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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자기 일' 찾지 못하면 40대 이후 아주 추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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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자기 일' 찾지 못하면 40대 이후 아주 추워집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1/23]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2007년 1월도 어느덧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들, 올해도 작심삼일로 흐지부지 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질 땐데요,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른 직장인들의 2007년 새해계획 가운데 1위는 바로 자기계발이라고 합니다. 점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가 화두로 된 요즘.. 직장인들 역시 더 이상 생계형 월급쟁이가 아닌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전문가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을 초대해.. 요즘같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입니다. 구본형 소장은 1954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또,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해 왔고, 특히 1991년부터 96년까지는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심사관으로, 아시아태평양 조직들의 경영혁신을 컨설팅했습니다. 지난 2000년 IBM을 나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기업과 정부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대개 연초가 되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여러 가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워낙 유명한 강연가로 알려지셔서 혹시 연초에 바쁘시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본형 : 예. 적당하게 바빴습니다.

박인규 : 연초에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구본형 소장을 모실 때는 나름대로 특이한 주제가 있나요?

구본형 : 시무식 안에 껴 있는 경우도 있고, 캘린더의 마력도 좀 있고 해서 어떻게 하면 새해계획을 세울 수 있나.. 또 어떻게 하면 나아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것에 특별한 방법은 있는가... 이런 주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구본형 소장은 98년도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말하자면 컨설턴트로 이름을 내셨고. 특히 변화경영을 하나의 화두로 갖고 계신데, 변화경영이라는 게 뭔지 좀 설명을 해주시죠.

구본형 : 제가 명함을 하나 갖고 있는데, 제 명함을 보면 변화경영전문가라고 돼 있구요, 그리고 나서 제 비전이 하나 씌여 있습니다. 거길 보면,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디와 경쟁하는 걸 도와주는 직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요즘 IMF위기 이후로 직장생활의 정년이 40세라는 말이 많고, 저도 한 80년대부터 월급쟁이 생활을 했는데, 그때는 저희가 하는 농담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다. 대충 그러면 정년까지는 간다'. 이제는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자기만의 독특한 능력이랄까, 조직이 요구하는 능력이 있어야 되는데 자기만의 능력.. 전문성이라고도 할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사람이 다 여러 가진데,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하더라구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구본형 : 원칙이 하나 있다면 나를 활용하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유산을 활용 못하면 결국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 기준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찾아내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는 우선 자기한테 질문을 좀 많이 해야 되고, 그리고 자기에 대한 관찰을 매우 유심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인규 :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뭔가...

구본형 : 예.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뭐고 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가. 원래 타고나면서부터 어떤 그릇의 형태를 갖고 있을 텐데, 내게 맞는 그릇은 도대체 어떤 그릇일까.. 이런 질문을 참 많이 해야 될 겁니다. 실질적으로는 직장생활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맡게 되는데 그 속에서 내가 잘 하는 것도 있고 성과가 빨리 나는 것도 있고,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도 있고 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것도 있고, 이런 것들은 나와 취향이 잘 맞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직업화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상당히 창조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야 되는 거구요. 그 다음 기술적으로는 이런 고민이 또 과거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이걸 도와줄 수 있는 도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NBTI라든가 NLP라든가 애니어그램,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쉽게 가서 검사를 하실 수 있고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게 말하자면 적성검사 같은 겁니다.

구본형 :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질과 적성에 대해 상담해 주는 건데 아주 쉽게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박인규 : 국내에도 그런 기관이 많은가요?

구본형 : 그럼요. 많습니다.

박인규 : 저희도 대학생 때 친구들끼리 앞으로 해야 될 일을 놓고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역시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제일 편하다.. 자기 능력이 있으니까. 저는 궁금한 게, 그렇게 자기를 들여다보고 전문적인 적성검사를 받아서 내가 어디에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어떤 조직이나 사회에서 쓰임새가 있을 때까지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걸 어떻게 조율시킬 수가 있는지?

구본형 : 대개 한 30대 10년이라고 하는 게 현장을 갖게 되는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장 속에서 자기를 계발하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때라고 보면 30대가 굉장히 중요한 실험과 모색의 시기라고 보거든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기회를 다 주는 사회도 아니고 그걸 초장부터 잘 알고 그 길로 뛰어드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늘 사회와 개인 사이의 욕망을 조율시켜야 되는데, 일단 직장에 들어가면 주어진 일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반 정도는 하고 싶은 것, 반 정도는 하기 싫은 것. 이렇게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섞인 것들을 자꾸 구별하다 보면 나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좀 특화할 수 있는 길을 좀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내가 교육프로그램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 일을 다 좋아하는 것도, 다 싫어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강의를 한다든가 교육프로그램을 디자인한다든가 하는 건 좋은데, 이 사람들을 모으고 출석체크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강요를 하고 출석부를 만들고, 이런 것들은 굉장히 싫어할 수 있거든요.

박인규 : 이른 바 잡일이죠.

구본형 : 잡일이지만 안 할 수 없는 일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놓고 잘 비교해 보다 보면 내 특화된 길이 어디라는 걸 찾아가는 좋은 방향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그래서 거기서 특화돼서 내 길이 발견되면 그 틈새에 맞도록 자기의 특성을 계발해 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마흔이 돼서 시장에서 내 필요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쪽으로 연계시키기가 비교적 편리하고 용이합니다.

박인규 : 30대에 자기 능력을 최대한 극대화하지 않으면 40대 이후는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구본형 : 우선 혼자 나와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뭘 찾아가는 건 아주 추운 일입니다.

박인규 : 한 8,90년대까지만 해도 회사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요즘은 워낙 세상이 바뀌었고, 이른 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도 있고, 그러다 보니 월급쟁이라도 전문가가 돼야 한다, 스스로를 경영하라, 이런 말이 많이 나오는데.... 구본형 소장이 보시는 전문가라는 건 어떤 겁니까?

구본형 : 다른 사람이 못 보는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현장이라는 것과 이론을 같이 갖고 있는 사람만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것들은 결국 현장에서의 꽤 중요한 관찰과 실습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내가 총무 서비스를 담당했다고 해서 총무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닙니다. 피터 드러커가 지적한 대로 1년 정도의 경험을 10번 반복해서는 좋은 행정가는 될 수 있지만 깊이 있는 전문가는 되기 어렵다. 결국 거기에서는 자기 능력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되고 이론적인 심화과정이 있어야 되고 그걸 현장에 적용해 보고, 왜 안 되는지.. 조건을 어떻게 바꿔주면 이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좀 있어야 된다. 그래야지만 결국 그 분야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시면 거의 틀림없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떤 신문에선가, 구 소장님께서 휴먼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그건 어떤 겁니까?

구본형 : 현재 우리가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휴먼네트워크의 총 성과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 속에서 아주 확고하게 규정화 돼 있는 조직은 아니고, 동원할 필요가 있을 때 언제나... 여러 사람 속에서 뽑아내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한 또 하나의 전문성의 일종입니다.

박인규 : 10년 가까이 변화경영컨설턴트로 활약해 오셨고 책도 한 십수 권을 내셨는데, 저는 궁금한 게 구본형 소장의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고 스스로 나의 경영에 성공했다, 말하자면 수동적인 월급쟁이에서 뭔가 이뤘다는 성공사례가 좀 있는지....

구본형 : 예. 주로 1인 기업을 찾아 가신 분들입니다. 조직에 있다가 나와서 자기 길을 가는 분들인데, 한 분은 주부에요. 전혀 백그라운드가 없는 분이세요, 젊어서는 농촌활동이 좋아서 거기 가서 있었고, 교육을 잘 받은 분이신데 교육을 잘 받지 못한 농촌총각과 결혼해서 살기도 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에 손대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는데.... 50이 돼서 비로소 자기 적성을 찾아가신 분이 계십니다. 책을 읽고 책을 쓸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정말 훌륭한 강점이었는데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래서 한 1년 정도 공부해서 올해, 조금 있으면 책이 한 권 나오는 분이 있습니다. 작은 성과지만 본인으로 보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그게 굉장히 중요한 성과였다..

박인규 : 자신에게 묻혀져 있던 잠재력을 찾아낸 거군요.

구본형 : 발휘하게 된 거죠. 앞으로 그분은 주목해 봐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것 같구요.

박인규 : 혹시 샐러리맨 중에서 그런 분은 없습니까?

구본형 : 있습니다. 원래는 컨설턴트를 하고 있다가 회사에 다시 들어가셨는데, 컨설턴트로 있었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서 뭔가 조직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는 의도로 들어갔는데 잘 안됐습니다. 잘 안 된 이유는 대개 이렇습니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도, 조직 속에 들어가면 상사가 생기게 되고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람은 전문가이기 전에 내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자기 마음대로 뜻을 펼치기는 좀 어려워서 다시 나옵니다. 나와서 작은 기업 하나를 만들게 되는데, 다행히 부인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에요. 그래서 두 사람이 모여서 말하자면 부부기업을 만들게 된 겁니다. 한 사람은 인사 컨설팅을 해주고, 한 사람은 직접적으로 테크닉에 대한 부분을 같이 해줘서 좋은 프리랜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 두 분이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쁘고,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가 직장생활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력서에 칸이 적을수록 훌륭한 직장인이다. 한 직장에서 30년 있다가 정년퇴직하면 아주 영예로운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직을 자주 할수록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게 상식처럼 돼 있어요. 어떻습니까? 이직이라는 게 자기계발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건가요?

구본형 : 그건 조금 과장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평생 지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못 갑니다. 대개 미국의 경우도 한 40년 정도 혼자 벌어먹으려면 11번 정도 직장을 바꾼다고 얘기하거든요. 한 직장에서 체류기간이 4,5년 정도... 우리는 어떻게 될 건가 하면,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주로 선행지표로 참고하게 되고 현재 추세로 보게 되면, 아마 여러 군데 직장을 전전해 가면서 먹고 사는 게 보편적인 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건 한 직장에서의 체류기간보다는 시장에서의 고용가능성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언제라도 나를 내놨을 때 나를 필요로 하고 고용해 줄 사람이 존재하려면 결국 나만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되겠고, 그리고 어떤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되겠고, 휴먼넷이 좀 필요할 것이고. 그리고 고객을 감동시킨 케이스가 좀 있어야 될 겁니다.

박인규 : 요즘 대학 졸업하는 젊은이들 가장 큰 스트레스가 아무래도 취업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게다가 취업을 한다고 해도 평균수명이 한 10년 남짓. 차라리 처음부터 스스로를 고용하자.. 이러는데 젊은이들이 앞으로의 인생설계랄까, 이런 걸 어떻게 해야 될까요? 상당히 막연한 얘기긴 하지만...

구본형 : 저는 좀 강하게 주창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대학 들어와서는 자기에 집중해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치열하게 찾아라. 그리고 준비하는 것도 일반적인 취업준비 형식으로 가지 말고, 예를 들면 난 대기업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관점보다는 분야를 정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난 금융, 아니면 유통업종에 속하겠다. 이런 걸 자기 적성에 맞춰서 그곳에 있는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놓고 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왜냐 하면 담당자들 역시도 그렇게 정신자세가 돼 있는 분을 선호합니다. '난 오래 전부터 금융기관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고, 시뮬레이션을 해봤고, 실질적으로 투자도 해봤다. 그리고 당신 회사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하고 '웬만한 월급에 웬만한 대기업이고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데면 어디라도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입사시험 보려면 국어, 영어, 상식, 논문, 이런 걸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거 할 게 아니라 특정한 능력을 계발하는 게 중요하다.

구본형 : 예. 그리고 대학생활 속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박인규 : 약간 비판적인 시각이긴 합니다만, 구본형 소장께서는 대단한 세계적인 기업인 IBM에서 한 20년 일하셨고 미국 이론을 많이 하셨으니까, 여러 가지 말씀하셨지만 결국 미국 이론으로 자랑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구본형 : 덕을 본 건 틀림없는 사실이구요. 많은 걸 배웠고, 그리고 IBM이 운영되고 있는 속에서 한국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괜찮은 모델이었다는 겁니다. 저도 운이 좋았고, 이런 부분은 인정해야 될 거구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위치를 보면, 우리가 무역규모나 GDP규모로 봐서 거의 10위권에 육박하고 있는데 여기서 오랫동안 정체돼서 걸려 있거든요. 여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를 성공하게 만들었던 추종과 모방모델을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선진 쪽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결국 문화적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 문화적 프리미엄은 결국 한국적인 특별한 DNA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찾아내서 우리 것 위에 잘 정돈된 새로운 경영원칙들을 가지고 현장에서 쓰게 되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매력이고, 이것이 우리를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관찰하신 바로는 한국적 DNA, 혹은 한국적 기업문화, 심성의 특징은 뭐라고 보십니까?

구본형 : 많습니다. 우선 관계지향적입니다. 미국인들이 직장에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하다면 저희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강합니다. 이게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것에 단순히 미국적인 모델을 적용하려면 잘 안 나오거든요. 우리는 굉장히 관계중심적이고 하이 컨텍스트 사회 속에 있다. 그럼 이 사람들의 관계성이라는 게 다행스럽게 21세기적인 특징과 굉장히 잘 맞습니다. 21세기가 사실 소유보다는 네트워크와 접속의 시대이다 보면, 결국 내가 어디에 속해 있고 내 롤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미국인들이 지금 배우기 시작하는 걸 한국사람들은 이미 갖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는 관계지향성에서 개인주의 쪽으로 너무 많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아주 잘 보고 활용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인규 : 흥미롭네요. 인간관계라는 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 사실 제일 궁금한 게.... 구본형 소장께서 어떻게 자기경영에 성공하셨는지 하는 겁니다. 98년도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을 내시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그때가 IMF위기 직후란 말이에요. 혹시 그런 생각을 이전부터 해 오신 건지, 아니면 IMF위기를 맞으면서 내가 한 번 독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신 건지 궁금하더라구요.

구본형 : 우선 준비 자체는 그 전부터 해왔었습니다. 변화경영 쪽에 굉장히 오래 있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이 분야의 아주 좋은 책을 한 권 쓰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자꾸 미루고 있었구요. 그런데 43살 정도 됐을 때 IMF가 일어났는데, 그 해 여름에 좀 심각하게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내가 이 속에서 한 3,4년 정도 계속 있다고 했을 때 그 모습이 내가 정말 바라는 모습인가 질문했는데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뭔가 준비하고 나도 나대로 독립적인 일을 좀 하고 싶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누가 시키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진 않다. 그리고 나한테 투자를 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아내게 된다면 일을 본업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마침 그러다가 찾아내게 된 게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책을 지금부터 쓰자. 이게 나한테 주어진 기회인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해 겨울에 IMF가 됐고, 그 책이 다음해 98년 4월에 나왔는데 마침 사회가 굉장한 변화의 요구를 갖고 있었고, 그때 주제가 변화를 다룬 책이었기 때문에 아주 잘...

박인규 : 속된 말로 운대가 맞은...

구본형 : 예.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구 소장의 모교 총장 맡으신 손병두 총장께서도 마흔 살 넘어서 가족을 다 한국에 두고 미국으로 갔다 오셨더라구요. 사실 마흔 살 넘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독립하겠다 그러면 제일 큰 게 가족들 설득하는 건데, 구 소장은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구본형 : 그 점이 가장 괴로운 점이었습니다. 멀쩡한 직장을 나와서 뭔가 준비돼 잇는 게 아닌데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무작정 나가는 게 아니고 좀 준비돼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3년 정도를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6시까지 계속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첫 해에 책이 한 권 나오고, 저는 그게 적성에 잘 맞았기 때문에 매년 책을 한 권씩 냈어요. 그래서 2000년 되는 해에.... 조금씩 흘려 놨다가, 독립하고 싶다...

박인규 : 98,99,2000년까지 말하자면 부인한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신 거군요.

구본형 : 네. 그게 설득이 좀 됐구요, 그리고 저도 조언을 한다면 부인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고객이다. 부인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못할 게 없다.

박인규 : 그 말씀은 맞는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100회 이상 강의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스탭들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말하자면 구본형식 경영학 이론이랄까요? 이런 것들이 나름대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후진양성은 하고 계십니까?

구본형 : 예. 제가 올해 쉰 지난 지가 한 3년째 되는데 쉰이 될 때 여러 가지, 저는 10대 풍광이라고 부르는데... 한 10개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선정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10년이 끝난 다음에 나를 회고할 때 이 모습은 정말 보고 싶다, 이렇게 살았다면 내 10년이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렇게 정해 놓은 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 중에 이 길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1년에 한 10명 정도씩은... 말하자면 개인대학 같은 걸 운영해서 이 사람들에게 자기 관심사를 찾아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박인규 : 말하자면 사숙을 하는 거군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구본형 :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고, 그리고 또 다른 1년 동안 자기 관심사로 책을 한 권씩 쓸 수 있게 해주자. 책이야말로 잘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 같이 공부해서 한 2기 연구원이 끝나고 3기 연구원이 올해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몇 분이나 공부하고 계십니까?

구본형 : 지금 17명 정도 됩니다. 2기까지 다 합해서

박인규 : 말하자면, 거창합니다만 '구본형 경영대학원' 이런 거네요?

구본형 : 예. 작은 규모입니다만, 저도 그래서 결국 한 10년 잡으니까 한 70,80명 정도의 굉장히 괜찮은 연구원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결국 자기 분야에서 훌륭한 책들을 쓸 수 있고 이 사람들과 함께 훌륭한 프로젝트를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주로 어떤 분들이 지금 들어와 있습니까?

구본형 : 연령제한, 학벌 아무 관계없습니다. 그냥 자격요건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지금 나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사람. 그러나 자신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지원해라. 그 대신 A4 20페이지 정도 자기에 대해서 서술해라. 이렇게 돼 있습니다. 깁니다.

박인규 : 그럼 그걸 보시고

구본형 : 예, 서류면접을 하고 한 달 정도는 책 네 권을 정리하도록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최종적으로 선발합니다.

박인규 : 지금 3기까지 들어왔다면..

구본형 : 아직 3기는 안 들어왔고 공고만 냈습니다.

박인규 : 대개 경쟁률이 어땠어요?

구본형 : 경쟁률이 한 1기가 4대 1정도 됐고, 2기도 비슷했습니다.

박인규 : 3기도 곧 뽑으실 예정인가요?

구본형 : 그렇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많이 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인규 : 2기까지 공부하신 분들 중에 책이 곧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구본형 : 예. 그래서 지금 출판사를 계약하신 분들이 1기 연구원 중에서 다섯 분 정도 되고. 2기는 다음 해에 하게 돼 있으니까요. 지금 1기연구원이 아홉이었는데 그 중에서 네 명이 곧 올해 안에 책을 낼 것 같고 그 중에 좀 빠른 분 세 명은 곧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미 비즈니스 컨설턴트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변화경영이론가라고도 할 수 있는데, 후진양성을 하고 계시지만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으십니까?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본형 : 제가 10개의 풍광을 그려 놨다고 했는데, 그게 단계별로 돼 있는 것도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것도 있습니다. 매년 연구원 양성하는 건 반복되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1년에 한 권씩 어떤 주제를 갖고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다. 1년에 최소한 한 권의 책 정도는 나올 것이다. 올해 역시 또 한 권의 책을 내야 될 거구요. 그 과정을 위해서 한 100권 정도의 책을 읽어야 될 거구요. 그리고 또 여행에 대한 계획을 많이 세워 놨습니다. 소설 속에도 존재했던 공간들에 가보고 싶다, 거기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상상하고 생각하는지 보고 싶다. 그 대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떠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고 매년 잘 실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구요.

박인규 : 국가나 사회나 기업의 경영도 중요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자기경영 아닌가 싶구요.

구본형 : 그게 기초가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구본형 소장께서 앞으로 자기경영을 제대로 하시는 분께 많은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구본형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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