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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02] 박관용 전 국회의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미국, 중국 북한 등 3국이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중국의 중재로 3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결괍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0월 9일 북한 핵실험 강행으로 촉발된 한반도 주변의 긴장국면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찾게 됐는데요,

이런 가운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최근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라는 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강행은 북한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주장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초대해서 '통일이 산사태처럼 온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북한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보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북한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입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1938년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4.19 학생혁명 당시 부산학생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제 11대 민한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남북국회회담 대표, 국회통일정책위원장, 제 17대 대통령 비서실장, 제 16대 국회의장 등을 지냈으며 2004년 5월 6선 의원으로 은퇴했습니다. 현재 동아대학교 정치행정학부 석좌교수, 장차관들의 국정봉사단체인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 <공직에는 마침표가 없다>, <충격과 위기> 등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2004년도에 국회의장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셨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고 지내셨습니까?

박관용 : 제가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를 통해서 각종 세미나, 특히 한반도의 문제와 관련해 연구활동을 하고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강의를 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라는 책을 펴내셨습니다. 산사태라는 건 걷잡을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이런 제목을 쓰신 이유는 무엇인지...

박관용 :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는 대단히 위험하게, 갑작스럽게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대단히 위험스럽게 우리 앞에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89년 6월에 독일의 통일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빌리 브란트 수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동서독 장벽이 무너지기 바로 3개월 전에 그 분을 만났을 때 그 분이 나보고 한 얘기는 독일의 통일이 무척 늦어질 것 같다. 어쩌면 한국이 더 빨리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3개월 후에 나타나는 평화로운 사태에 대해서도 전혀 예견을 못했습니다. 한반도의 남북문제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는 대단히 위험스럽게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닥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박인규 : 독일의 경우도 동독의 갑작스런 붕괴로 흡수통일 형태를 취했는데, 그렇다면 박의장께서는 북한도 동독처럼 갑작스레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박관용 : 예. 그 이유는 전혀 다르지만 형태는 비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나 급변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은 동독과 전혀 다른 어려운 상황을 겪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박인규 : 국내의 정치인들 중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인 분들도 북한이 붕괴할 거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시는 건 못 들었는데, 박의장께서는 단호하게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그런 예측을 하시는 겁니까?

박관용 :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저는 북한의 붕괴를 얘기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고부터 저는 북한이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예상을 합니다. 북한은 여러 가지 내부상황과 외부적 문제, 특히 나는 악성종양으로 표현했는데 암세포처럼 번져서 북한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붕괴를 맞는다는 여러 가지 내 나름대로의 재료들을 이 책에 수록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오히려 북한의 붕괴를 더 앞당긴다고 말씀하셨어요. 좀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관용 : 북한의 핵실험은 내부적으로는 주민통제 효과가 있을 거고, 외부적으로는 핵보유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핵보유국다운 대우를 받고자 하는 여러 가지 목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쳐다보는 북핵의 성격은 인도나 파키스탄이 가진 핵과 전혀 다른 시각입니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북한, 불량국가로 인정받는 북한의 핵은 대단히 위험하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이로 인해 국제적인 봉쇄,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거고 그것이 내부의 어려움을 대단히 가중시킬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갖고 있는 현재의 이른바 절대왕조와 같은 친정체제, 그것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말하는 주체철학은 이미 1인신봉주의, 우상주의에 불과하다는 걸 북한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해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하부구조가 몰락된 가운데 외부로부터의 압박은 붕괴로 이어질 거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그렇지만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전달하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의 자위를 위해서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면 우리도 핵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박관용 : 북한이 갖고 있는... 소위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건 오래 전부터 얘기한 전제입니다. 얼핏 듣기로는 그럴싸한 것 같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6.25 이후 얼마든지 무력공격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할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하는 데 핵을 갖고 그 힘으로 대응하려고 생각한 것이 나는 발상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북한이 그동안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도발행위 또는 위폐문제 등 범죄적 행위는 이미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믿지 못하는 거죠. 한미 간의 양자회담은 이미 94년 제네바회담을 통해서 충분히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아무런 의미 없는 주변 전체가 관여하고 증언자가 있어야 하는 그런 회담을 하기 위해서 지금 6자회담을 하고 있는 겁니다. 소위 국제적으로 신뢰받지 못한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는 거죠.

박인규 :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래도 북한의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것으로서는 현재 김정일 체제가 개혁 개방으로 갈 가능성이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박관용 : 저는 북한이 개혁 개방의 정책을 선택하고 그렇게 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북쪽 사람들에게도 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른바 그 체제가, 아까 말했지만 절대왕조 같은 1인지배체제 하에서 개방이나 개혁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2000년 2월 1일인가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것도 이미 실패했습니다. 경제개발계획도 합영법도 실패했고 나진선봉지역도 실패했고, 그와 같은 체제가 경제개혁을 결코 완성시킬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에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대두되고 있는 선군정치라는 건.... 군부의 입김과 논리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분에 미치고 있는 한 개혁과 개방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모두가 다 동의한 바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이 곧 붕괴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에 대한 논쟁은 많습니다. 저도 100% 붕괴할 거라고 이 자리에서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붕괴 쪽으로 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확률적 의미입니다.

박인규 : 많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계속 진전시키면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하지만 박의장께서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대비해야 된다는 차원의 지적이신가요?

박관용 : 이미 북한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우리는 우리 정부가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책을 세운 바가 있습니다. 그 이후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는 지난 9년 동안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해서는 얘기조차 꺼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하는 심포지엄을 우리 연구소와 고대 북한연구소와 공동개최한 바 있습니다. 성황리에 끝났는데, 학자들의 논의는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가 너무 미흡하니 빨리 서둘러야 된다는 것이었고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에서 급변사태라는 용어를 쓰고 세미나를 한 것은 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말 이 점에 대해서는 걱정스럽고 하루빨리 이 문제를 정부가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최근에 뉴욕타임즈에선가... 94년에 제네바 합의를 하게 된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북한이 5년 내에 붕괴할 거라는 남한정부의 판단에 근거해서 일단 붕괴할 정권이니까 합의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일단은 아직 12년 동안 존속해 왔는데, 봐라, 북한이 아직 쉽게 붕괴하진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관용 : 서방학자들이 서방적 사고로 보면 북한은 이미 붕괴했어야 될 정권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구권의 예에서 찾아보듯이 그렇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철권통치와 아주 철저한 정부체제,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어떤 조직이나 결사나, 또는 비판적 지도자를 만날 길도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보다 제가 중시하는 건 북한 주민들이 다른 나라와 자기들의 생활을 비교할 수 없는 차단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이 국가가 이렇게 유지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외국으로부터 많은 식량과 여러 가지 구호품을 받고 난 연후 상당히 외부세력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또 중국을 통해서 새로운 상황이 많이 유입됐다. 사실은 정보통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거기다가 핵실험이라는 걸 통해서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제는 종전과 다른 주민들의 일부 인식의 전환이 작용하고 있다. 또 군부가 너무 지나친 통치를 함으로써 갖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 특히 식량난으로 인한 여러 가지 반발이 모두 다 집체적으로 그런 현상으로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보는 겁니다.

박인규 : 10월 31일에 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 등 3개국 대표가 만나서 빠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전만 해도 주한미군사령관조차도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할 거라고 했는데 일단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를 했거든요.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국제체제 참여.. 이런 것들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게 보시나요?

박관용 : 6자회담이 재개된 건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6자회담에 참여하기로 한 북한의 의도가 진정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자기의 생존문제를 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강력한 권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것이냐가 저는 핵심이라고 보고. 저는 북한의 선택은 그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오히려 중국의 입장을 봐주고 미국의 입장을 탐색하고 시간 벌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고, 자기는 핵을 보유한 국가로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난항이 거듭되지 않겠나.. 이렇게 보여집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입니다. 희망사항으로는 좀 더 진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박인규 : 6자회담을 통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게 보시고, 박의장이 보시기에 북한의 붕괴가능성이 훨씬 높다면, 한국의 정부나 국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됩니까?

박관용 :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가 그간 추진해 왔던 포용정책. 다시 말해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이 참담하게 실패했다. 이것을 우리 정부가 먼저 시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핵실험을 시행한 이 마당까지도 과거의 포용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이것을 시인하고 전면적으로 이젠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라는 정책개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요점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대화와 지원이나 협력이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에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국제공조를 통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는 일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의 붕괴를 가정한 여러 가지 비상대책을 하는 한편 6자회담 부분에 대해서 힘을 쏟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박관용 : 아닙니다. 6자회담은 한반도 주변의 대단히 이해관계가 밀접한 국가들입니다. 그 회담에는 적극 참여해야 되고 그들과 충분히 토론해야 되고 그것을 통해서 북한을 설득하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6자회담 무용론을 제가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6자회담에 참여하는 북한의 의중이 무엇이냐를 우리는 간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희망적인 기대만 갖고 가서는 안된다.

박인규 : 6자회담을 통해서만 문제를 풀겠다는 것보다는 그것이 안됐을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된다. 2004년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의장으로서 의사봉을 잡으셔서 비판도 들으시고 말씀도 많이 들으셨는데, 지금도 그 당시 탄핵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했다고 보십니까?

박관용 : 대한민국은 대의정치를 채택한 나랍니다. 국민이 직접 선택하고 주권의 일부를 위임한 국회의 다수가 결정한 사항은 국민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일반론일 수 잇겠습니다만 국회의장의 책무는 국회의원 다수의 요구에 의해서 제출된 안건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게 하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투표로 결과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게 책무고 그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국회의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회법에서 경호권 발동과 질서유지권 발동이라는 큰 역할을 줬습니다. 2,30명이 의장 단상을 점거했다고 해서 의장이 사회를 기피하는 건 직무유기입니다. 따라서 저는 탄핵의 의사봉을 굳게 쥐고 처리할 수 있었다는 건 내 임무를 완수했다는 의미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탄핵은 사상 초유의 대단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처리하면서 제가 어떻게 인간으로서 가슴 아픈바 없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보다도 헌법정신에 따라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된 안건을 가지고 촛불집회와 시위를 통해서 국회가 쿠데타를 했다거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저럴 수 있느냐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특히 공중파들이 공정한 보도를 안 하고 일반적으로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시위를 유도하고 그래서 선거로 분위기를 끌어가는 처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의 큰 과거사로서 심판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탄핵의 정당성이나 적법성 문제를 떠나서, 탄핵이라는 사태가 물론 그 반사이익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게 됐지만 우리나라의 토론과 타협의 정치문화 부분에서는 굉장히 양극화랄꺼 균열을 깊게 한.... 탄핵이 우리 정치문화에 미친 영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박관용 : 탄핵안이 제출되는 시점을 전후해서 저는 대화를 주선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해서 각 당 대표들을 모아서 국회의장공관이든 국회의사당이든 청와대든, 아침이든 저녁이든 대화를 하자. 아무리 나쁜 만남이라고 해도 안 만나는 것보다는 좋다고 설명하면서 저는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대답은 지쳤다.. 만나지 않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야 총무들을 불러서 탄핵안을 바로 결의하기 보다는 탄핵경고안을 먼저 채택하자는 수정안도 제안해 봤습니다. 국회에 가서 각 당 대표들과 만나서 사전에 조율을 또 실패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와 토론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바로 격돌하는 정치, 이게 민주정치의 가장 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일어난 탄핵이기에 대단히 씁쓸하고, 이걸 계기로 해서 한국이 보다 더 대화와 토론하는 정치를 하는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박인규 :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박관용 의장께서는 YS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하신 분이고 그 뒤에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이 나왔는데, YS때의 대북정책과 DJ정부 이후의 대북정책을 비교해 봤을 때 어떤 게 더 정당했달까 효과적이었다고 보십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박관용 : 대북정책도 다른 정책과 같이 꼭 정당과 부당을 구분 짓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얼마나 실용성 있느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과거의 강경한 반공정책도 많은 후유증을 낳았지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른바 햇볕정책에 부작용이 훨씬 많았다. 대북정책은, 특히 통일정책은 7천만 민족성원 모두가 동의해야 하고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해야 됩니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과연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점을 주목합니다. 일방적으로 개인적 의사를 거의 밀고 나가는 식이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국내적으로 성공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포용정책은 북한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 못한 일방적인 것이었다. 적어도 상호주의를... 우리는 독일의 통일과정을 잘 지켜봤습니다.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철저한 상호주의에 의한 접촉을 해야 됩니다. 동서독이 얘기하는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건 상대방을 개방으로 개혁으로 끌어내는 걸 시도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목적과 수단 없이 일방적인 지원과 대화였다는 게 문제였다고 생각돼서, 저는 포용정책의 문제점이, 결과적으로 핵실험까지 온 이상 이것은 효용성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박인규 :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대화는 해야 된다면서 현재 평양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민노당의 그런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관용 : 북한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잘못했다고 지적하기보다는, 그 목적이 북에 가서 핵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겠다는 명분입니다. 우리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는 정당이 공식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북한이 왜 핵을 포기해야 되고 핵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그게 우선 문제가 아닌가. 국내에서는 핵을 폐기하라는 요구 없이 북한에 가서 얘기하겠다는 명분으로 핵실험 직후에 북을 방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국민에게도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의 붕괴라면 사실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될 수 있는데요, 북한 체제의 운명과는 관련 없이 어쨌든 북한의 2300만 주민들이 고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런 북한 주민들의 안녕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 대북정책이 어느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걸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박관용 : 북한 주민은 같은 동포이고, 우리가 통일을 하자는 것은 그들에게 평화와 인권, 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대북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북한에 있는 2300만 동포를 위한 대북지원이어야 되고 대북정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통일의 원칙은 북한 주민에게 인권과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통일이 중요하냐, 동독 시민의 인권과 자유가 중요하냐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회적 결론은 동독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게 우선적 과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북한 주민을 위한 생각, 북한 주민을 위한 지원에 바탕을 두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통일지상주의보다는 가장 희생이 적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인권과 자유를 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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