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키신저 "북핵과 체제전환 별도로 접근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키신저 "북핵과 체제전환 별도로 접근해야"

행정부 최근 시각 반영한 듯…"워싱턴에 새로운 변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북핵문제는 (북한에 대한) 체제 전환과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핵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북미) 관계는 정상화되고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에서 방미중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만나 "북핵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핵 폐기'와 '정권 교체'를 동시에 추구해 온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키신저 전 장관이 현재까지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같은 발언은 중간선거 이후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잡게 된 '현실주의자' 그룹의 시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문제는 이란 핵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며 외교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리고 나서 동북아 지역안보시스템을 만들어내고 그 이후 남북간에 통일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돌아온다고 얘기한 만큼 나머지 국가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며 "워싱턴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고 중국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6자회담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직접대화와 관련해 그는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틀 대신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으로서는 그것에 응할 리 없다"며 "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화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북추진 여부에 대해 "내가 먼저 나서서 정부를 대신해 가지는 않겠지만 원칙적으로 가고 싶다"며 "정부가 가라고 요청하면 가겠다"고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현재 한미간에는 신뢰가 없다"며 "미국 내에서는 대체로 한국이 한미동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하고 북한은 이익만 얻어내는 그런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여부에 대해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군사력 확대 측면에서) 위축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개입정책이 자연스런 정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미동맹 관계도 억제력 중심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전한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
  
△ 정동영 = 70년대초 냉전의 한복판에서 중.미 수교를 통해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 지금 북한이라는 유일한 냉전의 '고도'를 탈냉전으로 이끌어내려면 역시 현실주의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 키신저 = 그렇다. 북핵문제는 체제변화와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북.미)관계는 정상화되고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 정동영 = 무엇보다도 협상에 의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답은 9.19 공동성명에 나와 있는데,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신뢰를 구축하려면 6자회담과 북미간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 키신저 = 9.19 공동성명은 매우 긍정적인 선언이다. 공동성명 이행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는 복잡하지 않고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중동의 이란 핵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북핵 문제는 다르다. 6자회담이라는 틀내에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워싱턴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고 중국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6자회담이) 희망적이다. 베이징에서 곧 회담이 열릴 수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핵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북한이 일단 돌아온다고 얘기한 만큼 나머지 국가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
  
  다 같이 협력하면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북한과 같이 힘없고 약한 나라를 상대로 주변나라들이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그야말로 외교의 공백이다.
  
  △ 정동영 = 지난 9월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접근방안이 도출된 바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 키신저 = 우선은 핵 폐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 연결돼 있으면 안된다. 핵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 정동영 = 북핵 문제를 풀려면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조정관을 임명해 특사로 파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1998년 북한 대포동 1호 발사위기때와 같이 제2의 '페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키신저 = 다시 말하지만 북핵 문제는 중동과 달리 쉬운 일이다. 6자회담이라는 틀내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정동영 = 북핵 문제는 당연히 6자회담이라는 틀 내에서 풀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북미간에 직접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 키신저 = 하지만 미국이 그것에 응할 리는 없다. 혼자서 욕을 얻어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미간 직접대화로 중국이나 한국보다 이익을 얻을 게 많은 것도 아니다. 직접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6자회담 내에서는 많은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회담을 하다보면 방이 많고, 따로 나가서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
  
  △ 정동영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는가.
  
  △ 키신저 = 원칙적으로는 가고 싶다. 내가 먼저 나서서 정부를 대신해서 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정부가 나에게 가라고 요청하면 가겠다. 뉴욕에서도 북한 사람들과는 자주 만난다. 최근에는 일부 인사와 개별면담을 갖기도 했다.
  
  △ 정동영 =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볼 때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인다. 특히 이라크 파병문제를 계기로 양국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키신저 = 한.미간에 신뢰가 없는 게 문제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동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북한에 대해 양보를 하고 있고, 북한은 이익만 빼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본다.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튼튼해져야 한다. 그러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듯이 한미동맹도 억지력 중심의 역할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한미동맹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과 같이 지역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 정동영 = 앞으로 통일이 되더라도 미국이 평화유지와 지역안보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들이 적지 않다.
  
  △ 키신저 = 한반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100% 찬성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개입정책이 자연스런 정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토론을 거쳐 미국의 역할이 결정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