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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회가 인문학 진흥에 관심 가져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26] 한국학술진흥재단 허상만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대학 구조조정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위기에 몰린 분야가 바로 인문학 분야입니다. 대학에 시장논리가 팽배해지면서 철학이나 문학, 역사학 등 인문학과들은 취업률이 낮다, 지원자가 적다는 이유로 폐과 대상 1순위가 된 것인데요 인문 사회학이 없어진 자리를 실용주의 학문인 경제와 경영관련 학문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문학의 위기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인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서 어제부터 오는 30일까지를 "인문주간" 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학술진흥재단 허상만 이사장을 초대했습니다.

인문주간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공계 전공인 그가 인문학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학술진흥재단 허상만 이사장입니다.

허상만 이사장은 1943년 전라남도 순천 출생으로 전남대학교 농업과학과를 졸업했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농업과학 석사,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농업과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순천대 교수, 미국 미주리대와 코넬대 객원교수, 제3대 순천대 총장, 그리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제54대 농림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어제부터 인문주간입니다. 우선 인문주간이 어떤 행사인지 간략하게 성격을 설명해 주시죠.

허상만 : 우리가 평소에 바쁘게 살다 보니까 인문학의 중요성을 잊고 살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회에서 인문학에 관심을 좀 가져 달라는 의미가 1차적으로 있고. 다음으로는 인문학자 스스로가 인문학의 현재를 정확히 진단해 보고 앞으로 인문학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해갈 것인가.. 그래서 인문학적인 역할.. 이런 것들을 지금부터 정립해 가자는 것이죠.

박인규 : 인문주간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인데, 대학 교수 분들이나 대학원생들은 잘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뭐하는 곳일까 하는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설명해 주시죠.

허상만 : 한국학술진흥재단은 대학의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는 데 뒷받침을 하는 곳이죠. 그래서 소위 지식, 학문적인 연구를 가지고 국가의 성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주로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되는데 전 학문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을 하는 학술연구조성사업이 1차적인 거고, 그 다음에 학자금 지원, 장학사업을 하고. 지난 8월 1일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 이관된 2단계 BK21사업, 누리사업 등 국가전략사업을 맡아서 합니다.

박인규 : 한국학술진흥재단은 모든 분야의 학문에 대해서 지원하는 단체인데 인문주간을 마련한 걸 보니 인문학의 위기가 심각하긴 한 모양입니다. 첫 번째 인문주간의 주제가 '열림과 소통으로서의 인문학'인데 어떤 의미입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허상만 : 그동안 인문학이 학자들.. 소위 문사철을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연구실에서 제자들 모아놓고 강의하고 연구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났다고 저는 봅니다. 소위 인문학의 문화적 가치가 재창출 돼야 한다는 겁니다. 표현이 좀 적절치 못할지 모르지만 인문학적인 문화적 가치가 문화상품으로서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실용화와 접목돼야 합니다. 그러니까 인문학이 예술, 정보통신, 사회과학과 융합돼서 발전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민들이 지지하고 이해하는 토양 위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지. 이제는 연구실을 벗어날 때가 됐기 때문에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박인규 : 상아탑에만 머물지 말고 거리로 나와서 대중들과 소통하자..

허상만 : 인문학을 어떻게 하면 대중과 소통하는 학문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심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의 인문학을 전공하신 분들을 모셔서 간담회를 한 번 했습니다. 인문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 다음으로 비제도권 학자들.. 디지털 문화예술 아카데미, 철학 아카데미.. 이런 분들, 소장학자들을 모시고 얘기해 보니까 이제 인문학이 학제간 연구가 돼야 되고 교육과 연구로만 끝나지 말고 대중성을 확보해서 실용성과 응용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 간담회 결과를 놓고 개막식 행사, 학술제 행사도 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학술제를 통해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도 하지만 규장각 소장자료를 이때 전시합니다. 김정호 선생이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는가도 가르쳐 주고. 서울시립대학에 있는 서울학 연구소에서는 한국문화 중에서 한옥문화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많습니다. 경복궁 건립 당시 시대적 배경과 예술적 가치. 서울 근대 100년 전의 경복궁 건립과정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이런 행사를 합니다.

박인규 : 서울대 규장각이나 서울시립대 서울학 연구소에 가보면 대중들도 인문학이 어떻게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인문학이 죽었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사장님은 인문학자는 아니시지만 학자의 일원으로서 왜 인문학이 이런 위기를 맞았는지. 그게 사회 탓인지 인문학 하시는 분들 탓인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상만 :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말씀하시고 최근에 신문에 많이 나오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금 인문학은 기회라고 봅니다. 이제는 산업화. 기술개발, 경제성장 이런 과정 속에서 응용과학이나 응용학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실용주의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속에서도 인문학은 대학에서나 연구자들이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 배고픈 세상을 살았으니까 경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 이 정도 성장됐다고 하면 우리 것을 찾고 인문학을 찾을 수밖에 없는 때가 됐지 않느냐. 그래서 기회라고 보구요. 이 정도 됐으면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그것은 이제부터 인문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박인규 : 인문학 위기가 얘기되고 있는 것은 인문학이 소중하다는 것의 다른 얘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이시죠?

허상만 : 지금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인문학이 결국 인간에 관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학문인데.. 인문학 하시는 분들은 사회가 인문학의 가치를 몰라준다고 말씀하고 있지만, 거꾸로 인문학 하시는 분들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제대로 노력했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한 예로, 황우석 사태가 났을 때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황우석 박사가 하던 연구가 인문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인문학자가 있었느냐. 모든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엄청난 돈을 벌거라고 칭송만 했지 황우석 교수의 연구의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한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인문학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사회 탓도 있지만 인문학자들이 제 몫을 했느냐.. 그런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상만 : 그게 우리 사회의 현상 중 하나라고 보는데요, 사실상 황우석 박사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그쪽 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이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방금 지적하신 대로 인문학자들도 윤리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사회 분위기가 감히 그 얘기를 내기 어렵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과정이 하나의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박인규 : 허 이사장님은 농업과학을 하셨는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서 인문학과 과학의 역할은 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 역할분담이 된다고 보십니까?

허상만 : 지금까지는 다들 영역이 다르다고들 생각했죠. 이제는 응용과학이 중요시 되고 더 나아가 학문간의 연합, 학제간 융합이 중요시 될 수밖에 없는 시대기 때문에 인문학이나 정보통신, 사회과학,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생명과학까지도 학제간 공동연구를 해서 발전하는.. 이젠 영역의 장벽을 넘어서야 할 시대가 되지 않았나. 조금 전만 해도 자기 학문영역에 대한 권위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나가는 연구비도 정부의 정책사업인 BK나 누리사업에도 학제간 연구에 비중을 높여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이공계 출신인 허상만 이사장님이 어떻게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는지 여쭤보겠습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대학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구활동을 지원한다고 하셨는데 1년에 지원하는 규모가 대략 어느 정도고, 그 중에서 인문학에는 어느 정도 지원이 됩니까?

허상만 : 한국학술진흥재단 사업이.. 순수 대학의 교수님들한테 연구비를 지원하는 학술연구조성사업이 3천억 정도 됩니다. 3천억에서 인문사회과학 지원비가 1200억 정도, 순수 문사철에 가까운 인문학 지원비는 556억 정도 됩니다. 금년8월 1일부터 2단계 BK21사업, 누리사업을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전담해서 하고 있는데 이 사업에 금년에 나가는 돈이 5500 정도 됩니다. 그 속에서 인문학 지원비는 계산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BK를 빼놓고 3천억 중에서 550억 정도면 거의 20% 가까운데, 한국학술진흥재단 차원에서는 상당히 많이 지원한다고 생각되는데 그 밖의 사회의 지원이 부족해서 그런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허상만 : 작년 통계로 R&D연구개발비가 7조8천억. 금년에는 8조9천억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지금 이 돈은 과기부, 정통부, 산자부, 심지어 농림부까지..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 이렇게 해서 정부 부처에서 나가는 돈이 그렇게 된 것 같구요. 그런데 인문사회과학 지원비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하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연구사업비 밖에 없거든요. 다른 부서에는 없으니까. 실제 대학의 연구비 중에서 순수인문사회과학에 나가는 연구비는 1200억 밖에 안 되는 거죠. 고로 인문학은 556억 밖에 안 되니까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박인규 : 시작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이른바 문사철을 나오면 취직이 안 되고, 그러니까 학생들이 그 과를 안 가고. 그러다 보니 그 과가 약해지고 없어지기도 하고. 그럼 인문학도들에게 취업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겁니까, 아니면 대학에 좀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해 줘야 되는 겁니까?

허상만 : 취업문제는 사회 전체가 안고 해결해 가야 될 문제입니다. 그러나 소위 학진의 BK 2단계 누리사업을 통해서 대학의 석사과정 박사과정 학생들이 여기 참여하면 석사는 매달 50만원씩 매달 지원하고 박사는 90만원을 지원하구요. 박사과정생이 참여하면 매달 200만원. 연구교수로 참여하면 25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BK21이나 누리사업에 해당될 수 있는 인문학 분야가 좀 있습니까?

허상만 : 해당됩니다. 사회과학도 그렇고.. 왜냐하면 BK21 사업은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능력을, 적어도 연구 중심대학을 10개 이상 키워서 국제경쟁력을 갖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 중에 자연과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인문사회과학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한국학술진흥재단은 학생들의 사후지도를 철저히 하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이력관리를 하겠다는 말이죠.

박인규 : 말하자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감독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허상만 : 장학금을 지원한 다음에 지원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 또 이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느냐. 이런 것에 대한 정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후지도까지도. 쉽게 말해 DB를 구축해서 관리하겠다. 그렇게 해서 10년 후 정도 되면 이 사람들이 국가의 동력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인문학 진흥을 위해서 발벗고 나선 게 허 이사장이 오신 다음부터라고 들었습니다. 이과계 학자분이신데 어떻게 해서 인문학을 지원하시게 됐는지, 특이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배경이 있으신가요?

허상만 : 저도 이 시대를 사는 한 사람이고, 대학에 있었으니까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안중근 열사가 감옥에 있으면서도 우리 민족의 문화적 가치를.. 문화국민이 돼야 한다고 얘기 했습니다. 김구선생도 문명국가보다는 문화국가가 돼야 한다고 했고. 문화, 인문학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또 우리가 이정도 경제성장이 됐다면 문화국가로서 인문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국민들이 공유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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