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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나라당 연대', 이런 건 일관성이 없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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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한나라당 연대', 이런 건 일관성이 없는거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21]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정치권에 때 아닌 진보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후..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진보적 가치 실현을 위해선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비판에 이어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진보세력은 관념적 좌파이론과 결별하라며, 최근 참여정부를 비판한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 역시 최장집 교수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는데요. 오늘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를 초대해.. 참여정부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2007년 진보세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화여대 조기숙 교숩니다! 조기숙 교수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82년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1990년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4년부터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지내다가.. 97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또,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정당개혁추진단장을 지냈고.. 200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청와대에서 나오신 지 1년이 딱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조기숙 : 예. 제가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다가 청와대에 갑자기 들어갔기 때문에 식구들을 미국에 남겨두고 왔었거든요. 그래서 가서 남은 연구년을 마저 보내고 가족들과 상봉도 하고, 작년에 다 정리하고 들어와서 강의도 했습니다.

박인규 : 사임하시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고별사에서 '내가 떠나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나라가 조용해질 것 같다. 그래서 기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좀 조용해진 것 같습니까?

조기숙 : 박 선생님은 어떻게 보세요?

박인규 : 좀 시끄러워진 것 같은데요

조기숙 : 제가 그 얘기를 한 이유는, 제가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으니까 제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많은 사람이 비판해서 제가 떠나도 나라는 조용하지 않을 거라는 반어법을 쓴 것인데, 요즘 나라가 시끄러운 건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조기숙이니 누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박인규 : 조금 더 시끄러워질 일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께서 설 연휴 직전에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쓰시면서 대한민국에 진보진영만 삽니까, 그런 말씀도 하셨고 진보진영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글을 쓰신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세요?

조기숙 : 진보에 대한 개념 정의를 좀 분명히 하고자 하신 게 아닐까, 그리고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실 보수진영이야 원래 진보정부를 공격하고 서로 경쟁하는 게 업무지만 진보진영마저도 참여정부를 부당하게 공격함으로써 참여정부가 어려움에 처해진 면이 많다. 그래서 한 번 내부토론이 대선을 앞두고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진보진영의 부당한 비판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조기숙 교수께서 어젠가요? 최장집 교수님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셨어요. 부당한 비판이라고 보시는 부분의 가장 중요한 논객으로 보시는 겁니까 최장집 교수님을?

조기숙 : 아무래도 최 교수님의 지명도와 영향력 같은 걸 감안할 때 그렇게 보는 거고. 꼭 최장집 교수님을 대표적으로 제가 지명했지만 다른 교수들도 있고 다른 정치인들도 대체로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조기숙 교수의 글을 보면 지지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조 교수께서는 지난 5년간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이 성공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기숙 : 그건 자기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뭘 가지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기준은 하버드 대학의 법대 로저 피셔 교수가 사용하는 기준인데, 이게 현실정치에서 가장 합리적 기준 아닌가 보는데, 그건 대안이 무엇이었냐에 따라서 달려있다. 그래서 대안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한 거면 성공이고 대안보다 나쁜 선택을 한 거면 실패라고 보거든요. 이렇게 봤을 때 지난 대선의 대안이 누구였냐 하면 이회창씨죠. 그래서 이회창씨가 집권했을 때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가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저는 가장 분명한 것은 차떼기는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점에서만도 저는 진일보했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한나라당과 참여정부가 차이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사회가 처한 환경적 역사적 구조적 제약을 고려해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우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 또 성공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보는데.. 가장 대표적 예가 박근혜 대표가 미국에 가서 자기가 집권하면 FTA만 빼고 모든 정책을 다 바꾸겠다고 했거든요. 그게 바로 한나라당과 참여정부의 차이죠. 그런데, 자기가 어떤 백일한 기준을 두고 여기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니까 실패다. 똑같다. 이건 굉장히 패배주의적이고 냉소주의적인 접근이 아닌가.. 작은 차이도 분별해내는 분별력이야 말로 민주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회창 후보가 됐을 때보다는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게 더 나은 게 아니냐. 그러므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기숙 : 그건 하나의 기준이구요. 또 하나의 기준은 지난 대선의 핵심적인 선거공약이 무엇이었냐를 봤을 때 사실 양극화 이런 건 참여정부가 핵심공약을 성취한 다음에 들고 나온 것이었지 선거에서 공약으로 이뤄져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전에는 정책을 정부가 수행하기 참 어렵습니다. 권력을 갖고 있다고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무조건 좋은 정책을 실현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렇게 봤을 때 결국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이 부여받은 권력은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거였거든요. 저는 새로운 정치 부분에서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단편적인 예가 뭐냐 하면, 2002년 아시아에서 국가들 전부 정치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대한민국이 꼴찌였습니다. 2006년 똑같은 조사에서 우리가 1등을 차지했거든요. 정치만족도가 75%로 나왔다고 해요. 이것만으로 봐도 지난 대선에 국민들이 쥐어준 권한은 다 행사해서 다 이뤘다. 이것이 저는 굉장히 큰 진전이라고 보는데 그 외의 것은 대통령이 아무리 여론을 조성하려고 해도 대통령이 의제만 내놓으면 보수고 진보고 다 반대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묻는 건 전 비겁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런데 어쨌든 사회 전반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성공이라는 평가보다는 실패라는 평가가 더 많고, 또 국민적 지지도도 굉장히 낮게 나오고 있어요. 그건 왜 그렇죠?

조기숙 : 실패라는 평가 자체가 국민적 지지도에 바탕을 둔 건데 저는 이걸 방법론상으로 개체주의적 오류라고 해서, 학자들은 이런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 또는 지지도가 낮으니까 실패한 거 아니냐고 보는데, 그건 방법론적 오류가 있기 때문에 별개로 봐야 된다고 보고, 지지도가 낮은 건 사실이고 왜 지지도가 낮은지에 대해서 연구한 게 바로 최근에 나온 '마법에 걸린 나라'라는 책인데요, 지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지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들어가기 앞서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쨌든 자체적으로 봤을 때 성공이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사태는 어떻게 봐야 할거냐, 이런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조기숙 :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지지도를 보고 정부가 실패했다고 보고, 우리가 이대로 있다가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겠구나 해서 일단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그러는 건데, 저는 굉장히 어리석은 정치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자기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어떤 국민이 사랑해 주겠어요. 참여정부가 그동안 해온 공적을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왜 국민들이 이걸 인정해 주지 못할까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공을 인정받도록 노력했어야지, 누가 어디서 '불이야' 하고 소리쳤는데 사실 불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불인지 아닌지 원인진단하고 불을 끌 생각을 하기보다는 먼저 배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를 한 점에서 저는 자기 발등에 도끼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조기숙 교수가 보시기에 주체성이나 줏대가 없다고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청이라는 한 배에 탔던 분들이 떠나게 된 건 상당히 문제가 큰 거 아닌가요?

조기숙 : 지지도 자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지지도 관리에 신경쓰는 걸 싫어하셨던 대통령에게도 저는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저는 지지도 자체는 사실 인기투표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하지만 국민을 포함해서 많은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지지도를 가지고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본다면 대통령도 지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 지지도 자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도 국민들이 그것이 허상이라고 해도 그걸 보고 모든 판단을 한다면 대통령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되는데 그런 국민정서나 여론이랄까.. 이런 부분, 좀 비합리적인 정서적 부분을 도외시한 부분... 이런 점에 대통령께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이번에 쓰신 책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국정운영에 나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낮은 이유를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책 제목이 '마법에 걸린 나라'에요. 상당히 도발적이라고 할까 희한한 제목인데 왜 이런 제목을 붙이신 거예요?

조기숙 : 저는 정치는 어차피 마법 아닐까 생각해요. 마법에서도 주문을 외우고 주술을 걸고 해서 사람을 마법에 걸리게 하잖아요. 정치도 그런 속성이 있다. 정치도 말싸움이거든요. 담론경쟁을 통해서 국민을 누가 잘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표도 권력도 주고, 그 권력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고. 인혁당 사건 같은 게 대표적인 사법살인사건 아니에요. 멀쩡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또 정말 노인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정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게 마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황은 참여정부가 한 일이 굉장히 많은데도 지지도는 다 한나라당으로 가있거든요. 그러니까 왜 한나라당의 주문은 효력을 발휘했고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문은 전혀 효력을 발휘 못했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박인규 : 이유가 뭡니까 그러면..

조기숙 : 첫 번째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인위적인 노력을 안 하고, 지지도를 인기투표니까 중요치 않다.. 할일만 다하면 된다고 했던 게 문제였다고 보고. 또 하나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대항해서 대항마법을 걸지 않았다는 거죠. 열린우리당이 할 일은 참여정부의 공적을 입소문으로 홍보해야 되는데, 정부한테만 왜 홍보를 실패하느냐고 하는데 정부만 해서 되는 게 아니죠. 의원 하나하나가 지역구에서 알려야 되는데, 왜 그러냐.... 마법에 걸리는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원인은 소위 우리사회 수구언론이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냅니다. 참여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제 책 내용이 무슨 내용이든 상관없이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프레임을 걸어버려요. 제가 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예를 들면, 제 책이 참여정부의 국정실패의 책임을 보수언론에 전가한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이런 식으로 쓰고 싶은 대로 쓴단 말이에요. 이걸 매일 듣는 국민들은 믿을 수밖에 없어요. 이쪽에서 그게 틀렸다 아니다 하는 대항마법을 하기 전에는.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했던 것은 보수언론의 모범생이었다는 거죠. 보수언론을 읽고 대통령을 공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청와대 참모들을 나가라고 하고. 우리가 같은 편인지, 우리가 보수언론과 싸우는 건지 열린우리당과 싸우는 건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열린우리당이 개념 없이 행동했다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 참여정부의 진보정책을 도와줘야 할 진보언론이나 진보사회단체가 다 침묵했다는 거죠. 진보지식인은 말할 것도 없고. 침묵만 하면 참 고마운데 더 나아가서.. 최장집 교수처럼 완전히 단정적으로 실패했다. 그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니까 중간에서 정보가 부족하고 자기 일상에 바쁜 국민들은, 아... 실패했나보다 하고 믿을 수밖에 없죠.

박인규 : 진보언론이나 진보학자나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비판했다고 말씀하셨는데, 학자나 언론의 역할이 사실 비판 아닙니까? 특히 청와대라는 곳은 최고의 권부인데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조기숙 : 당연하죠. 잘못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또 진보언론이나 학자들이 지향하는 이상이 참여정부와 지향하는 이상과 맞을 때는 협력도 해야지요. 그러니까 선진국 같은 데서는 시민단체들이 다 이념적으로 재편돼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이념적인 시민단체들이 정당과 협력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것에 대해서 어용이라고 생각지 않거든요. 이건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거라고 떳떳하게 자기네들이 원하는 정치인 당선운동을 하고, 자기네들의 이상에 맞지 않는 정치인 낙선운동을 해도 어용컴플렉스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 독재시대를 거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생생한 독재시대의 경험 때문에 정부를 뭔가 도와주고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것은 같은 이상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용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칭찬할 때는 침묵하고 비판할 때는 더 세게 비판하고.

박인규 : 진보진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희연 교수 같은 분은 참여정부가 헤게모니 정치를 해야 되는데 정체성의 정치를 했다. 다른 말로 하면 통합적으로 해야 되는데 자기 색깔을 너무 드러내려고 해서 실패한 거라는 지적을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기숙 : 글쎄요. 오히려 색깔을 너무 드러내지 못한 게 실패의 원인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보는데요. 우리 국민들이 사실 보수니 진보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세요. 학자들도 보면 다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쓰고, 사실 우파와 좌파도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이게 어떻게 쓰이냐면 정치인들이 정적을 공격할 때 쓰기 위한 수사로 사용하거든요. 예를 들면 좌파 하면 나쁜 사람과 동의어로 쓴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참여정부는, 우파로부터는 좌파로 공격받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신자유주의라고 공격받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자기의 확고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우파가 보수를 독점하고 좌파가 진보를 독점해 버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참여정부는 중도처럼 비친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정말 진보는 참여정부고 좌파가 반드시 진보라고 보기 저는 어렵다고 보거든요. 좌파보수도 있어요. 노조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좌파보수라고 볼 수 있죠. 그런 진보와 보수를 다른 정치세력이 먼저 석권하는 바람에 참여정부가 오히려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지 못해서 양쪽에서 샌드위치가 된 면이 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이번 논쟁을 올해 있을 대선과 관련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최근에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이 99%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동의하십니까?

조기숙 :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지금 중도통합을 한다.. 이런 것들이 사실 정권재창출과 거리가 많이 멀어진 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1%의 희망을 여전히 걸고 싶어요. 굉장히 과거보다 유시민 장관의 주장은 99%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과거보다 정권재창출의 확률이 낮아졌다고 얘기하려는 강조어법이라고 보구요. 그것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확인을 또 해봐야 됩니다. 왜냐면 언론보도를 다 믿을 수는 없고. 그러나 제가 파악하기로는 오히려 더 멀어졌다고 보는 거예요. 그러나 그것이 위기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저는 1%에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희망을 건다기보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박인규 : 최근 논쟁을 보면서 보수는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데 진보는 탈당사태를 비롯해서 갈라지고 있지 않느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을 비롯해서 이른바 진보개혁을 자처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나가야 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기숙 : 우리 사회의 진보는.. 사실 사회의 역사성과 관계가 있는데, 반독재세력입니다. 민주화 진영이. 뭐에 반대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때는 참 협력하기가 쉬웠어요. 욕하면서 친해진다고, 적의 적은 친구고 반대할 때는 참 단합이 잘 됩니다. 그리고 파괴적인 힘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쉬운데, 이제 뭔가 하려고, 이상을 갖고 뭉치려니 잘 안 뭉쳐져요. 전 그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왜냐, 우리 사회 진보진영, 즉 민주화 세력에는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도 있고 좌파주의자들도 있어요. 그런데 자유주의와 좌파는 이상점과 철학의 기초가 너무너무 다릅니다. 그러니까 참여정부와 좌파들의 갈등은 저는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갈등을 눌러왔거든요 여태까지. 눌러오니까 어떻게 보이냐면.. 야, 좌파들도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거 보니까 진짜 잘못했구나. 그런데 저는 공격받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거죠. 오히려 차이를 드러내고 결별할 부분은 결별하고 서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대선은 이 차이를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학습할 기회를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반한나라당연대라든가 이런 건 어렵겠네요? 각계각층이랄까...

조기숙 :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정부는 민주화 됐지만 독점적 권력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독점적 권력을 해체하기 위한 제2의 민주화를 위해서 저는 진보진영이, 또 민주화세력이 이 또 한 번 협력할 계기는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지난 선거와 다른 것은, 지난 선거는 낡은 정치의 청산. 뭔가 부정하는 선거였고 무너뜨리는 선거였는데 이번 선거는 미래에 내가 어떤 정치구도를 가지고 가겠다 하는 이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선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차이를 좀 분명히 하면서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른바 개혁, 진보, 평화세력 간에도 연합을 할지 말지가 불분명하네요?

조기숙 : 저는 우선 각자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고 정체성을 분화하는 1차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구요. 그 후에 큰 비전을 놓고 그 비전에 따라 일관성 있게 협력해야 된다는 거죠. 반한나라당연대 이런 건 일관성이 없는 거죠.

박인규 : 나름대로의 협력의 명분이 필요하다.

조기숙 : 그렇죠. 원칙과 이념을 가지고 협력해야지, 무조건 반한나라당연대는 과거의 독재자가 존재했을 때나 하는 연대지 이제는 좀 미래지향적으로 21세기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박인규 : 혹시 그런 미래지향적 연대를 위해서 조기숙 교수께서 이번 대선에서 다시 한 번 활약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조기숙 : 저는 정말, 제가 어떻게 논평을 하게 된 게, 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논평을 하게 된 거고. 또 논평을 하다 보니까 너무너무 도와달라는 요구가 강해서 할 수 없이 여기까지 온 건데, 정말 조용히 사인으로 돌아가서 사는 게 제 꿈이고, 제 원래 꿈이 소시민입니다. 그래서 올 대선에는 제 개인적으로, 제가 공부한 것 중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어떤 정치세력과도....

박인규 : 특정 정파에 소속돼서 참모랄까 그런 역할은 아니다. 최근에 한나라당의 유력후보이신 박근혜 대표께서는 인혁당 사건이라든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자신을 겨냥한 정치공세다..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조기숙 : 박근혜 대표는 이회창씨에 대해서 지난 대선 때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서 사상검증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인혁당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박근혜 대표에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그분의 경우는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과 자산을 활용해서 정치인이 되셨고 선거 때마다 기억을 되살려서 선거를 했거든요. 그렇다면 아버지의 과오가 있다면 그 과오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게 저는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걸 전 국민적 차원에서 하고 있는 역사바로세우기를 '나에 대한 검증이냐'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건 이 분의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말 나온 김에 한나라당에서 최근에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대표 간에 검증 공방이 상당히 치열한데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조기숙 : 저는 선거 직전에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미리 검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선거 직전에 네거티브검증은 그야말로 후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길 수 있지만 지금은 허위검증을 한 사람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충분히 평가할 시간이 있는 거죠. 그래서 검증은 저는 다방면 다각도, 어디에서든 누구든지 해야 된다고 보고, 또 정보가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청와대에 계실 때 10문10답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에 대해서 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국민들의 역동성, 신바람, 포기하지 않는 근성, 그리고 국민이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일..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이미 그건 과거사로 지나갔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갖고 계시다면 어떤 부분에 가장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

조기숙 : 저는 신바람, 역동성인데요. 어느 사회에도 볼 수 없는 신바람, 역동성이... 잠재돼 있는 욕구만 조금 건드려 주면 엘리트들이 국민들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엄청난 힘이라고 봐요. 우리가 월드컵 4강도 그렇게 달성했지만 무엇이든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국민적 에너지가 가장 큰 희망이 아닌가, 그렇게 봅니다.

박인규 : 대학교수를 하시다가 사이버상의 아주 활발한 정치논객을 하시다가 청와대까지 들어가셔서 직접 정치를 겪어보셨고. 분령은 정치학자시죠. 앞으로 정치와 관련해서 장기적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다.. 이런 게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기숙 : 저는 사실 비평하고 논평하고 싸우고 이러는 게 정말 체질에 안 맞아요. 성격에도 안 맞고. 어려서는 제가 남하고 싸우는 게 싫어서 변호사도 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싫었는데, 정치판에 휘말리는 게 너무 싫고. 앞으로는 올 대선까지만 활동하고 내년부터는 좀 조용하고 차분하게 후학을 기르는 일에... 미래의 새싹을 기르는 일. 특히 저는 리더십 함양에, 리더십은 좋은 점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거거든요. 좀 긍정적으로 살고 싶은 게 제 희망입니다.

박인규 : 조기숙 교수님의 다양한 경험들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를 초대해.. 참여정부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2007년 진보세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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