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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만화도 해외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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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만화도 해외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11] 문화콘텐츠교육센터 초대 교장 된 만화가 이현세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 1980년,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발표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주인공 까치 오혜성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부드러운 눈매,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의 까치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암울했던 80년대를 살았던 당시 젊은 남성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는데요,

까치를 탄생시킨 주역이자, 한국의 대표만화가안 이현세씨가 다음 달 문을 여는 문화콘텐츠 교육센터 초대 대표교수로 위촉받았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만화가 이현세씨를 초대해 국내 문화콘텐츠 분야 전문가 그룹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문화콘텐츠 전문가 양성을 위해 어떤 교육방향을 설정해 놓았는가? 또 위기에 빠진 출판만화의 활로는 무엇인가.. 등을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만화가 이현세씨입니다.

이현세 회장은 1954년 경북 흥해출생으로 72년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8년 월남전을 다룬 만화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데뷔했습니다. 1981년부터 설까치와 엄지, 마동탁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명 까치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고 86년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화 되면서 만화원작이 한국영화에 사용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천국의 신화, 남벌,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등 수많은 작품으로 사랑받아왔습니다. 1997년부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를, 2005년부터는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만화가 협회 회장도 맡으시고 세종대 교수도 하고 계신데 이번에 또 초대 대표교수가 되셨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대표교수라는 건 학장이나 학과장 같은 개념인 것 같아요.

이현세 : 네. 일종의 얼굴마담이구요, 아무래도 좋은 교육생을 불러 모아야 되니까 일종의 홍보대사 같은.

박인규 : 문화콘텐츠 교육센터가 문화콘텐츠진흥원 주도로 만든 게 맞습니까?

이현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문화콘텐츠 교육센터가 과연 뭐하는 곳인지 우선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현세 : 문화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문화콘텐츠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중간 정도의 전문가가 이미 된 인력을 가지고 그 인력을 모아서 정부지원을 받아서 산업의 콘텐츠에 대한 프로젝트로 이미 잡혀져 있는 걸 유입해서 바로 교육에 투입시키는 교육과정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실무교육 위주겠네요. 서병문 원장이 저희 프로그램에 오셨을 때 우리나라 콘텐츠 수준이 실무는 탁월하지만 기획이나 창작 부분이 약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쪽을 주로 키우시는 모양이죠?

이현세 : 항상 서원장님과 저하고 얘길 하는데.. 일반인들이 이해를 쉽게 하려면, 기획이라는 건 어떤 이야기, 상품을 어떻게 해서 어떤 마케팅으로 가야겠다는 건데, 사실 영화쪽은 현재 그런 인원이 많이 육성되고 투입됐고, 게임에 약간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아직 그런 인원이 없습니다. 또 하나는, 누구는 창작 아니냐 하는데, 일반적으로 여기서 창작이라고 얘기하는 건 스토리텔링입니다. 제작이라고 보면 우리는 제작기반은 있는데 기획 창작기반이 없다고 얘길 한다면, 제작은 스토리텔링이 나온 상황에서 나머지 후반작업을 얘기하는 거구요. 뼈대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걸 가르치겠다는 거죠.

박인규 :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들은 많은데 문화콘텐츠 교육센터를 굳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바로 그런 부분이 약하기 때문인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현세 : 그렇죠. 대다수 학교가 두 가지로 돼있습니다. 하나는 작가나 감독을 그냥 육성하는 대학, 또 하나는... 대다수가 그런데 취업에 집중합니다. 그 학과를 나오면 몇 프로가 취업하고 잘 나간다. 한 마디로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게 취업교육이니까 그것은 창작 기획에서 바라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박인규 : 보다 큰 틀에서 문화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만드는 데는 부족하다. 아직 개교는 안 했죠?

이현세 : 9월에 개교하고, 8월 17일에 일단 설명회가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떤 교육과정으로 몇 명을 뽑아서 어떤 분들이 가르치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현세 : 일단은 설명회를 갖구요, 그 다음에 접수에 들어가는데. 지금은 20에서 30명 정도 잡고 있는데 일단 이 학교는 각 분야에서 일류만 강사로 초청합니다. 올해는 일단 6개월 과정이고 내년에는 1년 과정으로 가는데. 제일 큰 틀은, 책임교수 분들은 각 분야에서 작업하시던..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계속 기획해서 영화까지 제작해 오신 분이 한 분 계시고, 또 한 분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시나리오를 가르치면서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한 10여 편 쓰신 분이에요. 그 두 분이 책임교수로 계시면서, 나머지 준비위원 여섯 분이 또 계십니다. 이인화 교수라든지 김영두 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대표. 이런 식으로 산학에서 대표들을 6분 모셔서 그 8분이 전체적인 커리큘럼을 만듭니다.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지금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출판 게임 각 분야에서 기획 창작을 해오신 최고의 엘리트나 나름대로 업을 이루신 분들을 전부 특강으로 초청해서, 나는 이렇게 기획하고 창작했으며 결과가 이랬다. 그리고 지금도 마케팅을 어떻게 하고 있고 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현실적으로 가르칠 생각이죠.

박인규 : 기획과 창작현장에서 아주 최고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책임교수를 맡고, 그 분들이 최고의 전문가들만 불러 모아서 실무교육 위주로 가르친다. 상당히 기대가 되는데요, 교육생이 20명이라면 좀 적은 것도 같은데요?

이현세 : 적은 게 아니고. 학생들의 프로필을 받아봤을 때 자격조건에 맞아야 되죠. 첫 번째 자격은 기획쪽에서는 그 산업에서 3년 이상 기획업무를 했던 사람. 창작 쪽에서는 최소한 시나리오 한 편을 공개적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람. 그렇게 뽑아서 수업할 생각인데, 현재 갖고 있는 생각은 그 학생들 전부를 다 잘 가르쳐서 무사히 졸업시키는 게 아니라 그 중에서도 교육과정에서 못 따라오면 계속 드롭시키겠다. 그래서 이 교육센터를 나오면 무엇인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한국영화의 한 축을 영화아카데미가 일정부분 책임지듯이 이 기획창작 아카데미도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죠.

박인규 : 듣고 보니 학교라기 보다는 고등 대학원같은 개념이군요. 이현세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셨고 왜 이런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것도 좀 궁금한데요.

이현세 :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건 제가 교수라기보다는 선배로서, 또 현장에서 야전군으로 뛴 사람으로서.. 제 자신이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만화를 좋아하는 젊은 후배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나는 그 친구들과 얘길 하면서 뭔가 에너지를 얻고 싶어서. 학교는 일종의 선배로서 후배들과 얘기하고 같이 작업해 나간다는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갔구요. 그런데 이 과정은, 제가 만화영화 아마게돈을 하면서 실패하고, 출판사 애니메이션 회사라든지 사업으로 들어와서는 거의 실패했습니다. 작가로서는 실패하진 않았는데, 그때마다 제일 먼저 느끼는 건 기획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마케팅에서 항상 부딪치는. 최초가 됐던 거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우리나라에 미술감독은 있는지 없는지. 만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전문가는 있는지 없는지. 뭐든지 항상 처음 작업하니까, 제 산업에서 다 실패요인은 교육인력의 부족이었다는 걸 절감했죠.

박인규 :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런 식으로 기획 창작역량을 키우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대표교수로서는 주로 어떤 강의를 하시게 됩니까?

이현세 : 제가 만든 게 제일 재밌는 강의인데요, 제가 평소에 알고 있는, 친분있는.. 한국에서 컨텐츠 분야의 최고 스타들을 초빙해서 그 분들이 한 번 강의하고 가면 그 분들이 강의하고 간 걸 가지고 학생들과 Q&A를 하고.

박인규 : 스토리텔링의 대가랄까 창조성 있는 분들을 초빙하신다는 건가요?

이현세 : 기획까지요. 이런 분도 있을 수 있죠. 삼성의 CEO. 그 분들은 회사를 어떻게 끌고 갔는지. 왜냐하면 자료에서만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일류들이 갖고 있는 하나의 룰은 분명히 같을 거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요즘에는 출판만화가 거의 고사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왜 그렇게 됐죠?

이현세 : 예.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일 큰 이유는 만화가나 만화출판사들이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옮겨 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사전심의의 폐해,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서 우리 만화가들이 6년 가까이 투쟁해온 것, 또 청소년보호법에 의해서 서점에서 만화가 축출된 것,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인데, 인터넷에서 만화를 공짜로 본다는 것. 뭐든지 공짜로 보니까, 그러니까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은 어느날 더 이상 제작하기 힘든 상황이 되죠

박인규 : 그렇다면 온라인 만화가 성행하면서 출판만화 부분까지 잠식했달까, 피해를 줬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현세 : 그렇지는 않습니다. 출판만화는 옛날부터 만들어졌던 수많은 콘텐츠를 인터넷이 무료로 제공을 하면서 사서 보는 문화가 없어진 거고. 그 틈바구니에 어쨌든 온라인은 발전해 왔으니까, 온라인 작가들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 오프라인 만화가는 한 사람이 여러 작가를 같이 끌고 가서 살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잡지 하나를 사면 한 작가의 작품이 좋아서 사도 다른 작가들 것까지 같이 팔리는 거니까. 연관효과가 있는데, 온라인 작가는 혼자의 영광입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이나 뉴스도 거의 인터넷으로 보는데, 만화의 앞으로 살 길을 출판만화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출판만화가 온라인쪽으로 진출해야 되는 건지,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이현세 : 결국 저는 병행해야 된다고 봅니다. 온라인 만화가 지금 성행하는 건 만화를 즐겨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만화를 누구나 그릴 수 있고 보는 세상을 만든 건 결국 오프라인 만화가 만들고 온라인은 그 덕을 보는 겁니다. 결국 역발상으로 온라인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온라인 만화를 활성화시켜서, 온라인에서 활성화된 만화는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살려줘야 된다는 거죠.

박인규 : 지금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죠?

이현세 : 아직 아닙니다. 뭐가 문제냐면, 온라인에서 나온 만화작가 수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만화협회와 만화가협회 두 협회가 힘을 합쳐서 전 대한민국 만화가들이 만드는 만화 웹진을 만듭니다. 9월에 오픈합니다. 그걸 정부지원 등을 받아서 누구나 그리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협회가 하는 일이구요. 거기서 나오는 많은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그 오프라인은 천원의 행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원짜리 만화책을 열차나 마켓에서도 즐겨볼 수 있게. 아주 싼 가격에.

박인규 : 만화가협회 회장으로서 만화의 중흥을 위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신 것같이 들리는데요, 또다른 계획 같은 게 있으십니까?

이현세 : 두 번째는, 발표를 한국에 국한시키지 말고 시장을 확대하는 겁니다. 결국 출판만화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시장이 작은 거거든요. 제일 쉬운 건 일본과 미국 시장입니다. 일본은 워낙 시장이 크니까 한국에서 역량있는 작가들은 계속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작가 자체를 보내 버립니다. 그리고 미국은, 여태까지 나왔던 모든 만화를 미국이 옛날부터 갖고 있던 코믹스에서 동양만화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그래서 거기는 출판사와 연계해서 작품을 계속 투입해서 망가가 아닌 만화라는 영역을 확대시키는 중입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망가와 만화를 지금은 분리해주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가장 크게 교류해야 될 시장을 중국으로 보고 있죠.

박인규 : 쭉 들어보니까 이현세 회장께서 천원짜리 만화책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 또 이게 잘 되면 만화산업 발전에 굉장히 기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현세 : 네. 그런 속내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오는 9월에 개교하는 문화콘텐츠 교육센터의 대표교수로 위촉된 만화가 이현세씨 모시고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개인적인 질문 좀 드려보겠습니다. 작년부터 만화가협회 회장을 하시고 올해부터는 문화콘텐츠 교육센터 하시면 창작하실 시간은 없으시겠네요.

이현세 : 지금 쉬고 있습니다. 한 6년 동안 천국의 신화 때문에 재판하느라 쉬었고, 끝나고 난 뒤 한 4년을 천국의 신화를 그려서 연재를 끝내고. 그걸 쉬고 난 뒤 협회장 맡으면서 지금은 모든 창작활동을 쉬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현세씨 하면 아무래도 공포의 외인구단이 속된 말로 출세작이기도 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까치 얘기를 많이 하는데, 까치가 본인의 창작가로서의 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이현세 : 출세작이고 만화가 이현세를 밥 먹여준 주인공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업 같은 게 됐죠. 까치 때문에 밥 먹고 살았지만 까치로부터 평생을..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서 나가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는 거죠. 제가 만든 캐릭터지만 거기서 제가 못 벗어난 거죠.

박인규 : 그렇긴 하지만 그 이후에 천국의 신화, 국경의 갈가마귀라든가 어린이를 위한 역사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굉장히 역사 쪽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현세 : 그런 자란 환경 때문입니다. 제가 경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논다는 게 첨성대 같은 유적에서였고. 여름방학에는 방학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전부 얘기해 주시는 게 화랑얘기라든지..

박인규 : 명예 독도경비대장도 맡으셨던데 그런 역사에 대한 관심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현세 : 한 부분은 저한테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안 내력도 좀 있지만. 민족주의자는 아니구요. 할아버지가 만주에서 순사 손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들이.. 한 분은 학도병, 한 분은 6.25 전쟁 때. 쭉 이런 내력이 있고 제가 그런 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니까. 공부해서 생긴 게 아니고 집안 내력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조금 전에 출판만화의 활로로 해외진출을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최근에 한류로 대단한 위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요나 드라마... 그런데 만화는 그에 비하면 조금 진출이 약하지 않나 싶은데 어떻습니까?

이현세 : 만화와 애니메이션만 한류를 못 탔다고 봐야겠죠. 결국은 경쟁력이 없었다는 거죠.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우리가 수출 위주의 OEM중심으로, 산업적으로 많이 해왔기 때문에. 지금 현재 팔려고 보니까 팔 물건이 없는 거죠. 왜냐면 저작권을 다 외국이 갖고 있으니까. 그래서 애니메이션 쪽에 기획 창작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인규 : 결국은 해외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걸 마케팅하는 것도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데 그런 쪽도 우리가 좀 약하지 않은가요?

이현세 : 약하죠. 지금 현재 기획 창작 아카데미에서도 그 부분을 교육을 많이 시키려고 하는데, 한국의 만화가들은 그것이 굉장히 산업적인 생산작업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작가적이었어요. 아주 선비적인 작가. 혼자서 그려야 된다. 순수해야 된다. 산업이란 개념이 전혀 안 들어간 거죠. 그런데 지금와서 만화라는 문화산업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그 답을 찾으려면 결국 각 작품에서 작가한테 히어로가 있지 않으면 안되죠. 그것도 아주 보편적인. 미국같은 경우 보면 전부 '맨'입니다. 그리던 작가가 죽고 다른 작가가 들어오고 로테이션을 해도. 작가는 죽어도 슈퍼맨은 살아있는데, 우리는 작가가 죽으면 같이 죽습니다. 그래서 우리 만화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해외에 지속적으로 상품으로 팔려면 결국은 작가들이 가장 싫어했던 히어로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 히어로를 만드는 작업이 현재 우리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에서 잘 아는 만화상품에서 히어로는 누구냐. 지금은 없죠.

박인규 : 출판만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다음 달에 만화장터도 하신다구요.

이현세 : 예. 만화장터라는 말 그대로, 우리 만화를 인터넷에서 공짜로 보지 말고. 신문을 통해서도 물론 보지만 신문이라는 건 저가로 매일 눈앞에 바치는 거니까. 그러지 말고 만화를 살리기 위해서 만화를 좀 사봅시다. 가끔 독자들이 일본만화는 재밌는데 왜 한국만화는 이렇게 재미가 없냐. 너무 수준차가 많이 난다. 그런 말을 하면 이런 얘길 제가 가끔 합니다. 제발 돈 주고 사봐라. 돈 쓴 만큼 좋아진다. 일본은 몇 백만 부가 팔리니까 작가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런 얘길 많이 하죠 웃으면서.

박인규 : 만화 창작가에서 교수도 하시고 문화산업 행정에까지 진출하신 셈인데,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일만은 해놓고 가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이현세 :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만화가협회 회장으로서는 모든 만화가들이.. 아마추어부터 5,60대 노장까지 모두가 발표하고 싶다면 언제나 발표할 수 있는 웹진 사이트 하나를 유료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즐겨찾는 만화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만화가들이 그걸로 밥을 먹진 못해도 발표할 순 있으니까 좋은 거고. 그 다음에 기획 창작에서는 문화콘텐츠 교육센터 아카데미를 나온 사람들이 나중에 한국의 만화영화를 끌고 가는 엔진이 됐다는 말을 들었으면 참 좋겠고, 그런 교육기관이 되는 데 제가 힘을 쓰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아주 개인적인 건데, 제가 몸담고 있는 세종대학을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 협회 회장 임기를 그만 두고 몇 년이 지나고 나면 만화 애니메이션 한 편은 하고 싶죠. 제가 만화를 그려서 애니메이션화 하는 것.

박인규 : 아주 꿈이 많으시네요. 저희 어렸을 때는 만화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만화가 전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세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출판만화나 애니메이션이 힘든 만큼 점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현세 회장님, 그리고 문화콘텐츠 교육센터의 활약을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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