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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정희 화사한 얼굴, 왜 찌푸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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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정희 화사한 얼굴, 왜 찌푸려졌나

[김제완의 '좌우간에']<7> 통합진보당이 갈 길은 통합 아니라 연대

지난해 12월 프레스센터에서 유시민과 이정희의 공저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20층 대회의장이 만석이어서 아래층 빈 회의실에까지 스크린으로 중계했다. 대성황이었다. 이때 두 사람은 아래층 하객에게까지 찾아와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마치 결혼식 피로연장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역사적인 결혼"은 불과 반년이 지나서 처참한 파국을 맞고 있다. 유시민 이정희의 화사한 얼굴이 왜 찌푸려졌을까. 지금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나와야 할 때다. 그래야 어떻게 헤어질지 방향도 잡을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두 사람은 부부는커녕 연인도 아니고 친구로 남았어야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양가 부모 친지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웠다. 이 결혼을 반대해서 인연을 끊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유시민 전 대표 ⓒ연합

불장난 같은 결혼의 파탄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결혼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 양가는 이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가고 있다. 7월 2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통합진보당은 소위 '멘붕' 상태이다. 당원게시판을 보면 민노계 당원들과 국민참여계 당원들 사이에 서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들이 오간다. 이혼 직전에 흔히 보이는 악다구니다. 더 이상 하나의 당에서 함께 일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노회찬 의원은 최근 라디오 프로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심상정 의원과 함께 다니다보면 혹시 부부가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유시민 이정희가 일순간의 호감 때문에 불장난 같은 사랑을 거쳐 결혼한 신혼부부라면 이들은 백년해로하는 부부와 같다. 그처럼 든든한 사랑을 뒷받침해준 것이 무얼까. 젊은 부부가 수개월 만에 파경에 이른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부부는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알지 못했고 그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철이 없었다. 현실세계에서는 젊은 남녀가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결합하는 것은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이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야합이고 스캔들이다. 정치선진국에서는 이념의 차이를 넘어선 통합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당정치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들이 결혼하면 희대의 기형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사람이 있었다. 서울대 김세균 교수다. 그는 지난해 9월의 기자회견에서 "참여당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진보대통합 논의를 전면적으로 허무는 결과를 맞이했다"며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한다면 그건 '진보+자유주의 연합정당'이고 희대의 기형아인 셈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회찬 심상정이 "금슬 좋은" 관계를 유지한 이유는 같은 이념을 갖고 있는 동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좌파 중에서도 피디(민중민주)계였다.

통합진보당내의 세 계파가 감정이 상한 채 헤어지면 앞으로 관계유지조차 어렵게 된다. 지금이라도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 질서있는 퇴각이 필요하다. 먼저 유시민 전대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는 개혁당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당을 만들었다가 깨부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 탈당을 한다면 "당깨기 4관왕"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모이는 사람들끼리 정당을 하는 것이 정도다.

통합진보당 일각에서는 구당권파에 반대하는 세력이 "탈당 후 재창당"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상정 노회찬 등도 함께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사태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심상정 노회찬은 자신들의 옛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의 친정인 진보신당은 지금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2%를 얻지 못해서 정당법에 따라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친정으로 돌아가서 함께 하면 당을 거뜬히 다시 세울 수 있다.

세 정파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통합은 실패했으니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고민하자.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정치지평을 열 수 있다. 그러면 통합과 연대는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왜 연대가 아닌 통합의 길로 들어섰던 것일까에 대해 살펴보자.

<협의 연대 통합이라는 협력의 세가지 단계>

인생살이에서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어느 시인은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가슴은 희망에 부풀고 울퉁불퉁한 마음은 둥그렇게 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처음 만나서 서로 관심을 갖고 호감을 느끼게 되면 점차 협력 관계가 발전한다. 여기에도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는 협의 단계, 함께 일을 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연대 단계 그리고 다름이 없을 때 하나로 합치는 통합 단계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밟아간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가 55대 30대 15의 비율로 모여 대중적 진보주의의 깃발을 들고 창당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돼 파탄에 이른 것일까. 바둑을 복기하듯이 되돌아보면 승부의 갈림길을 찾을 수 있다.

협력이 성공하려면 협의 연대 통합 세 단계 중 하나를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진보통합 논의과정에서 이상한 말들이 나왔다. 천호선 씨는 필자에게 연대는 어렵고 통합이 차라리 쉽다는 말을 했다. 최민희 씨는 어느 세미나 자리에서 연대보다 더 높은 단계에 있는 통합을 해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도로 가는 길이 막혀있으므로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정도는 연대이고 우회로는 통합이다.

연대를 해야 할 사람들이 통합의 길로 가버렸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연대가 성공하려면 아주 정교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참여자들 간에 약속을 파기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고도의 신사협정이 요구된다. 이에 비해 통합은 화끈하다. 통합론자는 일단 밀어붙여서 이루어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통합초기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된다. 이런 식의 정치행위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정치사에서 여러 차례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통합이 세 가지 협력 형태 중에 가장 높은 단계이지만 우리 정서에는 통합이 쉽고 연대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필자는 지난해 8월 적성한 "연대와 통합의 방정식 풀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3개 군소야당이 통합하고 나머지 1개 거대야당과 연대하는 방안을 비판했었다. 야 3당 통합을 주장하는 논리근거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야 3당이 선거연대협상을 통해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지역구가 20개 정도이다. 그러면 각 당의 소위 "정치자영업자"들 다수가 출마기회를 잃게 되고 불복 출마할 텐데 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타당후보를 위해 뛰어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하나의 당이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당의 권위로 불복출마자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 당의 고유한 색깔을 무시하고 깨고 붙이는 정치공학적인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어처구니없이 들리지만 필자가 확인하기로는 이것이 3당 통합의 명분이며 동력이었다.

연대가 아니라 통합의 논리로 치달은 데에는 이런 배경도 있다. 진보 개혁진영이 올 연말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의식이 그것이다. 분열은 나쁘고 단결은 좋은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조건도 작은 차이를 무시하고 대의 앞에 하나가 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작은 차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 작은 차이가 지금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연대이다. 연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취하는 협력의 방식이며 통합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통합을 꾀했으니 바둑으로 치면 기리에 어긋나는 수를 둔 셈이다. 기리는 바둑의 이치라는 뜻으로 정석보다 상위의 규칙이다. 그렇게 해서는 게임을 이길 수 없다. 지금의 파국은 예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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