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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안 공론화돼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29] 황주호 방폐장처분방식 선정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국내 에너지의 40%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해야하는 한국..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처리를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방폐장 처분방식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기도 했는데요, 바로 어제, 방폐장 처분방식이 결정 됐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건설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과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방폐장 처분방식 선정위원회 황주호 위원장입니다.

황주호 교수는 1980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원자력 공학박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원자력 연구소 사용후 핵연료관리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원자력 전문위원, 경희대학교 원자력 공학과 교수 등으로 활동해온 원자력 전문가입니다. 지난해부터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을 맡아오다 올해 4월부터 방폐장 처분방식 선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어제 드디어 경주에 건설될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처분방식이 결정됐습니다. 어떤 방식이죠?

황주호 : 동굴처분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박인규 : 쉽게 얘기해서 동굴을 파서 거기다 묻는다는 얘깁니까?

황주호 : 예. 지하 80m 정도 파고 내려가서 그 안에 수직과 수평 동굴을 만들고 그 방안에 폐기물을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박인규 : 동굴처분 방식과 천층처분 방식이 있던데, 천층처분 방식은 어떤 겁니까?

황주호 : 두 가지를 검토했는데, 그 중 하나인 천층처분 방식은 지표를 얇게 파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을 만든 뒤 거기다 폐기물을 넣고 그 위를 흙으로 메우고 환경보건을 하는 방식입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굴처분 방식이나 천층처분 방식이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돼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굴처분 방식을 택한 이유는 어떤 겁니까?

황주호 : 안전성 목표는 둘 다 같습니다. 비용은 약간 동굴방식이 더 드는데, 그 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과 가깝고 친환경성이나 주민수용성 측면을 고려할 때 동굴방식이 더 낫겠다 해서 위원회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박인규 : 경주시가 자청해서 방폐장이 들어가게 되긴 했지만 사실 경주는 우리나라 고대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적 도시인데, 거기 방폐장이 들어간다고 하니까 약간 꺼림칙한 부분도 있구요, 방폐장이 들어서는 정확한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황주호 방폐장처분방식선정위원장.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황주호 : 방폐장의 행정구역상 위치가 경주지 실제로는 월성발전소가 있는 부지 바로 옆, 바닷가입니다. 양북면 봉길리.

박인규 : 어제 방폐장 처분방식이 처리됐지만 그 전날 주민설명회를 하려고 했는데 일부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몸싸움도 하고 무산됐거든요. 그 분들은 방폐장 설립 자체를 반대하시는 건가요?

황주호 : 그렇진 않습니다. 주민설명회를 반대하신 분들은 한수원 본사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게 해달라는 주장을 하시면서 설명회를 거부하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주 시민들은 그것에 대해서, 한수원 본사 이전문제와 이것을 결부시키는 건 별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박인규 : 한국원자력주식회사가 원래 경주로 이전하게 돼있죠?

황주호 : 경주에서도 어느 위치에 놓느냐..

박인규 : 일부 시민들은 경주에서도 바로 방폐장이 있는 그 지역으로 와야 된다는 건가요? 왜 그런 주장을 하시나요?

황주호 : 본사를 그 옆에 놓게 되면 더 안전하게 지을 게 아니냐고 주장하시는데, 실제로는 이미 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발전소 직원들과 가족들 수천 명이 그 근처에 살고 게십니다. 그래서 한수원 본사가 거기 간다고 더 안전하게 짓고 안 간다고 덜 안전하게 짓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어쨌거나 방폐장이 들어서게 될 양북면 주민들은 아무래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안전성에 대해 자신할 수 있습니까?

황주호 : 안전성에 있어서는 저희가 기술적인 면에서 최선을 다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안전성 검사는 산업자원부가 아닌 과학기술부가 맡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정부라고 하면 다 같은 걸로 생각하시는데 사업을 집행하는 정부 부서와 규제하는 정부 부서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 제 3자적 입장에서 충분히 잘 관리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인규 : 방폐장이 국내에 처음 들어서게 되는 건데 혹시 해외에서 방폐장 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사고사례는 없습니까?

황주호 : 있습니다. 일부 6,70년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지은 처분장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거나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비싼 공구 등을 지역 주민들이 훔쳐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처분장들은 전부 폐쇄를 했고 요즘 짓고 있는 처분장들은 철저하게 안전시스템을 잘 보관했기 때문에 요즘은 그런 문제들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처음 시작한 게 78년인가요 79년인가요?

황주호 : 78년에 고리1호기가 처음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박인규 : 28년이 됐는데, 그동안 계속 방사성 페기물이 나왔을 텐데 그동안엔 어떻게 처리했길래.. 왜 방폐장이 필요한 건지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죠.

황주호 : 어떤 공장을 돌려도 그 공장에서 폐기물이나 부산물이 나오듯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전을 해도 방사성 물질이 나오게 됩니다. 그 방사성 물질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타고난 핵연료. 그것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하고, 발전소 운전중에 유지 보수를 위해서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는 과정에서, 또는 정수처리시 나오는 폐기물들을 중저준위 폐기물이라고 합니다. 장갑이나 가운 등이죠. 이번에 마련한 처분장은 그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을 안 한다고 해도 일반 병원, 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도 방사성 폐기물이 상당량 나옵니다. 그 부분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필요합니다.

박인규 : 어젰든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했을 거 아닙니까, 중앙에다가 처분장을 만들어야 되는 이유는 뭐죠?

황주호 : 그 동안에는 각 발전소 부지에 임시저장 설비에 저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시 저장설비는 말 그대로 임시로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튼튼한 자연방벽으로 된 시설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그래서 중앙집중식으로, 자연방벽이 충분히 잘 발달된 곳에 처분하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박인규 : 현재 우리 원자력발전소가 20기 있구요, 병원과 연구소 등에서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지금 얼마나 모여 있습니까?

황주호 : 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은 약 6만 드럼이 우리나라 네 개 원자력 발전부지에 임시저장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게 가장 많은 거겠죠?

황주호 :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병원이나 대학의 폐기물들은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임시 보관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그리 양이 많지 않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경주 양북면에 동굴처분 방식으로 방폐장을 만들게 되면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완공과 가동일정..

황주호 : 일단 2008년도부터 임시저장고가 포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9년부터는 처분장이 가동을 해야 되는데 시간적으로 완공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분준공을 해서 일부 넘치는 것을 빨리 갖다놓고, 또 일 년간 더 작업해서 2009년 말까지 완공하는 것으로 정부가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부분준공한 상태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야 될 정도로 시급하긴 시급한 거군요?

황주호 : 그렇습니다. 만약 이게 없다면 발전소의 임시저장설비를 새로 또 만들어야 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1차로 동굴처분방식 방폐장의 수용량이 한 10만 드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충분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황주호 : 지금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는 한 60만 평 정도구요, 이번에 결정한 동굴처분 방식 시설은 10만 드럼 용량을 짓게 됩니다. 그런데 총 용량으로서는 약 80만 드럼을 수용할 계획입니다. 대략 계산해 보면, 1년에 12000드럼에서 13000드럼이 들어온다고 치면 한 7년 정도 운영하면 이번에 짓는 것이 용량을 다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인규 : 13000드럼이란 숫자는 국내 원전이나 연구소에서 나오는 게 그쯤 될거라고 추산하시는 겁니까?

황주호 : 아니요. 이제까지 쌓여있는 것들 중에서도 조금 빨리 보내고자 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대략 일 년에 13000씩 담으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박인규 : 네 개 원전에 들어있는 6만 드럼이 한꺼번에 가는 건 아니군요.. 순차적으로 가야 되는군요.

황주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한 80만 드럼이 총 용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양북면에 있는 처분장에 다 들어가는 겁니까?

황주호 : 그렇습니다. 80만 드럼이 60만평 부지에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동굴처분으로 이번에 결정된 곳에 10만 드럼을 우선 놓고 향후 부지조사가 좀 더 진행되는 것과, 지속적으로 폐기물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폐기물이 줄었다 늘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수용하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할지, 아니면 동굴처분을 더 확장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1차로 10만 드럼분만 2009년까지 완공하고, 그 뒤의 방식은 좀 더 두고 봐야된다..

황주호 : 예. 조금 여유를 갖자고 결정했습니다.

박인규 : 아무래도 동굴처분 방식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걸 확정짓지 않으신 이유는?

황주호 : 동굴처분 방식이 낫기는 하지만 폐기물 발생을 보면 아주 급저준위 폐기물이 있고, 그런 것들을 동굴처분으로 할 경우에는 괜히 부피만 차지하기 때문에 그런 건 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구요. 또 부지의 여건이 지금 산이 많은데 산을 전체 다 상세하게 조사하질 않았습니다. 앞으로 점차 조사해 가면서 동굴이 더 편한 장소가 많이 나타나면 계속 동굴로 가는 거고..

박인규 : 예를 들어 1차 동굴처분 방식으로 10만 드럼이 꽉 차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냥 메워 버리는 겁니까?

황주호 : 동굴은 확장성이 있어서 만약 그 내부에서 확장이 가능하다면 계속 확장해 가면서 처분하고, 꽉찬 동굴은 순차적으로 메워가면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박인규 :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게 반감기도 있고, 중저준위긴 하지만 아주 심한 경우 만년까지도 간다는 말도 하는데 그냥 메워버리면 되는 겁니까? 극단적으로 전쟁이 나서 그것이 파헤쳐진다든가.. 이런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나요?

황주호 : 지금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깊이가 지하 80미터인데 그 정도면 전 세계의 어떤 벙커버스터도 뚫고 들어오지 못할 거구요, 지하 80미터 정도 되면 결국 방사선 물질을 지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은 지하수입니다. 그런데 지하수가 인간생활권까지 도달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설계를 합니다. 그래서 인간생활권에 도달하기 전에 방사선물질이 이미 반감기에 의해 사라지도록.. 그런 안전성 조치를 하고 있죠.

박인규 : 아무튼 19년 만에 어렵사리 결정된 방폐장이 주민들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안전하게 건설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방폐장 처분방식 선정위원장 경희대학교 황주호 교수 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방사성이 그리 높지 않은 중저준위 폐기방식을 얘기했는데 사실 이른바 폐연료봉이라고도 하고 사용 후 핵연료라고도 하는 그게 더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까? 예를 들어 북한 같은 경우 원자폭탄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만든다고 해서 굉장히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분 내지 보관하고 있습니까?

황주호 :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발전소는 북한이 돌리는 원자로와 크게 다릅니다. 흑연감속로는 애초에 플루토늄 생산이 용이하게 만들어진 원자로구요. 우리는 전기 생산에 용이하게 만들어진 원자로기 때문에 그 안에 생성되는 플루토늄의 순도가 폭탄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구요.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하면서 한 20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따르는 사용 후 핵연료도 매 년 발생합니다. 지금 약 8000톤 정도를 각 발전소 부지에 있는 물탱크 속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사용 후 핵연료야말로 방사능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나 수조에 보관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든 처분해야지..

황주호 : 수조에 보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고 나왔을 때 처음 발열량과 방사능이 매우 높습니다. 그걸 식히기 위해서 임시로 저장하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충분히 식었다고 판단되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녹여서 다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으로 재처리 하는 방법, 또 이것을 직접 강철용기에 넣어서 처분장으로 보내는 방법. 최근 수십년간 변형된 방법이 연구돼 왔는데 사용 후 핵연료 속의 아주 높은 방사능과 반감기가 긴 물질을, 반감기를 아주 줄이도록 변환시켜서.. 중저준위화 해서 버리는 방법도 최근 선진국들이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처분장에 보낸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장이 없는 거 아닙니까?

황주호 : 아직 없습니다.

박인규 : 그럼 만들어야 됩니까?

황주호 : 사용 후 핵연료든 고준위폐기물이든 심지층 처분장을 확보해야 됩니다. 깊이가 대략 500미터에서 1000미터 사이에, 잘 발달된 암반 속에 버리는 게 심지층 처분방식인데, 선진국들이 대략 한 번 그런 계획을 시작해서 대략 50년. 길게는 1960년대부터 연구를 해와서 2030년 경에 운영하려고 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박인규 : 수조에 보관돼 있는 핵연료를 언제까지 그렇게 둘 수 없다면, 심지층 핵연료 처분장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되는 겁니까? 지금부터 얘기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황주호 방폐장처분방식선정위원장.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황주호 : 지금 일단 임시저장 능력은 2016년에 울진부터 포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처분장 확보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재원이 들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그걸 전부 법으로 만들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2004년에 결정하기를 사용 후 핵연료 정책 공론화를 통해서 방향을 정한 뒤에 일정을 정하자고 돼있습니다. 아마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공론화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짓는데도 그렇게 많은 진통이 있었는데 이건 훨씬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라 사회적 진통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걸 갈등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황주호 : 선진국들도 많은 갈등을 겪고 좋은 공론화 절차를 만들곤 했는데, 대부분 장기간 그리고 큰 재원이 필요하고 일정한 정책을 유지해야 되는 필요성 때문에 결국 많은 논의를 걸쳐서 법으로 모든 걸 정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에 국민의 신뢰를 얻는 1차적인 관문이라고 판단합니다.

박인규 : 외국은 어떻습니까? 유럽이너 일본 등 그런 법을 만든 나라들이 있습니까?

황주호 : 예. 미국은 1982년도에 만든 법으로 20년 걸려서 2002년도에 처분장을 확보했구요. 프랑스는 89년 대규모 소요사태를 겪고 91년에 법을 만들어서 2006년까지 1단계 시행을 해보고 올해 다시 제 2단계 법을 가동했습니다. 일본은 2000년에 사용 후 핵연료 처분에 대해 법을 만들었고, 캐나다가 2002년. 이런 식으로 대략 한 5,6년 전, 길게는 한 20년 전에 법을 만들어서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도 좋으나 싫으나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할 때가 됐군요? 또 하나,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 서로 입장이 다른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한 가지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에서 국내 에너지의 40%를 얻고 있는데 이른바 핵주권 측면에서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우라늄 농축도 못하고 재처리도 못하고 너무 핵주권을 못 갖고 있는 게 아니냐.. 우리도 일본처럼 하자.. 이런 의견들이 많이 있는 것 같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주호 : 일견 타당합니다. 물론 한 나라가 에너지 공급체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갖출 수 있으면 좋습니다만, 그것이 비용도 들고 정치외교적 문제도 많아서 저희가 해외의 눈치도 좀 본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최근에 미국이나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을 위시해서 이 나라들이.. 국제 원자력기구까지 포함해서 사용 후 핵연료 문제와 핵연료 농축 문제 등을 다국가간 어프로치 하자.. 한 나라에 맡기지 말고 공동으로. 일부 자기네가 가질 수 있는 능력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바를 기여하면, 또 핵연료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자고 한 2000년부터 솔솔 얘기가 나오다가 재작년 부터는 본격화 됐고 올해 초는 완전히 본격화 됐습니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미국은 'GNEP'이라는 계획을 통해서, 그리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제 핵연료 사이클 센터, 프랑스도 일본도... 전부 아주 구체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논의에 동참할 것인가가.. 원자력 기술계만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핵연료 후처리를 특정 국가에 맡기면 핵무기화 할 수 있으니까 이른바 컨소시엄을 만들면 거기서 같이 관리할 수 있고, 한국도 거기 들어가는 게 좋다...

황주호 : 예.

박인규 : 또 하나는 약간 반대쪽. 생태쪽을 중시하는 분들의 의견인데요, 유럽의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나라는 아예 원전을 없애자. 원자력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고 수백 년 동안 지구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주호 : 독일과 스웨덴의 예를 많이 듭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 1980년에 그런 결정을 했구요, 그 당시 상당히 원자력계의 방향이 암울했습니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재처리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하려면 늘어나는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대책 없이는 참으로 어렵겠다는 절망감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등이 겹쳐서 원자력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이 생겨난 거죠. 그런데 현재 스웨덴을 보면 원자력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고 2000년부터 원자력 발전소 폐쇄계획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폐쇄를 안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하긴 독일 같은 경우도 기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뀔 거란 말이 있긴 하던데..

황주호 :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박인규 : 일단 처분방식선정위원장을 맡으셨으니까 처분방식이 결정됐으면 황주호 위원장이 하실 일은 다 끝난 겁니까?

황주호 : 저는 원자력과 교수로서..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자문을 요청하면 일을 열심히 해야겠죠.

박인규 : 끝으로 원자력 전문가로서,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국민들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부분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죠.

황주호 : 저희 기술자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자의 안전에 대한 노력과 국민이 안전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메워줄 방법을 찾아야 되겠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희가 많은 도움을 요청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은 계속 원자력의 안전성을 감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도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 간의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황주호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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