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걸으면 사람과 자연을 보다 진하게 만날 수 있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걸으면 사람과 자연을 보다 진하게 만날 수 있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14] '걸어서 세계일주' 김남희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벌써 4년째 걸어서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여행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꼬박꼬박 올리고 있는 도보여행가 김남희씨....

그녀는 28Kg의 배낭을 짊어지고, 최고 시속 4킬로미터로 세계를 걸어다니면서, 사람냄새 나는 여행기를 썼고, 낯설지만, 눈물 글썽이게 하는 이국풍경을 사진에 담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했는데요,

최근 김남희씨는 지난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길, 그리고 여행> 이라는 사진전을 여는 것과 함께, 자신의 여행기인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제3권을 출간했습니다.

여행은 스승과 학교가 되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해주고, 진정한 나눔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고 말하는 김남희씨...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를 초대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도보여행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에게 도보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도보여행가 김남희씨입니다.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는 1970년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에서 관광정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1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시작, 도보여행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월간중앙에 동남아여행기를 한겨레21에 '길 위에서 주운 한마디'를 연재했고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까탈이의 세계여행'이라는 제목으로 7년째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가가 김찬삼씨인데, 도보여행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가지셨습니다. 4년째 계속 걷고, 그걸 책으로 쓰고 사진전을 하고 계신데 할 만하세요?

김남희 : 지금까지는 아주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사진전을 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다녀오신 데가 아프리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김남희 : 예. 아프리카입니다

박인규 : 그럼 사진전은 아프리카에 다녀오신 걸 정리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김남희 : 사진전은 그동안 여행했던 아시아와 산티아고 쪽에 초점을 맞췄고, 이 사진전을 통해서 사진을 판매해서 얻어지는 수익금은 제가 이번에 다녀온 아프리카 남아공의 에이즈센터로 보내집니다.

박인규 : 그동안 여행한 걸 다 모았지만 목표는 남아공 에이즈환자들을 위한... 남아공에 에이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모양이죠? 어느 정도던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남희 : 남아공 같은 경우는 2010년경이 되면 전체 인구의 25%가 에이즈 감염자가 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고, 에이즈 고아가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에이즈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경매도 하셨다는데 돈은 많이 모았습니까?

김남희 : 많이는 아니고 주변 분들이 기꺼이 사주셔서 지금 계속 모으고 있고, 최대한 많이 모아서 제가 보내는 돈은 그 아이들의 학교 등록금으로 쓰여질 거거든요. 그래서 많이 모아서 보내고 싶어요.

박인규 : 다니다 보면 어려운 사람도 만나게 되고 많이 도와주게 되는 모양이죠?

김남희 : 여기서 살면 사실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만 보게 되니까 잘 모르게 되는데 밖에 나가서 여행하게 되면 아무래도 저희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눔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박애정신이 뛰어나거나 인간성이 고결해서가 절대 아니라 그런 현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누는 법을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박인규 : 혹시 다니던 중에서 머릿속에 남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다면...

김남희 : 이디오피아 같은 경우는 세계 3대 빈국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 나라같은 경우 여행하기 굉장히 힘든 게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막 달라붙는데 온갖 걸 다 달라고 해요. 돈부터 옷, 펜.. 그 중에 정말 슬픈 게 저희가 마시는 생수병까지 달라고, 그걸 얻으려고 아이들이 달리는 차를 쫓아서 뛰어와요. 그러면 여행자들이 생수병을 어떤 사람들은 창밖으로 던지기도 하는데 그런 풍경을 보는 게 굉장히 가슴아프고 여행을 하면서 쉽지가 않아요. 그런 가난을 마주쳐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보니까 어렵더라구요.

박인규 : 이번에 책도 같이 나왔어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세 번째는 첫 번째 세계여행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디편이죠?

김남희 : 제가 2003년 1월에 인천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중국에서부터 세계일주 여행을 시작했는데, 이번 세 번째 책은 그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중국과 라오스, 미얀마를 여행했던 기록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처음부터 도보여행으로 걷자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 거군요?

김남희 : 예. 세계일주를 해야겠다..

박인규 : 처음을 중국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남희 : 저는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저역시 아시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기보다는 저희 문화가 그런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문화지향적인 곳에 살면서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각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았는데, 그러면 이번 세계일주 여행은 제가 이걸 시작하기 전에 우리 국토를 제 발로 걸었듯이 아시아를 먼저 둘러보는 게 맞는 순서가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중국을 6개월 만에 걷지는 않으셨을 테고 교통수단도 이용하셨을 것 같은데 중국을 다니시면서 아시아인으로서의 공통점이나 연대감이 느껴지던가요?

김남희 : 굉장히 많죠. 사실 중국은 우리 역사 속에서 너무나 밀착돼 있고, 비슷한 문화나 유교적 전통 같은 게 중국 역시 많이 남아있고, 도교와 불교의 정신도 그러고.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희와 비슷한 게 많았어요. 가족중심적인 것, 이웃이나 공동체적인 정신이 남아있는 것. 중국도 그렇고 라오스도 그렇고 미얀마도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걸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박인규 :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외국 나가면 말이 안 통할 것 같다는 건데,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에서 의사소통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김남희 : 중국은 제가 중국어를 좀 배워서 나갔고, 라오스와 미얀마는 영어로 해야 됐는데 영어가 안 통하는 산골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여행을 하다보면 언어 때문에 많이 망설이시는데 사실 언어 없이도 얼마든지 우리가 소통하고 마음이 오갈 수 있다는 걸 여행은 또 가르쳐주거든요.

박인규 : 예를 들면 어떻게.. 바디랭귀지 같은 걸 하나요?

김남희 : 바디랭귀지도 하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눈빛이 손짓, 말투, 의성어로 흉내를 내기도 하고, 그런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마음이나 정은 다 오가기 때문에 언어문제는 너무 걱정 말고 과감히 나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박인규 : 라오스나 미얀마는 동남아국가긴 하지만, 미얀마는 독재국가고 라오스도 못 사는 나라로 알려졌는데, 그곳은 어떻던가요?

김남희 : 라오스나 미얀마는 여행의 패턴부터 바꿔놓는 곳이에요.

박인규 : 관광으로 가기는..

김남희 : 느린 속도로 여행하면서 딱히 뭔가 하기보다는 쉬면서 사람 사는 모습을 둘러보고 사람을 만나는 곳이고, 또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사람을 체험하고 정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나라들이에요.

박인규 :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김남희 : 비교적 덜 물든..

박인규 : 이번에 3권을 내셨는데 첫 번째 여행을 쓰셨어요. 1권, 2권은 내용이 어떻게 됩니까?

김남희 : 1권은 제가 국토종단을 한.. 해남 땅끝마을에서부터 통일전망대까지의 여행이구요. 2권은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가톨릭 성지순례길을 900Km 걸은 이야기입니다

박인규 :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데가 제가 듣기로는 오랜 기간 도보여행 하시는 분들이 연습 삼아 뛰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름다운 길이라는데 어떤 길입니까?

김남희 : 여기는 유럽에서 천 년 전부터 내려온 가톨릭 성지순례길인데요, 순례자 전용여권을 만들어서 그걸 가져가면 매 5Km마다 순례자 전용숙소에서 저렴하게 숙박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도보여행가들 혹은 순례자들을 만나서 친구가 되면서 걷는 길인데 여성이 혼자 떠나도 전혀 문제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수없이 다양한 풍경들.. 황금빛 밀밭과 푸른 포도밭과 바닷길과.... 아주 다양한 풍경들이 펼쳐지는 아름답고 안전한 길입니다.

박인규 : 그 길이 원래는 기독교의 전도를 위한 길이었다구요...

김남희 : 예.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곱이 찾아왔던 길입니다.

박인규 : 김남희씨의 책을 보고 최근에 그 쪽에 가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얘기가 있어요.

김남희 : 최근에 정말 많이 생기고, 저한테 메일을 보내주시거나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많고 다녀오셔서 정말 좋았다고 편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박인규 : 우리나라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김남희 : 저는 29일 동안 걸었어요. 걸으면서 저한테는 그게 참 좋았던 게 우리 국토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재발견이 됐어요. 우리 국토가 참 스케일은 없어도 아기자기하고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진 땅이라는 걸 발견했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참 따뜻하고 아직 이웃을 향한 마음이 남아있고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그 여행을 통해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박인규 : 29일 걸리셨다면 비용이 상당히 들 것 같은데요..

김남희 : 비용은 많이 안 들었어요. 저는 길을 가다가 동네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에 가서 자기도 많이 했고, 동네의 마을회관이나 절, 교회에서도 자고. 또 주말에는 선배나 친구들이 내려와서 같이 걸어줘서 비용은 한 달 동안 50만원을 안 썼거든요.

박인규 : 교회나 마을회관 같은 데서 자자고 얘기하면 선뜻 받아주던가요?

김남희 : 거절당한 적 거의 없었어요.

박인규 : 여행도 차량, 기차, 자전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느낌이 다 다르다고 해요. 경치도 다르고. 걸어서 보는 경치가 어떻게 다르던가요?

김남희 : 차를 통해서 하는 여행은 풍경이 전부 부서지고 파편화 되고 스쳐 지나가는데 걸어서 하는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풍경은 자기가 두 발로 세상을 향해서 몸을 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풍경이 훨씬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그 풍경 속에서 사람과 자연과 동물과 곤충과의 만남들이 이뤄지고, 그 만남의 폭과 밀도가 당연히 굉장히 깊고 단단하죠. 다른 여행에 비해서.

박인규 : 저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만남이라는 걸 말씀하셨는데 혹시 해남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가시면서 여러 가지 만남이 있었겠지만 기억에 남거나 소개해 주시고 싶은 만남이 있습니까?

김남희 : 거기서는 제가 걸어가니까 동네 분들이 굉장히 많이 지나가시다가 저를 태워주시려고 해요. 트럭도 타라고 하고 경운기도 타라고 하고 자가용이나 택시도 서기도 하고. 그런데 한 번은 제가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빵빵거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소리가 이상해서 돌아봤더니 자전거를 타고 가시던 할아버지가 짐칸을 가리키면서 "어여 타~"하셨는데 그게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할아버지의 짐칸 자전거.

박인규 :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정이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1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걷기 좋은 흙길 열 곳을 소개했다던데... 열 곳 다 소개하긴 그렇고 대표적으로 어디가 좋은지 소개해 주시죠.

김남희 : 많습니다. 옛날에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었던 대관령 옛길도 아주 아름다운 흙길이 남아있고,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라는 곳이 있거든요. 방태산 밑에 아참가리 역시 맑은 계곡과 원시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박인규 : 아침가리는 제가 한 3주 전에 다녀왔는데 아주 고생했습니다. 한 1km 걸었는데 힘들더라구요.

김남희 : 그래도 좋죠.

박인규 :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은 도보여행가라는 직업 비슷한.. 일 겸 취미 겸 하게 되셨지만 사실 도보여행가라는 게 하나의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좀 그런 것 같고. 제가 알기로는 걸어서 세계를 여행하시기 전에는 나름대로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걸어서 여행한다는 건 비용문제도 있지만 안정된 직장을 버리기도 하는 거잖아요. 걸어서 세계를 다녀봐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는 나름대로 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남희 : 누구나 어렸을 때 세계일주여행을 한 번 꿈꾸잖아요. 그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저같은 경우 한비야씨의 책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죠. 진짜 실제로 하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런 용기를 얻었고. 그래서 그만두고 시작하려고 했지만, 사실 막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예정했던 것보다 제가 3년 정도 늦어졌어요. 3년을 밍기적거리면서... 원래 바로 떠났어야 하는데 내년에 내년에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는 나이와 돈과 체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제 안의 세상을 향한 열정과 호기심 감수성이 살아있을 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더 미루기보다는 지금 해야 된다는 조바심같은 게 들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버티다가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인규 :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던데 2001년도에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가실 때, 계속 걷는 게 쉽지 않거든요. 힘들지 않았습니까?

김남희 : 2주까지는 물집이 계속 잡혔다 없어지고 잡혔다 터져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막상 하루하루가 굉장히 뜻밖의 만남들이 많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어서 땡볕과 장맛비가 힘들긴 했지만 기쁜 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보다는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박인규 : 한 달을 걷고 나니까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드시던가요?

김남희 : 너무 행복했어요.

박인규 : 그리고 나서 한 2년 고민하다가 2003년부터 나서보자.... 지금은 도보여행가로 이름도 알려지셨고 책도 내고 사진전도 하시기 때문에 문제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걸어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여행하셨으니까 경비 때문에 걱정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문제없이 충당되던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남희 : 저도 경비를 걱정하면서 여행을 하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운이 좋기도 하고 또 제가 워낙 저예산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서 책 쓰고 글 쓰는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비용을 많이 걱정하시는데 서실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달렸거든요. 제가 네팔과 인도에 있을 때는 1년 있었는데 500만원을 안 썼어요. 450만원 정도를 썼어요.

박인규 : 한국에서보다 덜 드네요. 저예산으로 생활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김남희 : 일단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 지금은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저예산의 숙소들이 있고, 고급식당을 안 가기 때문에 거리의 식당에서 음식을 해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들이 아주 많습니다.

박인규 : 중국에서 2003년도부터 도보여행을 시작하셨어요. 지금까지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김남희 : 중국에서 시작해서 라오스, 태국으로 와서 미얀마에 갔다가 태국, 캄보디아, 다시 태국으로 돌아와서 거기서는 네팔로 가는 육로가 없어서 비행기를 탔고 다시 네팔에서 육로로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까지 갔어요. 그 다음 터키에서는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서 스페인으로 건너가서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었구요. 거기서 끝난 후에 포르투갈을 여행한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 다시 터키로 넘어가서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와 탄자니아를 거쳐서 남아공까지 내려가는, 거기까지 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들어보니까 유럽은 별로 많이 안 다니신 것 같은데, 각 대륙별로 다가오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가장 친근하거나 마음에 드는 데가 있었습니까?

김남희 : 가장 친근한 곳은 역시 아시아. 동남아와 네팔 쪽, 이란도 그렇고 파키스탄까지는 아주 친근하고 문화 역시 외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 굉장히 많이 열려 있어서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곳이구요. 유럽은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유럽이 쌓아온 역사와 문화를 보기 위해서 가는 게 크구요. 중동은 흔히 생각할 때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는데 중동으로 대표되는 이슬람국가야말로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의 친절과 환대를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땅이에요. 그래서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곳들인데, 중동 사람들은 아직도 손님은 알라가 보낸 선물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요. 그래서 손님접대가, 안에까지 내어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극진하게 전통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박인규 : 아프리카는 아까 에이즈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 말고,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측면이 있습니까?

김남희 :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같은 경우, 우리가 아프리카에는 문화유적이 없고 역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고, 2000년 정도 된 초기 기독교 시대의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주 오래된 멋진 유적지들을 만날 수 있고. 탄자니아의 거대한 자연 같은 경우는 인간의 삶을 굉장히 하잘것 없어보이게 하면서도 위안해 주는 거대한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같은 거대한 평원과 야생의 세계를 통해서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자연이 있습니다.

박인규 : 내년에는 어디를 가시는 건가요?

김남희 : 내년에는 스페인에 돌아가서 남미를 여행하기 위해 스페인어 연수를 6개월 정도 한 후에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와 말리를 여행하고 싶구요. 그 이후에 미대륙으로 건너가서 캐나다부터 시작해서 남미까지 종단하는 여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본인의 계획대로 하면 걸어서 세계일주가 언제 끝나는 겁니까?

김남희 : 3년 후쯤에는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세계여행이 끝나면 하실 일이 있을까요?

김남희 :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싶고, 또 하나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여행학교를 열고 싶어요.

박인규 : 혹시 다녀보시면 김남희씨처럼 걸어서 여행하는 여행가들이 많이 있던가요? 외국사람들도..

김남희 : 외국사람들은 직업으로 쭉 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휴가가 길고 생활의 여유들이 저희보다는 아직 좀 있어서 한 달씩 혹은 몇 달씩 도보여행을 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많이 봤어요.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도 주말마다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든지 여행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혹시 주말에 한나절 정도 부부나 연인이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 국내에 어디 있을까요?

김남희 :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이라고, 거기도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인데 여름이면 천상의 화원이 분지에 펼쳐지고 겨울에는 설국을 즐길 수 있는 곳이거든요. 거기도 제가 사랑하는 곳이고, 경북 울진의 소광리 소나무숲 같은 곳도 500년 된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맑은 솔향기 속에서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곳입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도보여행을 하거나 도보여행가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한테 해줄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남희 : 저는 기본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은 꼭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들에게 여행이 혹은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일 꿈이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첫 발을 떼기 시작하면 길이 또 다른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면 그 원하는 것을 향해서 과감하게 첫발을 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인규 : 시작이 반이다. 저질러 놓고 보면 뭔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여행 안전하게 하시고 우리나라 여행문화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