저는 록펠러 얘기를 이번에 뉴욕에 가서 들었는데, 그분이 뉴욕 주지사 후보로 나와서 자기가 되면 뉴욕에 있는 사람들 아파트의 물값을 내가 전부 다 내겠다. 그게 그분이 돌아가신 사후에도 계속 지켜지더라구요. 그런 분들이 현대에 와서 영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박인규 : 말하자면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영웅이다. 군림하기보다는.

전유성 : 그렇죠.

박인규 : 지금부터는 요즘 하시는 일이 뭔지 여쭤보겠습니다. 우선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데요,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출연자 분들에게 몇 년생, 어디 출생... 이렇게 물어보는데, 전유성씨께서 하도 나이를 말씀하시길 싫어한다고 해서, 나이 드신 게 싫어서 그러신가 싶기도 하고....

전유성 : 그런 건 아니구요, 제가 20대 때... 지금은 나이에 별 관심을 안 갖거든요. 개그맨 중에서는 제가 제일 선배니까. 그때는 통기타 가수들과 활동할 때여서 20대 때 나이를 두세 살 올려서 얘기해 놔서, 아직도 그 나이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밝히기를 좀 꺼려했는데, 이제는 뭐 어떡하겠어요. 저는 49년생이고, 1월 28일에 태어났고 58살입니다.

박인규 : 그동안 삼국지를... 외도라면 외도고 3년 동안 하셨지만 실제 지금 주업은 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입니다. 코미디학과를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들은 생소할 것 같은데 어떤 학과인지 소개를 해주시죠.

전유성 : 코미디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는 곳이 코미디학과죠. 전국에 하나뿐이고, 전주 예원예술대학교에 코미디연기학과가 있습니다. 사실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 너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뭘 가르칠 것인지. 그래서 대답할 쯤에 제가 원고를 쭉 한 번 써봤어요. 아이들한테 뭘 강의할 수 있을까. 제가 30년을 했는데 한 8번 하면 더 이상 할 게 없어요. 똑같은 얘기 반복할 것 같고. 그래서, 거절하면서 제가, 들어주지 못할 뭘 하나 요구하면 거기서 안 해줄 거다... 이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서영춘 동상 만들어주면 할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때 코미디언들이 뽑은 코미디언에 서영춘 선생님이 뽑히셨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큰 돈을 들여서 흉상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러니 안 갈 수가 없었죠. 흉상을 만들었는데 마침 또 그 동상이 대중예술인으로는 처음 만들어진 거라고 누가 얘기하기에, 참 의미있는 일을 학교에서 해주셨구나, 해서 제가 나가서 방송국에서 우리 아이디어회의를 했던 것처럼 적용해서 하고 있죠.

박인규 : 하긴 저도 어렸을 땝니다만 60년대에 서영춘 선생님은 전 국민들이 사랑했던 코미디언인데.... 코미디언은 타고나는 거다, 뭘 배우냐 하는데, 또 대학에 학과가 생겼다고 하니까 어떻게 뭘 가르치시는지 궁금하네요.

전유성 : 코미디를 좀 확대시킨 거죠. 꼭 개그맨 활동하는 것만 코미디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마을에 버섯 파는 데가 있었어요. 거길 갔는데, 표고버섯이었는데, 그냥 표고버섯.. 청정지역, 신토불이, 또 뭐더라... 하여튼 세 가지가 꼭 들어가요. 그래서는 차별화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약속을 한 번 했어요. 표고버섯막에 가서 우리 학생들이 코미디를 한 번 해주겠다. 그래서 코미디를 좋아하는 어디 표고버섯. 이런 걸로도 코미디를 확산시키고,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되면 코미디를 좋아하는 복숭아밭. 포도밭에도 갈 수도 있고, 또 소주 만드는 데 가서 우리가 코미디를 소주한테도 해줄 수 있지 않나.. 코미디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을 저희들이 많이 하고 있죠.

박인규 : 코미디의 적용분야를 넓히는... 코미디가 사실 60, 70년대에는 대단한 인기를 끌다가 한때 좀 침체였어요. 최근에는 개그콘서트니 뭐 여러 가지 프로들이 부활하고 있는데, 예전과 비교해서 맣이 달라졌죠 양상이?

전유성 : 많이 달라졌고, 저희는 네로25시 할 때 7분 하면서 25번 웃기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약 7분 하면서 40번 이상을 웃기더라구요. 노래 가사의 양도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랩 같은 거 하면 트로트 하시는 분들 노래 가사의 서너 배를 그냥 바로 입에서 쏟아내는데, 스피디해지고 양도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어떻게 저런 걸로 웃길 생각을 했을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와서, 전유성이는 아이디어 뱅크라더라 하는 얘기를 이제 안 듣고 싶어요.

박인규 : 약간 교과서적인 지적이긴 합니다만, 코미디라는 것도 결국 삶의 일부고 웃음 속에 삶의 진실, 나아가서 사회성이나 정치성도 들어가야 되는데 우리 개그는 아직도 좀 가볍다. 그런 지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유성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좀 들고. 스탠딩코미디는 정말 나와서 관객들 앞에서 바로 승부를 거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나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구라삼국지'에 소개하신 걸 보니까, 콘텐츠창작집단 구라공방대표라고 하셨어요. 콘텐츠 창작집단이 뭐하는 건지 소개 좀 해주시죠.

전유성 : 우선 이 책을 하다 보니까, 좋은 책들을 좀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책을 좀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우선 기획하고 있고. 또 코미디만 전문으로 하는 공연장도 하나 준비하고 있고. 그런 일련의 일들을 좀 해보려고 이름을 붙였는데 아직까지 한 일은 거의 없죠.

박인규 : 삼국지만...

전유성 : 네. 이거 하나 하고.

박인규 : 이번에 보니까 글과 일러스트,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멀티미디어적인 책이 나왔던데 앞으로도 그런 작업인가요?

전유성 : 그런 작업이 하나 또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앞으로 이런 책을 내겠다, 하는 계획이 있으신가요?

전유성 : 여행기를 쓸 생각인데, 나이 드신 분들 위해서, 환갑 넘으신 분들을 위해서 아주 고급 여행지를 좀 소개하고 싶어요. 나이 드신 분들이 가는데 12박 13일에 유럽 5개국.. 굉장히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좋은 데를 가실 수 있게, 좀 고급여행지를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우리는 전부 저렴한 여행지만 계속 소개하거든요. 싼 숙박업소.. 좀 좋은 데 가셔서 나이 드신 분들이 정말 편안하게 즐기고 오실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여유있고 품격있는...이번에 나온 책 서문을 보니까 어렸을 때 수호지를 굉장히 재밌게 보셨다던데, 혹시 수호지도 한 번 쓰시는 거 아닙니까?

전유성 : 아니에요. 한 번 했던 건 하지 말아야지요. 이거 3년...정말 스트레스 쌓였어요.

박인규 : 하여튼 책 많이 팔리기를 바라구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셨지만, 앞으로 계속 하시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마지막으로...

전유성 : 코미디만 전문으로 하는 극장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고. 그게 정말 체인화 돼서 전국에 하나씩 다 만드는 날까지 한 번 초석이 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웃음은 즐거운 것이지만 그 웃음이 우리 삶을 좀 살찌우고 풍요롭게 하는 웃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유성씨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계속 빛을 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유성 : 감사합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삼국지를 새로 써낸 개그맨 전유성씨를 초대해 그가 삼국지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였는지 또, 우리 시대 개그와 웃음의 의미는 뭔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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