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중앙대학교 법학과 이상돈 교숩니다. 이상돈 교수는 1951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TULANE 대학교에서 법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83년 9월부터 중앙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법학을 하시는 분이 환경 관련 책을 내셨어요. 그 부분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 환경책을 쓰시게 됐는지..
이상돈 :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환경법이란 과목도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영어잡지 등을 통해서 외국 문물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 다닐 때 70년대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유학하는 과정에서 환경법, 해양법 등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접하게 되고 그런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됐습니다. 그 후 대학에서 환경법, 국제환경법 이런 과목을 가르치고, 제가 80년대 말 90년대 중반까지 환경 관련 책도 3권 낸 바가 있습니다.
박인규 : 상당한 내공이 있으시군요. 책 제목이 <비판적 환경주의자>인데, 혹시 이상돈 교수 본인이 그렇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이상돈 : 저를 포함해서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을 대변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환경을 중히 여기는 건 사실이지만 좀 비판적으로 접근해보자는 뜻인 것 같아요. 이번 책에 쓰신 내용도 그런 건가요?
이상돈 : 책 내용도 그렇습니다. 약 4년 전에 덴마크의 한 통계학자가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으로 굉장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됐죠. 그 책은 주로 환경에 관한 통계지수를 갖다가 허구성을 파헤친 책으로 유명하죠. 그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이 경제성과 합리성, 특히 과학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비판이 외국에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또 환경운동이 일반 대중의 인식에서 좀 벗어나 있는 경향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은 상당히 보편적으로 환경운동과 환경정책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박인규 :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모든 분들이 상식처럼 알고 있는데, 조금 전에 말씀하신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이 나왔을 때도 국내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비판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판적 환경주의>라는 책을 통해서 극단적인 환경주의, 환경지상주의의 사례로 지구온난화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 어떤 겁니까?
이상돈 : 많은 경우, 특히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기상이변 등등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겁니다. 허리케인 같은 것도 작년에 허리케인이 큰 게 와서 미국에서 공부했던 뉴올리언스 도시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실 통계를 보면 20세기 전반부에 엄청난 허리케인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20세기 후반부가 평온한 시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난화 때문에 말라리아가 많이 생긴다는 주장도 객관적 사실이 아닙니다. 말라리아가 느는 것은 DDT라는 아주 훌륭한 살충제를 70년대부터 다 제조 금지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DDT금지 때문에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 명의 인명이 희생되지 않았을까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DDT를 훌륭한 살충제라고 말씀하셨는데 대부분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은 그게 굉장히 유해한 물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DDT가 좋은 살충제입니까?
이상돈 : 그걸 개발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고, 다만 미국에서 레이첼 카슨이라는 사람이 <침묵의 봄>을 썼는데 그 책은 주류과학자들에게서는 완전히 배척당한 책입니다. 다만 그것이 좀 상징적 의미와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거죠. 거기서 검토한 사람들은 근거가 없다고 보는 거죠. 그러면 왜 북미의 흰머리독수리 같은 게 많이 없어졌느냐 하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에 의하면 인간의 난획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잡아서 목축을 해쳤기 때문이지, DDT가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거의 환경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고전적인 책으로 돼 있는데 주류과학계에서는 그 책의 과학성이 인정이 안 되고 있는 모양이죠?
이상돈 : 처음부터 배척받은 책입니다. 다만 그 책의 문장력이 좋고 간결하고, 우리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의 의미를 부정할 순 없고, 화학물질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경고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는 건 곤란합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 같은 굉장히 진보적인 신문이 DDT를 다시 생산해서 아프리카에 공급하자는 사설을 최근에 몇 번씩 썼습니다. 유엔에서도 지금 현재 DDT 보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구온난화 문제로 돌아가서, 좀 전에 말씀하신 허리케인 같은 경우 통계를 보면 20세기 후반보다 전반에 많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 실종됐다든가 겨울이 따뜻하다든가, 말하자면 피부적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교수님은 지구온난화 자체가 근거가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상돈 :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지금 온도가 미세하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은 다 실측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원인과 대책이 뭐냐는 거죠. 과거 지구라는 것이 온도의 차이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공룡이 살았을 땐 더웠고, 빙하기가 있었고 간빙기에 우리가 살고 있고, 간빙기 중에서도 우리 인류의 중세에는 굉장히 온화했습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와 그린란드에서 농사를 했고, 다만 우리 역사를 볼 때 근세 들어서 14세기부터 소빙하기가 와서 지구가 굉장히 추웠습니다. 19세기 하반부터 20세기가 살기 좋았던 시대인데, 그래서 기후학자 중에서는 온난화에서 지구가 더워지는 추세가 더 책임이 크냐, 탄산가스의 급격한 방출이 더 책임이 많냐는 데 대해서는 상당히 이견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교토의정서 같은 것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자는 식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부분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상돈 : 만일 탄산가스, 온실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온실화에서 그리 크지 않다면 교토의정서를 시행해도 온실화를 크게 저지할 수 없고. 다만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인 후퇴가 심각하고, 그것이 오히려 경제활동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유력한 의견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온실가스 배출이 과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가를 좀 더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이상돈 : 그런데 그것을 규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방적 조치로서 탄산가스 방출을 미리 방출하자고 하는데 그랬을 경우 아무런 피해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인간의 경제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그로 인해 파급되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다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교토의정서가 기능하기 어려운 국제협약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박인규 : 사실 미국에서도 경제활동 위축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는데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문제로 돌아오면 이번에 <비판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을 통해서 가장 지적하신 게, 재활용이라는 게 그렇게 썩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하셨어요.
이상돈 :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경법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불과 십 몇 년만에 너무 급격히 도입된 면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폐기물 관련 법규 정책이 굉장히 엄격한데, 이것이 몇 가지 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냐,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외국의 전문가들은 대충 폐기물, 우리가 통상 쓰레기라고 하는 폐기물 중에서 30~40% 정도는 재활용할 가치가 있는 자원이지만 그 나머지를 더 재활용할 것 같으면 재활용 과정에서 쓰는 에너지, 또 거기서 나오는 환경오염물 배출, 그렇게 해서 생기는 재활용 자원이 사실상 용도가 별로 없는, 경제도 낭비하고 에너지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보는 입장이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재활용을 하더라도 경제적, 합리적으로 해야지 지나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상돈 : 그렇죠. 경제성의 범위 내에서 해야지..
박인규 : 이교수님이 보시기에 지나친 재활용의 사례는 음식물 쓰레기 그런 겁니까?
이상돈 :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것이.. 음식물쓰레기는 선진국이든 어디든 나오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조금 더 많이 나올 순 있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 한다고 해서 퇴비화 사료화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실패한 겁니다. 그리고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전체 성분 중 50~60%가 수분인데, 한 번 TV에 나왔지만 거기서 나오는 엄청난 악성 폐수를 처리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이걸 동해바다에 다 갖다 버렸습니다. 그래서 10년간 동해바다에 갖다 버린 각종 폐수량이 10배가 늘어 버렸습니다. 세계에 없는 일입니다.
박인규 : 음식물 재활용은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분리수거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돈 : 분리수거를 하는 궁극적인 것은 쓰레기 중에서 자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자원으로 쓴다는 전제라고 보는 것인데, 문제는...이론적으로는 자원으로 쓸 수 있지만 그것을 자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떨어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에너지를 과다하게 쓰고, 도 부수적인 환경오염이 많게 되면 오히려 안 하는 게 낫죠. 그런 경우는 오히려 대기오염 방지가 잘 돼 있는 소각을 통해서 최종 처리하는 게 더 낫다고 보는 입장이 많습니다.
박인규 : 저도 많이 아는 건 아닙니다만 예전에 한 번 유럽을 여행하면서 호텔에 가 봤더니 쓰레기통이 세 개 있더라구요. 버리는 쓰레기, 재활용, 태우는 쓰레기 등이 있어서 그걸 보고 선진국은 다르구나, 굉장히 잘 하는구나 싶었는데 외국들도 분리수거 현황이 나라마다 다른 모양이죠?
이상돈 : 나라마다 다릅니다. 독일 같은 경우 국민성 때문에 비교적 엄격한데 그건 국민적 습성이죠. 그리고 물건을 한 번 사면 오래 쓰고. 거기에 비해서 영미 계통은 1회용품을 많이 쓰고. 대부분 많은 경우는 1회용품이 나쁘다고 하는데, 차라리 1회용품을 쓰는 게 보건과 환경에 오히려 좋다고 보는 입장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국내에서는 사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1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운동도 하는데, 이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쓰레기 관련 정책 중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주실 만한 건 어떤 게 있습니까?
이상돈 : 백화점 가서 종이쇼핑백 쓰는데 돈 내고 사라, 요새 유행하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 가서 종이컵 쓸 때 돈을 내라는 건 굉장히 우스운 것이죠. 이런 것이 있습니다. 만일 종이컵을 안 쓰게 되면 분명히 쓰레기는 조금 나오는데 종이 쓰레기는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태우면 그만이고. 문제는 플라스틱 컵이나 머그잔 등을 쓰는데 그걸 쓰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로 세척을 해야 되고 건조해야 됩니다. 거기 소요되는 에너지, 또 세척하기 위해서 쓰는 화학물질, 폐수.. 환경부과가 더 많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씻어도 1회용품은 박테리아 같은 세균이 거의 없는 데 비해서 그렇게 해도 박테리아가 많습니다. 식당에서 위생문제를 간과하는 건 문제가 많은 거죠. 그래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1회용품을 많이 쓰는 거죠.
박인규 : 오히려 1회용품을 쓰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상돈 : 종합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 선택이죠.
박인규 : 1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주장인데요, 1회용품을 쓰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사회적 상식이나 통념처럼 돼 있는데 이교수님의 주장에 동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까?
이상돈 : 말하자면 사석에서는 다 동조합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는 그렇게 말하기 꺼려하고, 또 우리나라 환경부 정책이 완전히 재활용종교처럼 돼 버렸어요. 종교적 신념이죠. 그리고 많은 환경학자들, 자연과학 학자들이 연구비를 정부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비판을 못하는 거죠.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기 위해서 쓴 연구비가 엄청납니다. 그걸 연구했던 학자들이 연구비 받아서 하면서 이건 아니라고 사석에서 말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상당히 외롭게 용감한 주장을 하신 건데 이교수님의 그런 발언에 대해서 환경단체에서는 상당히 비판이 나오겠습니다.
이상돈 :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이 비판을 받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문제죠. 지금까지는 마치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을 비판하면 굉장히 도덕적으로 좋은 이념을 비판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환경정책과 환경운동도 과학적 진실성, 경제성, 합리성에 관해 비판을 받아야 하고 그래야만 정부의 정책이 좋아지고 환경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거죠.
박인규 : 1회용품을 쓰는 게 오히려 위생적, 경제적,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혹시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자는 식의 반응이 있나요? 환경단체 같은 데에서...
이상돈 : 그런 분위기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예를 들면 생수 시판할 때 환경단체에서는 유리병과 1회용 페트병을 반대했지만, 그걸 갖다가 어떤 연구기관에서 해보니까 차라리 페트병을 쓰는 것이 생수의 운송과정에서 무게가 작으니까 에너지 소모가 적고 여러 가지로 볼 때 오히려 낫다고 기업에 그냥 맡긴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1회용품이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종이로 된 1회용품을 규제하는 건 세계에 없는 일이죠.
박인규 : 지금까지 이교수님 말씀을 들으니까, 제 예단인지는 모릅니다만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을 세우는 데서 민간환경단체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는데 환경단체의 정책의 영향력 부분에 대해서 이교수님께서는 좀 비판적인 입장이시겠네요?
이상돈 : 정부의 정책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선 안 됩니다. 환경행정은... 환경주의자의 주장과 기업이랄까 경제, 정부 내에서도 다른 중요한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건 같은 경우죠. 보건과 환경이 충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채을 세워야지 환경단체들의 주장대로 따라가는 건 오히려 보호하지도 못하고 다른 부작용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이교수님 말씀은 우리 정부가 환경정책을 세우는 데서 지나치게 환경단체의 주도권에 끌려가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상돈 : 그런 면이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사례를 찾기 어려워서 외국의 경우를 예로 드는데, 외국의 환경정책과 민간환경단체의 역할은 우리와 다른가요?
이상돈 : 형식적인 면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는 없겠습니다만, 환경단체들도 정부가 하는 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같이 과다하게 참여하는 경우는 없고. 또 하나는 환경단체 그 자체가 전문성 등의 면에서.... 선진국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전문인력을 많이 가지고 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 몇 가지 말씀하신 취지를 보면 국내의 환경정책이 민간단체의 주도권에 지나치게 끌려 다닌 측면이 있고, 또 다른 측면은 과학적 근거나 과학적 조사가 부족하다 그런 걸까요? 국내 환경정책의 문제점을 굳이 꼬집는다면...
이상돈 : 환경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과학적 근거와 경제성이죠. 과학적 근거가 있고, 그것이 경제성을 추구해야 되는데 벗어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약간 다른 얘깁니다만 최근에 환경문제가 정치와도 많이 관련이 돼서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최근에 모 후보께서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주장을 내놓고 계신데 이 분이 청계천으로 상당히 인기도 얻으셨고. 우선 경부운하의 경제성이나 합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돈 : 그에 앞서서 최근 몇 년간 굉장히 골치 아픈 환경사안이 몇 개 있었습니다. 하나가 새만금, 또 하나가 천성산인데 이게 다 정치 때문에 나온 사업들입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런 대형공사를 공약하고, 한 번 공약하면 거기에 대해서 이익을 보는 집단 때문에 발동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에 파급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까. 더군다나 이제는 21세기 새 시대라고 하는데 또 무슨 공사를 대통령 선거에 내는 건 전 상당히 황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운하 얘기를 기왕 하셨으니까 그렇지만, 대부분 서양에서 많이 쓰이는 운하들은 대개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건설된 것이고, 다만 라인강과 도나우강 같은 것은 천 년 전부터 구상했던 거지만 지연돼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1992년에 개통이 됐는데 건설비는 다 날려버린 거고 운영비도 안 나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그 운하가 개통됐을 때 나온 특집시가에 인터뷰가 많이 나와 있는데 운하를 설계한 사람이 이건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했습니다. 운하를 통해 가면 북해에서 흑해까지 이십 몇일 걸리는데 배 타고 빙 돌아가도 일주일이면 가고 버스로도 며칠이면 운송이 되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정확히 배워야 되겠습니다.
박인규 : 다른 것보다도 선거를 의식한 공사 추진은 문제가 있다.
이상돈 : 그렇습니다. 새만금 다 아시지 않습니까...
박인규 : 마지막으로 비판적 환경주의자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이나 환경정책은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돈 : 제가 몇 번씩 말씀드렸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과학이 정치화 돼 있습니다. 과학자가 자기의 순수한 과학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시류에 실려가고 부응하는. 그렇게 해서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환경운동이 자기 자신이 정해 놓은 목적과 이념의 틀에 구속이 돼 있습니다. 그런 게 큰 문제고.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정권 자체가 상당히 왼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대해서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고 할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우리 환경을 보호하는 게 아니죠. 여러 가지 예가 많이 있겠지만 가장 단적인 예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한다고 해서 동해를 망쳐버린 것이 가장 쉽게 이해가 되는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물론 환경보호가 중요하긴 합니다만 경제성이나 보건 등 여러 가지. 말하자면 한 가지만을 중요하다고 하는 걸 대개 근본주의라고 하는데, 저희도 그런 부분에서 이교수님의 문제제기가 합리적인 환경보호 논의의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정부의 환경정책과 민간환경운동을 비판한 책 <비판적 환경주의자>를 써낸 중앙대학교 법학과 이상돈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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