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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ㆍ마케팅능력의 배양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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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획력ㆍ마케팅능력의 배양이 시급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13]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에서 전투장면 촬영없이도 생생한 전투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 고인이 된 이소룡이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고,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수백만의 군대가 이동하는 장면이 가능했던 것..

이 모두가 문화기술 Culture Technology. 즉 CT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보기술인 IT, 생명기술인 BT, 나노기술인 NT, 환경기술인 ET등과 함께 문화콘텐츠산업 CT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보기술이나 기존 제조업보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시장규모가 크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2001년부터 한국문화컨텐츠 진흥원을 설립해, 문화컨텐츠산업을 키워오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을 초대했습니다.

국내 문화컨텐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문화기술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는 어느 정도나 되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입니다.

서병문 원장은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섬유학과를 졸업했고 197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1983년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그룹 회장비서실 정보통신팀 이사, 삼성전자 미디어컨텐츠센터장 등을 맡으며 국내 문화컨텐츠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다가 2001년 8월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이 생기면서 초대원장이 됐고 현재 2기째 연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제가 모두에 컬처 테크놀로지라는 말을 썼는데, 약간 생소한 것 같아요. 문화컨텐츠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컬처 테그놀로지를 그대로 번역하면 문화기술인데, 문화와 기술이 같이 만나는 것도 좀 이상하고.. CT가 어떤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서병문 원장 : CT라는 말은 2001년도에 저희 기관이 설립되면서새로 만든 단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문화컨텐츠산업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영어로 엔터테인먼트 인더스트리라고 하는데, 이걸 오락산업이라고 번역하니까 표현이 뭐하고. 영국에 가니까 이런 산업을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라고 재밌게 표현하던데. 즉,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이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공연, 모바일컨텐츠, 캐릭터, 에듀테인먼트, 영화, 방송, 게임 등을 문화컨텐츠사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처음에 제가 소개하면서 웰컴투동막골이나 반지의 제왕 얘길 했는데, 그건 컴퓨터 그래픽 얘기고, 문화컨텐츠산업에서는 굉장히 좁은 분야를 말하는 거죠?

서병문 원장 : 그렇죠. CT라는 건 문화컨텐츠를 위한 기술만 얘기하는데, IT가 정보기술이기 이전에 정보통신산업 전반을 얘기하듯이 CT도 문화컨텐츠산업 전반을 얘기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흔히 문화컨텐츠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영화 쥐라기공원 만큼 돈을 벌려면 소나타승용차를 몇십만대 팔아야 된다. 그런 말도 있었는데, 산업측면에서 문화컨텐츠산업이 왜 중요한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서병문 원장 : 문화컨텐츠산업을 다른 산업과 가끔 비교를 하는데, 우리나라를 현재 먹여살리는 산업을 보면, 반도체, 메모리, 가전, 휴대폰,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주된 산업입니다. 그런데 문화컨텐츠산업.. 방송, 영화, 게임 등을 얘기했는데, 이 산업규모가 옛날 정보통신산업이 오기 전에는 시장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하면서 조금 전 말씀드린 문화컨텐츠산업의 시장규모 즉, 시장의 파이가 매우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컨텐츠라고 하면 책의 목차나 내용을 표현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이나 모바일핸드폰에 나오는 내용을 전부다 컨텐츠산업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음악 등 문화를 베이스로 하는 산업을 문화컨텐츠산업이라고 하는데,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 2004년도 기준으로 전세계 조선시장이 780억불 정도 조금 넘는데 우리나라가 그 시장의 약 38%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영화가 800억불, 애니메이션이 600몇십억불.. 즉 조선시장과 비슷한데, 우리는 조선의 근 40%를 차지하는데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영화가 한 4%, 애니메이션이 0.4%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이런 애니메이션을 40%가 아니라 4%까지만 올리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더 크지 않겠는가. 이 산업이 최근 한 10년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시장이 커졌다. 숫자로 얘기해서 전체 문화컨텐츠산업이 2005년도 기준으로 1조4000억불이 넘는데 아마 감이 잘 안 잡힐 겁니다. 1조 4000억불이 얼마나 큰지. 분야별로 보면 애니메이션시장이 조선시장과 비슷하고, 방송시장이 반도체시장보다 크고, 영화가 가전시장 정도 되는데... 우리는 조선이나 반도체나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적어도 30~40% 되는데 이쪽 문화컨텐츠산업은 불과 1,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점유율을 늘이는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시장과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문화컨텐츠시장을 비교해보면 부가가치가 차원이 다르다는 말도 있던데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서병문 원장 : 맞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TV를 외국에 1억불 수출했다면 그 상당부분은 원부자재를 가져와야 되고 해외기술료를 지급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를 1억불 수출했다고 봅시다. 거기 원부자재가 뭐가 들어갈까요? 큰 시설이 필요한가요? 거기 필요한 건 바로 PC와 창의력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쪽과 부가가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컨텐츠산업을 적극적으로 좀 양성을 해보자. 2001년도부터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이란 게 생겼습니다. 서원장님이 초대 원장을 맡으셨구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서병문 원장 : 문화컨텐츠진흥원을 2001년도 8월달에 문화관광부에서 출범시켜서 제가 이 일을 맡았는데 저희들이 하는 건 조금 전에 말씀드린 장르. 만화나 애니메이션산업을 어떻게 조기에 제조업 다음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조기에 수출산업화 할 것인가. 이 큰 시장을 영점몇으로에서 1,2%할 게 아니라 4,5%수준으로라도 올려서 우리 후배들을 차세대 성장산업쪽으로 육성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인력양성, 해외진출도 해야 되고, 창작을 위한 인프라도 육성해야 될 거고.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 문화관광부와 같이 정책도 수립하고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원장께서 처음 와서 주력한 일이, 딴거 보다도 우리나라 문화컨텐츠를 해외에 알리고 진출하는 데 상당히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병문 원장 : 제일 먼저 한 일이.. 이 산업을 어떻게 해외에 소개하느냐. 쉽게 말해 국내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게 아니고 수출산업화 하기 위해서.. 진흥원 설립과 동시에 해외지사를 제일 먼저 설립했습니다. 일본을 커버하기 위해서 동경, 중국을 커버하기 위해서 북경, 미주지역을 커버하기 위해서 LA, 또 유럽을 커버하기 위해서 런던에 지사를 설립했고.. 이 지사가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해외신기술동향과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도와줄 수 있고 그걸 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각 지역에 한 세 분 정도씩 있는데, 네 군데니까 전체적으로 한 열두 분 있습니다. 거기에 주재원은 두 명 밖에 없습니다. 열 명은 현지에서 뽑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같으면 미국 사람, 영국에서는 영국사람, 중국에서는 중국인을 현지전문가로 뽑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게 해서 4년 이상 운영해 오고 계신데, 우리나라 문화가 해외로 진출하거나 많이 알려졌습니까?

서병문 원장 : 쉽게 말해서, 4,5년 전만 해도 우리 업체들이 외국의 바이어들을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우리 물건들을 보기만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최근에는 우리가 해외전시회에 한국부스를 열면 외국업체들이 줄을 서서 우리 업체와 상담하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이제는 우리문화가 외국에 어느 정도 소개되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프랑스에서 상당한 선풍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서병문 원장 : 안시애니메이션에서 마리이야기라든지 오세암이 상도 받고, 최근에 '뿌까'같은 우리 캐릭터가 있는데, 그걸 외자를 투자받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우리 KBS1TV 같은 TF1이라는 방송국에서 시청점유율이 제가 듣기로는 55%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그만큼 해외에 인기리에 방영된다는 걸 느낄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걸 보면, 5년 가까이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을 끌어오시면서 우리나라 문화컨텐츠의 질이나 수준을 해외에 알리시는 데 많은 역할을 하셨는데,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시기에 우리나라 문화컨텐츠의 수준을 어떻게 보십니까?

서병문 원장 : 한류라는 걸 보면.. 우리 드라마나 영화, 음악들이 아시아에 먹혀듭니다.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지난달에 중국의 잡지.. 우리말로 하면 '최신가요집'이라는 잡지를 보니까 중국입장에서 매달 해외 인기가수를 뽑는데, 열 명 중 아홉 명이 한국 가수였습니다. 일본가수 한 명을 빼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정말 이런 쪽에 경쟁력도 있고 어떻게 보면 끼가 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 그동안 잘 성장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저희들이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지만 이 산업을 우리들이 뭐라고 했습니까.. 마치 광대산업 같이.. 문화와 예술을 돈으로 연결하는 걸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산업이 못 컸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 제가 한류의 예를 들듯이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가 약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예를 들면, 우리가 만드는 기술은 어느 정도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약한 것은, 쉽게 말해 전체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획력과 가장 중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나리오 능력. 그리고 이쪽 산업이 아직 중소기업이다 보니까 좋은 창작을 했을 때 해외에 마케팅 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를 인정하고 기획과 시나리오, 마케팅능력을 조기에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문화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상당한 실력인데, 그걸 산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기획력이랄까.. 또 팔기 위한 마케팅력, 스토리텔링도 부족하다. 앞으로 상당히 할 일이 많이 있겠네요..

서병문 원장 : 조금 전에 스토리텔링을 지적해 주셨는데, 대학에서도 최근에 그런 학과가 최근에 많이 생겼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이건 하루아침에 우리가 기획력이나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우자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서두에 얘기했지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 교육제도도 그렇고,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그런 것들을 위해서.. 문화컨텐츠에 뛰어들 인재육성을 위해서 문화컨텐츠 엠베서더.. 이런 걸 하셨다고 하는데 소개 좀 해주시죠.

서병문 원장 : 문화컨텐츠 엠베서더제도는 제가 기획한 게 아니라, 다른 쪽의 사이언스 엠베서더 제도를 벤치마킹한 겁니다. 영국에도 유사한 엠베서더 제도가 있는데.. 이미 이쪽으로 온 대학생들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초등학생이나 중등학생, 고등학생 중에서 이쪽 분야에 끼가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 이쪽 관련 학과나 산업으로 진출시키기 위해서, 중고등학교때 이 사람들한테 사례를 설명해 주자. 그래서 올해만 해도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약 150명이.. 이쪽 분야에서 성공했거나 우수한 기획력을 가진 사람들,CEO들이 자기 모교나 지방학교를 찾아가서 문화컨텐츠산업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이쪽 분야에 이런 산업이 있구나 하는 걸 이해를 시키고 그 분들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문화컨텐츠 엠버서더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문화컨텐츠사절인데, 대체로 어떤 분들이 그런 일을 하십니까?

서병문 원장 : 쉽게 말해서, 영화배우와 감독분들도 갑니다. 우수한 작가분들도 가고, 프로게이머도 가서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 꼭 교수님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주로 많이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문화컨텐츠학과라든가 애니메이션학과라든가, 직접 제작에 관련된 학과들은 대학에 많이 생겼는데, 기획이나 마케팅을 위한 과정이랄까 그런 인력들에 문제가 있다... 교육과정에서 그런걸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서병문 원장 : 사실 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영화가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학과가 많이 생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영화관련학과나 만화, 애니메이션학과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도 중요하지만, 철학과나 종교학과 등 인문학과 출신들이 다양한 창의력을 갖고 이쪽분야에 참여해 주시고, 상경계나 경영대학쪽에 계신 분들이 참여해서 이 산업을 잘 만들어서 해외에 수출이나 진출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고, 또 변호사나 법조계에 계신 분들이 이쪽 산업에 분쟁이 생겼을 때 적극 진출해서 해결해 주는 게 이 산업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데, 일단 우리가 문화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있으니까, 거기에 인문학적 소양이나 창의력을 키우고 기획과 마케팅 등을 해야 된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의 문화컨텐츠산업발전과 관려해서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병문원장께서는 문광부 산하단체장 중에서는 연임을 처음 하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서병문 원장 :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아마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듣고 있을 뿐입니다.

박인규 : 나름대로 연임하게 된 배경이랄까요? 이유가 있을 텐데요..

서병문 원장 : 문화관광부 산하기관 중에서 산업을 맡고 있는 기관이다 보니, 아마 산업체에서의 경험을 중요시해서 선택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취재해 본 바로는 우리나라 문화컨텐츠의 해외진출을 위해서,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 수출을 하는데 심사방법도 처음에는 국내에 계신 교수님들 위주로 하다가 바꾸는 등. 나름대로 상당히 공정하다고 할까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서병문 원장 : 사실 공정성 때문은 아니고, 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건 수출산업화 하자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수출하는데 국내교수님들이 애니메이션을 뽑았을 때 과연 그게 수출이 가능한지.. 그런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박인규 : 아마 그 분들의 시야가 국내 위주니까..

서병문 원장 : 예. 그래서 한 번 외국에 가서 국내 교수님들이 뽑은 걸 가지고 해외의 감독, 제작자, 또는 유통회사 사장님들한테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10위까지 뽑은 것 중에 불과 2가지 밖에 안 뽑히고, 나머지 11위에서 30위에서 8개가 들어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같은 심사도 해외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자들과 감독, 제작자들이 심사를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2002년도부터 아예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두 가지 효과를 얻었는데... 그 사람들이 심사를 하다 보니까, 좋은 작품을 보면 초기부터 이 작품은 좋으니까 우리도 같이 공동투자를 합시다. 또 한편으로는 이게 완성되면 우리한테 판권을 넘길 수 없느냐. 그리고 부수적으로 우리가 심사때문에 의심받는 경우도 사라지고.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가지 이런 애니메이션이나 중요한 산업은, 수출이 목적인 것은 아예 해외심사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차피 우리 문화컨텐츠산업의 지향점은 세계시장이니까 해외투자자라든가 감독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데 서병문 원장께서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자주 보십니까?

서병문 원장 : 2002년도에 '마리이야기'나.. 우리나라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애니메이션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있었는데.. 그 두 가지를 보면서, 만드는 수준은 우리가 안 떨어지는데 차이점은 재미. 그 재미의 차이를 어떻게 빨리 줄일 건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기술적 측면은 굉장한 수준이지만... 서병문원장: 네. OEM도 많이 했고, 기술수준도 많이 올라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인문학적 소양이나 창의력 부분에는 아직은 좀 더 많은 인풋이 필요하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CT연구소를 여기저기 많이 세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병문 원장 :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최근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기술이 안 들어가는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 영화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수십만 군중이 나오는데 실제로 수십만이 동원된 게 아니라 2,300명만 있고 나머지는 그래픽과 기술이 동원된 겁니다. 외국영화도 '반지의 제왕'을 보면 '골룸'이라는 괴물주인공이 나오는데 모션캡쳐기술과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기술로 그런 걸 만드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못 만듭니다. 거기에 산업의 경쟁력이 있는데.. 그래서 이걸 육성하기 위해서 CT전략연구소도 만들고 CT개발을 위해서 저희들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병문 원장께서도 삼성그룹이라는. 사실 효율성에 관한한 최고의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곳에서 일을 하셨는데, 정부단체에 가셔서 일을 하시면서 분위기가 다르다는 건 안 느끼십니까?

서병문 원장 : 민간기업체에서 오래 근무를 해왔고 이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전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개소리로, 한 20년간 매출과 손익에 시달리다가 여기 오니까 그게 없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정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 되지 않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쓰느냐가 너무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거기에 대한 부담감을 사실 많이 느낍니다. 이 많지 않은 예산을, 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적재적소에, 또 효율을 측정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에서 몇 년 전부터 이 모든 사업에 대해서 평가제도를 도입했는데, 그건 정말 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예산을 투입한 뒤에 옛날에는 관리가 안 됐는데 지금은 투입한 예산의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거든요. 작년의 경우는, 한 50가지 사업에서 안 10~20%는, 효과가 없으면 드롭을 합니다. 또 새 사업을 발견하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정부기관에서도 사업투자에 대한 평가, 측정은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희 기관 뿐만 아니라.

박인규 : 정부도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 1년예산은 어느 정도입니까?

서병문 원장 : 1년예산은 욕심같으면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600억에서 700억 수준인데,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에서는 많은 축에 속하지만, 정통부나 산자부에 비해서는 아직도 예산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얼마전에 정보통신진흥기금 위원이 돼서 운영위원회에 갔는데 올해 예산이 한 1조7000억이었습니다. 저희들은 600~700억 수준밖에 안 되니까 아직 IT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작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약간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이력이 독특하신 것 같아요. 섬유학과를 나오셔서 키스트에 계시다가 삼성으로 가셨는데.. 애초에 섬유학과를 가셔서 문화컨텐츠까지 오시기까지 상당히 먼 길인 것 같은데,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서병문 원장 : 저는 본래 중고등학교때 그림을 오랫동안 그렸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미대를 가고 싶었는데, 60년대만 해도 부모들이 환쟁이란 말을 썼습니다. 미대 가는 걸 말리고.. 저는 그때 부산대학교를 갔는데 그때는 전자과 같은 과들이 없었습니다. 주위에 섬유공장이 제일 많고 해서 취직이 제일 잘 되는 과. 또 한편으로 섬유가 그림과 관련이 된다고 생각해서 섬유공학과를 갔습니다. 그리고 졸업하면서 이게 적성에 맞아서,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연구소에 가서 연구를 하다가.. 삼성그룹에 가서는 정보통신과 방송, 컨텐츠사업을 맡았는데 83년도에 옮겨서 제일 먼저 84년도에 홈비디오 만드는 스타맥스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 20년간 근무를 해서.. 주로 방송과 컨텐츠관련 사업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부에서, 컨텐츠기업체 경험있는 사람이 한번 해봐라. 그래서 저를 추천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박인규 : 돌고 돌았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시게 된 거군요.

서병문 원장 : 저는 어떤 의미에서 저한테 적성에 맞는 일이 주어진 것에 대해서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좀 한 마디 더하면.. 이 산업이, 서두에 얘기했지만 우리 제조업을 이을 중요한 산업으로 반드시 부각돼야 되고 성장돼야 됩니다. 이 산업이 아마 5년이나 10년 뒤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 될텐데, 그 대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해서 우리 후배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사업 중 하나. 미래 성장동력사업 중 하나로 반드시 성장돼야 된다고 믿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아무래도 서병원 원장께서 그런 역할을 가장 많이, 크게 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서병문 원장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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