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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땅에서도 고구려 숨결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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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한땅에서도 고구려 숨결 느낄 수 있도록"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3] 고구려 유적공원 추진중인 박영순 구리시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백두산은 단군의 탄생신화가 서린 민족의 영산으로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자연유산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우리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동북공정을 감행하면서 역사왜곡은 물론 백두산을 중국명의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역사왜곡의 위기를 맞게 된 우리민족의 고대사. 오늘은 개천절을 맞아 우리민족 고대사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는 의미에서 아차산에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박영순 구리시장을 초대했습니다. 시장 집무실에 광개토대왕비 모조비를 비치하고 아차산 일대에서 고구려 유적을 발굴해왔던 박영순 구리시장. 이제는 고구려 유적공원의 문지기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는 왜 아차산에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려고 하는가?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이 우리의 고구려사 정립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이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박영순 구리시장입니다. 박영순 시장은 1948년 전라남도 해남출생으로 70년 공주사대 영어과를 졸업한 후, 부 안 하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지내던 중 1975년 제9회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 한국지방행정연수원에서 일해오다 94년 제7대 구리시장, 98년 제10대 구리시장을 지냈고 올 7월부터 제12대 구리시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5.31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셨죠. 두 달 정도 다시일하셨는데, 워낙 구리시장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겠지만 4년의 공백 이후 다시 오시니까 어떻습니까?
  
  박영순 : 세 번째 시장직을 수행합니다만, 4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이번 선거가 워낙 당바람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사실 취임하고 나서도 좀 얼떨떨한 기분은 있습니다. 시민들의 기대가 워낙 큽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뿐 아니라 강원도까지 포함해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된 위상을 갖고 있어서, 우리 시민들은 뭔가 정부여당에서 특별히 무슨 배려가 있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도 있고. 사실은 책임감도 무겁고 지금 열심히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부분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이 민생을 얘기하는 게 유행처럼 돼 있고, 물론 박영순 시장도 민생을 안 챙기시진 않겠지만 말씀하신 것 중에 고구려 유적공원을 구리시 관내 아차산 일대에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고구려 유적공원에 그렇게 관심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박영순 : 가장 특별한 이유라면 구리시 아차산이.. 아차산은 물론 서울 광진구, 중랑구와 공유하고 있지만 50% 정도가 구리시 행정구역 안에 있습니다. 이 아차산 일대가 역사적으로 고구려 광개토대왕, 장수왕,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이런 분들이 직접 내려오셔서 전쟁을 하거나 전사한 곳입니다. 그런데다가 최근 구리시의 노력으로 10여 년 전에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보루 중 두 군데가 발굴됐습니다. 발굴해 보니까 1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거든요. 고고학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 유물의 숫자면 남한 내에서는 가장 고구려 유물이 많이 출토된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유물들을 우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당시에 그런 공간이 없어서 유물출토에 참여했던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임시보관 돼 있습니다. 우리가 약정을 맺을 때 언제든지 구리시에서 필요하면 유물을 다시 가져오기로 돼 있는데, 지금 전혀 준비가 안 돼있어서 우선 아차산에 유물을 전시할 공간을 만들자. 박물관 내지 전시관. 그런 얘기고. 그리고 그 보루들을 1500년 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자는 거죠. 그러면서 이것만 해놓으면 뭔가 고구려를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구려의 대부분이 만주와 평양 북한에 있으니까 중국에 있는 대표적인 유물 유적을 아차산 일대에 한꺼번에 모두 복원 내지 재현해 보자. 고구려, 신라, 백제가 우리 조사들이 세운 고대국가 3국인데, 신라는 경주에 가면 그 찬란한 문화를 볼 수 있고, 백제는 부여 공주에 가면 볼 수 있어요. 하다못해 강동구 송파구 하남시... 하남 위례성이라고 자기네들이 백제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그런데 대한민국 내에 고구려를 얘기할 수 있는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었거든요. 이런 틈새를 타서 중국이 자꾸 고구려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남한 내에 어딘가 고구려의 거점도시를 하나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차산에 고구려 유적공원을 추진하게 된 동기고. 또 지역경제 차원에서 보면 고구려 유적공원이 생기면, 제 계획대로 한다면 전국에서 모든 청소년들이 한 번쯤은 고구려 테마공원에 수학여행을 오게 돼 있고, 또 많은 내외 관광객이 오게 되면 구리시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역경제의 활성화 내지는 세수증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 또는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수 년 전부터 추진해 왔습니다.
  
  박인규 : 남한 내에서 고구려 관련 유적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이 아차산이고 그걸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렇다면 고구려의 모든 유물을 한 군데 모을 수 있는 곳을 구리시에 만들자. 그래서 시장에 취임하시자마자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을 위한 추가 부지를 마련하신 걸로 압니다.
  
  박영순 : 제가 민선 2기 때 계획했던 것은 부지면적 10만 평 정도입니다. 그런데 위치가 약간 산속이라 거기다 뭘 하려면 토지의 형질변경이나 산림훼손, 환경파괴가 뒤따르기 때문에 산 속에는 최소한의 시설만 하고 맞은편 평지에 추가로 10만여 평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또 만약에 민자유치를 할 경우에는 약간의 수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10만 평 해서 도합 20만 평을 만들 계획인데 실제로 고구려 성들을 보면 평지에 성을 하나 쌓고 약간 떨어진 곳에 산성을 쌓습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벌이고 있는 집안시에도 압록강변에 평지에 국내성이 있고 국내성이 위기에 처하거나 함락되면 피신할 수 있는 산성을 만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구리시에 추가로 확보된 평지에 성을 쌓고 7,800M 떨어진 산 속에는 산성을 쌓는다면 마치 집안의 국내성과 환도산성을 재현하는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두 개의 보루가 나왔다고 하셨는데, 보루라는 게 어떤 겁니까?
  
  박영순 : 군대 갔다 온 남자 분들은 이해하시지만 GP라고 보시면 되죠. 산봉우리마다 그 당시 고구려가 백제와 대치하면서 방어하고 공격하는 작은 진지입니다. 실제 발굴해 보니까 장병들이 약 100여 명, 적게는 50명 30명씩 주둔했던 작은 군사진지입니다. 제가 94년도 관선시장으로 처음 부임해서 아차산 일대의 지표조사를 했는데 고구려 보루가 15개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그 중에서 구리시 쪽에 여섯 군데, 광진구에 다섯 개, 중랑구에 네 개. 서울 쪽에서는 관심 안 가질 때 저희가 민선시대에 들어와서 여섯 개 중에서 두 군데를 발굴을 시작한 거죠. 그래서 1500개의 유물이 나온 겁니다.
  
  박인규 : 그럼 앞으로 발굴을 하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박영순 :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선 3기 들어와서 제가 시장직에서 퇴임을 하고 2002년 선거에 제가 낙선했죠. 퇴임해서 민선 3기 4년 동안에 안타깝게도 구리시에서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좀 적었고. 반면에 광진구에서 광진구 안에 있는 보루 중에서 두 군데를 발견했어요. 홍련 1봉, 홍련 2봉. 거기서도 약 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그래서 저희 구리시에서도 ㅈ지금 세 번째 보루 발굴을 문화재청 신청해서 발굴 추진 중에 있다가 청에서 갑자기 보류하라고 해서 스톱 상태에 있긴 합니다.
  
  박인규 : 보류하라는 이유는 뭔가요?
  
  박영순 : 아마 문화재청의 의견은 그런 것 같아요. 보루를 발굴해 본 결과 비슷비슷하고 나오는 유물도 비슷하니까 추가로 발굴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광진구의 보루 발굴도 구리시의 발굴에 약간 자극을 받은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박영순 : 그렇다고 봐야죠.
  
  박인규 : 문제는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이 순조롭게 될 수 있는지, 난관은 없는지.. 어떻습니까?
  
  박영순 :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낙관합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중국의 동북공정 음모가 두 번째로 백일하에 다 드러났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학자 등 모든 국민들이 고구려에 애틋한 정을 갖고 있고 고구려 역사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에는 여야가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에 주몽이나 연개소문, 대조영, 내년에 할 태왕사신기 등 고구려 관련 드라마들이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면서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졌거든요. 그럼 고구려가 어떤가 하고 한 번 가보고 싶을 거 아니에요. 그럼 고구려를 보기 위해서는 만주의 길림성을 가거나 평양 부근엘 가야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타국이죠. 돈도 많이 들고 비자도 받아야 되고 어렵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아주 인근의 가까운 아차산에다가.. 진품은 아닐지라도. 요즘은 모조품을 진품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습니다. 똑같이.. 지구상의 모든 고구려 유물 유적을 모아 놓으면, 국민들이 고구려 역사를 체험하고 보고 싶을 경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을 만든다는 이런 사업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제가 볼 때는 오히려 국민들이, 내가 1인당 천원이든 만원이든 성금을 모아서 그걸 만들자.. 이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낙관을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보면 두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들어가는 약 3,4000억 정도의 재원.. 돈을 만드는 문제. 또 하나는 그린벨트 지역이라 그린벨트를 다소간 풀어야 되는 문제. 이런 어려움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국민들의 열망 속에서 다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고구려와 관련된 모든 유적들을 한 군데에 모으겠다는 말씀을 듣고 사실 일개 지방자치단체인 구리시에서 하기에는 너무 큰 사업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두 가지 어려움을 말씀하셨는데 우선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걸 풀기가 어렵습니까?
  
  박영순 : 현재 그린벨트에 관해서는 건교부에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린벨트를 마구 풀어서는 안 되겠죠. 현행법 하에서도 할 수 있는 건 있습니다. 예컨대 그린벨트를 근린공원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공원이 되잖아요. 그럼 근린공원 안에서 할 수 있는 행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공원법 안에 보면 역사에 관해서 복원은 되는데 재현은 안 된다.
  
  박인규 : 복원과 재현은 뭐가 다른 겁니까?
  
  박영순 : 복원은 아차산에 있었다 없어진 보루를 옛 모습 그대로 만드는 게 복원이고, 지금 만주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라든지 장수왕릉 같은 걸 여기다 만들면 재현이 되거든요. 그런 건 안 된다는 식으로 법이 돼 있어요. 그런 건 제가 볼 때 건교부에서 민족사를 지키는 의미에서 예외적으로 규제를 죰 완화하는 걸 건의 드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고구려 유적공원을 만들려면 최소 3,4천억이 든다고 하셨는데 구리시의 1년 예산이 어느 정도입니까?
  
  박영순 : 일반회계가 1600억. 특별회계 700억 해서 2300억 정도 됩니다.
  
  박인규 : 상당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데 구리시민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네요.
  
  박영순 : 그렇습니다. 이걸 구리시 예산으로 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고. 그래서 국비를 좀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도비를 확보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지금 국비확보를 위해서 청와대나 문광부 쪽으로 건의서를 올리고 있고.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께는 제가 당선자 시절에 고구려 테마공원에 관한 계획을 설명드리고, 김문수 지사로부터 우리는 정당을 초월해서 민족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어냈고. 김문수 지사 본인 자신이 아주 고구려 마니아입니다. 국회의원 시절에 두 번이나 집안시에 다녀올 정도로 고구려 역사에 아주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비와 국비를 확보하고 민자를 합치면 3,4천억 정도 마련하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박인규 : 사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예를 들어 설계도는 완성됐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박영순 : 지금은 준비단계라 설계까지는 나오지 않았고 민선 2기 때 제가 고구려 테마공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체적인 조감도는 나와 있죠. 테마공원의 부지면적은 10만 평. 그 안에 뭐가 들어가겠는가 그런 거죠. 고구려 성을 쌓고 성문을 열고 들어가면 광개토대왕비가 들어서고 그 뒤쪽으로 평양에서 발견된 고구려 궁전, 안학궁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고구려의 그 당시 평양에 있었던 거리라든지 귀족들과 평민들이 살던 집, 저자거리도 만들고. 그리고 고분벽화나 장수왕릉, 광개토대왕릉... 하여튼 1500년 전의 고구려 모습을 한 번 재현해 보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데 아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구리시든 도든 국가든 민간 합동이든 계획이 확정된 다음에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거기 가면 고구려의 모든 것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씀이시죠? 박영순 시장님 임기가 4년이신데 임기 안에 착공은 될 수 있을까요?
  
  박영순 : 열심히 하고 주위에서 도와주신다면 2년 내 착공이 확실합니다. 임기 중 착공은 분명하고 그만큼 이제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박시장께서는 어떻게 해서 고구려사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또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시장님 이력을 보니까 상당히 엉뚱한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선생님을 하다가 외무고시를 보셨고, 외무고시를 보면 보통 외교관을 하는데 내무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이력을 가지셨고 어떻게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박영순 : 원래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에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성적이 제일 잘나온 게 국사였는데, 그 당시 공주사범대학 입학을 앞두고 어느 과를 선택할까 하다가.. 제가 영어도 좋아했기 때문에 막상 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때는 영어나 수학선생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영어과를 선택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서 중학교 영어교사로 있으면서 외무고등고시에 응시했고 합격했습니다. 그 이후에 외교관 해외근무생활을 아버님께서 원치 않으셨고. 제가 8남매의 장남인데 부모님께서는 외교관보다는 시골에 와서 군수를 해야 부모님이 어디 가서 자랑도 하지 않겠느냐.. 그런 소망도 있으셔서 제가 4년여 만에 내무부로 전직했습니다. 떠 내무부에 한 7,8년 근무하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차출돼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까지 약 8년간 근무하다 94년도에 관선시장으로 구리시에 오게 됐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서 오늘날까지.. 이제 완전히 구리 사람이 다 됐습니다.
  
  박인규 : 94년도에 관선 구리시장이 되시면서 고구려 문화재 발굴을 시작하셨고. 그건 거기에 아차산이 거기 있기 때문인가요?
  
  박영순 : 그렇습니다. 제가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만약 구리시에 안 왔고 구리시에 아차산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 자리에서 고구려, 동북공정.. 이런 얘길 할 수 없었겠죠. 이건 어떻게 보면 우연 같지만 인연이고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구리시장을 세 번째 하시는데, 그 전에도 구리 시장으로 있으시면서 고구려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많은 행사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걸 주로 하셨나요?
  
  박영순 : 98년도에 제가 민선시장으로 다시 시에 들어가 보니까 그동안 발굴을 추진해 오던 고구려 보루. 아차산 제 4보루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봤어요. 천여 점이 나왔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주변의 학계에서 하는 얘기들이 구리시를 고구려의 도시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건의도 있었고. 제가 판단할 때도 이게 필요하다. 아까 제가 설명 드린 대로 남한 내에 고구려의 거점도시가 없기 때문에 구리시를 고구려의 도시로 만들어 놓으면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나 민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0년도부터 구리시를 고구려의 도시다. 이렇게 전국의 모든 행정기관에 통보를 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구리문화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오면 문화예술제를 2000년부터 고구려문화예술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청 앞에 대형 고구려 북을 제작해서 북각을 만들었어요. 여기서 관내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을 한 달에 한 명씩 추천을 받아서 그 아이들로 광개토소년단을 만들었습니다.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하는데, 순수 토종 청소년단을 만들어서 이 아이들한테 고구려 복장을 입히고 자기의 소망을 소원지에 쓰게 해서 보관하고, 고구려의 북을 치는데 자기 나이만큼 치게 하면서 소망을 빌도록 하는 행사를 쭉 해왔습니다. 광개토소년단은 앞으로도 다시 되살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마침 그때 토평지구에 아파트를 짓게 됐는데 아파트 외벽에 무용총에 나오는 고구려 수렵도 벽화를 그리도록 권장해서 구리시에 들어가시면 그런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도시 이름이 구리니까 고구려와 비슷한 것도 같네요.
  
  박영순 : 지금 만주에 가면 안내원들이 고구리라고 발음합니다. 실제로 고구려 할 때 '려'자가 빛날 '려'자인데 옥편을 찾아보면 큰 고을이나 나라를 말할 때는 '리'로 발음된다고 합니다. 고구리인데, 성이 고씨니까 고를 떼어내면 구리가 되는 거죠.
  
  박인규 : 동구능도 구리에 있죠? 구리시민들은 오히려 고구려 유적보다는 동구능 때문인지 조선시대에 관심이 있어서 초창기에는 시장님의 뜻을 잘 안 알아줬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박영순 : 그렇습니다. 구리에 소재한 동구능은 태조 이성계 대왕을 비롯해서 선조대왕, 영조대왕릉 등 17위의 왕과 왕비의 능이 안치돼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왕릉군입니다. 대단히 소중한 문화재죠. 그래서 지난 600여 년 동안 동구능이 구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동구능.. 조선왕조.. 이런 의식 속에 살아왔죠. 그런데 갑자기 아차산에서 고구려 유물이 출토되면서, 또 시장이.. 제가 구리 토박이가 아니고 외지사람인데 그렇다 보니 이해가 부족했던 면도 있었습니다.
  
  박인규 : 이제는 많이 이해하시나요?
  
  박영순 : 지금은 동북공정에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 고구려 테마공원을 박영순 시장이 계획했던 대로 아차산에 만들었다면 지금 주몽을 촬영한 데가 전라남도 나주시거든요. 나주는 백제 땅인데 주몽이 왜 백제에 가있느냐. 또 태왕사신기는 제주도에서 촬영하거든요. 광개토대왕이 제주도까지 갔으니까... 광개토대왕, 장수왕 등 영웅호걸들이 역사적으로 인연이 있는 구리 아차산에다가 고구려 테마공원을 만들었다면 지역에도 플러스가 되고 구리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들을 많이 갖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닙니다.
  
  박인규 : 박시장께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아차산이 구리에 있다 보니까 이걸 개발하자. 지역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그런 것이 어떻게 보면 1차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동북공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말하자면 남한 땅에 고구려 유적을 재현한다는 것의 의미도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영순 : 만약에 중국의 동북공정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남한 땅에 굳이 고구려 테마공원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름대로 지지를 받을 수 있었겠죠. 그런데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것 자체가 고구려 역사가 자기 역사라는 거거든요. 그러면 여기서 좀 비약을 하면, 아니 중국의 속내가 그런지도 모르죠.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라면 고구려의 옛 땅인 북한땅도 중국땅이라는 얘기가 성립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모두에 말씀하셨지만 백두산도 굳이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속셈이 뭐겠는가. 제가 판단할 때는 21세기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 가운데 태풍의 눈, 핵이 한반도의 통일입니다. 그걸 앞두고 중국이 국가전략목표로 고구려 역사를 자기 역사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걸 저지하기 위해서는 남한 내에도 고구려가 있다는 고구려의 실체를 확보해야겠다는 게 근본 목적이구요. 이미 역사전쟁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역사전쟁이 벌어지면 국제사법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면 결국 힘있는 자.. 역사는 힘있는 자의 기록이거든요. 그러면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파워가 되는데 저 중국이 자기 역사라고 계속 고집을 부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고구려가 중국 역사로 되게끔 작업을 추진하다 보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정권이었고 중국역사의 일부였다고 인정해 버린다는 말이죠. 남한에는 고구려가 아무 것도 없네.. 이렇게 되면 안 되죠. 그래서 저는 남한 내에 고구려의 거점도시를 만들고 모든 청소년 내지 국민들이 고구려의 거점테마공원으로 수학여행도 오고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도 하고. 또 국민운동으로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하는 운동을 벌일 때에 국제사회에서 볼 때 남한에도 고구려가 있구나. 그런데 중국이 지금 고구려 역사가 자기 역사라고 고구려의 연고권이 있는 북한을 어떻게 해보려고 할 때, 남한에도 있는데 이건 무리한 얘기가 아니냐. 이렇게 우리가 중국의 역사찬탈을 저지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박인규 : 중국은 이미 상당수 고구려 문화유산을 중국의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했어요. 그래서 우리 중앙정부가 그런 데 대한 대응이 너무 미흡했던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런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있으실 것 같아요.
  
  박영순 : 사실 정부로서도 고충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보면 왜 이 정부가 미국에 대해서는 자주를 얘기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당당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좀 조심한 모습을 보이느냐.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민족사의 뿌리가 걸려있는 문제, 동북공정에 관한 문제에는 확실하게 태도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얼마 전에 아셈총회에 참석한 노무현 태통령께서 원자바오 중국총리한데 항의하신 건 참 잘 하셨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이건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굳이 이 문제를 갖고 중국과 부딪칠 일은 아니고 장기전으로 봐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남한 내에 고구려 거점도시를 만드는 데, 이것을 정부에서 주도해서.. 100% 투입하라는 건 아니고. 정부에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든지 도와주시면서, 말하자면 경기도가 중심적으로 나설 수도 있고. 여기에 민자유치가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중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 역사를 지키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기본적으로는 구리시가 주체가 돼서 해야겠지만 일의 성격으로 봐서는 온 나라와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될 문제라고 보거든요. 끝내기에 앞서서 국민들에게 부탁이랄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영순 : 구리시에서 지구상 최초로 제가 재임하던 시절에 광개토대왕 동상을 세웠습니다. 행자부에 특별교부세를 요구해서 동상 옆에다가 광개토대왕비를 똑같이 세우려고 합니다. 원래 크기, 원석 그대로. 6M 47입니다. 제가 국민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역사는 우리가 아끼고 가꿀 때 우리 것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고구려 역사를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면 남의 역사가 되는 거고 특히나 중국이 속된 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태도를 바꿔서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면서 역사를 빼앗아 가는. 그리고 역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조국, 통일한국의 미래가 동북공정을 우리가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국민여러분, 그리고 정부관계자, 정치권, 여야를 떠나 기업.. 우리 고구려 역사를 지키는 일에 다함께 참여하시기를 바라고.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면 고구려 박물관 내지 전시관을 아차산에 세울 때 건립기금을 범국민 모금운동을 한 번 해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보고. 지금 사단법인 고구려역사문화보존회가 설립돼서 주된 사무실이 구리시에 있습니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이 상임대표로 있는데, 이런 사단법인을 중심으로 모금운동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온 국민이 고구려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모습을 보일 때 궁극적으로 중국도 손을 들고 고구려 역사에서 손을 떼지 않을까. 이런 간절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박인규 :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한에 사는 우리 국민들이 고구려의 숨결을 남한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사업이 잘 돼서 빠른 시일 내에 고구려의 숨결을 남한 땅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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