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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자인 수준,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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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디자인 수준,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3] 이순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디자인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디자인 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시가 최근 제2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내년에 열릴 두 번째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이순인 교수...

그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세계 10대 디자인 대회로 승격시킬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전시회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순인 교수를 만나봅니다.

그가 제시한 제2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와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디자인 산업에 주목해야하고, 성장시켜야 하는가? 국내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제2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이순인 예술총감독입니다

이순인 교수는 1972년도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pratt(플랫) 매스터 인더스트리얼과 핀란드 헬싱키 경영대학원에서 디자인 경영을 전공했고, 네덜란드 유니버시티 TWENTY(트웬티) 에서 디자인경영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디자인 현장에서는 LG전자 디자인연구소 소장, LG 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 소장과 한국디자인 진흥원 진흥본부장을 역임한 후 작년부터 홍익대 산업미술 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제 디자인연합회 아세아 지역담당 고문이며 한국디자인 브랜드 경영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제 2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예술총감독에 선임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이순인: 기쁘고 긴장됩니다. 저는 디자인계에 30여년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우선 이런 좋은 사업을 이끌어 주시는 광주시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좋은 기회에 제가 남아있는 전문가로서의 활동에 많은 정열을 다 바쳐서 한국 디자인이 세계적인 디자인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박인규 : 이번 예술총감독이 상당히 치열한 경쟁도 있었고.. 후보자께서 프리젠테이션까지 하시고. 상당히 치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순인: 광주 비엔날레에 이사회가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선정을 위한 추천인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디자인계 전체의 의견을 들어서 여러 분을 추천을 받습니다. 추천받은 것으로 그 분들이 한 세 분을 마지막 결선까지 해서 세 분에게 PT(프리젠테이션)를 시켜서 영어와 한국어로 발표해서 들어보고 투표해서 선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한 것 같네요.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하면, 나는 제 2회 디자인 비엔날레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겁니까?

이순인: 그렇죠. 제 생각, 의지를 밝힌 거죠.

박인규 : 거기서 밝히신 이순인 교수님의 아이디어는 어떤 겁니까?

이순인: 제 생각은... 주제는 U디자인. 유비쿼터스 디자인의 융합과 소통이라고 얘길 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용어가 될 수도 있는데, 유비쿼터스라는 환경, 기술, 문화, 여러 가지들이 융합돼 가고 있지 않습니까? 컨버전스라고 하는데, 우리 디자인도 상당히 세분화 돼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새로운 디자인 산업을 요구하고. 그래서 각 분야와 분야 간에 같이 합쳐서 뭔가 일을 하고 시너지를 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속에서 서로간의 대화가 잘 돼야 되거든요. 저는 그걸 소통이라고 했습니다. 융합과 소통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부가가치 있는 산업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을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된다. 그래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박인규 : 제대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긴 한데, 유비쿼터스 디자인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이순인: 지금까지 우리가 디자인이라고 하면, 세상의 목표가 유니버설. 누구나, 어린이나 노인이나 어느 나라 사람이나 같이 쓸 수 있는 스탠다드한 디자인을 요구했다면, 유비쿼터스라는 게 anytime, anywhere 등을 포함해서 6any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적용되는 디자인. 꼭 눈으로 봐서 아름답기 보다도 쓰기 편하고 사용해서 만족하고 어디서나 잘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 그래서 U디자인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만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내년 디자인 비엔날레는 언제 합니까?

이순인: 내년 10월 5일부터 한 달 동안 합니다.

박인규 : 아직 1년 4개월 동안 준비기간이 남았는데, 융합과 소통이라는 기본적인 컨셉 아래 대충 어떻게 전시를 꾸려가겠다는 복안이 머릿속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순인: 주제는 그렇구요. 거기에 소주제는 라이트. 왜냐하면 광주가 빛고을이구요, 광주가 광산업이 전략산업입니다. 광섬유, LED 등... 라이트라는 게 상당히 고유한 광주만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LIGHT라는 단어의 한글자 한글자가 디자인의 아주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요소가 됩니다. 그 요소의 앞자를 따서. L자는 life. 앞으로 유비쿼터스 환경 속에서 우리 생활환경이 어떻게 변화되고 우리가 어떻게 적용해야 되느냐. 생활환경, 생활가전, 모바일 시스템, 자동차 등의 것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과 인간에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을.. 기술은 기업에서 받고, 연구는 국내외 각 디자인대학에서 연구해서 결과를 발표하구요. I는 identity. 정체성. 시각정보디자이너들한테 지역의 정체성,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도록 하고. green은 환경보호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환경에 관련된 환경디자이너들이 하구요. 그 다음 human은 인간을 위한 제품. 인간 본위의 제품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 그 다음 T는 테크놀로지인데요, 요새 디지털통신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그러한 특수영상, 가상현실영상 등 모션픽쳐 같은 걸 특별히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미려고 합니다.

박인규 : 삶과 정체성과 환경과 인간과 기술을 주제로 한다...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단순히 전시회만 하시는 게 아니고 산업적인 것과 연결시키기 위해서 공모전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공모전이라는 건 말하자면 대회 같은 겁니까?
▲ 이순인 광주비엔날레예술총감독.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이순인: 제가 이걸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건데요, 어차피 이 사업이 미래를 향하는 거고 당장에 미래의 투자가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가장 값진 투자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모으는 겁니다. 발굴하고 관심을 끌어야 되는데, 세계에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광주에서 빛이라는 주제로, 또 광주에 그런 벤처기업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로부터 기술을 받아서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공모를 하는 겁니다. 그럼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면 그걸 가지고 새로운 벤처 아이템으로도 우리가 발굴할 수가 있고. 그와 연관된 새로운 콘텐츠, 문화적인 콘텐츠도 받아서 확보한다면 굉장히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구요, 그리고 젊은이들을 좀 오게 해서 세계 디자인 청소년 잼버리같은.. 캠프를 해서 한국과 외국의 뛰어난 젊은 디자이너들의 벽도 무너지게 하고 싶고.

박인규 : 일종의 소통이네요. 빛을 주제로 해서 세계의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이 뭔가 아이디어를 내면 광주에 있는 기업들과도 연결될 수도 있고, 디자인에 관한 어떤 커다란 장터를 세우시는 의미로 볼 수 잇겠네요.

이순인: 그렇죠. 새로운 벤처도 찾을 수 있구요.

박인규 : 광주가 원래 디자인 비엔날레 말고 순수미술로 비엔날레를 꽤 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순인: 네. 올해 10월에 6회. 12년째입니다. 어려운 조건에서 한 것인데 상당히 세계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고 브랜드가 아주 국제적으로 됐습니다. 상당히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대회입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미술쪽의 비엔날레들은 굉장히 아이디어 자체가 순수하지 않습니까? 아이디어의 상수원입니다. 그분들은 목적을 갖고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니까, 아주 깨끗한 아이디어를 내면 그걸 갖고 우리 디자인 쪽에서는 어떻게 산업화하고 생활화할 것인가, 우리 일반 시민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경년 경년 사이사이에 한 회는 미술을 하고 한 회는 디자인을 해서 서로 연결해 가는 목적과 뜻이 있습니다.

박인규 : 짝수 해에는 순수미술, 홀수 해에는 응용미술, 산업미술을 하고. 그런 것들이 광주를 문화예술의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참여정부의 계획과도 관련이 좀 있는 겁니까?

이순인: 네, 광주는 예항, 미항 등 아주 오래된 광주만의 고유한, 전통있는 문화가 있죠. 그런 시민들의 의식이 아마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바탕 위해서, 또 요새 일어나는 새로운 전략산업들과 연결시킨다면. 그리고 또 고유의 문화를 잘 국제화해서 발표하면 그게 세계화거든요. 그런 것들이 잘 어우러진다면 아마 아시아 최고의 문화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순인 교수께서는 사실 지난번 대회에서도 한 번 총감독에 도전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아까 소개를 하다 보니까 공부하신 바탕이 상당히 다양하신 것 같아요. 이번에 총감독 되신 게 혹시 그런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풍부하신 게 좀 작용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순인: 그런 면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국제전시고 국제대회기 때문에 국내잔치만 돼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외국의 디자이너들이 찾아오고, 관광수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어떻게 하면 빨리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느냐. 제가 국제디자인연맹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집행위원으로도 한 4년 활동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네트워크들이 있고, 아직도 관련하고 있다 보니까 그걸 활용하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하는 뜻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아직 확답을 하기는 이르지만, 대략 몇 개 나라 몇 명 정도를 초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순인: 저희가 2001년도에 세계 디자인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했는데 그때 한 1000여 명을 모셨거든요. 본인들 비용으로 오신 거지만. 그 당시에는 서울이었고, 처음 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때 정도의 수준. 이제는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더 많이 모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국제 디자인대회를 할 정도면 많이 올 수도 있겠네요. 내년에 열리는 2회 디자인 비엔날레를 10대 디자인 대회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겨우 2번째 하는 건데 너무 야심만만한 거 아닙니까?

이순인: 저는 10대라고 표현했는데, 제가 활동을 하는 건... 어떤 랭킹을 매길 수는 없지만, 선진국들이 하는 역사적이고 오래된 대회들이 있어요. 그걸 뽑아 보니까 한 열 개 되는 거죠. 그건 이미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년 거길 찾아가거든요. 뭔가 배우고 참여하러 가는데, 그러면 비록 이게 두 번째지만 그들과 서로 자매결연을 맺고 그들과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같이 동료의식을 갖게 되면 우리도 10대 안에 들지 않을까 해서, 제가 나름대로 목표를 갖기 위해서 도전목표로 10대라고 표현했습니다.

박인규 : 아시아에서 디자인 비엔날레를 하는 경우가 우리나라 외에는 별로 없나보죠?

이순인: 일본이 좀 하다가 우리나라가 2000년 2001년부터 정부 입장에서 강력하게 미니까 슬슬 빠지고, 중국이 우릴 따라서 각 성마다 이걸 해요. 그래서 중국이 비엔날레, 포럼이라고 해서 성마다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것을 흉내내고 있는데, 재력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박인규 : 디자인 산업의 패권을 놓고 상당한 경쟁이 있는 거군요.

이순인: 있습니다. 아주 심합니다.

박인규 :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가 한국을 좀 앞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제2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선임된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이순인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이순인 교수가 산업디자인을 하시게 됐는지, 또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질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75년도에 대학에 갔는데 그때만 해도 디자인이라는 게 별로 없었고 응용미술.. 미술은 미술인데 산업에 적용하는 거란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72년도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셨으면 상당히 일찍 가신 것 같구요, 그 당시에 사실 홍대는 미대로 유명하긴 했지만 그쪽 과를 선택하신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순인: 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가가 돼야겠다.. 그 당시 홍익대를 가려고 미술공부를 쭉 해왔는데 거기서 하는 분들을 보니까 아주 독특하더라구요. 그리고 굉장히 고독한 투쟁들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제 성격과는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일반 사람들에게 뭔가 보탬이 되는 걸 하고 싶은데 그때 68년도 당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없었어요. 그때 보니까 공예과라는 게 있더군요. 일반인들이 쓰는 거 아닙니까? 저는 미술보다 저게 맞겠다. 그래서 들어가서 보니까 디자인이라는 걸 학교에서 막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참 잘됐구나. 그때부터 산업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계속 공부를 했습니다.

박인규 : 디자인과를 졸업하시고 바로 기업연구소에서 일하셨는데 그 당시 한국의 산업디자인은 외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았겠죠?

이순인: 그때는 거의 없었는데 제가 군대를 갔다와서 75년도에 그 당시 금성사에서, 지금은 LG죠. 거기서 처음으로 서울에 디자인 연구소를 만들었어요. 그때 들어갔죠. 그때부터 사실 디자인 연구소가 한국에서 산업디자인을 처음 시작했고 그때부터 저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시작됐습니다.

박인규 : 본인의 개인사와 국내 산업디자인사가 거의 겹치네요?

이순인: 예. 선배들도 계시지만 그렇게 조직적, 제도적으로 하기는 처음입니다.

박인규 : 75년부터 우리나라 산업디자인 역사가 한 30년쯤 됐다고 보여지는데, 돌아보시기에 어떻습니까? 국내 산업디자인의 성장이랄까...
▲ 이순인 광주비엔날레예술총감독.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이순인: 처음에는 엔지니어들한테 구박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나 그리지 뭘 아느냐.. 그러다가 회사가 뜻을 가지고 이게 앞으로 중요하다 해서 저를 일본에 연수를 보내줬습니다. 그때 소니의 디자이너들과 같이 연수를 받고. 그때 소니의 디자이너들이 워크맨을 디자인하는 걸 보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디자인을 잘 하면 이렇게 기가 막힌 제품을 만들 수 있구나. 디자이너라는 게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이노베이션에 앞장서는 사람이라는 걸 보고 제가 굉장히 쇼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돌아와서 하도 그런 걸 주장했더니 조금 지나치지 않느냐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 미국, 유럽에서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굉장히 그랬습니다. 그런데 월드컵 시점을 좌우로 해서 우리나라의 가전, 자동차 기업들이 워낙 세계적으로 활동을 많이 해서 외국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고, 대기업에서도 많은 투자를 해주고. 월드컵이 끝난 이후로 닛케이라는 일본의 경제잡지가 있습니다. 그 잡지에서 한국특집을 하는데,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이 한국에 졌다고 스스로 인정을 했습니다. 한국에 왜 졌는가, 한국의 디자인이 왜 발전했는가를 특히 가전을 중심으로 다뤘는데 그때 보고 참 놀랐습니다. 아, 우리가 그 동안 노력했던 게 이 정도가 됐나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구요.

박인규 : 30년만에 어떻게 보면 일본을 추월한 거군요.

이순인: 추월한 것보다도 대기업 등에서 많은 후원을 했죠.

박인규 : 최근에 해외의 유명한 디자인상도 받으셨죠? 아침에 신문을 보니까 빨간 마침표 상이라는 게 있던데...

이순인: 레드닷. 제가 몇 년 전에 거기 심사위원도 했습니다. 거기가 독일에서 아주 유명한.. 굿디자인 상품에 상을 주는 상이에요. 그런데 유럽의 제품들이 거의 석권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제품이 좀 하다가.. 소니가 한 번 상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한참 지난 후에 한국의 제품들이 많이 독일지역에서 판매되니까 관심을 갖고 해서 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엘지전자는 특별상입니다. 전세계 가장 훌륭한 디자인팀에 주는 상인데, 거기 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미국의 IDA라는 디자인협회와 비즈니스위크가 매년 하는 특별 디자인상을 제일 많이 받았습니다.

박인규 : 조금 전에 일본 언론이, 일본 디자인이 한국에 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도 했다고 하는데요, 이순인 교수님이 보시기에 단기간에 한국의 디자인이 일본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성장한 데에는 비결이랄까,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이순인: 일본 기자들이 한국의 여러 군데에서 인터뷰도 했는데 그들이 이렇게 표현했더라구요. 한국의 CEO들은 IMF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투자에 앞장섰다. 그래서 지금 대기업의 몇몇 CEO들에게는 저희들도 굉장히 고마워하는데, 삼성의 회장님도 항상 디자인 선언을 앞장서서 해주시지 않습니까? 제품에, 디자인에 혼을 담아라. 이런 게 디자인 분야에서는 굉장히 큰 힘을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상당히 세계적인 수준에 왔다고 자부할 만하지만, 그래도 이순인 교수님이 보시기에 이런 부분은 아직도 부족한 게 아니냐. 그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이순인: 많죠. 저 같은 경우도 어차피 기업에 있으면서 기업의 후원으로 공부하고 유학을 했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열악합니다. 혜택을 볼 수가 없고 중소기업 자체가 디자인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지 않습니까.

박인규 : 아직은 대기업 수준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이순인: 그렇죠. 그런 게 앞에서 보이니까..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디자인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박인규 : 요즘 젊고 재능있는 친구들이 디자인을 하겠다고 굉장히 많이 나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대우나 이런 것 때문에 어려운가보죠?

이순인: 제가 얘기한 중소기업은 제조업 중심이었구요. 요새 새롭게 나오는 디지털 미디어 쪽. 게임, 캐릭터, 영상... 이쪽에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게 앞으로 우리의 힘이구요. 또 거의 외국과 동시에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미래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 우리가 어떻게 투자를 해주느냐..

박인규 :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 중고등학생들도 많을 텐데요, 그것도 적성에 맞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교수님 보시기에는 어떤 사람이 디자인을 하면 맞을까요?

이순인: 과거에는 그림을 잘 그려야 되는 걸 요구했는데 요새는 컴퓨터가 워낙 발달해서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줍니다. 이제는 중요한 게 감성이구요 창의력.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젊은이라면. 그리고 또 부모님들이 그렇게 키워야 되구요. 그러면 충분히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그림 그리는 기술보다는 창의력,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 1년 남짓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준비를 하셔야 되는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준비하시게 되고 어떻게 만들어 가실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순인: 제가 제안을 해서 승인을 받았지만 이제 전문가들을 모아야 됩니다. 빨리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서 저의 제안을 심층있게 검토하고 발전시켜야 됩니다. 자문위원회도 만들고 각 전시회를 책임질 큐레이터도 선정해서 한 달 안에 기획서가 나와야 됩니다. 시행하기 전에 그 기획서를 국제적으로도 평가받아야 되고. 앞으로 한 달이 굉장히 중요한 기간이 되겠습니다.

박인규 : 21세기는 지식정보 사회라고도 하고 창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거기서 디자인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은 역할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인: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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