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라디오는 뉴스채널로 전환한지 3주년을 맞아 이번 한 주간 집중기획 "2006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방송하고 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우리사회에서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정화원 의원과 이주노동자방송 뚜라 공동대표를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비정규직의 고민을 들어보기 위해 한울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을 초대했습니다.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고통받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러나, 비정규직은 증가하기만 할 뿐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부작용은 제대로 주목받고 있지 못하는 듯한데요,
비정규직들은 일터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가? 이들이 진정 원하는 대우는 어떤 것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울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입니다.
하종강 소장은 1974년 대학입학과 동시에 군사정권 하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청년들과 인혁당 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학교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도시산업선교회에서 실무자로 활동했고, 1982년에는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인 일꾼노동문제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기독교산업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노동법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인천지역노사문제상담소에서 노동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했고, 1988년 12월부터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언제부턴가 비정규직노동자 문제가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잘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게 어떤 분들을 말하는 건지 정리를 좀 해주시죠.
하종강 : 쉽게 말하면 직접 고용돼 있지 않거나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이 비정규직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데 단기간에 일을 그만둬야 하거나 같을 일을 하면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죠.
박인규 : 계약직이라고도 하고 촉탁이라든지 여러 유형이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학습지 교사, 보모도 비정규직으로 포함되는 것 같아요. 비정규직의 유형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대체로 어떻게 나눠볼 수 있을까요?
하종강 :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르는 호칭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면 정말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많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세 가지로 보는데, 직접고용비정규직, 간접고용비정규직, 특수고용비정규직으로 보통 나눕니다. 직접고용비정규직은 계약직, 일용직, 촉탁직,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구요, 직접고용비정규직이 비정규직 중에서 그나마 좀 나은 사람들입니다. 다만 근무기간이 짧고 좀 불이익한 대우를 받는 거죠. 간접고용비정규직은 이중적으로 계약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를 고용한 회사와 가서 일하는 회사가 다른 사람들. 인력송출업체, 인력고용회사들이 중간에서 그 사람들이 일한 대가를 상당부분 편취하는. 정확히 말하면 착취인데, 보통 파견직, 노무도급직, 사내하청, 외주용역 등이고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 중 하나인 KTX 여승무원들도 대표적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입니다.
박인규 : KTX 여승무원은 철도공사에서 직접 고용한 게 아니란 말씀이시죠? 다른 회사에서 고용해서 파견하는 형식..
하종강 : KTX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인데 유일하게 여승무원들만 다른 회사 소속이거든요. 다른 회사가 전문성도 떨어지고 사람들을 올바로 교육시킬 수 있는 능력도 결여돼 있고 안전조치에 있어서도 상당히 대처능력이 미흡한 회사가 운영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구요. 가끔 방송사에서 연구소로 취재하러 나올 때가 있는데 제가 조명기사나 녹음기사들에게 가끔 물어봅니다. "정규직이세요?" 그러면 한 분이 "계약직만 돼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간접고용이었던 거죠. 그 사람들 보기에는 직접고용계약직도 굉장히 부러운 겁니다. 마지막으로 특수고용직이 있는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4대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퇴직금이나 각종 휴일근무수당 등의 혜택도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대표적으로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래미콘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방송사에도 그런 직종이 많이 있죠.
박인규 : 이런 식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하종강 : 통계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 여당에서 노동문제를 주로 중심적으로 다루는 이목희 의원이 노동계 주장을 감안해서 890만 정도라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1500만 중에서 59%인 거죠. 너무 많아서 이렇게 문젭니다.
박인규 : 60%가 되는 군요.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 다수네요
하종강 : 우리로선 이게 숫자 문제지만 당사자에겐 삶의 고통이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합니다.
박인규 :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하종강 :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그게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이와 비슷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은행 지점장 한 분이 전화하셨는데 자기가 해외지사 근무도 한 10여 년 했다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할 게 아니라 지금 현재의 정규직도 다 비정규직화 해야 한다.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종은 대부분 1년 연봉 계약직이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게 해야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깁니까?
하종강 : 기업으로서는 사람들을 필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고용할 수 있고, 원하는 능력을 갖춘 노동자들을 골라 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점이 있겠지만 그게 그 사회에 유익하려면 우리에게 미국과 같은 일정한 시스템이 좀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시스템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서 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하고 해고하는 유연성만 높아지면 사회 전체에 상당히 해로운 상황이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노동자들이 자기 일터를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줘야 된다는 얘긴데..
하종강 : 미국에서처럼 1년 연봉 계약직으로 근무하지만 연봉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는 유연성이 같이 높아진다면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저도 신문사에서 노동조합 일을 해봤는데요,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을 3분의 1밖에 안 주더라구요. 지금도 그런 데가 많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사실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하종강 : 당사자에게 굉장히 비인도적인 처사가 되기 때문에 우선 문제가 되구요, 장기적으로 사회운영에 유익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시급히 차별이 철폐돼야 하는 거죠.
박인규 : 노동문제연구소를 하시는 입장에서 비정규직이 많아진다는 게 물론 노동자 자신들에게도 힘들겠지만 경제 전체에도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하종강 : 한 마디로 얘기하면,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정부에서도 양극화라고 얘기하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가 절대로 해결 안 됩니다.
박인규 :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하종강 : 지금 하위 20%의 90%가 비정규직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통계를 보면 하위 20%는, 통신비 교통비가 1996년과 2005년을 비교하면 10년 사이 한 50%가 증가했어요. 그런데 피복비 의료비가 더 저하됐습니다. 10년 전보다 옷을 더 못 산다는 거죠. 이런 현상, 소수의 인원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유익하다면 또 모르지만 지금 절대 그런 상황이 아니죠. 경제학자들이 보기에도...
박인규 :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이 결정적으로 늘어나게 된 게 IMF위기를 맞이하면서, 이른바 노동유연성을 재고하면서 늘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종강 : 기업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시행되면서..
박인규 : 또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고충도 있는 거 아닐까요?
하종강 : 보통 세 가지인데요, 기능유연성, 수량유연성, 임금유연성.. 대개 경영학자들은 이렇게 분류합니다. 산업주기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으니까 기업이 그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 빨리 채용했다가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능유연성은, 필요한 기능을 찾춘 사람들을 그때그때 선별해 쓸 수 있어야 하고, 수량유연성은 사람이 필요할 땐 많이 썼다가 남을 때는 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임금유연성은,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자유롭게 지불하면서 사람들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는데 그것이 그 나라 전체에 해롭지 않으려면 그 경쟁에 도태된 사람, 계약 갱신이 안 된 사람들의 그 다음의 처지가 지금과는 달라져야 됩니다.
박인규 : 회사에서 해고가 돼도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능력이랄지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종강 : 그렇죠. 지금 실제적으로 기업이 노동비용을 줄이게 함으로써, 노동유연성을 높여줌으로써.. 즉 쉽게 채용했다가 해고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그 나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 예가 있느냐 하면, 있거든요 유감스럽게도. 대표적으로 영국의 대처수상이 주로 그런 정책을 시행했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그런 정책을 시행해서 고유명사까지 생겼잖아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실제 기업의 노동유연성을 높여주면서 그 나라 경제가 장기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미국과 다른 점은...
하종강 : 한 보수적인 일간지가 미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한 번 특집으로 보도했을 때 그 제목이 특활자로 크게 어떻게 뽑혔냐 하면, '해고 쉽지만 재취업 더 쉽다.' 이렇게 뽑혔습니다. 해고하기가 굉장히 쉬운데 해고된 노동자가 기업을 선택하면서 재취업하기는 더 쉽다는 거죠. 미국이 지금 경제력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정보통신산업 분야에 있어서 어느 국가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걸 제가 본 적이 있는데, 정보통신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했던 단어가 있어요. 영어로 딱 네 단어로 된 문장인데, '같은 주차장 다른 사무실'이라는 거죠. 노동자가 차를 몰고 같은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어제까지 주차장 앞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던 사람이 오늘부터는 주차장 뒤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더라. 이 사람이 언제 주차장 왼쪽에 있는 회사로 직장을 옮길지는 아무도 모른다더라. 이런 내용입니다. 노동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유연성이 같이 높아지면 노동유연화 정책이 그 나라 경제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노동유연화 정책은 기업의 노동유연성만 계속 높아지고 노동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유연성이 전혀 높아지지 않고 있거든요.
박인규 : 해고는 쉽지만 재취업은 훨씬 더 어렵다. 이런 건가요?
하종강 : 그렇죠. 재계약이 안 된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 못하고 탈락해 버릴 수밖에 없는, 생계가 막막해지는 상황인 거죠.
박인규 : 노동문제연구소를 운영하시니까...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이 와서 상담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가 많습니까? 대개 어떤 고민들인가요?
하종강 : 많습니다.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사무실에 앉아서는 상담을 많이 못하지만, 요즘 상담하고 있는.. 한 20년 넘게 상담을 해온 공인노무사들도 우리 사무실에 있거든요. 비정규직이 대개 상담하러 오는 건 계약 갱신이 안 됐을 경우에 옵니다. 그 사람을 얘길 들어보면, 우선 회사 내에서 얼마나 불이익한 대우를 받는가 하면 지금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이 한 50.9%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몇 년 전에 54%, 53%였다가 계속 더 적어지고 있습니다. 개선돼야 되는데 더 대비가 되는..
박인규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가 커지는 거군요
하종강 :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거죠. 나란히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임금을 절반 밖에 못 받는다는 건 받는 입장에서 굉장히 화나는 일이구요, 심지어 사용하는 휴게실, 식당, 화장실이 다른 경우도 있구요. 현장에 가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대개 작업복의 색차이나 명찰의 차이로 구분이 됩니다. 보면 작업복 색깔에 따라서 걸음걸이가 달라요. 플랜트 노동자들은 식당도 화장실도 탈의실도 없어서 컨테이너 뒤에서 적당히 옷 갈아입고 비가 오면 빗물에 밥을 말아먹는다고 할 정도로 식판에 빗물 떨어지는 상태에서 그냥 먹어야 되고. 그늘 하나 없이 휴식시간에 신문지 하나 덮고 땡볕에서 쉬어야 되고. 받는 돈이 큰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것들도 굉장한 문젠데, 계약이 안 됐을 때 우리 상담소에 찾아오거든요. 가만 얘길 듣다보면, "아버님 제삿날 휴가를 하루 신청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그것 때문에 계약이 안 된 것 같습니다." 간접고용된 사람들이 한 100여 명 있었는데 1년 동안 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누구누구 밖에 없다. 정확하게 그 사람들만 계약이 안 됐다는 거죠.
박인규 : 원래 휴가는 사용할 수 있는 건데....
하종강 : 화장실 한 번 마음대로 못 가면서 20년 동안 일했다는 사람들 만나보면 비정규직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게 우선 차별이 철폐돼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경제적으로 따지기 전에.
박인규 : 말하자면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종강 : 한 번은 어린이집 교사가 해고된 사건도 있었는데, 다른 교사들은 다 계약이 갱신되고 이 교사 한 사람만 계약 갱신이 거부됐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까 그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간식비에서 이익을 남겼는데 그것에 대해서 이 교사만 유일하게 따졌다는 거죠. "이건 아이들에게 500원짜리 사주고 1000원짜리라고 속이는 거나 마찬가진데, 그러고서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 앞에 교육자로 섭니까. 당신들 재단이 여기 인수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한 번도 우리는 이런 식으로 경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건 말하지 않겠는데 이건 너무 치사한 일이 아닙니까..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그때는 반드시 해결할 거라고. 이번에만 내가 그냥 넘어가겠다."이런 얘길 이 교사 한 명만 원장한테 찾아가서 따졌던 거죠.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을 내보내고 싶겠죠.
박인규 : 계약제를 빌미로 비판적이거나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하종강 : 비정규직 고용형태라는 게 인간의 기본적인 발언권을 제약하는 구조기 때문에 굉장히 비인간적입니다.
박인규 :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지금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서 굉장히 논쟁이 많죠. 계류중인데, 이 법안들이 비정규직들들 보호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종강 : 세 가지가 쟁점 사항인데요, 기간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 그 다음 파견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현장 내에서 차별적인 처우를 없애도록 하겠다. 이렇게 세 가지를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거든요. 기간제라는 건, 보통 우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약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정규직도 사실 계약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비정규직만 계약직이라고 호칭할 때에는 그 앞에 무슨 단어가 생략돼 있다는 뜻입니다. 기간을 정해놓은 계약직이라는 뜻인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사유제한이냐 기간제한이냐 이런 말을 씁니다. 노동법 학자들이. 기간제한이라는 건,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했으면 2년이 지난 다음에는 정규직화 한다든지 이런 건데, 노동계의 주장은 2년 동안 근무했으면 2년 뒤부터 정규직화 하자는 게 노동계 주장이구요, 지금 마련돼 있는 법안의 내용은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했으면 그 다음에는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고용을 보장해 준다는 건데, 쉽게 말하면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했으면 남은 기간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먼저 우리가 봐야 할 사실은 왜 이런 조항이 생겼겠느냐는 거죠. 2년 이상 사용했으면.... 이걸 기업에서는 3년으로 하자고 하다가 2년으로 합의가 된 건데, 왜 이런 조항이 생겼느냐 하면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겁니다. 어차피 계속 사람이 일해야 되는 일자리면 그때에는 정규직으로 하는 게 옳다는 거죠. 그래서 기간제한 문제가 생기는 건데, 더 중요한 문제가 뭐냐 하면 2년 되기 직전에 그 사람을 해고하면 이 법조항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박인규 : 아.. 2년 되기 하루 이틀 전에 해고시키면 별 문제가 없다 이거죠..
하종강 : 여의도에 있는 동종업체에서도,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2년 마다 계속 서로 교체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향상되길 기대하기는 좀 어렵겠네요.
하종강 : 지금 OECD에 가입한 31개국 중에 비정규직의 사유제한을 적용하는 나라가 11개 국가가 있거든요. 비정규직을 아무 직종이나 다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정말 비정규직이 필수불가결한 직장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유제한인데,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에는 사유제한의 개념이 전혀 없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직종이든지 비정규직을 회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구요, 지금 현재 정규직인 직종을 더 이상 정규직으로 채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박인규 : 보시기에 오히려 더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종강 : 정부도 그것에 대해서, 그런 역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차별을 철폐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나아질 수 있다고 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차별철폐조항이 지금 어떻게 돼있냐 하면 차별당한 비정규직이 노동위원회에 직접 차별철폐를 요청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입바른 소리 한 마디에 재계약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 정도로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위원을 해봐서 아는데 거의 힘들 겁니다.
박인규 :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 같네요. KBS 1라디오는 뉴스전문채널로 전환한지 3년을 맞아 '집중기획 2006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방송하고 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도 "차별과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비정규직의 실태와 관련해서 한울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IMF. 국제통화기금에서도 한국의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 줄여라... IMF가 비정규직을 줄이라고 권고한 이유는 뭡니까?
하종강 : 가장 보수적인 경제 이데올로기를 가진 국제금융자본이 왜 한국정부에 그걸 요구했을까.. 제출한 보고서에 보면, 그 사람들은 한국노동시장의 이중적 구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규취업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상태에서는(지금은 8명이 됐거든요..)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어렵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한국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서 그런 인도주의적 차원의 요구를 했을 리는 전혀 없고, 자신이 투자한 자본들이 이윤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정도로 한국 노동시장 구조가 굉장히 파행적이라고 본 거죠.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아지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소비가 위축돼서 경기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겁니다.
박인규 : 소비를 많이 해야 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난하니까..
하종강 : 대기업 부설 경제연구소에서 한 번 낸 보고서를 보니까, 수출이 이렇게 급신장 됨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달 수출기록이 경신되고 있지 않습니까? 작년에 5000억불 수출을 달성해서 세계 12위 수출국가가 됐는데, 그래서 수출입규모가 세계 12위정도 되고, 외환위기 전에는 11위였습니다. 국내총생산이 세계 10위인 나라에서 도대체 왜 경기회복이 안 되는가. 대재벌 부설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로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수출로 얻어지는 이익을 무위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경제학에 '트리클다운'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대기업을 계속 성장시켜 주면 거기서 흘러넘치는 이윤들이 결국 아래를 적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상 최고의 수출로 얻어지는 영향이 정확하게 상위 소득 40% 까지만 미치고 하위 60%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거죠.
박인규 :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줄이자는 데에는 다 그래야 된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은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서 이른바 대기업노조에서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된다. 그래야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의 논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종강 : 그게 전반적인 국민정서라 노동계가 아마 그걸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구요, 아마 우리나라의 양대 노총 중 한 노총은 오래 전부터 그런 주장을 해왔구요, 지금 민주노총도 그걸 전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사실 노동자의 소득이 전체적으로 줄어든다는 건 경제운영에 유익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런데 지금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의 갈등은 현장에 가보면 굉장히 심각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와 기업에 대한 적대감은 거의 없고 현장에서 계속 갈등을 빚는 정규직에 대한 적대감에 굉장히 가득차 있습니다. 제가 한 번은 전주의 한 사업장에 갔는데 그 회에서 비정규직으로 궂은 일만 15년 도맡아 했던 사람들이 한 달에 한 50만원 받고 있다가 한 5만원 쯤을 더 달라고 요구했더니 전원 해고됐습니다. 정문 앞에 아스팔트에 천막을 치고 추운 겨울에 농성을 하는데, 그 회사의 정규직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조합 부위원장의 현업업무가 비정규직을 관리하는 거였어요. 이 사람은 노동조합 부위원장이니까 노동자의식이 좀 있고 비정규직의 처지를 이해합니다. 그래서 하루 한 번씩 농성천막에 전화를 한다는 거예요. 날 추운데 감기걸신 사람은 없습니까, 한 번 들어오십시오, 얘기라도 해봅시다. 그런데 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보니까 그 전화조차 상처가 돼요. 저한테 말하기를, 같은 노동조합인데 한 번도 안 나와요. 그냥 전화만 해요 앉아서. 그런데 그 사람은 그나마 관심 있어서 전화하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관심조차 별로 없고.
박인규 : 노동자들 내부에서도 엄청난 계층분화가 생기는 거군요.
하종강 : 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갖고 있는 섭섭한 감정을 감안하면 정규직 노동자가 일정부분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는 선택을 지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어요.
박인규 : 최선의 방책은 아니지만 필요한 부분은 있다?
하종강 : 예. 이걸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구요 제가 볼 때 아마 그걸 선택하게 될 겁니다.
박인규 : 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복잡한 문제라 벌써 시간이 다 됐는데요, 그동안 노동문제를 30년 가까이 봐오셨으니까... 여러 가지 말씀하신 문제를 보시면서, 우리사회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런 것부터 해야 되는 게 아니겠냐, 그런 걸 좀 말씀해 주시죠.
하종강 :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우선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관심을 좀 갖는 정서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구요. 전형적인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도 시민들 사이에는 기부문화라는 게 형성돼 있어서, 좀 가난한 사람도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위해서 인권단체에 가서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기부금도 내고 살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굉장히 천박한, 상종할 수 없는 인간 취급을 당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의 착하고 성실한 시민도 다 자기와 자기 가족의 행복만 추구하면서 삽니다. 그리고 소수의 정의로운 사람들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데 이건 바뀌어야 되거든요. 노동상담하는 공인노무사들의 얘길 들어보면,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조기명퇴가 횡행하면서 직장인의 정서가 갈수록 바뀐다는 거예요. 요즘 만나보면 옛날에 찾아오던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눈빛과 표정이 달라서 섬칫할 때가 있다는 거죠. 언제 명퇴 당할지 모르니까, 언제 비정규직 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뽑아내자는 삶의 방식이 점점 고착화 되는데 이건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고, 이제 주목해야 될 때가 됐습니다. 비정규직이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풍토가, 우리가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문제가 가장 심각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좀 해볼 필요가 있구요. 그리고 기업의 이익이 항상 사회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IMF위기 이후에 전반적으로 기업위주의 사고방식이 사회에 넓게 퍼져 있는데, 기업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박인규 : 이번 특집기획의 첫 번째 순서에 정화원 의원이 나오셔서 장애인을 도와주려면 장애인이 어디가 힘든가를 알아야 된다고 하셨는데, 지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비정규직의 아픔을 제대로 알아야 되는 것...
하종강 : 그 사람들을 한 번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래서 정말, 화장실 한 번 못가고 20년 일했습니다 이런 얘길 들어보면 정말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박인규 :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똑같은 노동자로서 어깨 펴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하종강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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